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928화 (912/1,205)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28화 >

"그래서, 뭔가 할 말은 있냐?"

내 스킬에 호되게 당했으니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기대를 담아서, 나는 아직도 거친 숨을 고르지 못하고 있는 미리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군. 나답지 않게 너무 조바심을 낸 게 실패의 원인 같아. 오랜 시간 기다려온 목적을 겨우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만 일을 너무 서둘렀어."

일단 대화할 생각은 있는지, 미리엘은 호흡을 몰아쉬면서도 말투만은 시원스럽게 대답을 들려줬다.

내가 원하는 대답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대답이었지만.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라는 게 아니야! 그 밖에도 뭔가 더 할 말이 있잖아! 나한테 사과한다든가! 진짜 목적이 뭔지 고백한다든가!"

"응, 그런가. 미안. 찌르려고 해놓고 이런 말을 묻는 건 실례겠지만, 앨리시아는 괜찮은 거지? 일단 성자님이 구해주러 가는 것까지는 확인했지만······."

의외로 곧장 사과한 미리엘은, 하지만 내게 사과하는 것보다 앨리시아의 상태 확인이 더 중요하다는 듯 바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동이다.

어차피 동료가 더 중요한 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고, 얘는 실제로 앨리시아를 찌른 다음 충격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도 못 하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역시 기분 나쁜 건 기분 나쁜 것이기 때문에, 나는 있는 힘껏 비아냥을 날려줬다.

"진짜 실례되기 짝이 없는 질문이군. 꼴에 자기 동료는 걱정되나 보지?"

"······그런가."

비아냥을 날릴 생각이었지만, 어째선지 미리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앨리시아가 괜찮지 않았으면, 내가 이런 식으로 비아냥거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건가.

일단 적이라고 봐야 할 상대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믿어진다는 건, 미묘한 기분이었다.

"믿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딱히 성자님을 죽일 생각은 없었어."

그렇게 안심하고 나서야, 미리엘은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듯 그렇게 말을

"퍽이나 그러시겠죠."

"정말이야. 내가 배를 노리고 들어간 건 성자님도 봤잖아? 죽일 생각이었으면 심장을 노렸어."

대화하는 사이에 호흡도 안정돼서 평소의 시원스러운 말투로 돌아온 미리엘은, 말투에 어울리지 않게 섬뜩한 말을 내뱉었다.

무서워 이것아!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말을 하는 건 어떻게 사라랑 똑같냐. 누가 같은 핏줄 아니랄까봐.

"던전 한복판에서 배를 찌르려고 해놓고 내가 살 거라고 생각했다고?"

"성자님은 섹스하면 치료가 되는 스킬을 가지고 있잖아? 그것도 고위 성직자의 치료 마법 이상의 성능이라고 들었어."

과연. 애초에 힐링 섹스를 계산에 넣은 행동이었다는 건가.

"······어쩐지 혼자서 전투도 불사하겠다는 둥 묘하게 살벌한 말투로 말하더니. 전투가 벌어지면 처음부터 나만 찌르고 도망갈 생각이었다는 거군."

"아, 그런가. 그냥 도망갔어도 됐었나. 아무리 그 사람들이라도 성자님이 위험하면 던전 한복판에서 섹스하는 것쯤은 불사할 테니까."

야. 잠깐 기다려 이것아. 지금 너 뭐라고 했어?

그냥 도망갔어도 됐었나? 처음부터 힐링 섹스도 계산에 있었다면서? 그냥 안 도망갔으면 뭘 어쩔 생각이었는데? ······이 녀석 설마.

"찌르는 것도 모자라서 납치해갈 생각이었냐?!"

정신을 잃은 날 데려가서 자기들이 힐링 섹스를 해줄 생각이었던 거야?!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러지 않아도 됐었어. 응. 역시 너무 초조했던 모양이야."

"그러니까 시원스러운 말투로 상황 분석하고 있지 말라고! 너 지금 나한테 잡혀있는 처지인 건 아냐?!"

말하는 게 늦었지만, 미리엘은 지금 침대 위에서 사지가 각각 침대의 모서리 쪽에 포박되어있는 상태였다. 물론, 장비는 모두 벗겨져서 속옷만 걸친 상태로.

그나마 얇은 이불에 덮어져 있어서 맨살이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평범한 여자라면 위기감을 수십 번은 가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모양이네. 처음에는 성자님밖에 안 보여서 성자님의 취향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거든?!"

아오. 진짜 이거 뭐 성격이 이래. 진짜 펠리시아하고는 다른 의미로 상대하기 피곤한 성격이라니까.

"······하아. 뭐 됐어. 나에 대한 사과는 됐고. 그래서 네 진짜 목적은?"

"강해지는 것."

내 질문에, 미리엘은 이번에도 상당히 시원스럽게 대답을 해줬다.

강해지는 것. 그 단순한 대답은 얼핏 듣기에는 처음 동맹을 맺을 때 미리엘이 했던 말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말처럼 들렸지만, 나는 왠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은? 더 강한 몬스터와 싸워서?"

"······."

일부터 미리엘이 예전에 했던 변명을 입에 담자, 미리엘도 그런 변명이 통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쯤은 아는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이상 자세하게 대답할 마음은 없다는 건가.

하지만 대답해주지 않는다면, 이쪽으로서도 멋대로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지금 보여주고 있는 미리엘의 태도는, 우리가 전에 했던 예상이 정답이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역시 이 녀석은 마신의 힘을 빌려서 강해지려고 하는 거다.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밖에 없다.

"······그러냐."

고개를 끄덕여주고, 나는 미리엘의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을 손으로 잡았다.

이 녀석은 이미 7계층으로 내려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디아나의 말에 따르면 굳이 내 물건이 아니더라도 뭔가 방법이 있을 거라는 모양이니, 이 녀석이 그 방법을 알아내는 것도 시간문제다.

즉, 이대로 풀어주면 언제 또 방해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얘기다.

아직 7계층에서 뭘 해야 하는지는 우리도 정확히 모르지만, 혹시 중요한 순간에 방해라도 들어오면 그때 가서 후회해도 늦는다.

그러니까 나는 이 녀석이 우리의 방해가 되지 않게, 자신의 목적을 포기하게 하게 만들어애 했다.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나는 손에 쥔 이불을 그대로 확 걷어 올려 침대 옆으로 치워버렸다.

"응······. 역시 이런 모습은 조금 부끄럽군."

예전에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전라가 된 적도 있었던 녀석이고, 말투도 전혀 부끄러운 사람 같지 않아서 믿기 힘들지만, 어쩌면 진짜로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까의 절정으로 아래쪽이 흠뻑 젖어있는 상태니까 말이야.

사지가 고정되어 있어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미리엘의 허벅지가 미묘하게 안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쯤 되면 미리엘이 목적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이 뭔지, 대충 예상이 되겠지.

그래. 그 방법이란 바로, 그 몸에 쾌락을 철저하게 주입해서 전투보다 섹스가 더 좋아지게 하는 거다.

야겜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니야? 라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야겜을 너무 많이 한 게 맞다고 대답해주지!

······응? 아, 아니. 이게 아닌데. 원래 세계에서 야겜을 너무 많이 한 건 맞지만, 그래서 이런 결론에 도달한 건 아니라고!

애초에 내 능력이 뭔지 생각해봐! 이 전투광의 마음을 꺾을 방법은 이것밖에 없잖아?!

게다가 이런 생각을 한 건 나뿐만이 아니야!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괜히 이 방에 나랑 미리엘만 남겨두고 다들 빠져나갔겠어?

그야 다른 아라크네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겠다는 명목으로 빠져나가기는 했지만, 나는 우리 애들이 방을 빠져나갈 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 ‘필요하다면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해도 된다.’는 우리 애들의 말을 따를 때라는 것을.

솔직히 말해서 떨리지 않는 건 아니다.

게임에서야 수도 없이 많이 경험해 본 일이지만, 진짜 현실에서 섹스로 여자를 굴복시키는 것 따윈 해본 적도 없으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애들을 상대할 때는 결국 적당히 봐주면서 했단 말이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쩌면 너무 지나쳐서 미리엘의 정신이 붕괴되고 섹스밖에 모르는 색정광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긴장감이 배가 됐지만, 그래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미리엘의 몸을 내려다봤다.

전에도 본 적 있지만, 진짜로 완벽한 몸이다.

온몸에 빠짐없이 상처 자국이 남아있었지만, 그게 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리엘의 프로포션은 훌륭했다.

"이런 상처투성이 몸이라도 성자님의 반응 정도는 이끌어낼 수 있나 보네."

아까 살짝 부끄러워했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미리엘은 어느샌가 부끄러움을 완전히 떨쳐버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내 고간을 바라보면서.

"별로 그렇게 비하할 몸은 아니잖아? 충분히 예뻐. 너도 그 레벨이 될 동안 많이 해봤으니까 잘 알 거 아니야?"

날 찌르려고 했던 녀석한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조금 웃기기는 했지만, 이러는 편이 목적을 이루기 편하겠지. 뭐, 충분히 예쁘다는 건 사실이기도 했고.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날 찌르려고 했던 것도 사실 그렇게까지 화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찔리지 않아서 그렇다기보다는, 얘가 아까 한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얘도 결국 아무도 해칠 생각은 없었던 거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좋은 녀석이라는 내 마음속 평가는 변하지 않았다고 할까?

뭐, 너무 안일하다고 생각하면 할 말이 없지만.

"다른 남자라면 모를까, 성자님 주변에는 특히나 아름다운 여성이 많잖아."

"너도 그 내 주변에 있는 특히나 아름다운 사람 중 하나라는 말이 그렇게 듣고 싶냐?"

참고로 말하지만, 지금 말한 내 주변에 있는 여자라는 뜻은 내 여자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미리엘은 그런 의미로 한 말이겠지만, 나는 말 그대로 내가 자주 얼굴 보고 지내는 모든 여자를 가리키면서 쓴 말이다. 앨리시아도, 루티아나 다른 아라크네 간부들도 전부 포함해서 한 말이라고.

"응? 하핫.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미리엘도 칭찬을 듣자 나쁜 기분은 안 들었는지, 미묘하게 얼굴을 붉히면서 시원스러운 미소를 보여줬다.

그렇게 가벼운 잡담을 한 차례 하고, 나는 곧장 다음 스텝을 밟기 위해서 옷을 벗어 던졌다.

"밑에서도 한 번 봤지만, 역시 굉장하군."

그러자 여전히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고 있던 미리엘이, 살짝 감탄이 섞인 목소리를 흘렸다.

솔직히 말해서 기분은 좋았다.

아무리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남자는 이런 걸 칭찬해주면 기가 사는 법이다.

좋아. 원래는 극악의 조교 타락 하드물을 찍을 계획이었지만, 조금만 더 상냥하게 해주자.

뭐, 하다 하다 안 되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후하핫. 이 굉장한 걸로 지금부터 널 철저하게 떨어뜨려 주지!"

"성자님. 그래서는 모처럼 굉장해 보였던 것이 귀엽게 보이게 돼."

허리에 손을 얹고 장난스럽게 말하자, 미리엘이 입가에 머금은 미소를 풀지 않은 채로 그렇게 말해줬다.

"귀엽다고 하지 마! 그리고 모처럼은 또 뭔데?! 너 실은 나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럴 리가.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성자님의 굉장함을 맛보고 있었는걸."

그러면 어째서 그렇게 유유자적한 태도인 건데?

하여간 진짜 얘기하고 있으면 괜히 이쪽이 말려들어 가는 기분이라니까.

"그래. 이런 식으로 말이지."

"응······! 후읏······이것도 성자님의 스킬?"

내가 손을 뻗어서 그 예쁜 모양의 가슴을 부드럽게 잡고 주물러주자, 미리엘의 입에서 가벼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내 스킬에 당해 봤잖아. 어떤 것 같은데?"

"그런가. 으응······그냥 성자님의 손기술이 좋은 건가."

"그래. 그래. 이 테크닉이랑 내 스킬이 결합된다고 생각해봐. 어떻게 될 것 같아?"

"그건······위험할 것 같네."

잠깐 상상해버린 건지, 미리엘의 허벅지가 또다시 살짝 안쪽으로 모였다.

"그렇지? 지금이라도 네가 강해질 방법이 뭔지 말해주고, 포기하겠다고 맹세하면 용서해줄 수도 있는데."

"하핫. 미안해. 나도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는 못 할 것 같아. 있는 힘껏 견뎌내 볼게."

아니. 나한테 그런 식으로 자기 다짐을 말하면 어쩌자는 건데.

끝까지 여유를 잃지 않는 미리엘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나서, 나는 침대 위로 올라가 미리엘의 몸 위에 올라탔다.

미리엘의 사지가 침대 모서리에 묶여있는 상태라 삽입 자세가 살짝 미묘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물건 크기를 살려서 어렵지 않게 그 끝을 미리엘의 음부 입구 쪽에 가져다 댈 수 있었다.

"응······벌써 시작하는 건가?"

"그럼 시작 안 하면?"

"성자님이 자랑하는 테크닉을 살려서 조금 더 준비해줄 거라고 생각했거든."

"준비고 자시고 할 것도 없잖아. 이렇게 젖어있으니까. 그냥 네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던 건 아니고?"

"으응······하핫. 들켰군."

내가 물건을 잡고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어서 그 끝을 미리엘의 흠뻑 젖은 입구에 비벼주자, 미리엘은 콧소리를 흘리면서도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진짜 위기감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태도네. 진짜 뭐 숨기고 있는 비장의 한 수라도 있는 거 아니야?

살짝 미심쩍은 마음을 가지면서도, 나는 허리를 앞으로 내밀어 물건을 미리엘의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흐으읏?! 이, 이건······!"

그리고 그 순간, 드디어 미리엘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28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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