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30화 >
"흐윽! 제, 제발 조금만······쉬게 해줘······으응!"
미리엘의 입에서 그런 애원이 흘러나오게 된 건, 두 번이나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다음의 일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상당히 시간이 오래 흐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았다.
쾌감으로 절정에 달해버리고, 절정에 달하면서 발동되는 힐링 섹스의 효과로 상처가 치료되면서 다시 절정에 달해버린다.
그 무한의 절정 지옥에 빠져버린 미리엘은 내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도 혼자서 멋대로 느끼기를 반복한 끝에 뇌의 허용량이 한계에 달한 듯 기절해버렸다.
게다가 기절했다고 해서 그 몸이 절정 지옥에서 빠져나온 것은 또 아니라, 기절한 상태에서도 미리엘은 끊임없이 몸을 움찔대며 쾌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몸이 느끼는 지나친 쾌감을 무시하지 못하고, 기절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강제로 깨어나게 되기까지.
그러니까 두 번이나 정신을 잃었다고 해서 그다지 시간은 많이 흐르지 않았고, 기껏해야 두 시간 조금 안 되는 수준 정도일까?
다시 말해서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그렇게 여유롭던 미리엘의 입에서 제발이라는 말까지 나와버린 거다.
지금 이 녀석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까까지의 그 태연했던 미리엘과 동일 인물이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겠지.
뭐, 제아무리 250레벨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미리엘이라도, 이런 경험은 해본 적이 없을 테니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쉬게 해달라고 해도 말이지······. 난 딱히 야한 짓은 안 하고 있잖아. 오히려 아프게만 해주고 있지. 아무리 네 훈장과도 같은 상처를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참 마음이 아파."
"흐아응!"
그런 사정을 다 알면서도, 나는 일부러 시치미를 뚝 떼고 미리엘의 엉덩이를 다시 한번 내려쳤다.
알고도 모른 척한 건 맞지만, 일단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아까부터 정말로 엉덩이만 때리고 있고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하고 있거든. 심지어 허리조차 한 번도 안 움직였다고.
너 같은 여자가 이렇게 꾹꾹 조여대면서 끊임없이 흐느끼고 있는데도 허리를 안 움직여주는 이 상냥함. 조금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다른 남자 같았으면 눈이 뒤집어져서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어댔을 상황이라고 이거.
"으흐읏······이, 입으로······입으로 해줄 테니까······."
"아니. 지금 너랑 기분 좋아지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니까."
그야 기분이 좋지 않다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그래도 목적은 어디까지나 미리엘의 조교다.
모처럼 우리 애들이 자리를 비켜주기까지 했는데, 목적을 잃고 쾌락에 빠질 수는 없지.
"그럼······흐읏······잠깐 빼기라도······."
"마신의 힘에 의지해서 강해질 생각은 접었어?"
"······크흣······."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미리엘이었지만, 내 질문에 곧바로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얘도 참 고집 세네. 누굴 닮아서 이러는 건지.
뭐, 그래도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방금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건, 미리엘이 말한 강해지는 방법이 마신과 관련이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거나 다름이 없다는 얘기니까.
즉, 지금 확실하게 미리엘을 조교 해놓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하다는 얘기다.
"무, 응······후읏······무서운 건가······?"
자신의 애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는지, 미리엘은 이번에는 도발을 시도하려고 했다.
그래. 차라리 그러는 게 나한테는 더 효과적이기는 하지.
하지만 말이야. 나도 언제까지나 성장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런 류의 도발에 넘어가 버린 전적이 있는 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신의 힘이니 여신님의 사명이니 하는 세계구급 스케일이 걸린 일에서 그런 값싼 도발에 넘어갈 정도는 아니야.
"그야 무섭지. 마신의 힘이라고 마신의 힘. 그런 걸 곧이곧대로 정면에서 깨부술 생각이 들 리가 없잖아. 나란 놈은 지름길이 있으면 곧장 거기로 가버리는 성격이라서 말이지. 이렇게 널 조교 하는 걸로 넘어갈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주겠어."
"흐으읏!"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번 미리엘의 엉덩이를 찰싹 내리치자, 미리엘이 또다시 절정에 달하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역시······조교였군······."
아, 그러고 보니 그렇게 괴롭히면서 대놓고 조교라고 말한 적은 없었나.
뭐, 하는 짓은 완전히 조교였으니까, 미리엘도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하지만 과연 어떤 종류의 조교인지까지도 눈치챘을까?
미리엘은 그냥 단순히 자신을 쾌락으로 굴복시키려고 하고 있다고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엉덩이를 때리는 건 단순히 내 취향으로 생각하고 말이다.
설마하니 자신의 몸을 통증으로 느끼는 체질이 되도록 개조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겠지.
괜히 눈치채서 그렇게 안 되려고 노력하면 골치 아파질 테니, 나는 일부러 더 대답하지 않고 미리엘의 엉덩이를 다시 한번 내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미리엘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아니야······."
"뭐? 뭐가?"
"내가 무서운지 물어본 건······으흣······응흐으읏! 하앗, 하앗, 그, 그게 아니야."
말하는 도중에 다시 한번 절정에 달하면서도, 미리엘은 애써 말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니까, 네가 마신의 힘을 얻는 게 무섭냐고 물어본 게 아니라고?
"내 입에······버티지 못하고 비참하게 싸버릴까 봐······무서운 건가?"
"······."
야. 지금 건 살짝 울컥했다. 내가 비슷한 도발에 넘어간 경험만 없었으면 진짜 넘어갈 뻔했어.
하지만 이걸 어쩐다. 이미 우리 말괄량이 공주님한테 비슷한 도발을 몇 번이나 당해봐서 내성이 생겼거든.
아무리 남자의 자존심을 살살 긁어봤자, 내가 굉장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씀.
"이해해······난 굉장하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미리엘은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고 입을 헤 벌리더니 보란 듯이 혀를 움직였다.
몇 번이나 반복된 절정에 혀에 힘이 풀려서 흐느적거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확실히 넣으면 기분 좋아 보일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응흐응······후훗······쪼옥······."
내가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그 입안에 가져가자, 미리엘은 거의 넘어왔다고 생각했는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내 손가락에 혀를 감기 시작했다.
오. 확실히. 남자를 수도 없이 복상사시켰다는 아라크네 클랜의 대장다운 솜씨야.
"자신감 있을만하네."
"후읏······그렇지······?"
"응. 넣으면 기분 좋을 것 같아. 하지만 난 됐어. 그냥 여기로 만족하지 뭐."
"으흐으으으읏?!"
그렇게 말하며 내가 허리로 그 엉덩이를 찰싹하고 때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허리를 한 번 움직이자, 미리엘의 표정에서는 다시 미소가 사라지고 눈동자가 살짝 뒤집혔다.
"그러니까 날 기분 좋게 해주고 싶으면 입으로 보다는 여길 더 조이는 게 어때?"
그렇게 말하면서 미리엘의 엉덩이를 내리치자, 절정 중이던 미리엘은 절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느끼게 되어버렸다.
"응흐읏! 성자님은······언제나 그렇게 거칠게······."
그래도 아직 할 말이 남아있는지 입을 놀리기는 했지만, 방금 내 손가락을 상대로 무리해서 혀를 움직인 여파인지 아까보다 더 혀가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었다.
혀끝에서 침대로 향해 길게 늘어지는 타액의 실이 미리엘이 얼마나 여유가 없는지를 나타내주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역시나 내가 그런 취향이라 때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내가 해줄 말은 하나다.
"무슨 소리야. 이렇게 해야 네 상처가 사라지는 걸 막을 수 있지 않겠어?"
굳이 그 사실을 부정해서, 미리엘이 더욱 내 취향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착각하게 하는 거다.
애초에 2시간이 약간 안 되는 시간 동안 미리엘의 오랜 상처는 거의 다 사라져가고 있었으니, 웃기지 않는 변명이 아닐 수 없었다.
나도 일단 열심히 엉덩이를 때려댔지만, 아무래도 힐링 섹스의 성능이 너무 좋아서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엉덩이를 때리려고 했던 찰나에, 미리엘이 드디어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줬다.
"후읏······알았어······항복······으으으응! 항복이야."
"응? 마신의 힘을 포기한다고?"
보통이라면 아프다고 느낄 정도로 거칠게 허리를 움직여서 퍽퍽 박아대던 나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허리 움직임을 멈췄다.
"······5분······10분만 쉬게 해줘. 그러면······후으읏······지금보다 훨씬 더 기분 좋게······해줄게."
하지만 미리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기대를 배신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너랑 기분 좋아지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니까."
괜히 기대했잖아. 하긴. 이게 게임도 아니고. 아무리 성자의 힘을 쓴다고 해도, 멀쩡한 여자가 그렇게 쉽게 함락될 리가 없지.
"······제발."
하지만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면서, 미리엘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아까의 그 항복이라는 말과 뭔가 관계가 있는 건가?
"하아. 10분은 안 돼. 5분 만이야."
조금의 고민 끝에, 나는 미리엘에게 5분만 휴식을 주기로 했다.
어차피 슬슬 한 번 쉬어갈 타이밍이기도 했으니, 이렇게 생색도 낼 겸 쉬면 좋지 뭐.
너무 몰아붙이면 미리엘이 망가져 버릴 텐데, 나도 딱히 얠 폐인으로 만들고 싶은 건 아니니까. 그럴 거면 이렇게 빙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뭐하러 이러고 있겠어.
"아읏······후읏······으응······! 하앗······하앗······고마워······."
내 물건이 빠지자, 그 쾌락으로 한 번. 그리고 절정을 통해 마지막 힐링 섹스가 발동되면서 한 번. 그렇게 두 번 절정을 더 느끼고, 미리엘은 침대에 축 늘어져서 거친 숨만 몰아쉬게 되었다.
야무지지 못하게 벌어진 다리 사이로 보이는 그 음부에서는, 간헐적으로 애액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수분 보급이라도 하고 있자니, 5분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야. 다시 엉덩이 들어. 시간 됐어."
미리엘의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불쌍해져서 더 쉬게 해주고 싶어졌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마음을 굳게 다잡고, 미리엘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리며 시간이 다 됐음을 알렸다.
"흐읏?!"
그러자 미리엘의 엉덩이가 바르르 떨리면서, 그 음부에서 다시 한번 애액이 뿜어져 나왔다.
아무래도 내 조교가 아예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이제 아까보다 더 기분 좋게 해주는 거지? 기대하고 있으니까 잘 부탁한다고."
"······후읏······그래······."
살짝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엉덩이를 다시 위로 치켜드는 미리엘.
그 멋진 엉덩이를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고, 나는 단숨에 끝까지 물건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까와는 전혀 다른 감촉이 날 맞이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감촉 자체는 다를 게 없다. 그야 그렇지. 5분 사이에 안쪽의 모양이 변할 리도 없고.
문제는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이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점이었다.
"하아······하아······이걸로······성자님도······내게······."
도박이 통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미소 짓는 미리엘.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미리엘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과연. 이게 네가 말했던 이방인의 힘이라는 건가."
즉, 미리엘은 내 성자의 손길과 비슷한 스킬을 쓸 수 있었던 거다.
뭐, 아까 입으로 해주겠다고 유혹한 것도 그렇고 5분이라는 휴식 시간을 얻어내고 나서 다시 삽입한 다음에야 사용한 것도 그렇고, 나하고는 달리 뭔가 제약이 많은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미리엘이 이런 기술을 쓸 수 있다는 말은, 내 도움 없이 7계층에 내려갈 수 있음을 의미했다.
아마 미리엘은 그 사실을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거겠지.
성자인 내게 자신의 기술이 통할지 통하지 않을지 확신도 할 수 없는 데다가, 괜히 알려져 봤자 내가 더욱 철저하게 자신을 굴복시키려고 들 테니까.
그러니까 아까의 그 항복하겠다는 말은, 자신의 비밀을 하나 알려주겠다는 의미였던 거다.
그리고 지금 짓고 있는 저 미소는, 예상외로 성자에게도 자신의 기술이 통했으니 지금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짓는 기쁨의 미소고.
하지만 말이다. 미리엘아. 이걸 어쩌냐. 이 성자님은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경험이 풍부하단다. 여러 의미로.
"네 기술도 내 것처럼 당한 사람한테 지속적으로 영향을 남기는 효과가 있어서 그걸 기대하는 거라면, 미안하지만 나한테는 안 통해."
"······뭐?"
내 담담한 선고에, 미리엘은 미소를 지은 채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30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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