소설리스트

던전 성자-951화 (935/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51화 >

    "하아아······."

    염원하던 레이첼 누님의 사도 임명을 마친 다음 날.

    나는 행복한 기분으로 식사를 마치고, 출근하는 누님을 배웅해줬다.

    그러고 나서 나 자신도 곧장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치고, 펠리시아를 만나기 위해 성으로 왔다.

    길드에서 아라크네의 행보를 감시하고 그 정보를 우리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영주님인 펠리시아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말이야.

    어제 계획했던 대로 그 허락을 받기 위해 왔다는 얘기다.

    그리고 내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펠리시아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저 한숨에 거절의 의미가 있다든가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그렇기는커녕 사실 펠리시아의 저 한숨은 내 설명하고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

    생각해봐. 펠리시아하고도 안 한 지 꽤 오래 지났잖아?

    당연히 펠리시아는 상당히 욕구불만 상태였고, 설명하기에 앞서 자연스럽게 한 판 하게 됐다는 얘기다.

    즉, 저 한숨은 단순히 대답에 앞서서 숨을 고르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애초에 아직도 나랑 이어져 있는 상태니까, 숨도 안 고르고 대답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좋아. 얘기해둘게."

    그리고 너무나 간단하게 펠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당연한 얘기이기는 하지만, 역시 쉽구나. 이게 바로 인맥의 힘이라는 건가. 아니. 그런 걸 노리고 펠리시아하고 이런 관계가 된 건 아니지만.

    "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허리를 움직이려고 했던 나였지만, 펠리시아는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듯 진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봤다.

    얘가 이런 표정을 지을 때는 꼭 별 시답지 않은 전개로 흐르게 되는데 말이야.

    "자기가 며칠에 걸쳐서 마음먹고 조교를 했는데도 안심하지 못하다니. 자기 많이 죽었네? 아니면 그 여자가 그렇게 굉장해?"

    역시나 이렇게 되나.

    일단 급한 불은 껐으니, 펠리시아는 나랑 장난이 치고 싶어진 모양이다.

    뭐, 옛날 같았으면 급한 불이 꺼지든 말든 계속해서 섹스만 하고 싶어 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장난치는 것도 귀엽기는 하지만. 나하고는 이제 섹스 이외의 시간도 즐기고 싶어 한다는 얘기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완벽하게 조교 끝났다고. 감시하는 건 어디까지나 보험이야. 보험."

    뭐,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아닌 건 아닌 거다.

    감히 다른 것도 아니고 서방님의 섹스 실력을 의심해?

    "흐으응······정말로······?"

    욱해서 대답하는 내가 재미있다는 듯, 펠리시아는 더더욱 요망한 미소를 지으며 놀리듯이 말을 끌었다.

    "당연하지. 조교가 끝난 게 아니었으면 애초에 풀어주지도 않았어. 그 녀석은 이제 몸도 마음도 나한테 떨어졌어. 아무리 겉으로 멀쩡한 척하고 있어도, 내가 명령만 내리면 꼼짝도 못 할 걸."

    참고로 말하지만, 이건 과장도 뭣도 아닌 사실이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렇게 확실하지 않았으면 풀어주지도 않았다고.

    몇 날 며칠 동안 미리엘한테 붙어있었다고 해서, 더 조교 하지 못 할 만큼 내 정력이 떨어졌던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몸도 마음도 완벽하게 조교가 끝난 상태였고, 조교를 끝내기 직전에는 마지막 확인으로······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튼, 조교는 말 그대로 완벽했다.

    "흐, 흐으응······그렇구나······. 그렇게나······?"

    과연 이런 말까지 들으면 조금 질색하게 되는지, 펠리시아는 아까보다 조금 어색한 미소로 그렇게 말을 흐렸다.

    아니. 이건 질색했다기보다는······.

    "너 혹시 흥분했냐?"

    "아하하. ······조금?"

    진짜냐. 아무리 그래도 너무 솔직하잖아.

    뭐, 원래부터 자기가 잘 안 당해본 플레이에 흥분하는 녀석이었고, 확실히 잘 안 당해본 플레이 중에는 내가 고압적인 태도로 명령을 내리며 하는 플레이도 들어가 있었다.

    그러니 꽤나 하드한 조교를 상상하고 흥분했다고 해서 딱히 이상할 건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다른 여자와 몇 날 며칠 동안 몸을 섞었다는 얘기를 듣고도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이런 반응이라니. 얘도 진짜로 보통 사람들하고 사고방식이 다르기는 다르단

    말이야.

    펠리시아가 이런 성격인 덕분에 실비아하고 셋이서 그런 플레이도 즐길 수 있었고, 그게 물꼬를 터줘서 사라하고 레이아도 동시에 즐길 수 있었으니, 나로서는 고맙기 그지없는 성격이지만.

    "왜? 너도 당하고 싶어? 조교."

    아무튼 그건 그렇고, 지금은 펠리시아와의 플레이다.

    그렇게 고마운 우리 공주님이 하고 싶어 하는 플레이라면, 해드리는 게 인지상정이지.

    "아, 안 돼. 그런 거. 나 일단은 공주니까."

    당하고 싶어.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지만, 펠리시아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의외로 정반대의 것이었다.

    물론 말만 저런 식으로 하고, 행동으로는 엄청나게 날 유혹하고 있었지만.

    힐끔힐끔 눈짓을 준다든가, 가슴 위에 손가락을 대고는 빙글빙글 돌린다든가, 음부를 꾸욱 꾸욱 조인다든가 하면서.

    이 요망한 서큐버스 녀석······남자가 어떻게 하면 더 좋아하고 더 흥분하는지 본능적으로 너무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즉, 싫어하는 자기를 억지로 조교 해달라는 얘기지?

    "하긴. 벌써 나랑 이런 관계라고 해도, 그냥 사랑하는 사이인 것하고 조교 당해서 어떤 명령이든 들어버리게 되는 것 하고는 차이가 크니까. 공주님이 그렇게 되어버리면 국가 중대사지. 응."

    하지만 펠리시아야. 사람을 놀리는 건 너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정말?"

    대체 얼마나 실망한 건지, 펠리시아는 마치 "자기가 나한테 이럴 줄 몰랐어! 이 여자 마음도 모르는 둔감남!"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조금 전까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달달하게 자기라고 하던 애가 갑자기 저런 표정으로 저렇게 목소리를 내리까니 살짝 섬뜩하기까지 할 정도였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응? 그런 의미로 한 말 아니었어?"

    "······맞지만."

    "실은 하고 싶었지?"

    "그러니까······."

    대체 하려는 거야 말려는 거야?

    펠리시아가 그런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려 했을 때, 나는 갑자기 말투를 바꿨다.

    가볍게 장난치는 말투에서, 무거운 명령조로.

    너무 놀리기만 하면 미안하니까 말이야. 슬슬 이쯤 놀리고, 진짜로 해주지 않으면.

    "하고 싶으면 부탁해."

    "······읏?!"

    그리고 그 순간, 펠리시아의 음부가 꾸우욱 조이며 반응을 해왔다.

    "하, 하고 싶은 거 아니라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나 일단 공주······."

    하지만 그렇게 몸으로는 반응하면서도, 펠리시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물론 저것도 본심은 아니고, 그냥 아까 하던 상황극을 이어서 하는 것에 불과하다.

    얘도 눈치가 엄청 빠르니까 말이야.

    즉, 펠리시아의 이런 태도를 무너뜨리는 플레이를 하자는 얘기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나는 그런 펠리시아의 말을 자르고, 일부러 펠리시아의 하복부를 손끝으로 쿡 찌르면서 동시에 절정 속박을 걸었다.

    물론 절정 속박에 이런 사전 동작 같은 건 전혀 필요하지 않지만, 이러는 게 왠지 더 조교 당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어?

    그런 의미로 그렇게 불필요한 동작까지 하면서 절정 속박을 걸어주고 나서, 나는 펠리시아의 허리를 두 손으로 꽉 움켜잡고는 위아래로 강하게 흔들었다.

    "흐으으읏!?"

    이미 한 번 일을 치르고 난 직후라 풀릴 대로 풀려있던 펠리시아의 몸이었기 때문에, 그 단순한 상하 운동만으로도 펠리시아의 몸은 바로 무너져내렸다.

    평소라면 이대로 곧장 절정에 달해버렸겠지만, 지금은 절정 속박에 걸려서 그럴 수도 없겠지.

    정확히 펠리시아가 위화감을 느낄 정도까지만 허리를 흔들어준 다음, 나는 그 허리에서 손을 뗐다.

    "이, 이건······."

    그러자 자신의 하복부, 아니. 전신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에, 펠리시아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얘하고는 성욕을 풀어주러 오는 관계였던 만큼, 절정 속박을 써본 적이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절정 속박이 뭔지 알고는 있겠지만, 그 감각에 익숙하지는 않겠지.

    "모르겠어?"

    "아흣······."

    내가 조금 전에 찔렀던 펠리시아의 하복부를 다시 한번 콕콕 찌르자, 펠리시아는 섹시하게 몸을 뒤틀며 신음을 흘렸다.

    "자, 자기······? 나······."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리려 한 펠리시아였지만, 그보다 내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아직도 하고 싶다는 말이 안 나오네. 아직 부족한가."

    "으, 응? 잠깐. 자······흐으읏?!"

    그렇게 해서, 오늘은 펠리시아의 성욕을 조교 플레이로 풀어주게 된 나였다.

    "하앗······하앗······자, 자신할 만······으응······하네······."

    조교 플레이가 일단락되고 나서, 펠리시아는 내 몸 위에 축 늘어진 채로 숨을 몰아쉬며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응? 자신? 뭐가?"

    "하읏······잠깐······움직이지······하아······그러니까······아라크네의 클랜장."

    "아아······."

    그러고 보니, 조교 플레이를 하게 된 계기가 미리엘 얘기였지. 펠리시아와의 행위에 푹 빠져서 도중부터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하지만······.

    "고작 이걸로 미리엘이 당했던 조교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것 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한데."

    "그, 그렇게나? 정말, 앞으로는 주인······자, 자기한테 함부로 장난도 못 치겠네."

    "너 지금 주인님이라고 했지?"

    "자, 자기도 참! 잠깐 말이 헛나온 것뿐이잖아. 놀리기는······."

    제 아무리 펠리시아라도 방금 전 실수는 조금 부끄러웠는지, 펠리시아는 얼굴을 아까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새빨갛게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다.

    얘가 이런 표정을 보이는 건 진짜로 드물다 보니 괜히 더 놀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펠리시아. 지금 설 수 있겠어? 할 수 있으면 몸 좀 일으켜봐."

    "응? 왜?"

    대화하면서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나는 펠리시아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

    방금까지 치러졌던 조교 플레이의 영향으로 펠리시아는 완전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나른한 몸을 일으켜서 어떻게든 내 위에 걸터앉은 자세로 상체를 들어줬다.

    그리고 그런 펠리시아를 바라보면서, 나는 오랜만에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했다.

    아니. 딱히 펠리시아의 성감대를 몰라서 이걸 쓰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성감대를 너무 잘 알아서 문제였다.

    워낙 느끼는 데가 많다 보니, 어디가 제일 느끼는 건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레이첼 누님도 사도 임명을 마쳤으니, 슬슬 얘도 사도 임명을 해줘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 얘도 전통에 따라 제일 느끼는 성감대에 사도 인장을 박아주기 위해서, 섹스 애널라이즈를 통해 가장 밝게 빛나는 부분을 찾아내겠다는 생각이었다. 생각이었지만······.

    "이 요망한 서큐버스 같으니라고!"

    "아응?! 가, 갑자기 왜 그래?!"

    섹스 애널라이즈를 켜고 펠리시아의 전신을 훑어본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펠리시아의 가슴을 꽉 움켜잡고 호통을 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녀석, 전신이 전부 핑크색으로 빛나고 있잖아!

    그것도 어디가 더 밝고 어디가 덜 밝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전신이 똑같은 밝기로 찬란하게 빛나는 중이었다.

    즉, 몸 어디로든 똑같이 느끼는 진짜배기 색정광이라는 얘기다.

    진짜 자기 소꿉친구랑 어떻게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르냐.

    이렇게 많으면 어디 한 군데라도 좋으니까 실비아한테도 성감대 하나 정도는 양보해줘라.

    뭐, 그게 가능하면 처음부터 고생도 안 했겠지만.

    "으으으으음······."

    "으흣······자, 자기······?"

    계속해서 펠리시아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 생각에 빠진 표정을 짓자, 펠리시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내 얼굴을 엿봤다.

    성감대가 없어도 문제지만, 너무 넘쳐나도 문제네.

    대체 어디에 사도 인장을 새겨야 좋은 거지?

    "에잇! 모르겠다!"

    "꺅?!"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는 그냥 포기하고 펠리시아의 몸이나 꽉 끌어안아서 그 감촉을 즐기기로 했다.

    이건 조금 시간을 들여서 고민해봐야겠어.

    펠리시아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 급하게 사도 임명을 할 필요도 없잖아?

    그리고 어차피 어젯밤에 레이첼 누님한테 막 사도 임명을 하고 온 거라서, 텀을 주지도 않고 바로 또 펠리시아한테 사도 임명을 하면 왠지 감동이 옅어질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래. 처음부터 인장 위치만 파악하고 임명은 나중에 할 생각이었으니, 딱히 문제 될 건 없어.

    그렇게 자기 자신을 위안하면서, 나는 전신에 느껴지는 펠리시아의 감촉을 즐겼다.

    "자기······?"

    펠리시아는 끝까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었지만, 지금 설명하는 건 재미가 없지.

    이런 건 나중에 즐기기 위해 남겨두자.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51화 > 끝

    ⓒ Curtain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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