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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875화 (859/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75화 >

    "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마나의 성질을 변환하는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에도 역시 마나가 들어간단 말일세! 그것도 마틸다양을 데리고 다니고 몬스터의 습격을 막을 정도의 범위를 끊임없이 계속 변환해야 하는 것일세! 그런 기계를 가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든 후 계속해서 작동시킬 동력원을 개발하는 게 그리 빨리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디아나는 괜히 혼자 찔리는지 필사적으로 변명을 늘어놨다.

    아니. 난 잘 모르지만 전부 맞는 말일 테니, 변명이라고 할 것도 없지.

    "그리고 또! 그리고 또! 사소하게 보일지라도 이러한 작은 발견들이 훗날의 위대한 업적으로 이어지는······!"

    "괜찮아. 이해 못 하는 거 아니니까 진정해. 누가 우리 대마법사님의 말을 의심하겠어."

    나는 디아나를 토닥여주면서 혹시라도 사라가 괜한 말을 하지 않을까 눈치를 줬다.

    사라도 자기가 그 정도 선도 못 지킬 것 같냐는 표정으로 맞받아쳐 줬으니, 괜한 걱정이었지만.

    하긴 아무리 사라라도 이런 상황에서 디아나한테 결국 당장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되는 거 아니냐느니 하는 말을 하지는 않겠지.

    "으, 음. 그리고 또 이러한 발견이 앞으로의 모험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아닐세."

    아무튼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디아나도 겨우 숨을 고르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응? 그래?"

    "음. 그렇다면 이 몸이 이런 얘기를 왜 꺼냈겠는가. 확실히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를 하는 것은 무리일세. 하지만 자네라면 아무리 크고 무거운 물건이라도 가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꺼낼 능력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크고 무거운 물건이라도 가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꺼낼 능력이라.

    ······설마 디아나가 먼저 이런 대담한 말을 할 줄이야.

    "훗. 내가 그렇긴 하지."

    "흐양!? 무, 무슨 짓을 하는 겐가?! 이 물건 얘기를 하는 게 아닐세!"

    내가 일부러 물건에 힘을 줘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디아나는 이번에도 내 허벅지 위에서 펄쩍 뛰어오르더니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내 물건 쪽을 토닥토닥 때리려다가 관뒀다.

    물론 그래 봤자 데미지도 없을뿐더러, 남들 앞에서 스스로 내 물건을 만지는 꼴만 될 뿐이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쳇.

    "알아. 농담이야."

    "시도 때도 없이 쓸데없는 농담 그만두게! 정말이지 자네는······."

    아직도 빨개진 얼굴색을 되돌리지 못하고 구시렁거리는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나는 디아나가 하려던 말을 계속해줬다.

    "즉, 마나 변환 장치를 내 인벤토리에 넣어 다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는 있단 말이지? 잘 때나 식사 때 몬스터가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든가 하는 용도로."

    "음. 바로 그걸세. 또 강한 몬스터일수록 다가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를 이용해 6계층에도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자는 얘기를 길드에 했네만, 그에 관해서는 아직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할 것 같네."

    뭐, 그야 그렇겠지. 내가 없는 동안 열심히 밖을 돌아다녔다는 걸 보니 아마 디아나도 마법사 협회 사람들과 같이 던전에서 실험 같은 걸 해본 모양이지만, 그래도 6계층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테니까.

    "뭐, 던전에서의 휴식을 더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지. 잘했어. 디아나."

    "음! 조금은 이 몸의 위대함을 알겠는가!"

    "그래. 그래. 귀여워. 귀여워."

    "귀엽다는 얘기를 하라는 것이 아닐세!"

    칭찬해준 건데 화내지 마라.

    막상 머리 안 쓰다듬어주면 서운해할 거면서.

    아무튼 그런 식으로 꽤나 유용한 얘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우리는 이 주 동안 못 만나면서 쌓아둔 얘기를 전부 풀어놨다.

    그리고 대충 그동안 있었던 얘기들을 서로에게 전부 얘기한 시점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 같이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게 됐다.

    물론 세 명의 절세미녀에게 둘러싸여서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거니 가만히 앉아서 떠들기만 해도 하루를, 아니. 그 몇 날 며칠을 충분히 즐겁게 보낼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게 좋잖아?

    그런 이유로 거리에 나온 우리는, 대충 서로 알콩달콩 얘기하면서 덤으로 아이 쇼핑도 한다는 느낌으로 거리를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사람이란 생각 없이 돌아다니면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길을 걷게 되는 법이라서, 그렇게 정처 없이 돌아다니던 우리는 어느새인가 단골가게 중 하나의 앞까지 도착하게 됐다.

    그리고 그 간판을 보고 나는 문득 할 일이 생각나 걸음을 멈췄다.

    "조금 들러도 될까?"

    우리의 단골 가게. 한나의 대장간의 앞에서, 나는 우리 애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최근 들어서 점점 더 오기 힘든 분위기가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말이야.

    아니.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서, 성자님! 어서 오세요! 하, 한나를 찾아오신 건가요?! 하악······하악······."

    나 때문에 이상한 성벽에 눈을 떠버린, 이 변태 난쟁이족 녀석 때문에 말이다.

    이 녀석의 이 증세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이제는 내가 한나랑 대화만 나누려고 해도 이렇게 거친 숨을 몰아쉴 정도가 되어버렸다.

    아오 이걸 콱 진짜. 반쯤 나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린 거라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내 지분을 겨우 반밖에 안 치는 건 너무 양심 없는 것 아니냐고?

    전혀 아니야. 고작 그걸로 이런 성벽에 눈을 떠버린 거니, 애초에 그런 성벽을 가지고 있는 놈이라고 봐야 하잖아. 오히려 반도 많이 쳐준 거라고.

    "······그래. 대장간 쪽에 있지? 가본다."

    "으읏?! 제, 제 허락도 없이 함부로······하악. 네, 넵! 그러십시오!"

    야. 혼자 망상하면서 좋아하는 건 아무 말 안 하겠는데 말이야. 적어도 속으로만 생각해라 속으로만.

    아오. 진짜 생긴 게 어린애 같지만 않았으면 콱 한 대 쥐어박는 건데.

    더러운 사내새끼가 날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건 상당히 기분이 더러웠지만, 그렇다고 장비 개조를 안 할 수도 없으니 나는 가게 안쪽에 있는 대장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어. 왔냐."

    여전히 터프한 말투의 한나는, 대장간 안에서 일하고 있을 때는 더워서 그런지 가슴에 천 하나만 두르고 있는 수준의 노출도 높은 상의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듯 섹시하게 자리 잡은 근육을 자랑하면서, 한나는 내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얘도 날이 갈수록 예뻐지고 있기는 하단 말이지.

    뭐, 얘 레벨을 올리기 위해 내가 그런 식으로까지 도움을 줬으니 당연히 이래야겠지만.

    저 난쟁이 놈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둘의 성생활이 잘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무튼 내가 이곳을 찾아온 건 다름이 아니라, 바로 내 무기를 손보기 위해서였다.

    사실 한동안 4계층에 틀어박혀 특훈했을 때부터 그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지만, 이번에 그 지옥을 경험하고 오면서 더더욱 손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그 이유는 바로 내 직업 때문이었다.

    월영무사. 무투가와 암살자의 복합 상위직인 이 직업은, 당연한 얘기지만 두 직업을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건 배울 수 있는 스킬도 예외는 아니라서, 월영무사는 주먹이나 발과 같이 직접 몸을 써서 공격하는 스킬뿐 아니라 단검을 사용한 스킬도 배울 수 있었다.

    나도 특훈 도중에 종종 단검을 꺼내서 잘 이용해 먹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 지옥에서의 전투는 특훈 때처럼 여유로울 수가 없었고, 단검을 쥐고 관절기를 쓴다든가 맨손 상태에서 단검 스킬을 쓰고 싶을 때 곧바로 스킬을 쓰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그림자 이동이나 성자 스킬 덕분에 큰 위기를 맞이한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내 무기인 건틀렛에 아예 단검을 합친 새로운 무기를 만들기로 했다.

    뭐, 거창하게 말은 했지만, 요는 클로를 만들러 왔다는 얘기다.

    다만 진짜 클로처럼 날을 길게 만들면 지금까지와 전투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져 버릴 테니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고, 1~2센티미터 정도 작은 날을 건틀렛에 달 생각이었다.

    필요할 때 단검 스킬을 발동할 수 있는 날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말이다.

    "과연.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그냥 그대로 만들어버렸다가 그 날에 단검 스킬이 제대로 발동 안 되면 곤란한 것 아니야? 날의 길이가 너무 짧으면 스킬 발동이 안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리고 내 얘기를 다 들은 한나는, 무기 전문가답게 그런 조언을 해줬다.

    "아, 응. 그렇긴 하지."

    "그럼 일단 대충 만들어 줄 테니까 실험해볼래?"

    "지금 여기서? 괜찮아? 뭐 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괜찮아. 스킬 판정만 알 수 있을 정도로 대충 만드는 건데 그게 얼마나 걸린다고. 그리고 다른 손님도 아니고 성자님의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하악! 하악!"

    그리고 전에 도움을 준 이후로 서비스가 좋아진 한나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쿨하게 그렇게 말해줬다.

    중간에 내 뒤쪽으로 살짝 아이 컨택을 하면서 섹시한 시선을 보냈지만, 그건 모른 척 해주자.

    "오오! 땡큐. 내가 이래서 맨날 다른데에 안 가고 너한테 온다니까." "허억! 허억!"

    야. 거기 난쟁이 놈. 사람이 기껏 모른 척해주고 있는 거니까 더러운 소리 내지 말고 좀 꺼져라.

    제발 그런 소리는 너희 둘만 있을 때나 내라고.

    아무튼 한나의 호의를 받아서 나는 그 자리에서 직접 클로를 쥐고 스킬 판정을 시험해보게 됐다.

    그렇게 해서 결론적으로 건틀렛 위에 2센티미터 길이의 날을 세 개씩 달고, 덤으로 투척용 스킬을 위해 발사까지 가능한 기능을 추가하게 됐다.

    "안녕히 가십시오! 한나!의 대장간에 또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끝까지 충혈된 눈으로 날 배웅하는 요한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 나는 대장간을 나섰다.

    이와 온 김에 다른 애들 장비까지 한꺼번에 맡기면서 5.5계층에서 얻은 재료로 강화까지 요청했는데, 한나는 대충 훑어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전에는 5계층 소재들도 제대로 못 다뤄서 끙끙대던 애가 대체 그 사이에 레벨이 얼마나 오른 거야.

    게다가 한나는 눈에 띄게 예뻐진 게 보이는데도 요한 녀석은 그렇게까지 겉모습이 극적으로 변한 것 같지도 않은 게 은근히 신경······아, 아니. 아니야. 이 이상은 신경 쓰지 말자.

    그냥 내가 사내새끼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요한 녀석은 변하든 말든 알아보지를 못하는 것뿐이겠지. 응. 분명 그런 걸 거야.

    아무튼 그렇게 겸사겸사 할 일까지 하면서, 나는 오랜만에 삼인방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한나의 대장간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여러 곳을 들리며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즐거운 시간일수록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 법이라,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이런 시간이 되어있었다.

    내가 고대해 마지않았던 바로 이 시간이.

    "바넷사. 기억하고 있겠지?"

    "······뭘 말입니까?"

    그래. 바로 바넷사와의 밤이 말이다.

    잘도. 잘도 그동안 그 무표정으로 날 골탕먹였겠다?

    디아나한테 오해 살만한 말을 한 것뿐만이 아니라, 어제는 등짝 스매시까지 날리고. 심지어 내 손으로 내 눈을 찌르기까지 했지?

    그러고도 지금 감히 모른 척 시치미를 떼?

    "내 밑에서 엉엉 울며 빌게 해주겠다고 한 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지?!"

    "······언제 그러셨습니까?"

    내가 손가락을 척 가리키면서 말하자, 바넷사가 표정을 평소보다 더 딱딱하게 굳히고는 대꾸했다.

    저 반응은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표정을 굳히기는 했지만, 그건 단순히 내 밑에서 엉엉 울며 빌게 해주겠다는 말에 반응한 것뿐이야.

    하지만 이 녀석. 집사 일을 하던 중에 말한 건데 감히 기억을 못······.

    "마, 말은 안 하고 속으로만 생각했었나?"

    "······."

    "에, 에에잇! 아무튼! 평소에는 내 마음 멋대로 잘만 읽으면서 왜 이번엔 못 읽은 건데!"

    "말도 안 되는 트집 잡지 마십시오."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지 마! 괜히 오싹오싹하잖아!

    아, 참고로 말하자면 지금 오싹오싹하는 건 내가 딱히 그런 취미가 있는 건 아니고, 지금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네가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 기대된다는 의미에서 오싹오싹하는 거야. 진짜라고!

    "크크큭. 아무튼, 각오는 되어있겠지? 네가 도망갈 길은 없어."

    "큿······."

    내가 음침한 미소와 함께 바넷사에게 다가가자, 제아무리 바넷사라도 이 상황에선 기가 눌릴 수밖에 없는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야 그렇겠지. 이제껏 자기가 한 짓이 있는데.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75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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