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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950화 (934/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50화 >

    좋았어!

    눈앞에 떠오르는 인장 설정 화면을 바라보면서, 나는 무심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누님에게는 들키지 않게 표정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으으응······?"

    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누님은 절정의 여운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와중에도 내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해내셨다.

    "풀어진 표정마저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거야? 다시 한번 키스하자. 입술 내밀어."

    "아흣······으음······읏······!"

    뭐, 귓가에 잔뜩 입김을 불어 넣으며 그렇게 속삭여주는 것으로, 간단하게 누님의 머릿속을 비워버릴 수 있었으니 문제는 없지만.

    이런 건 예고 없이 갑자기 해줘야 감동이 배가 되는 것 아니겠어?

    그래서 이렇게 키스로 누님의 주의를 끌면서, 나는 절정의 여운을 길게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허리로 원을 그렸다.

    그리고 그렇게 몸을 움직이면서, 나는 누님의 몸을 천천히 스캔했다.

    역시 누님도 성감대에 새겨주는 게 제일이겠지?

    실비아나 마틸다 같은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전부 성감대에 새겨줬으니까.

    음. 역시 전통은 중요하지. 그리고 누님의 최고 성감대라고 하면 역시······.

    "아읏······."

    나와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 누님의 입술에서 억지로 입술을 떼고, 나는 누님의 긴 귀로 시선을 돌렸다.

    응. 역시 여기밖에 없지.

    세계 유일의 순혈 엘프 주제에 엘프 특유의 긴 귀가 성감대가 아닌 누구 씨와는 달리, 이 누님은 진짜로 긴 귀가 무척이나 민감하시니까.

    안내원을 하실 때 단정하게 틀어 묶은 머리카락으로 귀를 가리는 것도, 혹시 너무 민감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레이첼 누님 하면 귀보다 코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성감대가 아니라 냄새 페티쉬라는 성벽이니까. 성감대와 성벽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도, 그리고 바넷사도 성벽이랑은 상관없이 말 그대로 몸에서 제일 민감한 부위에 사도 인장을 새겨줬으니까.

    실비아는 몸에 성감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성벽과 연관 지어 이마에 새기게 됐지만, 누님은 성감대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럴 필요 없잖아?

    뭐, 아무튼 그런 의미로, 나는 누님의 귀에 사도 인장을 새기기로 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세부 위치 조정이지.

    "누나."

    "읏······으응······?"

    내가 다시 누님의 귓가에 입김을 불어 넣으며 부르자, 겨우 절정의 여운이 끝나고 느긋하게 허리를 돌리며 부드러운 쾌감에 잠겨있던 누님이 다시 한번 몸을 바르르 떨었다.

    "뒤로 돌아봐."

    "하읏······후훗. 이번에는 그렇게······하고 싶은 거니······?"

    조금 장난스러운 느낌의 미소와 함께 마지막으로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 누님은 빙글하고 몸을 돌렸다.

    이제는 내 몸뿐만 아니라 누님의 몸도 전부 오일 범벅이 되어있어서, 누님은 미끄덩거리면서 순식간에 자세를 바꿀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내 눈앞에는 누님의 새하얗고 깨끗한 등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누님이 어느샌가 수영복을 벗어 던진 건 아니다. 이렇게 엉덩이의 절반 1/3 정도는 제대로 수영복에 감싸여 있으니까.

    다만 수영복 자체가 워낙 등이 깊게 파여 있어서 뒷모습만 보면 거의 안 입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나는 무심코 눈앞의 움푹 파인 등골을 따라 검지로 쭈욱 훑어버렸다.

    "흐으으읏······!"

    이미 나와의 섹스로 전신이 민감해진 누님은 그것만으로도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반응해줬고, 그 반응에 신이 난 나는 검지를 끝까지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수영복에 감싸인 누님의 엉덩이골에 집어넣어서 수영복을 가볍게 잡아당겼다가 튕겨주자 누님의 탄력 있는 푸딩처럼 흔들렸고, 한 박자 늦게 누님의 몸 전체가 바들하고 떨렸다.

    "아흣! 무, 뭐하는 거니······?"

    조금 놀라기는 한 모양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패닉 상태까지는 되지 않는다는 듯, 누님은 피식하고 웃으면서 고개를 뒤로 돌려 내게 가볍게 눈을 흘겨 주셨다.

    "아니. 조금 감동에 젖어서."

    "감동이라니······아흥······?! 가, 갑자기 그러면 놀라잖니."

    나는 그런 누님께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 두 손을 누님의 등에서부터 겨드랑이 사이를 지나 앞쪽까지 미끄러뜨렸다.

    손에 묻은 오일을 이용해서 미끌미끌 수영복 안으로 파고들며 앞으로 가자, 누님의 몸에 딱 맞는 수영복이 내 손등 위로 착 감기면서 손바닥 안에 들어온 누님의 가슴 감촉을 더욱 생생하게 전해주게 됐다.

    "이런 것도 왠지 신선하네."

    "그렇······으흣······잠······으흣······?!"

    그 상태에서 손바닥에 힘을 주지 않고 오일을 이용해 손을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자, 누님의 가슴 위를 미끌거리면서 지나가는 와중에도 수영복 때문에 그 가슴이 내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라 뭔가 신선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누님 역시도 힘이 들어가지 않은 내 손가락이 누님의 유두를 미끄러지며 차례차례 스치고 지나가는 감각이 무척이나 기분 좋으셨던 모양이다.

    아직 허리 쪽은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누님은 벌써부터 다시 엉덩이를 움찔움찔 움직이면서 절정에 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차. 모처럼 깜짝 선물을 준비해 놓고 이런 걸로 느끼게 하면 안 되지.

    그리고 그제야 나는 내가 뭣 때문에 누님을 뒤로 돌게 했는지 생각해냈다.

    누님의 뒤태가 너무 멋져서 한순간 정신이 팔려버리고 말았어.

    "누나."

    "아흣······으응······?"

    "잠깐 간단하게 머리 좀 한데 모아줄래?"

    원래는 내가 했어도 됐지만, 이렇게 누님의 수영복 안에 손을 집어넣고 착 감겨오는 가슴 감촉을 만끽하고 있자니 도저히 손을 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머, 머리······?"

    "응."

    누님은 갑작스러운 내 부탁에 조금 당혹해하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손을 들어 올려서 자신의 머리를 쓸어모아 한데 포니 테일 형식으로 붙잡아주셨다.

    "그래. 그렇게 귀를 가리는 머리도 전부 쓸어모아서. 아, 들어 올려서 뒷목도 제대로 보이게 해줘."

    "이, 이렇게 말이니······?"

    너무 상세한 내 부탁에 뭔가 부끄러워졌는지, 누님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내 부탁은 착실히 들어주시는 게 바로 누님이었지만.

    "응. 완벽해."

    완전히 드러난 등에 이어서 새하얀 뒷목까지 드러내게 된 누님.

    그리고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팔을 위로 올리면서 자연스럽 드러난 새하얀 겨드랑이까지.

    너무도 완벽한 모습에, 나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 뒷목에 뭘 할 생각이니······?"

    "뭔가 해줬으면 좋겠어?"

    "그런 말이 아니······아읏?!"

    부끄러워하는 누님의 모습이 너무 귀여우셔서, 나는 무심코 장난을 치며 누님의 겨드랑이부터 어깨를 지나 뒷목까지 쪽쪽 가볍게 버드 키스를 해줬다.

    "구원이는······이런 게 좋은 거니······?"

    "아니. 아니야. 이런 걸 하려던 게 아니야. 그러니까 팔 내리지 마. 물론 좋아하는 건 맞지만. 누나 몸이라면 어디든 다 좋아."

    "정말······."

    사도 임명을 해야 하는데 계속 탈선을 하게 되네.

    이것도 전부 누님이 지적인 미모를 뽐내시면서도 내 어리광을 다 받아주시면서 귀엽게 행동하시는 탓이야.

    아무튼 마음을 다잡고, 나는 이번에야말로 사도 인장의 위치를 조정하기로 했다.

    중앙의 하트는 누님의 뒷목, 이렇게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위치에 조그맣게. 그리고 양옆의 날개는 크게 길게 만들어서 누님의 기다란 귓등을 타고 펼쳐지는 느낌으로.

    거기에 색깔도 새하얗게 지정해주니, 귓등에 날개 모양의 장식을 단 느낌으로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누나."

    그렇게 설정을 전부 끝마치고, 나는 마지막으로 사도 인장을 새기기에 앞서 누님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응······?"

    "사랑해."

    그리고 가볍게 누님의 귓불을 빨면서, 드디어 누님에게도 사도 임명을 해줬다.

    "후훗. 갑자기 어리광······아흥······정말······으흐흐흣?!"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머리를 한데 모아 잡고 있던 두 손을 황급히 귀로 가져가 앞으로 접으면서, 누님은 그대로 절정에 달해버리고 말았다.

    "으흐응······흐읏······!"

    하지만 절정의 쾌감으로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누님은 동그랗게 뜬 눈을 내 쪽으로 향했다.

    아랫입술을 섹시하게 깨문 채 신음을 흘리고 있느라 말은 못 했지만, 그 눈은 이 감각의 정체가 뭔지 내게 묻고 있었다.

    "다른 애들한테 얘기는 많이 들어보지 않았어? 이게 사도 임명이야. 나랑 마음속 깊이 이어졌다는 증거."

    "아, 아아아······."

    그렇게 말하면서 누님의 목덜미에 키스를 해주자, 누님의 몸의 떨림이 갑자기 뚝 하고 멈췄다.

    아니. 멈췄다기보다는, 조금 더 잘고 가늘게. 쾌감으로 떨릴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누, 누나?"

    "······훌쩍."

    내 부름에 대답하는 대신, 누님은 귀를 덮었던 손을 눈 쪽으로 가져가 비비며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다.

    "우, 울 정도로 기뻤어?"

    이 질문에도, 대답하는 대신 고개만 끄덕이는 누님.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절정의 쾌감조차 눈물로 덮어 써버릴 정도로 기뻐하시다니.

    "······그치만, 그치만 나······. 쭉 나만 안 해주니까.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 줄 알고······."

    하긴. 누님은 나랑 맺어지고 나서 사도 임명이 되기까지의 기간이 유독 길기는 했지.

    애초에 나랑 맺어지는 과정 자체도 제일 길었던 누님이니만큼, 내색만 하지 않았을 뿐 마음고생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준비가 조금 오래 걸린 것뿐이야."

    물론 누님의 심리적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아서 지연됐던 것이니, 따지고 보면 누님한테 문제가 있었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눈치 없게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내뱉을 리가 없잖아?

    나는 손으로 가볍게 누님을 토닥여주면서, 그런 말로 누님을 달래줬다.

    "구원아아······."

    그러자 누님은 눈물을 흘리는 눈을 억지로 반달모양으로 만들며 내 얼굴을 바라봤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억지로 웃어 보이려고 하는 여자 얼굴만큼 아름다운 게 또 있을까?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누님의 그 얼굴을 아름다웠다.

    "응?"

    "토닥여줄······훌쩍. 생각이면. 적어도 가슴에서 손은 빼고······훌쩍."

    아, 아차! 억지로 웃어 보이려던 게 아니라 진짜로 웃음이 터질뻔했던 건가?!

    "미, 미안! 너무 손에 착 감기는 바람에 도저히 떨어지지가 않아서!"

    "응. 훌쩍. 괜찮아."

    망했다 싶었지만, 우리 레이첼 누님의 마음씨는 그 커다란 가슴만큼이나, 아니. 그보다도 더 넓으셨다.

    한 손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옮겨 수영복 바깥쪽에서부터 안에 들어가 있는 내 손등 위를 덮어주시고, 나머지 한 손은 살며시 들어 올려 내 뺨을 가볍게 받쳐주신 후, 누님은 그대로 내 입술에 키스를 해왔다.

    그렇게 길고 긴 키스가 이어졌다. 누님의 눈에서 눈물이 멈출 때까지 계속.

    "하지만 곤란하네······."

    그렇게 기나긴 키스가 끝난 후, 겨우 입술을 뗀 누님은 살짝 수줍게 미소 지으면서 갑자기 그런 말을 중얼거리셨다.

    "응? 뭐가?"

    "나, 일할 때는 쭉 귀를 가리고 있었잖니? 이제 드러내고 다니는 게 좋은 걸까?"

    고개를 갸웃하면서 고민하는 누님의 모습은 아름다우셨지만, 그 내용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니. 딱히 드러내면 곤란한 부위도 아니니까 별로 문제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괘, 괜찮겠어?"

    "왜 그렇게 놀라니?"

    "아마 이것도 다른 애들한테 들어서 알겠지만, 그거 성감대 표시······."

    "얘는 정말!"

    아무리 마음이 넓은 누님이라도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는지, 누님은 자신의 수영복 위로 내 손등을 가볍게 꼬집었다.

    나 때문에 분위기가 확 깨져버린 건 인정하겠지만 말이야, 그런 생각부터 드는 건 어쩔 수 없잖아. 다들 비슷한 이유로 가리고 다니니까.

    유일하게 이마에 있는 실비아만 머리카락 사이로 힐끔힐끔 보이지만, 워낙 색을 옅게 설정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데다가, 걔는 애초에 거기가 성감대도 아니고.

    "아, 아니. 미안. 응. 괜찮겠네. 드러내놓고 다녀. 마음껏 드러내놓고 다녀."

    "그런 말을 듣고 나서 드러내놓고 다닐 수 있을 리가 없잖니?!"

    "그럼 나만 볼 수 있게 평소에는 가리고 다녀. 이걸 볼 수 있는 건 나뿐이야."

    드물게도 조금 뿔난 말투의 누님이었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며 귓등에 입술을 맞춰주자 바로 기분이 풀려 버리셨다.

    "정말 분위기 따라가기 힘들다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누님은 다시 한번 내 입술을 찾아서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 주셨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50화 > 끝

    ⓒ Curtain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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