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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915화 (899/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15화 >

    "어머, 안녕. 자기. 잘 잤어? 의외로 빨리 일어나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어제의 그 흐트러진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펠리시아는 완벽하게 멀쩡한 모습으로 내게 아침 인사를 했다.

    보아하니 나보다도 훨씬 먼저 일어나서 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좋은 아침. 그러는 너야말로 엄청 일찍 일어났잖아."

    어제는 결국 너무 좋아서 기절까지 했으면서.

    그래. 무엇을 숨기랴. 이 몸은 서큐버스를 섹스로 기절시킬 수 있는 남자라는 거다. 음하핫.

    "그래?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서 반성하고 있었는데."

    "아니. 지금 시간이 몇 신데······평소에 대체 얼마나 일찍 일어나는 거야."

    "아핫. 영주님은 보기보다 바쁘시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얘 여기 영주였지.

    그러고 보니 유능하다는 얘기도 상당히 많이 들었으니, 평소에는 나름 열심히 일하면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는 걸지도.

    내가 올 때마다 침대에서 뒹굴 거리는 모습밖에 못 봐서 바쁠 거라는 건 생각도 못 하고 있었네.

    "······자기, 혹시 이상한 생각하지 않았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펠리시아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내 두 눈을 빤히 바라봤다.

    "야한 생각이라면 했어."

    "아하핫! 뭐, 확실히 그런 것 같기는 하네."

    하지만 내가 적당히 얼버무리자, 펠리시아도 더 추궁하는 일 없이 쾌활하게 웃으며 위를 향해 우뚝 서 있는 내 물건을 손으로 잡고 적당히 위아래로 흔들어줬다.

    뭐, 적당히라고 해도 서큐버스님의 적당히는 일반적인 적당히가 아니라서 엄청나게 기분 좋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한 번 더 하고 가는 건데."

    덕분에 또다시 성욕이 샘솟은 나는 펠리시아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지만, 아쉽게도 펠리시아는 별로 시간이 없는 모양이었다.

    내 몸에 부드럽게 밀착하면서도, 아쉽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펠리시아.

    "그렇게 바빠?"

    "조금 이것저것 할 게 있어서."

    펠리시아는 별거 아니라는 듯 그렇게 말했지만, 내 유혹도 마다하고 가려는 걸 보면 상당히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응?"

    "괜히 여기서 더 했다가 늦어지면, 자기 엄청 혼날 테니까. 소녀, 이렇게나 서방님을 생각해주고 있답니다."

    아니. 그러니까 넌 왜 지고지순한 척할 때마다 어조가 사극조가 되는 건데.

    그리고 말이야.

    "그러면 나만 혼나는 거 아니거든?"

    "그야 나도 조금 혼날지도 모르겠지만, 자기보다는 덜 하지 않겠어?"

    뭐, 확실히 그렇겠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대충 눈치채고 있겠지만, 나는 어제 하룻밤을 성에서 지냈다. 이 요망한 공주님의 책략에 낚여서.

    그 얘기를 하려면 어젯밤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끼니도 거르고 공주님과 그 소꿉친구 기사님이라는 꿈의 3P 조합에 빠져있던 나는, 창밖이 어둑어둑해질 시간이 되어서야 슬슬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희 둘 다 괜찮아?"

    "네, 네헤에······."

    "으흣······! 아직······."

    내 괜찮냐는 말은 슬슬 돌아갈 시간인데 괜찮냐는 뜻이었지만, 실비아와 펠리시아는 더 할 건데 버틸 수 있겠냐는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완전히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려서 대답만 간신히 하는 실비아와, 몸을 바들바들 하고 간헐적으로 떨면서도 어떻게든 날 더 상대해주려고 하는 펠리시아.

    "아니. 슬슬 돌아갈 시간인데 정신 차릴 수 있겠냐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런 둘에서 내 말의 의도를 다시 정확히 말해주자, 펠리시아가 멍한 눈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나도 너희랑 계속 이러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돌아가야지. 밖에서 바넷사도 엄청 오래 기다리게 했고."

    그래. 바넷사가 제일 문제였다.

    어차피 오늘 밤은 실비아 차례고, 그 실비아와 즐기고 있는 거니까 조금 늦어도 상관없다고 편하게 생각하다가 그만 너무 늦어버리고 말았어.

    나가서 바넷사랑 얼굴 마주치면 진짜 죽일 듯이 노려봐지는 거 아닐까.

    "······아아."

    내 설명을 듣고 나서야, 펠리시아도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그런 탄식을 내뱉었다.

    아무리 머리 회전이 빠른 공주님이라도, 이렇게까지 쾌락에 절여져서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 그런 거니까······."

    "하지만, 집사 씨라면 밖에 없는걸?"

    펠리시아가 이해해줬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돌아갈 준비를 하려 했던 나였지만, 펠리시아는 그런 뜻으로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 아니었다.

    "뭐? 무슨 소리야?"

    "아까 실비아를 부를 때 있잖아."

    "응."

    "돌아가라고 전해뒀어."

    "바넷사를?"

    "응. 어차피 오늘 밤은 실비아 차례잖아? 문제 있어?"

    "당연히 있지! 애초에 네가 오늘 밤이 누구 차례인지 어떻게 아는 건데?!"

    "아핫."

    애교 있는 웃음 지으면서 웃어넘기려고 하지 마 이것아!

    아니. 그야 실비아한테 대충 전해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실비아를 만난 게 대체 언젠데!

    너 설마 그거 일일이 계산하고 있었던 거야?

    "아, 혹시 던전에서 실비아랑 자서 다른 사람 차례였어?"

    "······그건 아니지만."

    "그럼 괜찮잖아."

    이 녀석, 저런 말까지 하는 걸 보니 진짜로 계산하고 있었잖아.

    대체 어디부터 계획된······아, 설마.

    "······너 혹시,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실비아를 끌어들인 거였냐?"

    "딱히 이것만 노리고 그런 건 아닌걸. 자기도 꿈이 이뤄졌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펠리시아는 내 몸 옆면에 찰싹 달라붙어서 내 유두를 혀끝으로 낼름낼름 간질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실비아 역시도, 축 늘어져 있던 몸을 어찌어찌 일으킨 다음 반대편에 달라붙어서 반대쪽 유두를 입으로 자극해줬다.

    이쪽은 혀가 완전히 풀려서 컨트롤이 안 되는 건지, 입술로 쪽쪽 빨아줬지만.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한쪽은 핥아지고 한쪽은 빨리는 게 또 기분 좋······아, 아니! 지금은 이게 아니지!

    이것만 노리고 실비아를 끌어들인 게 아니라는 건, 결국 이것도 노리기는 했다는 거잖아.

    하여간 이 계산 빠른 공주는 챙길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톡톡히 챙긴다니까.

    설마 이런 식으로 내가 성에 자고 가게 만들다니.

    "자기, 혹시 싫었어?"

    게다가 다 이렇게 계획해놓고, 마지막에는 내 눈치를 살핀단 말이지.

    이것마저도 내 마음을 약하게 하려는 계획의 일부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다 알면서도 통하게 되는 게 바로 펠리시아라는 여자가 가진 마력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바넷사가 가버렸으면 돌아가기도 귀찮아지고.

    "싫은 건 아니지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멋대로 행동한 것에 대한 벌은 줘야겠는데."

    "벌?"

    "응. 각오하는 게 좋을걸."

    이상이 지난밤에 내가 성에서 묵게 된 이유였다.

    그리고 펠리시아가 지나친 쾌락에 나가떨어져 기절해버린 이유이기도 했고.

    훗. 그런 다음에 힘 좀 썼거든.

    아무튼 그런 이유로 지난밤을 성에서 묵게 됐으니, 펠리시아 말대로 최대한 빨리 돌아가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실비아 차례였다고는 하지만, 사전에 한마디 말도 없이 외박하고 왔다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

    "쳇. 그러면 일어나자마자 즐기는 3P 모닝 섹스는 포기할 수밖에 없나."

    "아하핫.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또 하면 되잖아."

    내가 아쉬운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자, 펠리시아도 내 물건에 작별 인사라도 하듯이 귀두 끝에 쪽 하고 한 번 키스를 해준 다음 몸을 일으켰다.

    "또 해주시는 겁니까."

    "음······뭐어, 나도 기분 좋았고."

    문자로 표현하면 궁서체가 됐을 진지한 말투로 물어보자, 펠리시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해줬다.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에서 나는 펠리시아가 은근히 부끄러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내가 자기 성벽을 알아냈을 때는 쿨하게 인정하고 더하자고 했던 녀석이었는데.

    사랑이 여자를 바꾸게 한다는 건 정말인 모양이다.

    "하긴. 심하게 느끼기는 했지."

    "소녀. 더욱더 서방님께 헤어나올 수 없게 되었사와요."

    그런 의미로 일부러 더 부끄러워 보라고 그렇게 말해주자, 역시나 부끄러웠는지 펠리시아는 이상한 사극조 말투를 쓰면서 얼버무리려고 했다.

    "오오. 너도 진짜 부끄러운가 보다?"

    "실비아. 아침이야. 슬슬 일어나야지. 얘도 참. 평소에는 이렇게 늦잠 자는 애가 아닌데. 지난밤에 너무 좋았나 봐."

    아, 도망갔다. 게다가 타겟을 실비아로 돌리려고 노력하고 있어.

    야. 너희들 친구 아니었냐? 실비아 걔는 안 그래도 내 곁에서 생존해있는 것도 힘겨워하는 애니까 좀 봐줘라.

    "우응······뭐야. 왜 펠리시아가······흐야앗?! 구, 구언니임!?"

    아니나 다를까. 눈을 비비면서 일어난 실비아는 조금 멍하면서도 무뚝뚝한,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의 말투로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옆에 있는 날 보고는 곧장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뭐야. 실비아. 설마 나랑 같이 잔 걸 잊은 거야?"

    그리고 물론, 나는 일부러 충격받은 표정을 지으며 실비아에게 장난을 쳤다.

    아까는 봐주라고 해놓고 왜 내가 먼저 장난이냐고? 어쩔 수 없잖아. 실비아의 저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되어버린다고.

    "아, 아, 아, 아닙니다아! 져, 엄청 조아서 기······우, 으······."

    아. 자고 일어나자마자 이러니까 뇌에 과부화가 왔는지 완전히 정지해버렸다.

    어쩔 수 없지. 이럴 때야말로 내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겠어?

    "햐으으!"

    내가 실비아의 몸을 가볍게 끌어안아 주자, 새빨간 동상이 되어있던 실비아가 다시 몸을 바르르 떨면서 실비아 테라피를 시작해줬다.

    후우. 일어나자마자 즐기는 모닝 실비아 테라피라니. 이곳이 바로 극락인가.

    아무튼 그렇게 해서 상당히 일찍 일어나 몸단장을 한 다음, 나와 실비아는 펠리시아가 준비해준 마차를 타고 아침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저택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도 이왕 자고 가는 거니 아침도 먹고 가려고 했지만, 펠리시아도 우리 애들한테 미안한지 괜찮다고 거절했다.

    뭐, 펠리시아한테도 앞으로의 얘기를 해줬으니까 말이야.

    슬슬 여신님의 사명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만큼, 혼자 날 독점하고 있기에는 양심이 찔리겠지.

    "다녀오셨습니까."

    아침 일찍 돌아온 날 제일 처음 마중 나온 것은, 역시나 우리의 완벽 집사인 바넷사였다.

    솔직히 조금 화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화난 것 같지는······.

    "상당히 빨리 오셨군요. 설마 식사도 안 하고 오셨습니까?"

    "응. 그런데."

    "구원 님의 아침 식사는 준비하지 않았습니다만."

    바, 바넷사 씨? 혹시······엄청 화나셨나요?

    그야 기껏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직접 말하지도 않고 사람을 시켜서 돌려보냈으니 화나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일단 저도 바넷사 씨가 돌아간 걸 모르고 있었던 거라서 말이죠.

    "실비아 님의 식사는 준비되어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야!"

    "농담입니다."

    깜짝 놀랐잖아! 하여간 얘도 언제부턴가 가끔 이상한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니까! 대체 누구한테 배운······내, 내 영향인가?

    크흑. 무뚝뚝하고 일밖에 모르던 바넷사를 내가 더럽혀 버렸어.

    아, 이 표현, 왠지 야하게 들린다.

    "뭐, 아무튼 미안해. 어제 그렇게 돌려보낼 거면 적어도 내가 직접 말했어야 했는데."

    "괜찮습니다. 공주님이 꾸미신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응? 어떻게?"

    "예전부터 그런 분이셨으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바넷사 얘도 상당히 나이가 많았지.

    디아나가 펠리시아의 가정교사 같은 걸 했을 때도 디아나의 집사였을 테니까, 펠리시아의 성격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는 건가.

    "다행이다. 그러면 다른 애들도 별로 화 안 났겠네?"

    "아니요."

    "······으, 응? 뭐라고요?"

    "아니요."

    아니. 다시 들려달라는 말이 아니었는데.

    "화났다고? 네가 잘 말해줬는데도?"

    "네? 그래야 했습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가 그래야 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말투로 그렇게 말해왔다. 얼굴은 평범하게 무표정인 주제에.

    아니. 완벽 집사인 네가 그 정도 센스도 없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진짜 몰랐던 척할 거면 적어도 표정을 바꾸려는 노력이라도 해라!

    어떻게 전부 펠리시아가 꾸민 일이라는 걸 눈치채고도 잘 말해주지 않지?! 너 역시 화난 거 맞지?!

    "농담입니다."

    "우리 애들이 화난 게? 아니면 네가 잘 말해주지 않았다는 게?"

    "직접 얼굴을 마주하시면 바로 알게 되실 겁니다."

    직접 얼굴 보는 게 무서우니까 먼저 묻는 거잖아, 이것아!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15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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