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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884화 (868/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84화 >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디아나였지만, 결국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천천히 방 한쪽에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장으로 다가갔다.

    한 걸음 걷고 뒤를 돌아서 힐끔 날 쳐다보고, 또 한 걸음 걷고 뒤를 돌아서 힐끔 내 눈치를 보고.

    그 동작을 반복하면서 천천히 책장에 도착한 디아나는, 마지막으로 내 눈치를 한 번 보더니 책 몇 개를 어중간하게 절반쯤 걸쳐지도록 꺼냈다.

    드르르르륵.

    그러자 뭔가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책장이 옆으로 밀리며 그 뒤에서 커다란 문이 등장했다.

    오오오! 영화 같은 데서나 보던 게 이 저택에도 있었을 줄이야!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그 모습에, 나는 무심코 가까이 다가갔다.

    "우으······! 빠, 빨리하면 될 것 아닌가아!"

    하지만 그런 내 모습에서 디아나는 더더욱 압박을 느꼈는지, 책장 뒤에서 나타난 문을 손으로 톡톡 가볍게 두드렸다.

    내 눈에는 그냥 두드린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마법적인 무언가를 한 건지 그 보기에도 단단한 통짜 금속으로 된 문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문 뒤편에서 뭔가 창고 같은 게 모습을 드러내거나 하지는 않았고, 문이 있던 자리에는 뭔가 검은 공간 같은 게 펼쳐져 있었다.

    이걸 뭐라고 하면 좋을까. 안쪽으로 깊은 심연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고 할까?

    뒤쪽에 아무런 공간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디아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어서, 팔을 휘저으며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 그런가. 저 공간 자체에 아공간 주머니에 쓰는 마법 같은 걸 걸어놓은 건가.

    저기가 바로 그 입구고 말이다.

    뭔가 압도되는 그 광경에 잠깐 정신이 팔리고 말았지만, 중요한 건 저게 아니지.

    진짜 중요한 건, 지금부터 디아나가 꺼내려고 하는 것이다.

    대체 얼마나 부끄러웠길래 저렇게 철저하게 숨겨놓은 거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조, 조금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리게!"

    내가 가볍게 보채자 디아나는 왠지 상당히 불안해하는 모습으로 그렇게 외치더니, 팔을 휘저어서 무언가를 꽉 쥐고 아공간에서 팔을 꺼냈다.

    주먹 쥔 디아나의 손안에 감춰지는 크기의 성인용품이라. 아직 보지도 않았지만 하나밖에 떠오르질 않는걸.

    아무래도 기본 중의 기본이라면서 팔았던 점원의 말은, 거짓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냐, 냥군니임?"

    하지만 그것마저도 보여주기 싫은지, 디아나는 눈을 치켜뜨면서 갑자기 귀여운 척을 했다.

    낭군님도 아니고 냥군님이라니. 그야 쾌감에 절어서 혀가 풀렸을 때는 저렇게 말하기도 했지만, 너 지금은 멀쩡하잖아.

    사라가 고양이 귀를 사갔으니까 밤에 우리가 그런 플레이를 했을 거라고 짐작하고, 일부러 노리고 저러는 건가?

    하여간 이상한 데에서 잔머리가 잘 굴러간다니까.

    "응. 디아나."

    물론 난 웃으면서 디아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무리 귀여운 척을 해도 볼 건 봐야지.

    "우으으으으!"

    야. 귀여운 척이 안 통한다고 떼쓰지 마라. 네가 애냐? 나이는 제일 많······아무튼. 아무리 그래도 반드시 볼 거니까.

    "우으······여기있네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 떼를 써도 내가 앞으로 내민 손을 거두지 않자, 디아나는 결국 포기했는지 살짝 삐진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며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놨다.

    핑크색의 동그란 물건.

    아무리 봐도 그거다. 단, 내가 알고 있는 그것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선으로 연결된 리모컨이 없다는 점 말이다.

    물론 사람들이 마나를 다루는데 익숙한 세계니 이것도 그냥 마나로 작동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는 세세하게 강도 조절 같은 걸 못하잖아?

    그럴 리가 없어. 마법이 있는 세계의 성인용품점에서 만든 물건이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어졌을 리가 없어.

    "디아나."

    "무, 뭔가아······."

    얼굴에서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을 정도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움츠러들어 있는 디아나.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살짝. 아주 살짝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지만, 나는 이겨냈다.

    "이게 다가 아닐 텐데?"

    "히끅! 그, 그,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아? 이, 이 몸은 전혀······."

    역시나. 내 짧은 추궁에 디아나는 딸꾹질까지 할 정도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아닌 척 해보려고 하고 있지만, 이미 다 들킨 다음에 그러면 무슨 소용이겠냐.

    "디아나야. 날 너무 무시하네. 이 성자님께서 이게 뭐하는 물건인지도 모를까 봐? 리모컨은 어디에 있어?"

    "으, 으음?! 오, 오오! 이, 이 몸이 깜빡했구먼!"

    그리고 이어지는 내 대사에, 디아나는 눈에 띄게 안도한 표정을 지으면서 황급히 아공간 안으로 다시 손을 집어넣었다.

    원래라면 리모컨을 꺼내면서 안도할 리가 없는데 말이야.

    이 녀석, 이제 보니까 이거 말고도 뭔가 더 샀군.

    하긴. 얘기를 들어보니 이것도 점원의 상술에 말려들어서 산 모양인데, 이거 하나만 사고 끝났을 리가 없지.

    하지만 로터 말고도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한다면······바이브 같은 건가?

    "여기 있······! 네에······."

    무척이나 안심한 표정으로 아공간에서 리모컨을 꺼낸 디아나는, 그 리모컨을 내 손 위에 올려놓고 나서야 기뻐할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말끝을 흐리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막대기 모양에 위쪽에 달린 동그랗게 달린 다이얼.

    이것 역시도 끈만 달리지 않았을 뿐, 내가 알던 모양과 똑같았다.

    뭐, 원래는 이세계에서 이방인들도 꽤나 왔었다는 모양이고, 원래 세계의 것과 모양이 같더라도 이상할 건 없지.

    "응. 그럼 바로 써볼까?"

    "지, 지금 말인가아?!"

    리모컨까지 손에 얻은 내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디아나에게 다가가자, 디아나는 오들오들 떨면서 책장에 등을 기댔다.

    "응!"

    "왜 그렇게 상쾌하게 웃는 겐가아?! 지금 시간을 생각하게 아침일세! 아침! 자네도 방금까지······! 우으으으!"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뭐 삽입을 한다는 것도 아니고."

    뭐, 원한다면 얼마든지 세우고 삽입할 수 있지만. 아니. 하고 싶지만!

    그래도 디아나가 모처럼 이런 걸 사왔으니, 우선은 이런 것도 써봐야지.

    노리고 그런 건지 정말로 우연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디아나가 가져온 이 물건은 디아나의 성벽이랑 무척이나 상성이 좋은 도구였으니 더욱더.

    "그, 그럼 뭘 하겠다는 겐가아······?"

    "간단해."

    "햐읏!?"

    나는 책장에 등을 기대고 있는 디아나에게 다가가 밀착하고는, 로터를 쥔 손을 그 허벅지에 뻗어서 검지와 중지만 편 채 그 손끝으로 디아나의 무릎 쪽에서부터 위쪽으로 천천히 쓸어올렸다.

    그리고 그 바들바들 떨리는 허벅지를 타고 올라간 손을 그대로 디아나의 치마 안으로 집어넣어서, 속옷에 감싸여 있는 소중한 곳을 손끝으로 지그시 눌렀다.

    "아으읏······."

    입으로는 뭘 하겠다는 거냐고 물어본 디아나였지만, 몸은 그 대답은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 손끝이 닿은 속옷의 중심부는 벌써부터 살짝 젖어있었고, 손끝에 힘을 줘서 지그시 누르자 안쪽에서 따뜻한 애액이 흘러나와 속옷을 점점 적시기까지 했으니까.

    "여기에 넣고 있는 거야. 이렇게."

    그리고 이번에는 손바닥에 쥐고 있던 로터를 손끝으로 잡고, 디아나의 음부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듯이 문질러줬다.

    "너, 넣고······어떻게······하는 겐가아······?"

    이번에도 역시 질문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답은 알고 있다는 듯, 디아나의 입에서는 조금씩 달짝지근한 한숨이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촉촉하게 젖은 저 눈망울을 봐서는, 머릿속에서는 이미 자신이 어떻게 될지 시뮬레이션까지 끝난 건지도.

    "별로. 그냥 넣은 채로 평범하게 생활하면 돼. 평범하게 남들과 얼굴 맞대면서 말이야."

    "으으응······!"

    직접적인 자극은 팬티 위에서 비벼주고 있는 로터의 감촉뿐일 텐데도, 디아나는 내 대답을 듣고 곧바로 가볍게 절정을 느껴버렸다.

    "아, 안 대네에······이, 이 몸······이 몸······."

    하지만 그렇게 허벅지 안쪽에서 애액을 뚝뚝 떨어뜨리면서도, 디아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저항하는 태도를 보였다.

    마지막 남은 한 줄기 이성을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다는 느낌일까?

    그래 봤자 이런 상태가 되어버린 이상, 더 밀어붙이면 디아나가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나였지만.

    "그래? 못 하겠어?"

    "아으······."

    나는 로터를 디아나의 속옷 위에서 떼고는 간단히 몸을 뒤로 빼버렸다.

    디아나의 저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살짝 아쉬워하는 것 같은 표정이 무척이나 흥분되어서 당장에라도 넘어뜨리고 싶어졌지만, 지금은 나 자신이 욕망에 몸을 맡길 때가 아니다.

    "그러면 우선 디아나가 사온 다른 물건들도 더 보고 생각해볼까?"

    남자라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도 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어?

    "하앗······하앗······알겠······으에?"

    필사적으로 숨을 고르려고 노력하던 디아나는, 내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가 황급히 고개를 들고 날 올려다봤다.

    뭘 이제 와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냐.

    네가 사온 게 이거 하나가 아니라는 건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우리가 얼마나 오래 알고 지냈는데, 내가 그런 것도 눈치를 못 챌까 봐?

    "쟈, 쟈네······? 이, 이 몸······."

    "디아나. 계속 그렇게 거짓말하기야?"

    "그, 그런게 아닐세! 이 모믄 그저어······우으으······."

    그렇게 말하고 결국, 디아나는 다시 아공간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팔을 휘저어서 찾던 물건을 손으로 잡기는 한 모양이지만, 손을 선뜻 꺼내지는 못하고 내 눈치만 살폈다.

    "쟈, 쟈네에······? 정말 봐야겠는가아······?"

    대체 뭘 사왔길래 저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그렇게 보여주기 힘든 거라도 사온 거야?

    "하아······. 정 보여주기 싫으면 안 보여줘도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궁금하기는 엄청 궁금했지만, 이쯤 되니 너무 몰아붙여서 억지로 보는 것도 뭔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아나도 보여줄 마음이 생기면 언젠가 알아서 보여주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대답해줬다.

    "그, 그런 표정 짓지 말게에······."

    하지만 그렇게 실망한 내 표정을 보는 게 싫었는지, 디아나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결국 팔을 아공간에서 빼냈다.

    그리고 그 손에 들려서 꺼내진 물건은 바로······목걸이였다.

    물론 평범한 목걸이 같은 게 아니라, 성인용품점에서 사온 거라고. 알잖아?

    긴 끝과 손잡이까지 달린, 개목걸이였다.

    안쪽에 부드러운 천과 가죽으로 마감까지 꼼꼼하게 되어있는 것만 보더라도, 절대 개한테 쓰려고 만든 목걸이는 아니었지만.

    "기본 중의 기본······?"

    "이, 이래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걸세에! 아닐세! 정말로 그렇게 말했단 말일세!"

    아니. 디아나야. 아무리 그래도 이걸 그렇게 포장하는 건 살짝 무리가 아닐까?

    점원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겠지만, 그거 절대 로터만 말하는 거지?

    그리고 말이야. 아까는 긴가민가했지만 이번에야말로 확신이 섰어.

    로터도 그렇고 이 개목걸이도 그렇고, 너 절대 그런 플레이를 노리고 사온 거지?

    "사, 사라양이 고양이 귀를 사지 않았는가! 게다가 펠리시아양에게 조언을 얻었다고 하니! 이 몸도 요즘에는 그런 게 유행인 것인가 해서 조금 근처에 갔더니 점원이! 하지만 사라양에게 그런 설교를 늘어놓고 이 몸도 귀를 사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그랬더니 점원이! 점원이!"

    내 표정에서 내 마음을 읽은 건지, 디아나가 필사적으로 변명하면서 전부 점원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아까 어제 있었던 일 얘기를 해줄 때도 처음부터 자세히 얘기하다가 성인용품점 안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대충 사왔다고 얼버무리더니.

    그 안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뭐, 아무튼 그런 것보다.

    "로브 안에 넣고 붙어 다니면 아슬아슬하게 안 들킬 것 같기도 하네. 어쩔래? 지금 차볼래?"

    "이런 대낮에 그런 것을 하고 다닐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파닥파닥 거리면서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척하면서도, 은근슬쩍 조건을 붙이면서 여지를 남겨주는 디아나였다.

    "그럼 밤에는 되고?"

    "우으읏······! 아, 아무튼 안 되네에!"

    지금 조금 상상했지?

    하여간 우리 대마법사님도 참 변태라니까.

    자기는 노출증이 아니라고 그렇게 부정하는 주제에.

    "알았어. 그럼 이건 다음 기회로 미루고, 지금은 이것만 쓰자."

    "다음 기회 같으으응?!"

    나는 개목걸이를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고, 다시 로터를 디아나의 음부에 밀어붙였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8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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