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926화 (910/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26화 >

    처음에는 앨리시아를 구해냈다는 기쁨과 그러기 위해 필사적이 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반사적으로 장난을 쳐댔던 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앨리시아와의 행위는 점점 더 어색해져 갔다.

    그렇잖아? 바로 며칠 전에도 앨리시아의 마음을 외면했던 나라고. 그런 애랑 섹스 하는데 어색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차라리 앨리시아가 아직도 기절해있고, 나도 앨리시아를 치료하기 위해 열중하고 있었다면 이런 생각도 들지 않았을 텐데.

    아니. 그렇다고 해서 앨리시아가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지만.

    앨리시아가 눈을 뜬 건 순수하게 기쁘다고. 하지만 역시 어색하단 말이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걸 알고 나니 아까처럼 치료를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앨리시아와의 섹스를 순수하게 즐길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뭔가 어중간한 기분으로 계속해서 허리만 흔들었고, 앨리시아 역시도 내 말수가 줄어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침묵하게 됐다. 물론 내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흘리는 신음만 제외하고.

    "······야."

    "응읏······왜······?"

    내 어색한 부름에, 어색하게 대답하는 앨리시아.

    생각해 보면 나보다 얘가 더 미묘한 기분이겠지.

    그렇게 유혹해도 한 번도 안 넘어가던 나랑 겨우 섹스 하는 건데,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마음이 결실을 맺은 건 아니다. 그저 치료를 위한 사무적인 섹스다.

    "그 뭐냐. 아픈 덴 어때?"

    "······별로. 그딴 상처."

    아니. 너 몸이 관통됐었다니까. 그딴 상처라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잖아.

    하여간 터프하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앨리시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던 나는 관통 됐던 부위를 바라봤다.

    여전히 피에 젖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칼이 들어갔다 나온 자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끈한 복부.

    "흐으읏?! 무, 뭐 하는 거야, 새끼야?!"

    "아니. 미안. 진짜로 안 아픈지 확인해본 것뿐이야."

    확인 삼아서 조심스럽게 살짝 눌러 보자,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내 물건이 느껴졌다.

    게다가 앨리시아의 저 반응까지. 기분 좋은 신음이 먼저 나오는 걸 보면, 아무래도 진짜로 통증은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예전부터 사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힐링 섹스는 진짜 너무 사기 스킬인 거 아니야?

    일단 상대를 만족시켜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조건부 스킬이기는 했지만, 그 조건이 너무 만족시키기 쉽다 보니 거의 의미가 없었다.

    실제로 앨리시아 이 녀석, 기절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느껴버렸고.

    "그럼 이제······."

    "······그러던가."

    앨리시아가 제일 급한 문제였으니 앨리시아한테만 매달려있었지만, 이쪽은 급한 불을 껐으니 이제 저쪽 일을 처리할 차례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앨리시아의 치료를 슬슬 마무리 짓기로 했고, 앨리시아도 딱히 이견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이대로 마무리하면 그만이지만,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까.

    앨리시아의 치료하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싸지 않았다.

    기분 좋지 않았던 게 아니다. 처음에는 치료에 필사적이라, 나중에는 어색해서 섹스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앨리시아와의 안쪽이 기분 좋지 않은 건 아니었으니까.

    다만 힐링 섹스의 효과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서 참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래서 내 물건은 조금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앨리시아의 안에 싸도 괜찮은 걸까?

    물론 마법에 걸려있으니 임신이 되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모험가 동지라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는 행위지만, 그래도 좀 그렇잖아?

    그렇다고 해서 굳이 밖에다 싸는 것도 그림이 조금 이상할 것 같고.

    아예 그냥 싸지 말고 참아?

    동정을 빼앗아 간 앨리시아가 상대라서 그런 걸까?

    나는 괜히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처음 해보는 동정 새끼처럼 고민에 빠졌다.

    "······으응······."

    그리고 그런 내 허리를, 앨리시아가 다리로 은근슬쩍 감싸 안았다.

    은근슬쩍 이라고는 해도, 속으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나는 곧장 눈치채버렸지만.

    이건······역시 그런 뜻이겠지?

    "읏······!"

    아주 살짝 고민이 됐지만, 앨리시아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마음을 굳혔다.

    "조금 빠르게 할게. 혹시 아프면 말해."

    "그러니까 별로 아프······으으응?!"

    그렇게 해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둘이 동시에 절정에 달하는 것으로 치료 행위를 마무리 지었다.

    "정말 괜찮지?"

    "아응······질문······하읏······움직이지 말고······으응!"

    "아, 미안."

    싸고 나서 습관적으로 허리를 부드럽게 움직이고 말았네.

    내가 황급히 물건을 빼고 살짝 뒷걸음치자, 앨리시아의 핑크빛 음부가 천천히 수축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틈에서 방금 막 싸지른 새하얀 정액이 꿀럭꿀럭 흘러나와서 앨리시아의 밀크 커피색 피부와 대비가······아니. 그러니까 난 왜 멍하니 보고 있는 거야.

    "혼자 입을 수 있겠어? 내가 입혀줄까?"

    "돼, 됐어. 새끼야. 내가 애냐."

    내 제안에 퉁명스럽게 대꾸하면서, 앨리시아는 자신의 하반신 갑옷을 챙겨서 주섬주섬 챙겨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땅에서 낑낑대는 그 모습은 역시나 아직 불편한 것 같아서.

    "아직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잖아. 역시 내가 입혀줄게."

    나는 앨리시아에게 다가가 도와주기로 했다.

    "니, 니 새끼 때문에 이런 거잖아!"

    엄청 완고하게 거절당했지만.

    나 때문이라니······. 따지고 보면 너희가 우리 뒤통수를 때린 게 잘못이고, 칼빵도 미리엘 그 녀석이 갑자기 달려드는 바람에 그런 거잖아.

    그런 식으로 따질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목숨을 걸고 날 도와준 애한테 할 말은 아니지.

    "······고마워."

    내가 순순히 다시 감사 인사를 전하자, 어째선지 앨리시아는 더욱 당황한 표정으로 답답하다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발을 구르고 싶지만 힘이 안 들어가서 꿈틀거리기만 했다는 느낌으로 움직였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 다리에 힘 풀려서 그런다고 새끼야!"

    "아아······."

    "읏!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새끼야?!"

    "오해야."

    진짜로 오해다.

    확실히 평소의 나였다면 그런 것쯤은 금방 눈치챘겠지만, 지금은 살짝······뭐라고 할까.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아까 앨리시아와 어색해진 다음부터 쭉.

    "아무튼 움직이기 힘든 건 마찬가지니까 도와줄게."

    "무?! 야! 으읏!"

    조금은 저항하려 했던 앨리시아였지만, 내가 그 몸에 손을 대자 곧바로 움직임을 멈추고 내가 입혀주는 대로 가만히 있기만 했다.

    "그럼 갈까."

    "······응."

    제대로 복장을 다 갖춰 입고 조금 걷자, 디아나아 걸어둔 마법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아라크네 클랜 사람들이 동시에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앨리시아! 괜찮아?! 그렇게 일어서도 되는 거야?!"

    딱 한 명. 미리엘만 빼고.

    앨리시아를 스스로 찔러버린 죄책감 때문에 차마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그야 당연히 죄책감은 느끼고 있겠지만, 지금의 미리엘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나 할까.

    "후읏······후으읏······후읏······."

    바닥에 딱 붙어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만 치켜든 채 한 손으로 다리 사이를 억누르면서, 미리엘은 엉덩이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뭐, 절정 속박을 걸고 성자의 손길로 몇 번이나 만져준 다음 방치했으니, 저렇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자, 그럼. 이 녀석들을 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앨리시아가 날 도와준 것도 맞고 앨리시아의 안부를 걱정하며 달려드는 모습이 훈훈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라크네 클랜이 우리의 뒤통수를 쳤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본래 목적을 포기한 것도 아닐 테니, 현재 진행형으로 여기 있으면 위험한 녀석들이다.

    "쟤들 어떻······."

    "으, 음. 뭔가아······."

    은근슬쩍 우리 애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서 의논을 해보려 했던 나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어째선지 살짝 달콤하고 열기를 띈 것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우리 애들이 얼굴을 붉히고 다리를 살짝 오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우리 애들뿐만이 아니다. 앨리시아의 몸 상태를 살피고 있는 아라크네 클랜원 역시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 성역 선포로 얘들 전부 다 내 스킬에 영향을 받았지.

    어쩔 수 없지. 쟤들이 저러고 있는 사이에 몰래 의견을 교환하고 앞으로의 방침을 정할 생각이었지만.

    나는 앨리시아 주변에 몰려들어 있는 아라크네 클랜 사람들의 뒤로 접근했다.

    "정말로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얘기에 끼어들면서, 두 팔을 활짝 벌려 앨리시아를 제외한 모두의 몸을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몸에는 성자의 전력을 두르고. 껴안은 모두의 몸에는 절정 속박을 걸고.

    미안하지만, 너희도 잠시 미리엘이랑 똑같은 모습으로 있어 줘야겠어.

    "흐으응읏?!"

    갑자기 엄습한 극심한 쾌락에 아라크네 사람들은 동시에 몸을 바르르 떨면서 내 품에서 떨어지려고 했지만, 나는 팔에 힘을 줘서 떼어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약 3분 후.

    "하읏······흐읏······으응······."

    "아아응······으으으······."

    앨리시아를 제외한 아라크네 간부 전원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니. 치료했다고는 해도 앨리시아도 아직 부상자라고 봐야 하니, 전원이 전투 불능이 됐다고 해야 하나?

    "무, 뭐 하는 거야?!"

    "그냥 잠깐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거야. 이렇게 위험한 녀석들을 그냥 풀어놓을 수도 없잖아. 잠깐만 이대로 기다려줘."

    앨리시아는 당황해서 내게 항의하려 했지만, 아무리 앨리시아의 말이라도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뭐, 앨리시아도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서 외쳤을 뿐, 미리엘이 날 찌르려고 했다는 건 누구보다 자기가 몸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내 행동이 과하다는 생각은 못 하겠지.

    침묵해버린 앨리시아를 뒤로 하고, 나는 다시 우리 애들에게 다가갔다.

    "디아나. 저기에 가면 아직도 다른 사람한테 안 보여?"

    "으, 음. 그렇네만."

    역시나. 성역 선포의 효과는 다들 똑같이 받았지만, 제일 상태가 위험한 건 디아나인 모양이다. 나와 앨리시아가 일을 치르고 나왔는데도 저기에 걸린 마법을 풀 생각을 못 하고 있을 정도로.

    뭐, 우리 노출 좋아하는 대마법사님한테는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자극적일 테니 어쩔 수 없다.

    "그럼 조금만 더 유지하고 있어 줘."

    그렇게 말하고, 나는 실비아의 손을 잡고 다시 마법이 걸린 지역으로 들어갔다.

    일단 우리 애들부터 순서대로 차례차례 스킬 효과를 없애주지 않으면.

    디아나가 제일 위험하다면서 왜 디아나를 제일 먼저 데려오지 않았냐고? 간단하다. 디아나가 제일 먼저 뻗어버리면 이 마법이 더 이상 유지가 안 되잖아.

    그런 고로, 나는 실비아부터 레이아, 사라까지 디아나를 제외하고 위험한 순서대로 차례차례 성역 선포의 효과를 없애줬다.

    물론 성자의 손길로 만져주는 것으로 간단하게.

    사실은 한 명씩 진득하게 섹스로 풀어주는 게 제일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럴 수는 없었다. 우리 애들도 다 이해해줬고 말이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디아나뿐이었다.

    뭐, 여러모로 얘가 제일 문제인 거지만.

    "디아나. 너도 내 스킬에 걸린 거 풀어줄게."

    "이, 이, 이, 이런 곳에서 말인가아?!"

    역시나. 비교적 손쉽게 스킬 효과를 없앨 수 있었던 다른 애들과 달리, 디아나는 그렇게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괜찮아. 다들 안 보인다고. 디아나 네가 제일 잘 알잖아."

    "하, 하지만! 하지만 만에 하나 이 몸의 마법이 풀리기라도 한다면!"

    "그거야 풀리지 않도록 네가 조심해야지."

    "그런······!"

    디아나는 어떻게든 여기서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애썼지만, 이어지는 내 말에 결국 의견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대로 계속 있을 거야?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혼자서 계속 쾌감에 몸부림치면서, 그런 걸 원하는 거야?"

    "으으읏?! 그, 그, 그얼 이가······업지 아는가아······."

    완전히 안짱다리가 되어서는, 살짝 풀어진 혀로 설득력 약한 주장을 하는 디아나.

    그런 디아나의 다리 사이에, 나는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댔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26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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