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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892화 (876/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92화 >

    혹시 훈련하면서 틈틈이 계속 아까 같은 짓을 반복하게 되는 것 아닐까?

    그러다가 마틸다의 핑크빛 모드가 점점 더 강하게 발동해서, 결국 제어할 수 없게 된 우리는 키스에서 더 나아가······같은 망상을 잠깐 했던 나였지만, 역시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한 번의 키스로 점심시간까지 버틸 만큼 충전을 한 건지, 마틸다는 그 이후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른 사람의 교육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나도 평범하게 훈련하는 모습만 바라봤고 말이다.

    심심하지 않았냐고? 하하. 그럴 리가.

    미녀들이 서로 엉켜서 피부가 번들거릴 정도로 구슬땀을 흘리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거다. 흥분하지 않을 리가······크흠. 심심할 리가 없잖아? 오히려 행복했습니다.

    특히 우리 천사님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갑옷을 일부분만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몸에 착 달라붙게 개조한 수녀복이 땀으로 몸에 착 달라붙은 모습이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언제나 나긋나긋 포근했던 천사님이 건강을 발산하며 매력을 뽐내고 계시는 거니까. 더더욱.

    "구원씨도 차암······."

    결국 나는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레이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입고 있던 갑옷을 벗은 레이아는 ‘너무 그렇게 바라보시면 부끄럽다고 했는데······.’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곱게 눈을 흘기면서 내게 다가왔다.

    "아니. 나도 조절해가면서 보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어. 진짜로."

    "후훗. 정마알······뭔가요, 그게?"

    무심코 변명하는 내게 평소와 마찬가지로 포근한 미소를 지어주시는 천사님이었지만, 오늘의 천사님은 포니테일 천사님이었기 때문에 그 미소조차도 뭔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정말 질투할 정도로 레이아씨만 쳐다봤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레이아에 뒤이어서, 마틸다도 내 쪽으로 다가오며 곱게 눈을 흘겼다.

    "아니. 무슨 소리야. 마틸다도 제대로 봤다고. 늠름하게 교육하는 모습이 멋있었어. 과연 전 성기사단장님."

    "그렇게 덧붙이는 것처럼 칭찬해도 딱히 기쁘지 않아요. 뭐, 괜찮지만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기쁜 표정으로 입술을 훔치는 동작을 취하는 마틸다였다.

    뭐야 그 제스쳐. 한 번 더 하자고?

    "그러고 보니 두 분, 도중에 한 번 같이 어딘가 가셨었죠? 무슨 일 있으셨나요?"

    그리고 그런 마틸다의 제스쳐가 레이아의 눈에도 들어왔는지,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슬쩍 내게 몸을 밀착시켰다.

    "아니. 딱히."

    딱히 뒤가 켕기는 일을 한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둘이 빠져나가서 진하게 키스하고 왔다고 하는 것도 뭔가 부끄럽잖아.

    그래서 그렇게 대충 얼버무린 나였지만.

    "흐으응······정말인가요?"

    우리 천사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등을 쫙 편 자세 그대로 몸을 숙여서 내 다리 사이로 코끝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킁킁하고 귀엽게 콧방울을 움직이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천사님.

    그렇게 그 코끝이 내 다리 사이에서부터 배, 가슴, 목을 지나서 입술에까지 올라온 다음에야, 천사님은 겨우 움직임을 멈췄다.

    나하고 키 차이가 있으니까 천사님의 코가 이 이상 올라오기는 힘들기도 했지만, 물론 천사님은 그런 이유에서 움직임을 멈춘 것이 아니었다.

    "아, 역시나."

    내 입술에 닿을락 말락 한 거리까지 코를 가져다 대고는, 킁킁하고 귀엽게 움직이시면서 눈을 흘기시는 천사님.

    안 그래도 몸의 라인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수녀복이 땀 때문에 몸에 완전히 달라붙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오늘은 다른 때와 달리 포니테일을 하고 계셔서 그런 건지, 오늘의 천사님은 왠지 다른 때보다 더 섹시해 보이셨다.

    "두 분이어서 만 치사하세요."

    "그래? 그러면 레이아하고도 뭔가 할까? 뭘 하면 돼? 레이아도 키스할래?"

    "네?! 아, 그, 그게······."

    하지만 아무리 오늘따라 섹시해 보이신다고 해도 우리 천사님은 천사님이셔서, 내가 뻔뻔하게 몰아붙이자 천사님은 바로 얼굴을 붉히고는 부끄러워하셨다.

    그래. 이래야 우리 천사님이지.

    괜히 우리 천사님이 섹스가 좋아요! 라고 외쳐야만 구미호로 변신할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이미 충분히 뭔가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그런 우리 모습을 보면서, 마틸다가 레이아에게 추가타까지 날렸다.

    "네? 그게 무슨······아, 아앗! 이, 이건! 아니에요!"

    아까도 말했지만, 레이아는 내 입술에 코끝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레이아의 키 차이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몸을 밀착하는 자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레이아는 이제야 그 사실을 눈치챘다는 듯 황급히 내게서 떨어졌지만, 이미 다른 성직자들도 다 보는 앞에서 나하고 한참을 달라붙어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아우우우······. 이제 다른 사람들 얼굴을 어떻게 보죠······."

    원래라면 이대로 신전에 있는 식당에서 다른 성직자들과 함께 다 같이 식사해야 했겠지만, 레이아가 너무 부끄러워하는 바람에 우리는 일단 신전을 나와 밖에서 식사하게 됐다.

    뭐, 나도 밥 먹는 도중에도 계속 그런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사방에서 받는 건 사양이었으니까 마침 잘 됐지.

    "괜찮아. 당당하게 있으면 다른 사람도 별로 신경 안 쓸 거야. 마틸다를 봐. 훈련 도중에 나하고 진하게 키스까지 하고 왔는데도 당당하잖아."

    "당신, 제가 뻔뻔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지 말아 주시겠어요?"

    아니. 아까 그건 상당히 뻔뻔했다고 생각하는데.

    뭐, 상관은 없지만. 오히려 난 좋기만 했고.

    "우으······이제 한동안 크리스한테 시달릴 거에요······."

    하지만 신전에서 자란 레이아로서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갈 수 없는 모양이었다.

    뭐, 여자들은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많다고들 하니까 말이야.

    특히 레이아는 신전에서 나고 자란만큼 아기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 많아서 더 시달릴지도 모른다.

    "뭐 그건······수고해."

    이것만큼은 나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나는 가만히 명복이나 빌어주기로 했다.

    "정마알! 남의 일이라고!"

    그리고 그런 내 태도에 레이아는 울상을 지으면서, 꼬리로 내 등 부분을 탁탁 때려댔다.

    천사님. 그래 봤자 제 마음이 치유만 될 뿐이에요.

    하지만 천사님이 이렇게까지 곤란해하고 계시니, 나도 뭔가 해드리지 않으면.

    "무슨 소리야! 남의 일이라니! 레이아가 어떻게 남이야! 레이아는 내 여자야! 레이아의 일은 내 일이라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

    "아, 구, 구원씨이······."

    내가 레이아의 허리를 휘어잡고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도 크게 감동을 받았는지 북받친 얼굴로 날 쳐다봤다.

    하지만 그런 나와 레이아의 사이를 갈라놓는 이가 있었으니.

    "레이아씨. 그런 말에 넘어가려고 하시면 어떻게 하나요. 이 사람, 멋진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들어보면 아무런 해결책도······."

    "마틸다. 사랑해."

    "아아······저도요. 당시인······."

    한 발 떨어져 냉정하게 우리를 바라보던 마틸다였다.

    나는 순발력을 발휘해서 금방 마틸다의 입을 다물게 하였지만.

    "우으······구원씨이! 전 진지하다고요!"

    이미 천사님의 마틸다의 말을 들어버린 후였다.

    쳇. 잘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 오오오오!"

    아무튼 그렇게 레이아와 마틸다를 양옆에 두고 같이 알콩달콩하면서 식사하고 있자니, 갑자기 커다란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대체 어떤 놈이야? 우리 셋만의 알콩달콩한 시간을 방해하는 눈치 없는 놈은.

    그런 생각과 함께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거기에는 꽤나 익숙한 면면들이 있었다. 나로서는 별로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얼굴들이었지만.

    "신전의 근처에서 성자님을 만나다니! 이것이야말로 여신님의 인도라는 것이군요!"

    바로 얼마 전에 나와 같이 지옥을 경험하고 온, 아니. 지옥을 더욱 지옥으로 만든 주범들이었다.

    게이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날 찬양하는 광신도 음유시인. 어린 애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변태 주제에 신사인 척하는 정의 로리콘. 그리고······.

    "이 둘은 파티니까 그렇다 쳐도, 쓰레온 넌 왜 얘들이랑 같이 있냐?"

    "······나한테 묻지 마······."

    너무 고통받은 나머지 이제 반쯤 재가 된 것 같은 모습으로 해탈해있는 쓰레온이었다.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것보다.

    "야. 음유시인."

    "네! 성자님!"

    "넌 눈치라는 게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지금 내가 뭘 하는지 안 보여?"

    만약을 대비해서 마틸다의 얼굴이 내 가슴에 파묻히도록 그 머리를 감싸 안고는, 나는 녀석에게 있는 힘껏 핀잔을 줬다.

    "하아아아앙······당시인······."

    뭐, 내 가슴팍에 있는 힘껏 뺨을 비벼대면서 하트 모양 시선을 뿅뿅 쏘아대는 걸 보아하니, 걱정할 만한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기는 했지만.

    "하핫. 제가 오붓한 시간을 방해해버린 모양이군요."

    "알면 좀 꺼······가라!"

    이 새끼야! 하마터면 우리 애들 앞에서 험한 말 쓸 뻔했잖아!

    "하핫. 이거 죄송합니다. 하지만 모처럼 이렇게 성자님을 보게 되었는데, 인사를 하지 않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 녀석, 지금 이게 더 예의가 아니라는 사실은 모르는 걸까.

    "그리고······실은 성자님께 긴히 드릴 말도 있습니다."

    얼굴 들이밀지 마, 이 새끼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이 녀석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본의는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이 녀석들과 중요한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뭐? 뭔데? 설마 누구한테 말이라도 한 건 아니지?"

    "아, 그런 일은 아닙니다. 안심하십시오. 실은 그 일이 이후로 생각해봤습니다만, 성자님. 이 이후로도 성자님께서 형수님과 동행할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야. 새끼야. 우리 애들이 왜 너한테 형수님이야?! 언제 내가 네 형이 됐는데?!

    "그런······형수님이라니······아직 결혼은 안 한 걸요······."

    레이아가 이렇게 좋아하고 있으니까 넘어가 주겠지만 말이야!

    "어쩌면 형수님들뿐만 아니라, 성자님 역시도 함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말입니다."

    아니. 절대로 없을 거라고 장담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예상이 맞으면 던전은 6계층으로 끝이고, 그 아래에서 뭔지 모를 할 일만 내가 끝내면 그걸로 끝이니까.

    "그런 때를 대비해서, 저희 셋이 성자님의 힘이 되기 위해 뭉치기로 했습니다. 성자님이 직접 나설 수 없는 때를 위한 별개의 파티. 이른바 히든카드라는 것이지요."

    아니. 야. 뭔가 ‘우오오! 우리도 이걸로 여신님의 사명에, 성자님이 써내려갈 위대한 모험담에 낄 수 있어!’ 같은 표정 하면서 말하고 있는데 말이지, 저기 뒤에서 쓰레온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고 있는데. 너 진짜 제대로 셋이서 얘기한 다음 전원 동의하고 말하는 거 맞냐?

    "흠······."

    하지만 쓰레온의 사정 따위 알 바 아닌 나로서는, 꽤나 괜찮은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 녀석들이랑 같이 던전을 다니는 건 죽어도 사양이지만, 이 녀석 말대로 만의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을 대비해서 이런 수를 준비해두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실력은 확실하고 나쁜 녀석들도 아닌 만큼, 써먹기 좋은 녀석들인 건 사실이니까.

    "좋아. 만약 그럴 일이 있으면 쓰레온의 저택으로 연락하지."

    "오, 오오! 감사합니다! 성자님의 위대하신 사명에 함께할 수 있게 되다니, 다신 없을 영광······."

    "끝났으면 좀 가라! 소문에 빠삭한 음유시인이면 얘가 어떤 저주에 걸렸는지 정도는 알 거 아니야!"

    "앗, 이거 방해했습니다. 그럼 형수님들과 오붓한 시간 즐기십시오."

    여전히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놈이었다.

    "야! 잠깐! 왜 내 저택······!"

    "하하핫. 자, 갑시다. 레온님."

    "놔! 야! 구원! 너도 좀······! 치사한 녀석! 네 녀석에게는 같이 고통을 경험한 동료에 대한 동정심도 없는······!"

    쓰레온은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렉에 의해 간단히 끌려가 버렸다.

    훗. 내가 사내새끼한테 동료 의식 같은 걸 느낄 리가 없잖아.

    저 땀내나는 놈들을 혼자 부담해준다니. 오히려 환영이다. 잘 해봐라. 적어도 명복은 빌어주마.

    "후훗. 좋은 사람이네요."

    아니. 뭐, 확실히 좋은 녀석이기는 하고,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지금도 순수하게 선의로 날 돕겠다고 해준 거고.

    "하지만 구원씨. 조금 전 태도는 너무하셨어요."

    그러고 나서 우리 천사님은 내 태도를 가볍게 꾸중하려고 까지 하셨다.

    험한 말이 나오는 건 가까스로 참았지만, 빈말로도 태도가 좋다고는 못 했으니까 말이야.

    "미안.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마틸다가 있는데 사내놈이 다가온 거니까. 나도 안달 났단 말이야."

    "정마알······."

    하지만 내가 마틸다를 변명으로 삼자, 레이아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꾸중을 그만둬 주셨다.

    "당시인······질투해주신 건가요오······?"

    "당연하지."

    "아아앗······!"

    "추, 추기경님?! 이, 이런 곳에서 그러시면 안 돼요!"

    아무튼 그렇게 도중에 의외의 만남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는 딱히 별다른 일도 없이 우리는 셋이서 알콩달콩하게 달라붙어서 식사했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92화 > 끝

    ⓒ CurtainCall#o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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