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934화 (918/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34화 >

    내 몸 위로 엎어져서 높이 치켜든 엉덩이를 떨던 미리엘이 상체를 일으켜 세운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다음이었다.

    "······성자님의 매력은 이런 나마저도 한순간 눈을 멀게 하는군."

    방금 그렇게 화려하게 절정에 달해버린 데다가 이런 부끄러운 자세를 하고 있는데도,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여유까지 보여주는 미리엘.

    말하는 것만 들어보면 철면피도 이런 철면피가 없었지만, 이런 녀석이라도 일단 색욕에 눈이 멀어서 남자를 덮쳤다는 게 부끄럽기는 한 모양이다. 위에서 날 덮치고 내려다보는 자세인데도, 미묘하게 나랑 시선이 맞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긴. 내가 좀 잘 생기긴 했지?"

    "하핫."

    내 너스레를 딱히 부정하지도 않고 웃어주는 미리엘.

    "······."

    하지만 그렇게 한차례 농담을 주고받은 후에, 갑자기 묘한 침묵이 방안을 감쌌다.

    자세는 여전히 미리엘이 누워있는 내 위에 올라탄 자세. 게다가 두 손으로 내 머리 양옆을 짚고 있어서, 얼굴끼리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는 자세였다.

    이런 자세를 한 채 묘한 침묵이 계속되니, 그보다 더 어색할 수가 없었다.

    "일단 식사부터 하지?"

    "응? 아, 아아. 그렇군."

    침묵을 깨고 내가 입을 열자, 미리엘은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는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는 짓만 보면 진짜로 내 잘생긴 얼굴에 빠져서 한순간 정신을 놓고 멍하니 본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니겠지. 아마도.

    아니. 밑에서 매력에 포인트를 대거 투자한 만큼 내 외모도 이제는 매혹 효과가 패시브가 붙을 정도로 멋져진 건 맞겠지만, 그래도 미리엘도 레벨이 있는데 설마.

    그리고 미리엘이 방금 보여준 행동의 이유에 더욱 들어맞는 설명도 있고.

    그러니까 미리엘은, 자신이 위에서 덮치고 있는 그 자세에서 비켜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 거다.

    내가 자신을 다시 찾아온 목적은 뻔하니까.

    어쩌면 진짜로 고통을 쾌락으로 느끼게 하는 것보다, 원래의 의미로 조교를 끝마치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는걸.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테이블에 앉는 미리엘의 옆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미리엘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나는 대충 옷을 벗어 던지고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미리엘의 뒷모습을 감상했다.

    정말로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미리엘은 그렇기 때문에 괜히 더 내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성자님은 안 먹는 건가?"

    "난 이미 먹고 왔어."

    "그런가."

    대화를 시작해도 길게 이어지지 못했고, 미리엘은 결국 내 시선을 무시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사실 나도 침묵은 불편했다. 원래는 아무 말이라도 되는대로 막 던지면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는 성격이지만, 왠지 그러다가 더 친해지기라도 하면 조교가 힘들어질 것 같아서 말이야.

    "다 먹었어."

    결국 침묵 끝에 식사를 마치고 나서, 미리엘은 착실하게도 내게 보고까지 해줬다.

    "그러냐."

    "식후에 바로 말인가?"

    내가 이리로 오라고 손짓하자, 미리엘은 또 착실히 이쪽을 향해 걸어와 줬다.

    "그런 걸로 잘못될 정도로 연약한 몸도 아니잖아?"

    애초에 모험가라는 족속들은 식사를 마치고 바로 다시 탐험을 개시하고 전투에 돌입하는 게 일상이다.

    그 모험가 중에서도 최상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미리엘이 이런 걸로 문제가 생길 리가 없지.

    "아니. 성자님이 상대라면 몰라. 그렇게 흐트러진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거든."

    "칭찬해봤자 안 봐준다."

    그런 말로 위기를 모면하고 싶으면 최소한 부끄러워하는 척이라도 하면서 말해라.

    "들켰군."

    미리엘도 딱히 기대는 안 했는지, 어깨를 으쓱하고는 침대 옆으로 다가와 날 내려다봤다.

    "하지만 성자님은 대단하군. 자신을 찌르려고 했던 여자를 이렇게 풀어놓고 있다니."

    "훗. 이것이 바로 그릇의 크기라는 거지."

    "하핫. 확실히.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을 전부 자기 여자로 만드는 건 불가능했겠지."

    아까 내가 잘생겼다고 했을 때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자랑을 전부 다 받아주다니.

    게다가 비아냥거리는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표정이라 더욱 기분이 으쓱해졌다.

    진짜로, 목적만 아니면 성격은 참 호감인 녀석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날 찌르려고 했는데도 이렇게 미운 마음이 안 생기는 거고.

    "그런 것보다 자. 올라타."

    "내가?"

    위를 향해 우뚝 서 있는 물건을 가리키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미리엘은 그제야 살짝 주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래."

    "나는 조교 당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응······."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살짝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도, 미리엘은 내가 말한 대로 내 위에 올라타서 자신의 음부 입구를 내 물건 끝에 맞췄다.

    그리고 각도 조절까지 미리엘 스스로 마친 순간, 나는 미리엘의 허리를 잡아서 한 번에 아래로 내려버렸다.

    "흐으으읏?!"

    식사를 하면서 상당히 오래 쿨링 타임을 가졌지만, 미리엘의 음부는 여전히 촉촉하게 젖어있어서 무리 없이 내 물건을 받아냈다.

    사실 완전히 마른 음부에 억지로 쑤셔 넣어서 고통을 줄 속셈이었는데, 조금 예정이 틀어졌네.

    겉보기에 티는 안 났지만, 그 와중에도 흥분하고 있었다는 건가? 혹시 아까 발버둥 치다 생긴 팔목과 발목의 상처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면, 조금 예정이 틀어졌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잘된 일이다.

    머리 한구석에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미리엘의 말에 대답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맞아. 조교 당하고 있는 거."

    그것도 상당히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지.

    그렇지 않으면 네가 아까 비켜도 될지 고민한 것도, 지금도 도망칠 궁리를 하지 않고 순순히 내 말에 따라서 올라탄 것도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까 움직여."

    "내가?"

    "그래. 네가."

    "방금······으응······조교 당하고 있는 거라고 하지 않았어?"

    아직 허리를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도, 조금씩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하는 미리엘.

    내 배 위를 짚고 있는 손의 손가락이나 쪼그려 앉은 자세로 침대를 딛고 있는 발의 발가락이 미묘하게 꼼지락거리는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새로 생긴 팔목과 발목의 상처가 치료되는 감각이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이것도 조교야."

    "그런······후읏······건가."

    내 말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미리엘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성자님의 것은······상대하기 힘들군······."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미리엘의 허리 놀림은 굉장했다.

    역시 그 아라크네 클랜의 장이라는 말이 나올만한 솜씨였지만,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리엘의 허리 움직임은 오로지 나만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정액을 최대한 기분 좋게 효율적으로 뽑아내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할까?

    섹스는 언제나 경험치를 얻기 위해 했을 테니 이런 움직임이 되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말이야.

    "그게 아니잖아."

    "아흐읏?!"

    내가 손바닥으로 미리엘의 허벅지 안쪽을 찰싹 때리면서 말하자, 미리엘은 몸을 앞쪽으로 숙이며 음부를 꾸우욱 조였다.

    자세상 그 얼굴이 내 얼굴에 아까보다 더 가까이 다가오게 됐고, 그렇기 때문에 아랫입술을 꽉 깨문 미리엘의 표정이 내게는 너무도 잘 보였다.

    종일 그렇게 절정 지옥에 빠졌었던 만큼, 또다시 절정에 달해 그 지옥을 반복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참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앗······하앗······노, 놀랐잖아."

    그런 노력 끝에, 미리엘은 간신히 절정에 달하는 것만큼은 참아냈다.

    하지만 그래도 몸에서 긴장을 풀 수는 없는지, 몸에 힘이 바싹 들어간 상태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입을 여는 미리엘.

    한 대만 더 톡 치면 그대로 절정에 달해버릴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고통에 쾌감을 느끼는 것뿐 아니라 본래 의미의 조교도 같이 행하기로 한 나는 일단 미리엘의 허벅지 안쪽을 한 대 더 때리는 건 보류하기로 했다.

    "움직임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런가?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지만, 성자님의 눈에는 맞지 않는 모양이군."

    내 말에 기분이 나빠질 만도 한데, 딱히 그런 티도 내지 않고 대답하는 미리엘.

    전투력을 부정당한다면 모를까, 섹스 테크닉을 부정당하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가.

    "아니. 기분은 좋아. 문제는 나만 기분 좋게 움직인다는 게 문제야."

    "성자님은 내 표정이 보이지 않는 건가?"

    일단 자신이 상당히 절박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다.

    "그야 너도 기분이야 좋겠지. 나랑 하는데 기분이 안 좋을 리가 없으니까."

    "······역시 자신감이 굉장하군."

    살짝 기가 막힌다는 듯 대답하는 미리엘이었지만, 그래도 부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기분 좋아질 수 있잖아? 내가 아니라, 네가 기분 좋아지게 움직여보라고."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난 충분히 나도 기분 좋아지게 움직일 생각이었다만."

    그렇게 말하는 미리엘의 표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정액을 짜내는 섹스가 너무 익숙해져서, 이런 방식으로밖에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는 느낌일까?

    어제부터 오늘 낮까지 종일 나한테 자기가 엄청 기분 좋아지는 섹스를 당하기는 했지만, 그때는 자기가 스스로 움직이는 게 아니었고.

    하는 수 없지. 조금 교육을 해줄까.

    "무슨 소리야. 이렇게 하면 되잖아."

    나는 하는 수 없이, 미리엘의 허리를 잡고 내 물건이 미리엘의 약점 부위들을 정확히 자극하도록 그 허리를 움직여줬다.

    얘가 힐링 섹스로 혼자서 멋대로 느껴버렸기 때문에 허리 움직일 일이 거의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종일 이어져 있었던 거다. 약점 파악은 진작에 다 끝났지.

    "자, 이렇게. 이렇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겠지?"

    "응? 흐으읏!? 아흣! 흐읏?! 잠, 으흣, 서, 성자니······으응?!"

    약점을 철저하게 공략하는 그 움직임에 미리엘은 엄청나게 느껴줬지만, 너무 느낀 나머지 내 강의가 귀에 들어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아까 내 기습으로 절정에 달할 뻔한 걸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기도 해서.

    "으흐으으읏?!"

    결국 미리엘은 새로운 허리 놀림을 배우기도 전에 먼저 절정에 달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절정에 달하면서,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미리엘.

    하지만 그 움직임마저도 자신보다는 내가 기분 좋아지는 움직임이어서, 나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찰싹!

    "그러니까 그게 아니잖아."

    "아흐으읏?!"

    허벅지 안쪽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훈육을 해봐도, 미리엘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힐링 섹스로 팔목과 발목의 상처가 급속도로 회복되는 감각에 다시 한번 절정에 달해버리기까지.

    어차피 팔목과 발목의 상처는 힐링 섹스 발동 상태로 절정 한 번만 느끼면 나을 상처였기 때문에 전처럼 무한 절정 루프에 빠지게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연속된 절정에 미리엘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건 변함이 없었다.

    "야. 듣고 있냐?"

    "잠······으응······잠시만······하응······조금만 기다려······."

    내가 계속 허벅지 안쪽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말하자, 미리엘은 도저히 안 되겠는지 내 손을 잡아서 멈추고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안 놓으면 허리 움직인다."

    뭐, 내 가벼운 협박 한 번에 곧장 손을 놔줬지만.

    이 상태에서 내가 허리를 움직이면 어떻게 될지, 미리엘 자신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하앗······하앗······성자님은······상당히 용서가 없군······."

    "말했잖아. 조교라고."

    "확실히······."

    이렇게 되고 나니, 미리엘도 자신이 움직이는데 어떻게 조교가 되는지에 관한 의문은 품지 않게 된 모양이다.

    "그래서, 이제 시킨 대로 움직일 생각이 들어?"

    "······."

    내 말에, 미리엘은 일단 다리의 자세부터 바꿨다.

    다리를 벌리고 쪼그려 앉아있던 자세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로.

    그것도 그냥 무릎 꿇은 채 다리를 내 몸 양옆에 두는 게 아니라, 무릎을 살짝 더 넓게 벌리고 일자로 쫙 편 발목을 내 허벅지 위에 올려두기까지 했다.

    확실히 엉덩이를 움직이기에는 엄청 편한 자세 같기는 하지만, 아마 미리엘은 그것보다 내가 더 이상 허벅지 안쪽을 때리지 못하게 하려고 이렇게 자세를 바꾼 거겠지.

    난 그냥 아까 자세로는 엉덩이를 때릴 각도가 안 나와서 허벅지 안쪽을 때린 거였는데 말이야.

    이런 자세라면 그 엉덩이가 괜히 더 위로 올라가서 내가 엉덩이를 때리기 더 좋아진다는 걸, 미리엘은 알고 있을까?

    "자세만 바꾸지 말고 움직이지?"

    "으응······그게 말이지. 성자님."

    내가 재촉하자, 답지 않게 내 눈치를 살피면서 머뭇거리는 미리엘.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얘가 왜 이러는지 단번에 눈치챘다.

    "방금 알려줬는데 기억을 못 한다고?"

    "그런 게······흐으읏?!"

    긍정했다가는 다시 한번 내게 철저히 약점을 공략당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부정하려 했던 모양이지만, 그전에 내가 선수를 쳐서 움직였다.

    두 손으로 미리엘의 엉덩이를 터질 듯이 꽉 움켜잡고, 아까처럼 내 물건이 미리엘의 약점 부위를 정확히 자극하도록 그 엉덩이를 움직여줬다.

    "으흐으읏······!"

    그리고 그런 가벼운 움직임에, 이제는 몸에 상처가 남아 있지 않음에도 미리엘은 너무도 간단히 절정에 달해버리고 말았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3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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