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924화 (908/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24화 >

    계층 간의 통로가 늘 그랬듯, 이번 통로 역시도 별다른 위험도 없는 외길이었다.

    다른 때보다 조금 많이 길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 계층일 테니, 길이 더 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로를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런 우리의 눈앞에 보인 건 울창한 숲의 모습이었다. 아니. 바닥이 이렇게 기울어져 있는 것을 보면, 숲보다는 산속인 걸까?

    "분위기는 1계층하고 비슷한 것 같네요."

    정말로 그랬다. 이 던전은 계층마다 분위기가 확확 바뀌는 특징이 있었다.

    1계층은 평범한 숲. 2계층은 사막. 3계층은 빙하로 뒤덮인 극지. 4계층은 물속. 5계층은 뭐든지 거대한 거인 세계. 6계층은 언데드들이 우글거리는 어두침침한 동굴.

    하지만 이 7계층은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특징도 없었다.

    추운 것도 더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풍경이 특이한 것도 아니다.

    여기가 던전이라는 것을 모르고 봤으면 지상이라고 생각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아도 제일 평범한 1계층하고 비슷하다는 얘기를 한 거겠지.

    뭐, 어차피 여기 살고 있는 건 용사 패거리. 즉, 인간일 거다.

    그러니 인간들이 살고 있는 지상과 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딱히 이상할 건······잠깐만.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데?

    속을 살살 간질이는 것 같은 묘한 위화감.

    하지만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자네. 하늘을 보게."

    그렇게 혼자 간질간질한 기분을 맛보고 있자, 옆에서 디아나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왠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는 부처를 생각나게 하는 모습이었다. 지고의 대마법사님한테 잘 어울리는 말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도, 나는 디아나에게 장난을 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디아나의 손끝이 가리키는 것이 너무도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머리 위에는 하늘, 아니. 태양이 있었다.

    "저게 가능해?"

    이 던전이라는 곳은 기본적으로 태양이라는 것이 없다. 아니. 애초에 하늘도 없다.

    천장이 아무리 높다 한들 결국 지하인 만큼 한계가 있었고, 빛은 그냥 공간 전체가 빛나는 느낌으로 공급되고 있었다.

    아까부터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는, 지상과 똑같이 푸른 하늘과, 지상과 똑같이 위에서부터 내리쬐는 햇볕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저런 게······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4계층에서 5계층으로 넘어올 때부터 위아래가 뒤바뀌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아래를 향했던 이전 계층들과 달리, 5계층과 6계층은 위를 향하는 느낌으로 지나왔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지하. 체감상으로만 그렇게 변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그게 아니었던 거야? 혹시 내핵을 뚫고 지구 반대편으로 나와버린 거라던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우리가 지나온 길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지구의 지름 길이만큼이나 걸어왔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물론 이 세계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는 나도 모르지만, 아무리 지구의 크기가 작아도 그건 말이 안 됐다.

    그렇게 작았으면 펠리시아가 영주로 있는 저 던전 도시를 도시가 아닌 나라라고 불렀겠지.

    그리고 정말로 여기가 지구의 반대편이면, 딱히 던전을 통과하지 않아도 위에서 배 같은 거라도 타고 올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되잖아.

    그러면 여신님이 열심히 던전을 만든 의미도 없을 테니, 지구 반대편이라는 가능성은······잠깐만. 문득 든 생각인데. 설마 옛날 사람들이 주장했던 지구 평면설이, 여기는 사실이라든가 그런 건 아니겠지?

    확실히 그런 거라면 지금 이 광경이 전부 설명되기는 하지만, 아무리 판타지 세계라고 해도 그렇지, 그런 바보 같은······.

    "구원. 저기."

    스스로 상식에서 조금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난 그 정도까지 상식에서 자유로운 녀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눈앞에 보이는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내가 당황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사라가 내 소매를 당기며 손끝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바로 우리가 지나왔던 통로를 말이다.

    "저기가 왜?"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입을 열기 직전에 나는 사라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통로가 열려있잖아. 열쇠로 여는 다른 통로들은 우리가 지나오면 저절로 닫히는데.

    아니. 하지만 다른 곳처럼 열쇠가 수중에 남아있는 것도 아니다.

    닫히면 다시 열 수단이 없으니, 우리가 다시 위로 올라갈 때까지 열려있는 것일 수도 있어.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통로가 계속 열려있으면 골치 아파지지만.

    우리가 멀리 가기를 기다렸다가, 아라크네 클랜이 몰래 내려올 수도 있는 일이고.

    "저기."

    그렇게 생각했던 나였지만, 사라는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이번에는 통로에서 조금 옆에 있는 바닥을 가리켰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갑옷 무더기가 있었다.

    그래. 정확히 6계층의 주인이 부활하기 직전 모습과 판박이였다.

    즉, 통로가 닫혀도 여기서 다시 통로를 열 수단이 있다는 얘기가 되고, 그 말은 다시 말해서······.

    "다들 경계해! 통로에 누군가 있어!"

    누군가라고 말은 했지만, 누구인지는 정해져 있었다.

    "칫! 미리엘! 들켰어!"

    도적인 루티아가 제일 가까이에서 우리를 염탐하고 있었는지 그렇게 외치며 튀어나왔고, 그 뒤를 이어서 다른 아라크네 간부들도 줄줄이 튀어나왔다.

    "안녕."

    이미 들켜버린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태평하게 인사를 건네는 미리엘.

    "안녕 못 하시다. 이것아. 위에서 기다린다고 안 했냐?"

    "응. 거짓말이었어."

    최대한 비꼬는 말투로 말해봤지만, 미리엘은 그마저도 시원스럽게 받아쳐 버렸다.

    이런 때까지 시원스런 태도를 일관하지 말라고.

    "그래서, 목적은?"

    "응······우선은 성자님 파티를 따돌리는 걸까?"

    그런 걸 묻고 있는 게 아니다만.

    뭐, 저 녀석도 알면서 저렇게 대답하는 거겠지만.

    "우리가 놓칠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루티아는 어느샌가 우리 뒤로 돌아가 있었고, 정면에는 나머지 간부들이 자세를 잡고 있었다.

    이쪽이 수적으로도 열세인데, 뒤에 있는 루티아까지 경계해야 하니 더욱 불리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전투도 불사할 것처럼 보이는 미리엘과 루티아하고는 달리 나머지 사람들은 그다지 전투를 원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정도일까?

    쌍둥이 마법사는 자신들의 살아있는 우상인 디아나와 대립하기 싫을 거고, 성기사 릴리는 여신님의 대리인인 우리들과 대립하기 싫을 거다.

    음유시인인 힐다는 원래 성격이 이런 대립을 싫어할 성격이고, 앨리시아는······살짝 울 것 같은 표정을 억지로 다잡은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앨리시아가 전에 보였던 이상한 행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앨리시아가 그때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보일 정도로까지 내게 달라붙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때 "네가 먼저 그러지 않는 이상 우리 관계가 틀어질 리 없다."고 했던 내 말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고 말이다.

    앨리시아는 억지로라도 나하고 이어져서, 자신이 아라크네 클랜을 배신할, 그리고 나와 대립하지 않을 명분이 필요했던 거다.

    하지면 결국 끝까지 나와 이어지지 못했고, 앨리시아는 이렇게 나와 대립하게 됐다.

    "성자님. 미안하지만······."

    차마 나하고는 눈을 못 마주치고 옆에 있는 우리 애들 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앨리시아.

    그런 앨리시아에게 복잡한 시선을 주고 있자니, 미리엘이 또 태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왔다.

    "지금까지 실력을 숨겨왔었다고? 그쯤은 나도 알아."

    하지만 미리엘이 무슨 말을 할지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을 중간에 딱 잘라버렸다.

    "응? 알고 있었어?"

    "그래. 이것아. 성자님의 눈치를 너무 얕보지 말라고."

    이상하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 파티에 성직자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 봤자 회복 능력이 부족한 성기사다.

    물론 돈은 썩어날 정도로 있을 테니 포션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하지만, 아무리 아공간 주머니로 바리바리 싸들고 온다고 해도 그 양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이 녀석들은 아무런 상처도 없이 6계층의 주인까지 처리한 거다.

    예전에 의뢰랍시고 날 데려다가 5계층을 다녔을 때는, 나한테 위기 상황이 그렇게나 많이 생겼었는데.

    물론 내 성자 스킬의 어그로 성능이 비상식적이고, 모든 공격이 범위 공격인 5계층 몬스터를 상대로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운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저 실력으로 그렇게까지 위기 상황이 생겼던 건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하던 내 의심에 불을 지폈던 것이, 바로 쓰레온이었다.

    미리엘과 비슷한 실력이라던 쓰레온이 5.5계층에서 엄청나게 활약했으니까 말이야.

    같이 다니면서 봤던 미리엘의 전투력을 생각해봤을 때,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즉, 이 녀석들은 우리와 다닐 때 일부러 실력을 전부 드러내지 않으며 싸우고 있었다는 얘기다.

    예전에 의뢰를 했던 그때부터 쭉.

    대체 얼마나 오래전부터 이렇게 우리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야.

    "하핫. 확실히. 성자님의 눈치를 너무 얕본 것 같군."

    그러니까 시원스럽게 인정하지 말라고, 이것아.

    진짜 하는 행동만 보면 쾌남아······아니. 쾌녀아인가? 아무튼 그렇다니까.

    "들켰는데도 계속 이대로 우리를 뚫고 갈 생각이시다?"

    "성자님이야말로. 우리가 제 실력을 발휘하면 얼마나 강할지 모르는데도 우리를 막아설 생각인가? 우리도 성자님 일행한테 원한이 있는 게 아니니, 되도록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아."

    "바꿔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서는 다치게 해서라도 지나가겠다는 얘기군."

    "·········."

    미리엘은 대답하는 대신, 시원스런 미소를 내게 날려줬다.

    야. 지금 건 살짝 오싹했다. 저러니까 슬슬 눈앞에 있는 게 마신의 힘을 노리는 악당이라는 게 실감이 되기 시작하잖아.

    물론, 겁먹은 건 아니다. 아라크네 클랜이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던 내가,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않았을 리 없잖아?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예상외의 사건도 있었던 덕분에 제대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게, 정말 너희뿐이라고 생각해?"

    성자님이 힘을 숨······아무튼 그런 류의 게임이나 만화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서 미리엘의 미소에 화답해줬다.

    "인간은 성자를 절대 이길 수 없어. 그 진리를, 그 몸에 똑똑히 알려주도록 하지."

    최종 보스라도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나는 위압감 있게 한 손을 들어 올리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성역 선포."

    그렇게 있는 폼 없는 폼 똥폼이라는 똥폼은 다 잡아 놓고 겨우 성역 선포?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겨우 성역 선포가 아니라고.

    레벨 한계 250을 돌파해서, 500이라는 스탯의 한계를 뚫은 성자님의 성역 선포라고.

    사실 아라크네가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다음부터, 나는 우리 애들한테도 필요 이상으로 실력을 보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여서, 성자 스킬과 혼용하면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는 몬스터 상대로도 일부러 시간을 끌거나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앨리시아와의 사건 때 역시도, 실은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다.

    보너스 스탯을 하나도 안 쓰고 고스란히 남겨두고 있었거든.

    앨리시아가 내 성자 스킬에 당하고 나서 그 위력을 다른 사람들한테 알릴 거라는 걱정을 한 건 아니지만, 7계층에 있는 놈들을 어떤 식으로 상대하게 될 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보너스 스탯을 낭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보너스 스탯을 계속 아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가지고 있던 보너스 포인트의 대부분을 매력에 투자하고서, 나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왜 전부가 아니라 대부분이냐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다 쓰는 건 아깝잖아. 얘들만 상대하고 끝날 것도 아니고.

    "흐읏?!"

    그리고 역시나, 내 행동을 바라보던 전원이 섹시한 콧소리와 함께 다리를 오므리고 말았다.

    우리 애들 아라크네 클랜원들 할 것 없이, 날 제외한 전원이 다 함께.

    크하하하하! 봤느냐! 이것이 바로 인간은 성자님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 하면 이쪽이 마신 편으로 보일 테니 자제하기로 했다.

    그 대신 나는 미리엘에게 천천히 다가가면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희의 실수는, 우리와 대치하면서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은 거야. 차라리 내가 스킬을 쓰기도 전에 각자 흩어져서 도망갔으면, 우리도 다 잡아내지는 못했을 텐데. 이렇게 한데 모여서 고스란히 내 스킬에 당해줘서 고마워. 알고 있겠지만, 내 스킬에 당한 이상 내가 풀어주지 않는 이상 영원히 그 쾌감이 몸에 떠돌 거다. 강해지는 게 목적이라고 했지? 그런 몸으로 제대로 검이나 쥘 수 있을 것······."

    뒤통수 치려던 아라크네 클랜의 뒤통수를 역으로 때린 훌륭한 반격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나는 방심해버리고 말았다.

    일단 성역 선포에 당해서 멀리 도망가지는 못할 테니, 느긋하게 한 명씩 다른 스킬도 한 번 더 걸어주고 끝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성자의 손길을 건 이 손으로 미리엘을 건드리기 전에, 미리엘이 검을 뽑고 달려들 줄이야.

    그것도 완전히 사람을 죽일 기세로 맹렬하게.

    사람이 죽을 위기가 오면, 모든 게 슬로우 모션처럼 보인다고 한다.

    다들 한 번쯤 그런 경험은 있잖아? 군대에서 친해진 선임이랑 맞담배를 피우다가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꽁초를 바닥에 툭 던져버렸을 때, 날아가는 담배꽁초와 그 직후 날아오는 선임의 손바닥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인다든가. 군대에서······어쩐지 군대 얘기만 나오는 것 같지만 아무튼. 아무튼 지금 내가 딱 그 상황이었다.

    검을 수평으로 세우고 내게 돌진하는 미리엘의 모습이 너무도 느리게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데, 나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황.

    빛나는 미리엘의 검 끝은 내 배 정중앙을 향하고 있었고, 그 공격은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내게는 이런 상황에서 사기라고 할 수 있는 그림자 이동이 있다.

    그림자 이동을 쓰면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내 등에는 실비아가 등을 딱 붙이고 있는 중이었다. 뒤에 있는 루티아를 경계하기 위해서.

    내가 피하면 실비아가 뒤에서부터 찔린다.

    그 짧은 순간에 거기까지 계산을 마친 나는 회피를 포기했고, 결국 다음 순간.

    푸욱. 촤아아악!

    검이 사람의 몸을 관통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진한 핏물이 내 얼굴로 튀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미리엘의 검이 관통한 것은 내 몸이 아니었다.

    "앨리시아!!!"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내 얼굴에 튄 핏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2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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