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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920화 (904/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20화 >

    그렇게 해서, 나와 사라와 레이아는 아침까지 셋이서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 아침까지 말이다.

    낮 동안은 사라와 레이아와 같이 3P를 즐기다가 밤에는 순서대로 마틸다하고······라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우리 애들 사이에서는 나 몰래 비밀 협약을 체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마틸다는 전에 이렇게 말했었지.

    비록 던전에는 같이 가지 못하더라도, 자신은 여기서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어쩌면 이것도 그 도움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같이 던전에 가야 할 사라와 레이아의 레벨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차례를 양보해준 거겠지.

    자기가 던전에 못 따라오는 것을 너무 신경 쓰는 것 같기는 했지만, 어차피 나도 이대로 끝날 생각은 없으니까.

    마지막이라고 해도, 내 마지막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명의 마지막이다.

    사명을 마치고 마틸다가 지고 있는 마음의 짐도 덜어준 다음, 오늘 양보해준 것까지 포함해서 듬뿍 사랑해주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일단 내 양옆에서 각각 팔베개를 한 채 내 몸을 절반씩 차지하고 있는 사라와 레이아를 흔들어 깨우기로 했다.

    훗. 그래. 무엇을 숨기랴. 이 몸은 용사와 구미호의 더블 공세도 홀로 이겨낸 거다.

    "······우, 우후훗. 역시 맨정신이 되고 나면 부끄럽네요."

    "그, 그러게요······."

    눈을 뜬 사라와 레이아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색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었다.

    어제는 분위기에 휩쓸린 덕분에 중간부터 합동 공세까지 펼치며 날 압박했던 둘이었지만, 자고 일어나서 냉정해진 머리로 생각해보면 역시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 부끄러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역시 다시 한번······."

    "적당히 해 이 바보야."

    이 어색한 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던 나였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라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

    "아야! 어딜 때려?!"

    "그렇게 해대고 왜 아직도 이렇게 커져 있는 거야. 이 변태는."

    아니. 지금 우리가 어떤 자세로 있는지를 봐라. 너랑 레이아가 양옆에서 밀착해있는 거라고.

    오히려 안 커지고 있으면 더 의심스러운 상황 아니냐?

    그러니까 손가락으로 톡톡 튕기지 마, 이것아. 은근히 기분 좋잖아.

    "후훗. 죄송해요. 구원 씨. 하지만 이 이상 하게 되면, 저도 사라 씨도 종일 움직이지 못하게 될 거예요."

    사라와 그렇게 장난을 치고 있자니, 레이아가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고는 손에 힐링 마법을 걸어서 내 물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천사님. 확실히 제가 엄살 부리기는 했지만, 진짜로 아프다는 뜻은 아니었는데요. 아이언 페니스도 있으니까요.

    뭐, 기분 좋으니까 됐나.

    그렇게 내가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도 많이 사라지고 우리는 셋이서 알콩달콩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역시 나야. 이것도 다 노리고 한 거라니까? ······진짜로 모닝 3P도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셋이서 같이 식사를 하러 가니, 역시나 미리 얘기가 끝나있었는지 다들 별다른 반응 없이 평범하게 우리를 맞이해줬다.

    디아나는 살짝 ‘정말로 셋이서 하다니.’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쟤는 성벽 때문에 3P를 하면 난리가 날 테니까 저러는 거겠지.

    비슷하게 3P로 성벽이 자극되는 사라도 잘 넘겼으니까, 디아나도 막상 하면 잘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코홈. 자네. 어제 말했던 준비는 다 끝났네."

    아무튼 디아나는 3P에 대한 경악을 입 밖으로 내뱉는 일 없이, 평범하게 앞으로의 일에 관한 얘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저 말이 내게는 ‘출발 준비는 끝났으니 오늘 당장 출발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사실 난 빨라도 내일쯤에나 출발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디아나의 저 말은 조금 의외였다.

    마침 켈베로스도 찾아왔으니, 혹시 오늘 밤에는 레이첼 누님께 사도 임명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니. 어젯밤에 마틸다가 그렇게 양보했으니, 만약 내일 출발하더라도 오늘 밤 역시 같이 던전에 갈 누군가와 같이 자게 될 확률이 있었지만.

    "오늘 가자고?"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뿐만 아니라 주위를 쭉 둘러보니, 다들 그럴 생각이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가. 그래서 아까 천사님이 이 이상 하면 천사님과 사라가 종일 못 움직일 거라는 얘기를 한 거였구나.

    "시간이 많지 않은 건 알고 있지 않은가?"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전에 다녀왔을 때 걸렸던 시간이랑 계층의 주인 부활 주기를 계산해보면 아직 조금 여유가 있지 않아?"

    "음? 흠······자네, 6계층에서 깊이 갈수록 몬스터와의 조우 빈도가 줄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한차례 갸웃거리더니, 내가 무슨 착각을 하는지 알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해줬다.

    "아······. 응.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았어."

    그리고 그 말을 통해서, 나도 나 자신의 계산 오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랬지. 당연한 얘기지만 던전의 심층부로 갈수록 난이도는 높아지게 되고, 그 말인즉슨 같은 수준의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 몬스터의 밀집도가 높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디아나가 말한 것처럼, 저번에 6계층을 빠르게 돌파할 때는 점점 더 깊이 들어갈수록 몬스터와 만나는 빈도가 줄어들었었다.

    생각해보면 단순한 얘기다. 아마 아라크네 클랜이 우리보다 조금 먼저서 가면서 길목에 있는 몬스터들을 처리해놨기 때문에 그랬던 거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걸 기대할 수 없으니 6계층 돌파에도 시간이 더 걸릴 테고, 그만큼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던전에 재돌입할 필요가 있었다는 건가.

    어쩐지. 다들 뭔가 이상할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게 이상하다 싶더라니.

    디아나 쟤가 어제 식사를 마치자마자 빠르게 자리를 떴던 것도 그런 이유였던 건가.

    그리고 나라는 녀석은 다들 눈치채고 있었던 걸 혼자서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었다니.

    다른 애들이 너무 긴장하는 게 부담스럽다. 마음 편하게 가자. 속으로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 역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면······식사 끝나고 당장 출발할까?"

    "자네가 준비가 덜 된 것이라면······."

    연륜 가득한 우리 대마법사님은 내 반응을 보고 뭔가를 느꼈는지 그렇게 말해줬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어 그 배려를 사양했다.

    "아니. 내가 준비랄게 뭐 있겠어. 그냥 몸만 가면 되는데. 어젯밤에 종일 힐링 섹스를 발동해둬서 컨디션도 완벽하고. 식사 마치고 바로 가자."

    나 자신이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다른 애들한테 티 내서 괜히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살짝 야한 농담까지 던져서 평소 같은 태도를 유지하며 우리 애들은 안심시켜줬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디아나가 준비해둔 마나 성질 변환기들과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인벤토리에 챙겨 넣고 출근하는 레이첼 누님과 같이 길드로 향하게 됐다.

    "구원아. 여기. 켈비도 데려가지 않겠니?"

    그리고 길드에 도착해서 누님께 파티 등록을 하던 도중, 레이첼 누님이 그때까지 품 안에 안고 있던 케르베로스를 내 쪽으로 내밀면서 갑자기 이런 말을 해왔다.

    "응?"

    "다른 디아나 님이나 다른 사람들한테 들었는데, 우리 켈비가 던전에서 무척 도움이 됐다면서? 그러니까, 자."

    아주 살짝 불안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결심했다는 듯 표정을 굳히고 케르베로스를 내 쪽으로 내미는 누님.

    그리고 그 케르베로스로 말하자면, 누님이 설마 이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는 듯 충격받은 표정으로 누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꼴 좋다 이놈아.

    어쩐지.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출근할 때까지 케르베로스를 안고 가는 게 이상하다 싶기는 했는데, 이럴 생각이셨구나.

    "아니. 그야 물론 도움은 됐지만, 레이첼은 그래도 괜찮겠어?"

    저 가증스러운 똥개를 데려가서 혹사기키는 건 아무런 거리낌이 없지만, 저 똥개를 누님이 얼마나 아끼는지 생각해보면 냅다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그럼. 어차피 무사히 돌아올 거잖니?"

    하지만 내 완곡한 거절에도, 누님은 마음을 굳혔다는 듯 애써 미소까지 지으며 그렇게 대답해줬다.

    "그야. 그렇지만······."

    "그러면 아무 문제 없잖니? 켈비. 부탁할게. 나 대신 구원이를 잘 도와줘."

    "끼우으응······."

    누님. 그 똥개는 엄청 싫어하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한 번 거절했는데도 저렇게 밀어붙여 오는 거다. 마냥 거절하는 것도 누님의 성의를 무시하는 게 되는 거겠지.

    "그러면 누님. 저도 책임지고 무사히 잘 데리고 다녀올게요. 그럼. 켈비. 잘 부탁한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누님에게서 켈비를 건네받아 얼굴 앞까지 들어 올리고는 그렇게 말해줬다.

    입꼬리가 올라가려고 하는 걸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크카카카카칵. 봤냐? 봤냐 똥개야? 결국 누님한테 제일 중요한 건 나고, 넌 뒷전이야 이것아. 어딜 똥개 놈이 사람님의 자리를 넘보려고. 뭐? 자기가 왔으니 이제 누님 옆에 내 자리는 없어? 아무리 똥개라지만 입으로까지 똥을 싸진 말았어야지. 밑에서 아주 잘 철저하게 부려 먹어 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똥개야.

    "끼잉! 끼잉!"

    "응. 잘 다녀와. 정말 부탁할게."

    똥개는 내 눈빛에서 뭔가를 읽었는지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누님을 찾았지만, 똥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리가 없는 누님께서는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주셨다.

    ······말해두지만, 내가 이 똥개의 말을 조금 알아듣는다고 해서 이놈이랑 내가 같은 수준이라는 건 절대 아니니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똥개까지 파티에 포함해서 던전 6층을 향해 돌격하게 됐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역시나 5계층의 마을이었다.

    여기는 아라크네 클랜의 또 하나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만큼 그다지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6계층의 최심부에 최대한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왔군.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도착하자마자, 이곳의 책임자인 지니가 마치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모습을 드러냈다.

    혹시 이 녀석들, 진짜로 우리 저택을 감시라도 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응? 기다려? 무슨 일로?"

    "이거다."

    살짝 경계하면서 되물었지만, 지니는 딱히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 내게 건넸다.

    너무 갑작스레 건네져서 미쳐 뭔지 확인도 못 하고 반사적으로 받은 그것은 바로······불끈불끈 한 힘줄이 양각된 성기 모양 돌 조각이었다.

    "으악! 씨······후우. 뭐 하는 거야?!"

    하마터면 우리 애들 앞에서 욕할뻔했잖아!

    "응? 5.5계층으로 가는 데 필요한 열쇠다만. 6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그쪽을 통해서 가는 게 여기서 6계층으로 곧장 가는 것보다 빠를 테니까. 아니면 목적지가 그곳이 아닌 건가?"

    순간 욱해서 쏘아붙이듯 말한 나였지만, 아무래도 지니는 우리를 도와줄 생각으로 이걸 건네준 모양이었다.

    아, 그런가. 이거 돌 조각이 아니라 가고일의 성기였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더 만지고 있기 싫어졌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야 목적지는······그래도 성기라면 나도 얼마든지 스스로 얻을 수 있다고."

    "가는 도중에 가고일을 만나지 못하면 찾으러 다녀야 할 텐데? 어차피 우리도 여유분은 많으니 사양할 필요 없어. 그것도 전부 네 도움으로 얻은 것이지만."

    뭐,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만. 돌로 의태해 있는 그 특성상 찾기 귀찮은 몬스터이기도 하고.

    참고로 5계층에서 5.5계층으로 곧장 가는 길과 그 열쇠가 되는 성기는 저번에 같이 돌아올 때 미리엘이 알려줬다.

    하지만 아라크네 클랜이 왜 이런······아니. 확실히 우리는 표면적으로 협력 관계고, 우리가 먼저 6계층 아래를 조사하고 와야 아라크네도 갈 수 있다는 조건이니까 더욱 협력적으로 나서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으음. 내가 너무 심하게 경계하는 건가?

    "그러냐. 그럼 사양 않고 받을까. 고마워."

    "괜찮다. 저번에 그 멍청이들을 구해준 보답으로는 부족할 정도다."

    그걸 구해줬다고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우리가 없더라도 걔들은 아무렇지 않게 무사히 귀환했을 테니까.

    아무튼 이걸 건네준 행동에 다른 뜻은 없는 모양이다.

    설마하니 여기에 도청 장치나 위치 추적기 같은 게 달려있지도 않을 테고, 설령 달려 있다 하더라도 내가 인벤토리에 넣어두고 있으면 작동하지도 않을 테니까.

    우리는 지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가고일의 성기를 받은 후, 곧장 5.5계층으로 향했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20화 > 끝

    ⓒ CurtainCall#p5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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