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76화 >
"어딜 도망가려고."
물론 뒤로 물러섰다고 해서 바넷사에게 피할 길이 있는 건 아니었다.
나는 바넷사가 뒤로 물러난 만큼 더욱 성큼 다가가서 그 허리를 팔로 휘감아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바넷사가 재주 좋게 허리를 틀어서 내 손을 휙 피해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더욱 뒷걸음질을 쳐서 아예 문앞까지 물러서기까지 했다.
"······야. 설마 진짜로 도망갈 생각은 아니지? 이리 와."
아무리 내가 시작부터 협박성 멘트를 강하게 던졌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도망가려고 하는 애가 어디 있어?!
제,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일단은 그 몸에 새겨진 집사 DNA를 이용해서 제압하는 수밖에!
손을 뒤로 뻗어서 문고리에 사뿐히 올리는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당황한 나는 조금 빠른 어조로 명령하듯이 말했다.
"지금은 집사가 아니니, 구원님의 명령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바넷사는 평소에 자주 하던 대사를 반대로 응용하며 내 명령까지 거부하려 했다.
아니. 야. 잠깐만. 진짜로? 아, 아니지? 에이. 아니겠지. 설마.
"집사가 아니면 더더욱 도망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내 여자로서, 자기가 벌인 일은 자기가 책임지고 수습해야지."
바넷사의 그런 태도에 아주 잠깐 흔들렸던 나였지만, 그래도 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난 내 여자를 믿으니까.
"······뭘 말입니까?"
그리고 바넷사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기가 무섭게, 나는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빳빳하게 선 물건을 바넷사에게 보란 듯이 허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
"왜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건데? 네가 먼저 뭘 말하는 건지 물어봤잖아."
"······그러니까, 제 모습을 보고 그렇게 됐다고 주장하고 싶으신 겁니까?"
야. 경멸하는 것 같은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괜히 설레잖아.
"당연하지! 네 집사복 차림이 얼마나 섹시한데! 그 단정한 정장에 가려진 폭발적인 몸매가 오히려 에로스를······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아니야."
방금 말한 건 전부 사실이었지만, 이 이상 말하면 앞으로 바넷사가 집사 일 할 때는 더욱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하던 말을 중간에 끊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세운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설마 기억나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않겠지? 얼마 전에 너랑 할 때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끝냈잖아."
"큿······그게 며칠 전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 사이에 쌓인 성욕은 충분히 풀지 않으셨습니까."
야. 충분히라는 말에 유독 힘을 줘서 말한 것처럼 들리는데, 내 기분 탓이냐?
너 역시 펠리시아 때문에 성에서 한참 기다리게 한 거 아직도 꽁해 있는 거지?
하여간 이것도 은근히 마음에 담아두는 타입이라니까.
"다른 여자랑 몇 번을 했든 그런 건 관계없어! 너로 흥분한 건 너로 해소할 때까지 가라앉지 않는다고!"
"읏······!"
바넷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내가 영혼을 담아 외치자, 바넷사가 살짝 침음성을 흘렸다.
표정이 무표정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다행히도 기분은 풀린 모양이었다.
조목조목 따지고 보지 않아도 바보 같은 말을 한 건데 그걸 따지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뭐, 적어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는 거겠지.
"그러니까 책임져."
바넷사의 기분이 풀렸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은 내가 뻔뻔하게 요구하자, 바넷사는 잠깐동안 내 물건을 빤히 바라보더니 결국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그대로 날 밀면서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내 무릎 안쪽이 침대에 걸려서 뒤로 넘어가자, 바넷사도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며 내 위에 올라탔다.
"잠깐 뭘 하는 거야?"
그리고 내 위에 올라탄 바넷사가 손을 아래로 뻗어서 내 물건을 움켜쥔 다음에야, 나는 바넷사의 행동을 제지했다.
"책임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라고 한 건 구원님 아니십니까?"
아니. 그야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네가 도망가려고 하니까 그걸 구실 삼아서 붙잡아 두려고 그랬던 거라고.
아예 플레이까지 전에 하던 걸 이어서 할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란 말이야.
아까 말했잖아. 네가 울면서 빌 때까지 괴롭혀줄 거라고.
그렇게 말해놓고 주도권을 네게 맡길 리가······.
"싫으십니까?"
"으헛?!"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어느샌가 아래로 내려간 바넷사는, 얼굴을 내 다리 사이에 파묻고는 입술로 내 고환을 가볍게 깨물었다. 그리고 그러면서 동시에 엄지와 검지를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서 내 물건을 천천히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마치 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 녀석, 아까는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도 싫다는 표정을 지었으면서.
그런 주제에 왜 이제는 또 그때의 행위를 처음부터 다시 재현하려고······잠깐. 혹시 울면서 빌기 싫어서? 내게 주도권을 주면 처음에 선언한 대로 분명 그렇게 할 테니까, 아예 자기가 먼저 선수를 쳐버리겠다는 건가?
"시으면 그만우게스니다만"
게다가 내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바넷사는 입술로 내 고환을 문 채로 그런 말까지 해왔다.
이 치사한 녀석아!
평소에 완전무결한 것 같은 애가 그렇게 남자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고환을 입술로 문 채 어설프게 뭉개진 발음으로 말하면 흥분되잖아!
분명 노리고 한 거겠지만!
"누가 싫대! 계속해!"
하지만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게, 남자라는 생물의 슬픈 숙명이었다.
물론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나도 그냥 당하고 있기만 할 건 아니라고.
비록 처음부터 마구 몰아붙여서 울며 빌게 하겠다는 계획은 물 건너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선책이 없는 건 아니니까.
아니. 이걸 차선책이라고 표현하는 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데.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게 더 좋은 걸지도 모르니까.
"그어씀미까."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바넷사는 조금 방심한 느낌으로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내 물건에 고정했다.
내가 은근슬쩍 설치한 함정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 말이다.
"이 상태라면, 이 이상 준비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요."
처음에는 스킬로 세운 것이었지만, 그 이후에 느낀 흥분은 진짜였다.
바넷사가 의도적으로 보인 흐트러진 모습이나 손과 입을 통한 물건에의 자극으로 내 물건 끝에서는 벌써부터 쿠퍼액이 흐르기 시작했고, 바넷사는 그런 내 물건 끝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는 빙글빙글 돌려서 자신의 손에 쿠퍼액을 묻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엄지와 검지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손 전체를 이용해서 내 물건을 붙잡더니, 손목 스냅을 이용해 회전을 주면서 동시에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쿠퍼액을 물건 전체에 골고루 펴 바르듯이 말이다.
전에 하던 걸 처음부터 다시 복습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바넷사는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때 못다 한 걸 이어서 하는 거니, 처음부터 할 필요는 없겠지.
며칠 전에 했던 걸 똑같이 또 하는 건 별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물론 나로선 똑같이 반복해도 전혀 문제없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내 물건에 쿠퍼액을 골고루 펴 바른 후, 바넷사는 몸을 일으켜서 넥타이를 풀고는 자신의 와이셔츠 단추를 툭툭 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뭡니까."
"너 지금은 내 여자잖아?"
"······그렇습니다만."
야.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마라. 딱히 이상한 말 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니까.
"그런데 왜 집사복이야? 내 여자일 땐 사복 입기로 했잖아?"
"죄송합니다. 일이 바빠서 직전까지 집사 일을 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게 전부 다 나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내가 괜히 성에 두 번이나 끌고 가는 바람에 일할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일하지 않으면 안 됐다고.
그러니까 그건 미안하다니까 그러네.
"아니. 응.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어."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바넷사의 모습은 완전히 전에 내게 삽입했을 때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넥타이를 풀고 와이셔츠의 앞 단추도 풀어서 그 가슴골을 타이트한 정장 조끼 사이로 한껏 드러내고는, 바지와 팬티도 허벅지 중간 정도까지 내린 흐트러진 모습.
유일하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직 용인족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었지만, 어차피 그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변하게 될 테니까.
그렇게 그때의 모습을 재현한 바넷사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곧장 내 몸 위로 올라타 무릎으로 섰다.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바넷사의 음부는 아직 그렇게까지 젖어있지 않아서, 아무리 내 물건에 쿠퍼액을 골고루 발랐다고 하더라도 쉽게 삽입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는 듯, 바넷사는 내 물건 끝을 자신의 음부 입구에 맞추기만 하고는 허리를 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도와줄까?"
"필요 없습니다."
아직 뭘 도와준다는 건지 말도 안 했는데, 바넷사는 어떻게 알아들은 건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렇게 흔들리는 머리 위에서 갑자기 두 개의 뿔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크흐읏······!"
그리고 바넷사는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그대로 내 손을 돋아난 자신의 뿔 쪽으로 가져갔다.
야. 이거 설마 그런 뜻이냐? 그야 물론 이렇게 하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설마 얘가 이런 방식을 택할 줄이야.
속으로 감탄하면서, 나는 바넷사의 뿔을 손으로 쥐고 그대로 손바닥 사이에서 비벼줬다.
"흐으읏?!"
그러자 내 물건 끝이 맞춰져 있는 음부 입구에서 순식간에 끈적끈적한 애액이 흘러나와 내 물건을 타고 내리며 적시기 시작했다.
이걸로 겨우 전에 했던 행위를 이어서 할 준비가 끝났지만, 바넷사는 날 내려다보며 숨을 헐떡이기만 할 뿐 좀처럼 엉덩이를 내리려고 하지 않았다. 마치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역시 이렇게 자극이 강하면 위화감을 느끼는 건가.
하지만 모처럼 함정을 파놨는데 벌써부터 들키면 재미없지. 좋아. 여기선 주의를 끌자.
"이제 날 싸기 직전 상태로 만들기만 하면 준비 끝이네."
사실 입으로도 대충 쿠퍼액이 흘러나올 정도로만 해줬듯이, 삽입하면서 사정하게 하는 것 역시 재현할 필요는 전혀 없었지만.
바넷사의 주의를 끌기 위해 나는 일부러 그런 말을 했다.
뭐, 그때 상당히 기분 좋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군요."
바넷사도 내 제안을 거절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기껏 이렇게까지 자세를 잡아놓고 다시 내 가랑이에 기어들어가 입으로 해주는 것도 뭔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건지, 잠깐동안 날 내려다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결국 바넷사가 택한 날 사정 직전까지 인도하는 방식은 바로, 음부로 비벼주는 거였다.
"으읏······크흣······하앗······."
물론 삽입해서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며 안쪽으로 비벼준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 물건이 내 하복부에 찰싹 닿도록 기울이고, 바넷사는 그 봉부분 위에 음부를 맞댄 후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내 물건을 비벼주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뿔을 한 번 만져준 것 때문에 바넷사의 음부는 이미 흠뻑 젖어있어서, 바넷사의 말랑말랑한 음부살 사이로 내 물건이 비벼질 때마다 찔꺽찔꺽하며 야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좋네. 이거라면 금방 준비 끝나겠는걸?"
"하읏······그렇······흐읏······습니까······."
나는 그 황홀한 감촉에 빠져들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쾌감에 서서히 빠져드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바넷사 역시도 허리를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숨이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날 흥분시키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앞뒤로만 움직이던 동작도 일변해서, 어느샌가 단순히 앞뒤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가끔씩 빙글빙글 비벼대는 것 같은 움직임이 섞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빳빳하게 세우고 있던 상체를 앞으로 숙여서, 그 움직임은 마치 자신의 음핵을 내 물건에 비벼대고 있는 듯한 움직임이 되어있었다.
아직 들키고 싶지 않아서 이런 행위를 유도한 건데, 설마 이럴 때마저 바넷사가 이렇게 흥분해버릴 줄이야.
혹시 바넷사도 그렇게 어영부영 행위를 마무리 짓고 며칠 동안 하지 못해서, 은근히 욕구불만 상태였던 걸까?
"바넷사. 슬슬 넣어도 될 것 같아."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빨리 삽입을 해버리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76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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