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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946화 (930/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46화 >

    결국 기사회생에 실패한 나는 디아나의 분노를 사서 저택에 돌아오자마자 벌을 받게 됐다.

    물론 내가 하려고 생각했으면 진짜로 노출 플레이를 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자길 감싸준 것만으로도 좋다고 헤실 거리던 애한테 바로 그런 짓을 하는 건 조금 그렇잖아? 아니. 노출 플레이도 디아나 좋으라고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

    야.

    "디아나 누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해?"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봐주지 않을 걸세! 이럴 때만 누나라고 하는 것이 더욱 괘씸하구먼!"

    일단 상황 모면을 위해 누나 카드도 꺼내봤지만, 디아나는 더욱 엄격한 표정을 지으며 흥흥 하고 화를 내기만 했다.

    뭐, 벌을 받고 있다고 해서 딱히 험한 꼴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실 이러고 있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벌의 내용은 단순하다.

    그저 단순히 의자에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 거다.

    단, 내 무릎 위에 디아나가 앉아있었고, 그 디아나가 정체 모를 마법 물품을 만드는 동안 디아나의 몸을 만져서도 안 되고 발기도 하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여서.

    발기야 마나를 돌리는 것으로 막을 수 있으니 상관없지만, 디아나의 몸을 만지는 것도 안 된다는 게 꽤나 고역이었다.

    "적어도 손만이라도 움직이게···."

    "떼끼! 가만히 있게!"

    은근슬쩍 디아나의 허리 쪽으로 손을 옮겨본 나였지만, 디아나는 내 손등을 찰싹찰싹 두드려대며 움직임을 막았다.

    "야한 짓은 안 할 테니까. 응?"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내가 아니었다.

    물론 허벅지 위에서 씰룩이는 디아나의 엉덩이 감촉을 가만히 맛보고 있는 것도 행복하기는 했지만, 인간은 언제나 더 나은 행복을 추구하는 생물 아니겠어?

    "하아···어쩔 수 없구먼. 혹여나 허튼 생각을 품었다가는 가만두지 않을 것일세."

    결국 내 끈질김에 진 디아나는, 또다시 엄격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번에는 몸까지 돌려서 엄포를 놨다.

    그러니까 네가 아무리 그런 표정을 지어봤자 귀엽기만 하다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말을 내뱉고 나서, 나는 곧장 디아나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야한 짓이 금지라면, 손댈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있으니까 말이야. 이번에는 얌전히 디아나의 머리카락이나 가지고 놀기로 하자.

    "···정말로 허튼짓을 안 하는구먼."

    그렇게 디아나의 헤어스타일을 바꿔가면서 놀기를 수십 분. 내가 자기 머리로 뭘 하던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작업에만 열중하던 디아나가 겨우 일이 일단락됐는지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네 낭군님을 뭐로 보고. 이래 봬도 한 말은 지키는 남자라고. 아니면···내가 약속 깨기를 살짝 기대했었어?"

    "그,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또 엄격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디아나였지만, 살짝 상기된 뺨이나 평소와는 다른 양 갈래 머리 덕분에 괜히 더 귀여워 보이기만 했다.

    "하긴. 지금은 아무도 안 보고 있으니까."

    "누가 보고 있고 아니고가 무슨 상관인가아!"

    그런 디아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대답해주자, 결국 디아나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내 이마에 딱콩을 먹였다.

    그러고 나서 자기가 더 아픈지 주먹에 입김을 호호 불면서 눈물을 글썽였지만.

    "농담이야. 농담."

    나는 그런 디아나의 주먹에 키스를 해주고, 이어서 그 뺨에도 쪽하고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아까 말했던 손만 움직여도 된다는 조건을 완전히 무시한 행동이었지만, 디아나도 딱히 내 이런 행동을 지적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저 일부러 짓고 있는 엄격한 표정이 입술에 키스를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해서, 나는 디아나의 입술에도 몇 차례 쪽쪽하고 버드 키스를 해준 다음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뭘 만들고 있었던 거야?"

    "빨리도 묻는구먼···."

    조금 기가 막힌다는 표정의 디아나였지만, 이내 "후훙." 하고 없는 가슴을 내밀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자기 작품을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도 물론 있겠지만, 역시 입술에 키스를 해줘서 아까보다 더 기분이 좋아진 건지도 모른다.

    하여간 키스하는 건 엄청 좋아한다니까.

    "마나 스캔의 범위를 증폭시켜주는 보조 장치일세. 이것을 사용하면 지금보다 두 배는 넓은 범위를 한 번에 스캔할 수 있을 걸세."

    뭔가 굉장한 물건을 만들고 있나 싶었더니, 의외로 평범하게 편리한 도구였다.

    아니. 디아나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내가 지식이 없어서 평범하게 느끼는 것일 뿐, 생각보다 굉장한 물건인 건지도 모르겠지만.

    "자네, 던전에서 구미호를 만났지만 도망가버렸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것을 이용해서 마나를 스캔하면 그 구미호 처자의 행방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을 걸세. 그리고 그 이후로도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일이 있지 않겠는가."

    과연. 그런 이유로 갑자기 이런 걸 만들었던 건가.

    그렇다면···.

    "두 배라는 건, 지금의 디아나 기준인 거야? 아니면 누구든 상관없이 사용자 기준 두 배라는 거야?"

    "음? 물론 사용자 기준 두 배이네만."

    "그러니까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그 보조구의 효율이 달라진다는 얘기지?"

    "음. 제대로 이해했네. 역시 자네도 통찰력이 뛰어나구먼."

    내 정리에, 디아나는 잘했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줬다.

    하지만 디아나야. 그냥 칭찬만 하고 끝날 일이 아니잖아.

    "다시 말해서, 디아나의 레벨만 올리면 완벽해진다는 거네."

    "···우긋."

    내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디아나도 드디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자세 그대로 굳어져 버린 디아나에게 진한 미소를 지어주면서,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같이 던전에 가는 파티 멤버 중에서 유일하게 250레벨이 안 되시는 대마법사님."

    사실 효율만 놓고 보면 다른 누구보다도 디아나가 250레벨을 찍는 게 제일 효율이 좋았다. 디아나는 250레벨이 되고 스탯 한계가 풀리는 순간 또 스탯이 무지막지하게 올라갈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도 아직까지 던전에 가는 멤버 중 유일하게 디아나만 250레벨을 못 찍고 있었던 거다.

    뭐, 디아나가 그때 도망간 이유는 텔레포트 마법진과 마나 변환기를 만들기 위해서였고, 결과적으로 그게 큰 도움이 됐으니 좋은 게 좋은 거지만.

    "어, 어쩔 수 없지 않았는가. 사라양이나 레이아양, 실비아양은···합!"

    디아나도 일단 그때 사라와 레이아에게 맡기고 도망갔다는 자각은 있는지 살짝 눈을 피하며 변명하려고 했다.

    도중에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은 듯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내 눈치를 살폈지만.

    "그래. 레벨 업을 위해 3P까지 마다치 않는 과감함을 보였지. 왜? 디아나도 그렇게 하려고?"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슬그머니 한 손을 디아나의 허벅지 바깥쪽으로 가져가서 천천히 쓰다듬었다.

    아까의 키스는 그래도 야한 행동은 아니니만큼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 이건 디아나가 제대로 벌을 받으라고 화를 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행동이다.

    "아으···아, 안 돼네에···."

    하지만 디아나는 누군가와의 3P를 머릿속으로 그려본 건지 아니면 그냥 허벅지를 어루만져지는 감촉이 기분 좋은 건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내 손길에 아무런 저항도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그러는 편이 효율 좋잖아?"

    이번에는 조금 더 대담하게.

    나는 허벅지 바깥을 쓰다듬던 손을 살며시 위로 올려서, 손끝을 디아나의 치마 안으로 살짝 집어넣었다.

    "흐응···효율은···이 몸···."

    아직 팬티까지는 닿지 않는, 허벅지와 엉덩이의 사이. 그곳을 손끝으로 스칠 듯 말 듯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드디어 디아나의 입에서 달콤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날 올려다보는 그 시선도 점점 더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어서, 이대로 분위기를 잡고 밀어붙이면 정말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응···."

    그래서 나는 그런 디아나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얘기해줬다.

    "그렇지. 어차피 이제 레벨 업이 급한 것도 아니고. 우리 디아나랑 섹스하는데 효율 따져가면서 할 수는 없지."

    "우, 으응? 핫! 어, 어딜 만지는 겐가! 자네는 아직 벌 받는 중일세! 아직 반성을 못 한 모양이구먼!"

    내가 그렇게 분위기를 깨버리자, 디아나는 마치 최면에 빠져있다가 깨어나기라도 한 사람처럼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호통을 쳤다.

    하지만 표정만 억지로 화난 것처럼 지어 보였을 뿐, 디아나의 모습에서는 전혀 위엄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리 사이를 미묘하게 비비며 두 손을 모아 치마 밑자락을 꼬옥 움켜쥐고 있는데, 위엄 같은 게 느껴질 리가 없지.

    "상관없잖아. 어차피 디아나도 할 일은 끝나지 않았어?"

    "이 몸이 할···응···일이 끝났···쪽···자네 벌이···우응···그때까지만이라고···에에잇! 말하려 할 때마다 키스하지 말게!"

    내가 아무리 쪽쪽하고 입술을 맞춰대도 무시하고 날 혼내려 했던 디아나였지만, 도저히 말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자 결국 참지 못하고 버럭 호통을 쳤다.

    "키스하지 말라고?!"

    "읏···이, 이 몸의 말이 끝나고 하게!"

    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자 곧바로 말을 바꿨지만.

    아까 그런 분위기가 됐었는데도 아직 내 허벅지 위에 앉아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거다. 그런 디아나가 진짜로 키스를 거부할 리가 없지.

    "······."

    "······."

    하지만 디아나의 그 호통을 계기로, 우리 사이에는 살짝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말았다.

    디아나는 그 사이에 묘하게 움찔움찔 거리면서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더니, 결국 먼저 입까지 열어버리고 말았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겐가?"

    아무래도 내가 갑자기 침묵하자 불안했던 모양이다.

    나로선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응? 아니. 디아나 말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다 끝나면 키스하려고."

    "하, 할 말은 진즉에 다 끝났네!"

    내 대답에 디아나는 괜히 혼자 울컥한 것처럼 호통쳤지만, 그거. 빨리 다시 키스하라고 돌려 말하는 거지?

    "그래? 그럼 사양 않고."

    "우응···."

    내가 우리 대마법사님의 명을 거스를 수 있을 리가 없어서, 나는 곧바로 디아나의 입술에 입술을 맞춰줬다. 아까와는 달리, 이번엔 조금 진하게.

    그렇게 진한 키스를 마치고 입술을 떼자, 이미 디아나의 표정은 몽롱하게 녹아내려 있었다.

    키스의 여운이 대체 얼마나 남아있는 건지,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도 그 귀여운 입술 사이로 혀끝이 빼꼼 나와 있을 정도였다.

    "햐응!"

    그런 디아나의 혀끝에 나도 혀만 내밀어서 가볍게 핥아주고 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디아나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올려 이동을 시작했다.

    여기는 침대가 없으니까 말이야. 오랜만에 디아나와 살을 겹치는 건데, 그냥 맨바닥에서 할 수는 없지.

    디아나도 별다른 저항을 보이지 않고, 가만히 내게 안겨서 자신의 몸을 맡겼다.

    "이런 식으로 안겨가니 부끄럽기는 하구먼···."

    살포시 얼굴을 붉히고, 가슴 앞에서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이런 말을 중얼거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뭘 새삼스럽게 그래? 그냥 낭군님이랑 알콩대는 거잖아."

    "그, 그래서 부끄러운 걸세···."

    아니. 남들 앞에서 너랑 이러는 게 한두 번도 아니잖아.

    최근에는 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업고 다닌 적도 많고, 식당에서도 심심하면 내 앞에 앉거나 하고. 그러니까 이제 와서···아, 그런가. 하긴. 아까 저택에 돌아와서 연구실에 들어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날 혼내고 있었지. 물론,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도 다 봤었

    고.

    들어갈 땐 그렇게 엄한 표정으로 혼내던 애가 나올 땐 얼굴이 풀어진 채로 내게 안겨있는 모습을 보이는 거니, 그야 조금 부끄럽기는 하겠네.

    "아으···."

    진짜로 부끄럽기는 부끄러운지, 디아나는 지나가면서 메이드를 만날 때마다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메이드들의 반응은 평소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래도 디아나에게는 위안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메이드를 한 명 한 명 지나칠 때마다 얼굴이 점점 더 새빨개지더니, 디아나는 결국 그 긴 귀가 끝까지 완전히 빨개져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고 그대로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야. 최고 연장자님. 하는 행동이 너무 귀여운 거 아니냐?

    "디아나. 그렇게 가슴을 빨면···으읍! 미안···읍. 농담이라니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운 나머지, 나는 무심코 그런 장난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평소라면 화들짝 놀라서 "이, 이 몸이 언제 자네 가슴을 빨았는가아!" 같은 소리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디아나는 내 가슴에 파묻은 얼굴을 도저히 들 수 없는 모양이었다.

    결국 디아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얼굴은 내 가슴에 파묻은 채로 손 하나만 들어 올려 손바닥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 마구 문대는 것이었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46화 > 끝

    ⓒ Curtain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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