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42화 >
결국 미리엘이 돌아가고 나서도 구박은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모든 의문이 풀린 것은 물론 제일 골머리를 썩이던 아라크네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홀가분했다.
우리 애들의 구박을 적당히 장난으로 받아주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을 마칠 수 있었다.
저택에서 저녁을 마쳤으면 이제 남은 일과는 하나뿐.
며칠 동안 미리엘과 있느라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7계층으로 향하기 전에 급하게 레벨을 올린다면서 여러모로 꼬였었다.
드디어 안정을 되찾아 원래 순서대로 우리 애들이랑 같이 보낸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3P 등 자극적인 것도 좋지만, 역시 한 명하고만 진득하게 사랑을 담아서 하는 게 좋아.
뭐, 시간이 흐르고 나면 또 하렘 플레이 같은 게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아!"
그렇게 생각한 건 마틸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방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마틸다는 내게 안겨들며 진한 키스를 해왔다.
마틸다는 던전에 따라가지 못하게 된 만큼 괜히 죄책감 같은 걸 느끼고 있어서, 레벨업이 필요한 다른 애들한테 순서를 양보하고 있었으니까.
오랫동안 참아왔던 만큼 방에 들어오자마자 핑크빛 모드를 제어할 수 없게 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마틸다의 키스를 받아줬던 나였지만, 아무래도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하음······아아······당시인······."
입으로는 나와 열렬한 키스를 주고받으면서도, 마틸다의 손은 바쁘게 움직이며 내 옷을 차례차례 벗겨나갔기 때문이다.
핑크빛 모드가 된 마틸다가 나와의 행위에 적극적인 건 항상 있는 일이지만, 지금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
평소에는 내가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날 느끼는 게 최우선이고 행위는 그 연장선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키스보다 옷을 벗기는 것에 더 열중하는 느낌이 들었던 거다.
"마틸다?"
"아······당신? 왜 그러시나요?"
그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살며시 입술을 떼어내자, 역시나 마틸다는 핑크빛 모드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쩡해 보였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무슨 일이야?"
평소의 마틸다라면 이런 상황에서 핑크빛 모드가 되지 않을 리가 없다.
나는 그런 확신에 차서 마틸다의 안색을 살폈고, 마틸다도 그제야 겨우 자신이 너무 조바심을 냈다는 걸 알아챘다는 듯 화들짝 놀라서 내 바지에서 손을 뗐다.
"아, 아니에요. 이건······!"
"혹시 쌓여있었어?"
"그런 거 아니에요!"
섹스를 신성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우리 추기경님께서는 그런 오해를 사는 게 무척이나 부끄러운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기까지 했다.
이런 표정은 오랜만에 보네. 요즘은 추기경님다운 모습을 보이거나 아예 핑크빛 모드가 되어버리거나 하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말이야.
극과 극인 모습이지만, 두 모습 다 잘 당황하지 않는다는 건 똑같았다.
이렇게 당황하는 걸 보는 건, 예전에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마틸다는 다른 사람을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고 만나는 사람마다 틱틱댔고, 나는 그런 마틸다를 막 대했던, 그때 이후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그때처럼 괴롭혀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이번엔 그만두자.
마틸다가 이러는 이유를 알 것도 같으니까.
"그래? 그러면······내가 너무 신경 안 써줘서 불안해졌어?"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렇게 느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마틸다한테 신경 써주지 못 했다.
그리고 이런 때에는 내 진심을 직설적인 말로 해주는 게 제일이겠지.
불안하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사랑이 식은 건 절대 아니야. 조금 늦었지만, 지금부터 증명해줄게.
진심을 담아서 그렇게 말해 주려 했던 나였지만, 의외로 마틸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저도 사정은 충분히 알고 있었는걸요. 그리고······그 정도로 불안해질 정도로 당신에 대한 믿음은 약하지 않아요."
"마틸다······."
핑크빛 모드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눈에 사랑을 듬뿍 담아서 따뜻한 미소와 함께 날 바라봐주는 마틸다.
그 미소와 그 대사에 나는 가슴이 꾹 옥죄이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내가 마틸다를 달래주려고 하고 있었는데, 왜 반대로 내가 얘한테 감동하고 있는 거지.
하여간 추기경님이란 직위가 아깝지 않게 말은 엄청 잘한다니까.
"그······으앗!"
너무도 사랑스러운 그 모습에 당장 마틸다의 몸을 끌어안아 들고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하려고 했던 나였지만, 어느새 허벅지까지 내려가 있던 바지가 걸려서 넘어질 뻔했다.
그리고 그 사고 때문에 달달한 분위기에 잠식되어있던 내 머리에 갑자기 이런 의문이 생겨났다.
잠깐만. 하지만 불안한 게 아니었다면, 마틸다는 대체 왜 그렇게 서두른 거지?
"아······!"
내 표정을 보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챘다는 듯,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던 마틸다도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워? 야. 추기경님 너 설마 달달한 말로 대충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던 거야?!
추기경님이 그러면 안 되잖아! 어디서 이상한 걸 배워와서······나한테 배웠겠구나. 아, 아무튼!
"여, 여러 사정이 있었어요!"
"어떤?"
"그, 그게······레이아씨가 성녀가 됐잖아요."
"아아······."
그러고 보니, 얘도 저주 때문에 그 길에서 멀어졌을 뿐 원래는 성녀 후보라고 했었지.
레이아가 먼저 성녀가 되는 모습을 보고 부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게다가 마틸다는 요즘 매일같이 신전에 다니며 성기사 육성에 힘쓰고 있으니, 직업 레벨을 올릴 걱정은 할 필요도 없다.
레벨만 올리면 성녀가 되는 것도 금방일 테니, 빨리 레벨을 올리고 싶어서 그랬다는 건가.
아니. 그래도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데.
자만일지도 모르지만, 성녀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되고 싶다는 생각이, 나랑 키스하는 와중에도 핑크빛 모드가 안 될 정도로 강하다고?
역시 이상해. 그럴 리가 없어. 레이아가 성녀가 된 게 부럽다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분명 뭔가가 더 있을 거야.
아, 그러고 보니.
"그거 말고 다른 사정은?"
"네?"
"여러 사정이 있다고 했잖아."
"그건······."
내가 다시 한번 캐묻자, 마틸다는 더욱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피했다.
역시 뭔가가 더 있었어.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틸다를 지그시 바라보며 압박을 넣자, 마틸다는 시선을 내리깔고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하, 할머님이······."
으, 응? 교황님?! 갑자기 교황님 얘기가 왜 나와?!
"······최근 당신과의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 걱정하셔서······. 제 저주 때문에, 저희가 언제 얼마나 하는지 다 아시니까요······."
"······."
그러고 보니. 나랑 마틸다가 섹스 할 때마다 마틸다의 저주는 해주 되고, 그에 따라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고자들이 하나씩 치료되는 시스템이었지.
즉, 누군가의 발기부전이 치료되는 것으로 우리가 섹스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저주에 영향받은 사람들은 교황청에서 관리하고 있을 테니, 교황님이 모를 리가 없다.
즉, 교황님은 우리가 언제 얼마나 많이 섹스했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거다.
게다가 마틸다는 요즘 매일같이 신전에 다닌다.
짧게 한두 마디 정도라도 매일같이 교황님과 연락을 주고받을 테고, 요즘 들어 섹스를 잘 안 하는 손녀의 연애사가 걱정되어서 교황님이 한소리 했다는 느낌일까?
그런 교황님께 마틸다는 매번 우리 사이는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해오다가, 드디어 나랑 할 수 있게 되자 ‘우리 사이가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주겠어!’ 같은 마음가짐이 되어서 섹스를 서둘렀다는 얘기다.
어쩐지. 요즘 들어서 이런 모습을 거의 안 보여주는 마틸다가 엄청 부끄러워하더라.
나도 새삼 교황님한테 우리 성생활이 다 까발려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지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 사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다, 당신?"
나는 허벅지에 걸쳐진 바지를 황급히 벗어 던지고는, 두 팔로 마틸다의 가녀린 허리를 꽉 끌어안아 올렸다.
그리고는 아까 하려던 것처럼, 그대로 마틸다와 함께 침대로 다이빙했다.
"교황님 입에서 다시는 그런 걱정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겠네."
"자, 잠깐. 당신? 눈이 무서워요?"
"그만큼 진지하다는 뜻이야. 왜 싫어?"
"아아읏······싫지는······않지만요오······."
마틸다를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그 뺨을 쓰다듬자, 그것만으로도 마틸다의 눈동자는 몽롱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그래. 역시 넌 그런 표정이 잘 어울려.
나는 마틸다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해준 후, 엄지를 뻗어서 그 말랑말랑한 입술 감촉을 음미하듯이 지그시 누르며 옆으로 훑어줬다.
"아음······응······."
그러자 마틸다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벌어지면서 내 엄지 끝을 입술 사이로 물고는 더욱 몽롱한 시선을 내게 보냈다.
하지만 나는 매정하게 그 입술을 마저 훑어주고는, 손을 내려서 마틸다의 커다란 가슴을 천천히 더듬었다.
속옷은 물론 추기경복 까지 걸치고 있는 상태라 가슴의 감촉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미 딱딱하게 서 있는 마틸다의 유두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마틸다의 타액으로 젖은 엄지를 이용해 그 유두를 지그시 누르고 비벼주자, 마틸다의 입에서 달콤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흣! 다, 당시인······옷은······."
하지만 이렇게 거의 핑크빛 모드가 된 상태에서도, 추기경님은 추기경님인지 마틸다는 자신의 복장을 신경 쓰는 반응을 보였다.
마틸다가 신전에서 돌아오자마자 곧장 저녁 식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마틸다는 여전히 복잡한 추기경복을 몸에 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님뿐만 아니라 모두한테 우리 사이가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주자고."
하지만 마틸다의 사랑스러운 말로 이미 발동이 걸린 나는 이 복잡한 옷을 벗길 시간조차도 아깝게 느껴져서, 계속해서 추기경복 위로 마틸다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속삭여줬다.
"아으응······하지만······."
딱히 추기경복이 이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 더러워지면 내일은 여벌 옷을 입고 가면 그만이다.
마틸다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틸다는 부끄럽다는 듯 미약한 저항을, 아니. 앙탈을 부렸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오랜만이라, 마틸다는 이 대화를 조금 더 길게 끌고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싫어?"
"당신······그런 건 치사······아으응······쪽."
나도 그런 마틸다의 생각에 어울려주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요망하게 눈을 흘기면서 앙탈을 부리는 마틸다를 보고 있자니 이대로 대화만 하면서 참기 힘들어졌다.
결국 나는 그 입술에 다시 한번 입술을 맞추고,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혀까지 사용하면서 진한 키스를 해줬다.
"으응! 읍! 으흣······으흐으응!"
그러자 그때까지 노곤하게 풀려있던 마틸다의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것 같더니, 결국 덜덜 떨리면서 가벼운 절정에 달해버리고 말았다.
나는 한 손으로는 가슴을, 다른 한 손으로는 허벅지 바깥쪽을 쓰다듬으면서 그 몸이 다시 노곤하게 풀릴 때까지 계속해서 키스를 이어나갔다.
"흐읍······흐응······하읏······하아······."
그리고 겨우 입술을 떼자, 마틸다는 완전히 눈이 풀려서는 상기된 얼굴로 거친 숨만 헐떡이게 됐다.
"실은 정말로 쌓여있었던 거 아니야?"
키스만으로 느껴버린 마틸다를 내려다보면서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봤지만, 이제는 완전히 핑크빛 모드가 되어버린 마틸다는 딱히 부정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전 언제라도······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더 많이 당신을 원하는걸요."
오히려 쌓여있었다는 걸 긍정하는 것 같은 말을 최대한 예쁘고 달달한 말투로 속삭이면서, 마틸다는 그대로 내 목에 팔을 감고 이번에는 자기 쪽에서 진한 키스를 해왔다.
저렇게 말해버리면 나도 할 말이 없잖아. 얘도 은근히 내 장난을 카운터 잘 친단 말이야.
"응······쪼옥. 그러니까 당신······."
"응."
더 장난칠 생각도 없어지게 만드는 마틸다의 달달한 목소리에 이끌려서, 나는 그 치마를 걷어 올리고는 마틸다의 예쁜 두 다리를 드러나게 하였다.
그리고 마틸다의 기본 장비인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착용하고 있는 가터벨트 끈에 가볍게 입술을 맞춰준 후, 속옷을 옆으로 젖히고 그대로 내 물건을 마틸다의 안에 삽입했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42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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