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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886화 (870/1,205)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86화 >

"아, 벌써 이런 시간이네. 밥이나 먹으러 갈까?"

그렇게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로 했다.

"음. 그렇구먼."

디아나는 내 꿍꿍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보고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배에 그런 게 들어가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방을 나서자는 얘기에 동의하다니.

충분히 시간을 들인 만큼, 결국 로터를 의식하지 않게 된 모양이다.

그야 디아나가 바보도 아니고 자기 안쪽에 로터가 들어 있다는 걸 기억 못 하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야.

나랑 이렇게 같이 웃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미약한 위화감 말고는 별다른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의식을 안 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니면 그냥 자신감이 붙은 것일지도 모르지.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았으니, 방 밖으로 나가도 별일 없을 거라는 자신감 말이다.

만약 그런 거라면,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뭐, 나로서는 착각하고 있어주는 편이 좋으니 입 다물고 있기로 하자.

"디아나님. 구원님. 죄송합니다. 식사 준비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예정입니다만······."

우리가 식당에 도착하자, 식당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가 우리에게 인사를 한 후 살짝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말을 건네왔다.

그 말대로, 식탁 위에는 아직 음식이 전혀 놓여있지 않았다.

주방에서 여기로 음식을 옮기기는커녕 아직 음식이 다 만들어지지도 않은 거겠지.

"아, 괜찮아. 우리는 신경 쓰지 마. 그냥 조금 빨리 온 거니까. 조금 기다리면 되지 뭐. 괜히 우리 때문에 서두르지 말고 평소처럼 해. 그렇지 디아나?"

하지만 나는 애초에 이럴 줄 알고 조금 빨리 온 거였다.

제시간에 딱 맞춰서 왔다가 디아나가 다른 애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바람에 시작부터 격한 반응을 보여버리면 곤란하니까.

"음. 이 자의 말대로일세."

디아나는 그런 내 꿍꿍이는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조해줬다.

남의 시선에 흥분하는 우리 변태 대마법사님께서, 메이드 한 명이라고는 하지만 안에 로터를 넣은 상태로 다른 사람을 만난 건데도 저런 태도라.

역시 아직까지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 건가.

뭐, 의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자극이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이 시점에서 이 정도 마인드 컨트롤은 가능할 테고 말이다.

아무리 디아나가 노출증이 심한 변태라고는 하지만, 그 이전에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지고의 대마법사님이니까.

언제까지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아, 미안하지만 차 좀 준비해주지 않겠어? 그 뭐더라? 전에 마셨던 홍차랑 비슷한 색이면서 맛은 전혀 다른 차였는데."

"알겠습니다. 창고에서 가져와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나는 일부러 평소에 잘 안 마셔서 식당에 구비가 안 되어있는 차를 주문해서, 식당을 혼자 지키고 있던 메이드를 물러나게 하였다.

"자네가 그런 것을 주문하다니 드문 일이구먼."

그리고는 식탁에 앉아서, 그렇게 말하면서 다가오는 디아나를 끌어당겨 내 무릎 위에 앉혔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디아나를 무릎 위에 앉힌 채로 그 배 앞으로 두 팔을 둘러서 가볍게 힘을 줘 끌어안자.

"응······!"

드디어 디아나가 자신의 하복부 안에 있는 로터를 다시 의식했다.

복부를 살짝 압박당한 전도니까 그렇게 큰 자극은 아니었을 테고, 무엇보다 여기는 지금 나랑 디아나밖에 없으니까 반응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자극도 크지 않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이정도 반응을 보였다는 얘기가 된다.

야한 짓하고는 전혀 연이 없는 식당이라는 공간에서 이런 감각을 느꼈다는 사실에 반응한 걸까?

역시 우리 변태 대마법사님.

"전에 디아나가 맛있게 마셨잖아? 나도 가끔은 우리 색시님 입맛에 맞춰볼까 해서."

"새, 색시님이라니 뭔가아······."

하지만 내가 그런 디아나의 반응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척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도 애써 자신의 하복부에서 전해지는 쾌감에서 눈을 돌리고는 내 말을 받아주며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그 뺨이 핑크빛으로 살짝 상기 된 이유가 부끄러워서인지, 아니면 하복부에서 아릿하게 전해져온 쾌감 때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 곧 준비하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디아나가 또다시 로터를 의식하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건, 차를 가지러 갔던 메이드가 식당으로 돌아온 다음이었다.

"나, 낭군님······?"

"응?"

메이드가 우리 바로 옆까지 와서 식탁 위에 찻잔을 놓고 차를 따라주자, 디아나는 메이드가 있는 곳의 반대편으로 미묘하게 몸을 기울이며 날 올려다봤다.

"이 몸······내려가지 않아도 되겠나?"

"왜? 내 무릎 위에 앉는 거 싫어?"

"아, 아닐세! 그, 그저 말일세. 이 몸이 이러고 있으면 차 마시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여······."

하하. 얘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식사한 것만 해도 몇 번인데.

네가 바넷사나 사라 같이 장신이라면 또 모를까.

아니. 하다못해 네가 완전히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가기만 해도 조금 불편하겠지만, 지금 몸집으로는 전혀 문제 될 거 없네요.

뭐, 내가 말 해주지 않아도 잘 알겠지만.

"에이. 방해될 게 뭐 있어. 디아나가 막 몸을 떨어대거나 발버둥치는 것도 아닌데. 안 그래? 하하핫."

"그, 그, 그렇구먼! 으, 음하하······."

내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 디아나는 대놓고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드가 식당에 들어온 순간부터 미묘하게 다리를 꼼지락거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음하하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런 순간에 내가 저런 말을 해버리자, 디아나는 전신에 힘을 줘서 절대 떨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우읏······!"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디아나는 자신의 안에 있는 로터를 더욱 강하게 의식하게 되어버렸고, 그 결과 디아나의 엉덩이가 맞닿아있는 내 다리 사이에 조금씩 습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음······괜찮네. 디아나는 안 마셔?"

"으, 으음?! 물론, 마실 걸세. 왜 안 마시겠는가. 후하하아······."

이제는 후하하냐.

아무튼 웃음소리에 미약하게나마 달콤한 한숨까지 섞으며 대답한 디아나는, 곧장 찻잔을 들고는 마치 맥주라도 마시는 것처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크크큭. 우리 대마법사님, 목이 많이 타기는 하나 보구나?

하지만 디아나야. 우리 플레이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란다.

아니. 과장 좀 보태자면 아직 시작조차 안 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어머."

진짜 시작은, 이렇게 우리 애들이 왔을 때부터 시작이지.

식당에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의외로 사라였다.

아니. 그야 아침을 걸렀으니 배가 고프기는 하겠지만, 벌써 부활했구나.

아직 침대에 누워있을 줄 알았는데.

"들어오자마자 왜 사람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어?"

"별로. 난 그냥······둘이서 식사 끝나자마자 곧장 방에 틀어박혔다고 하니까."

아아. 그래서 평소처럼 섹스에 빠져서 점심은 거를 줄 알았다고?

뭐, 아주 틀린 말도 아니기는 하지만. 실제로 야한 짓은 하다가 왔고. 아니. 지금도 계속해서 하고 있는 중이고.

"그보다 디아나는 왜 그러고 있어요? 괜찮아요?"

사라는 우리가 둘이서 틀어박혀서 야한 짓을 안 했다는 사실에 아직 의구심을 품고 있는 건지, 살짝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디아나를 엿보기까지 했다.

뭐, 사라가 들어온 다음부터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있으니까 의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지만.

"으, 음?! 뭐가 말인가아?!"

고개를 푹 숙인 디아나는, 실은 아까부터 자신의 안에 있는 로터가 계속 신경 쓰이는지 하반신을 미묘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긴 식탁보 덕분에 사라에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덕분에 그 귀여운 엉덩이가 내 다리 사이에 비벼지고 있어서, 실은 나도 마나를 돌려서 발기를 간신히 참고 있는 중이었다.

"아뇨. 말이 없으니까요."

"뭔가 생각할 게 있는 모양이야. 아까까지 연구하다가 왔으니까."

제아무리 디아나라도, 머리 한구석에 로터를 의식하면서 사라의 상대를 완벽하게 해내는 건 불가능하겠지.

그리고 앞으로 더 들어올 다른 애들 상대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생각한 나는 디아나를 도와주면서 동시에 이 이후로 디아나가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밑밥을 깔았다.

"연구?"

"우리가 괜히 둘이서 디아나 방에 틀어박혀 있었겠어? 지금까지 조금 디아나의 마나 연구를 도와주다가 왔어. 최근 던전의 마나와 위쪽의 마나에 대한 사실이 많이 밝혀졌으니까, 내가 성자 스킬을 쓸 때 쓰는 마나도 다시 한번 조사하고 그 차별점을 알아보고 싶다고 해서. 그렇지 디아나?"

"으, 으음! 하지만 마나의 성분에 따라 각 종족에 뭔가 다른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한 적도 없었으니 말일세. 이 몸도 새로운 벽을 느끼고 답답해하고 있는 걸세."

그리고 내 주제 선정은 무척이나 적절했는지, 디아나는 열성적으로 내 말에 동의해줬다.

이런. 실패했나. 너무 디아나가 열중하는 주제를 꺼내버린 탓인지, 아까부터 미묘하게 꿈틀대던 디아나의 하반신이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다른 애들 앞에서도 마음껏 로터를 의식하라고 변명을 도와준 건데, 로터에서 의식이 멀어져 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

"흐으응······. 그렇군요."

하지만 그 열성적인 모습에, 눈치 빠른 사라도 결국 의구심을 완전히 지우고 재미없다는 듯 메이드가 따라준 차를 홀짝였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의 관심이 우리에게서 멀어진 틈을 타서, 나는 다시 한번 식탁 아래로 손을 내리고는 디아나의 하복부를 살짝 눌러줬다.

"으흐음! 그런 걸세에!"

그러자 디아나는 곧장 고개를 푹 숙이면서 몸을 바르르 떨더니, 고개를 들어서 살짝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 얼굴로 날 올려다봤다.

하지만 벌써부터 미묘하게 안면 근육이 풀린 우리 변태 대마법사님이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결국 디아나가 내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것 같은 모습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뜨거운 시선을 받은 나는, 디아나의 마음에 응해줄 수밖에 없었다.

인벤토리에서 리모컨을 꺼내서 살짝 다이얼을 돌려주자, 디아나의 엉덩이와 맞닿아있는 고간에 우우웅하고 진동이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강도를 그렇게까지 올리지도 않았으니, 그냥 내 기분 탓인 걸지도 모르겠지만.

"응크흡! 케혹! 케혹!"

아무튼 그렇게 되자 디아나는 반사적으로 신음성을 내뱉을뻔했다. 아니. 실제로 내뱉었다.

다만 대마법사님답게 위기의 순간에도 기지를 발휘해서, 디아나는 자신의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오는 것과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마치 차에 목이 메서 기침하게 된 척을 했다.

"디아나. 아무리 생각에 빠져 있어도 그렇지. 차 정도는 차분히 마셔."

"으응······음. 이 몸이 생각에 몰두하면 다른 게 눈에 안 들어오는 성격이지 않는가. 응하하······응······."

역시. 아무리 노출증이 심하다고 해도, 고작 이 정도 자극으로 우리 대마법사님의 이성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건가.

뭐, 고작 이 정도 자극으로 말 사이에 이렇게까지 달콤한 한숨을 섞는 것이니 충분히 심각한 수준이고, 다른 사람의 눈만 없었다면 진작 무너졌을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러는 사이에 식탁 위에 음식들이 준비되면서 다른 애들도 하나둘씩 식당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디아나의 안에서 작은 로터가 진동하고 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여느 때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점심이 시작됐다.

"자, 디아나. 아앙. 밥은 먹어야지."

"으응음······. 아아앙······응으읍······."

디아나는 식사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전혀 손을 움직이지 않았고, 나는 그런 디아나의 입에 차례차례 음식을 넣어줬다.

얼핏 듣기에는 평범하게 어리광부리며 음식을 먹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실은 저게 다 중간중간에 신음이 섞여 있는 거란 말이지.

디아나에게 있어 그나마 다행인 건, 아까 사라에게 했던 변명 때문에 다들 디아나의 그런 모습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는 거다.

가끔 혼자서 앓는 소리를 내도, 혼자서 고민하느라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고 말이다.

뭐, 식탁보 아래에서는 배 안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하반신이 계속해서 꿈틀대고 있었지만.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86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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