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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867화 (851/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67화 >

    "하아······하? 응으읍······하음······음······으음?"

    펠리시아는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린 것처럼, 제대로 된 반응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뭐, 혼란스러운 건 여전한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떨리는 입술을 더듬더듬 움직여서 내 키스에 응해주기 시작하니 나도 뭔가 흡족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강하게 쳐올렸던 허리를 부드럽게 돌리며 여전히 펠리시아의 가장 안쪽에 맞닿아있는 물건 끝을 비벼줬다.

    "아, 아흐읏······자기······응······흐읏······!"

    그런 내 플레이가 펠리시아에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쾌감을 선사해준 모양이었다.

    물론 체질 때문에 그 몸이 달아올라 있어서 별거 아닌 자극만으로도 쉽게 느껴버릴 상태인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우리가 지금 사랑이 듬뿍 담긴 섹스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지금까지 해왔던 대충 겉보기에만 그렇게 보이도록 역할 놀이 비슷하게 했던 플레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진심을 담아서.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가 약점인 펠리시아가 이런 식의 플레이를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아, 아, 으응! 자, 자기이······! 아응! 미, 미안! 흐읏······! 또오······! 나 먼저 또······!"

    지금까지 펠리시아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몸을 섞어온 나였지만, 그렇게 사과하는 펠리시아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것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절박한 느낌이었다.

    "아흐으으읏!"

    그리고 그렇게 사과를 마치기가 무섭게, 펠리시아는 두 팔과 두 다리로 내 몸을 꽉 끌어안으며 다시 한번 크게 절정에 달해버리고 말았다.

    "으응······흐읏······아읏······으음······쪽······하음······자기이······."

    그 사이에도 내 허리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펠리시아의 안쪽을 비비듯이 자극해줬고, 그때마다 펠리시아는 허리를 펄떡이며 민감하게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몸을 끌어안은 팔과 다리에는 절대로 힘을 빼지 않고, 오히려 내 등을 쓰다듬어 올리듯이 두 손을 위로 올려서 내 뒷머리를 끌어안고는 내게 키스를 해왔다.

    아까의 그 주저하듯 더듬더듬 움직이던 입술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적극적으로 내 입술에 달라붙는 펠리시아.

    자신의 입술로 내 아랫입술을 깨물기도 하고 혀를 뻗어서 입천장이나 잇몸과 같은 민감한 곳을 차근차근 공략해나가는 그 키스는 벌써부터 완성형에 가까운 기교를 자랑하고 있어서, 웬만한 남자라면 물건에 터치 한 번 없이 키스만으로 싸게 만들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나는 마치 빨판처럼 달라붙어 오는 펠리시아의 명기 안에 물건을 넣고 이렇게 비벼대면서, 그 몸이 절정에 달할 때마다 덩달아 느껴지는 진동이나 강렬한 조임까지도 같이 느끼고 있는 거다.

    아무리 성자인 나라도 견디기 힘든 쾌감이었고, 사실 견딜 필요가 없기도 했다.

    어쨌든 펠리시아의 체질 때문에 정액을 잔뜩 줘야 하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

    나는 평소처럼 막판 스퍼트로 허리를 강렬하게 쳐올리며 사정하는 대신, 끝까지 허리를 부드럽게 돌리며 별다른 전조 없이 펠리시아의 안에 그대로 자연스럽게 사정했다.

    "아으으응!"

    하지만 그런 강렬하지 않은 사정조차도 펠리시아는 좋았던 모양이다.

    오히려 별다른 전조 없이 갑지 갑지가 사정을 해버리니 허를 찔린 건지, 내 허리에 감고 있었던 펠리시아의 다리가 반사적으로 펴지면서 움찔움찔 떨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펠리시아는 이미 펴진 다리에 억지로 다리에 힘을 줘서, 그 가늘고 길면서도 붙어야 할 곳에는 적당히 살이 붙은 요염한 다리를 내 다리에 감아왔다.

    마치 이렇게라도 다리로 날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내가 도망가기라도 할 것 같다는 듯이.

    그 이후에도 서로의 몸과 입술을 애타게 탐하는 우리의 행위는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결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했던 것 중 최고로 사랑을 듬뿍 담은 섹스였다.

    덕분에 날 좋아하는 데다가 익숙지 않은 플레이가 약점인 펠리시아는 물론, 원래 섹스는 사랑을 담아 하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나 역시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섹스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전부 다 끝나고 난 다음이었다.

    으아아아아아······! 난······난 대체 무슨 짓을 저질러버린 거지?!

    마틸다가 오늘 아침에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결국 이성적인 판단은 하나도 없이 감정에만 몸을 맡겨서 키스까지 해버렸잖아!

    이거 진짜로 어떻게 하면 좋은 거지?!

    그래. 섹스가 완전히 다 끝나고 나서야 겨우 이성이 돌아온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성자가 되어서 무한의 정력을 손에 넣은 이후로, 처음으로 된 제대로 현자 타임을 느껴보는 걸지도 모른다.

    분명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섹스를 한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혼란해하고 있었다.

    "으응······자기이······?"

    그런 내 생각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마 생애 최고의 섹스를 했을 펠리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녹아내린 달달한 목소리로 날 부르며 나른한 동작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한 손을 뻗어서 내 뺨에 살며시 가져다 대고는, 부드럽게 내 얼굴을 자신 쪽으로 향하게 했다.

    마주본 펠리시아의 얼굴은 역시나 아직도 조금 전까지 이어졌던 섹스의 여운이 다 사라지지 않아서 상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표정 역시도 평소의 어딘지 모르게 거울 보고 연습한 것 같은 완벽하게 요염하고 매력적인 미소가 아니라, 기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헤실헤실 웃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의 답지 않게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하지만 애정 듬뿍 담아 날 쳐다보며 짓고 있던 그 미소는 내 얼굴을 마주 본 순간 현실을 깨달았다는 듯 살짝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평소에 보여줬던 그 완벽한 미소를 보여주면서,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자기. 아무리 나한테 사랑이 담긴 섹스의 좋은 점을 알려주고 싶어도 그렇지. 이번에는 연기가 조금 과했던 거 아니야?"

    겉보기에는 평소에 보여주던 미소와 완벽히 똑같은데도 내게는 그 미소가 어딘지 모르게 슬프게 느껴져서, 나는 또다시 욱하는 기분이 들었다.

    "연기······!"

    연기가 아니야!

    마음은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머리가 그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확실히 연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내가 얘를 마음속 깊이 사랑해서 그런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는 거잖아?

    그런데 또 그렇게 무책임한 발언을 해도 될까?

    지금도 막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펠리시아가 이런 표정으로 이런 말까지 하게 만든 주제에?

    아니. 하지만 그래도······!

    "뭐, 덕분에 나는 좋았지마는. 자기가 그렇게나 섹스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노래를 하는 이유,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야. 내가 이런 기분이 들게 하다니. 자기, 성공했네? 역시 성자님은 성자님인가 봐."

    날 좋아하는 여자가 자신의 슬픈 감정까지 감추고, 이렇게 내가 저지른 한순간의 실수를 덮어주고 있는 거다.

    그런데도 나는 이렇게 볼품없는 모습만 보이고 있는 게 과연 진짜로 옳은 일일까?

    "나도 앞으로는 조금 더······으읍?!"

    절대 그렇지 않다. 그리고 또······.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계속해서 장난스럽게 말하는 펠리시아의 입을 틀어막았다.

    물론, 아까와 마찬가지로 내 입술로.

    이번에는 단순히 감정에만 몸을 맡긴 게 아니라, 제대로 생각도 한 끝에.

    "······자기. 지금은 우리, 섹스하는 중이 아니잖아?"

    갑작스러운 기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키스에 당해버린 펠리시아는, 입술이 떨어지자 또다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게 됐는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그렇게 말해왔다.

    "알아."

    "읏······! 나, 나······."

    하지만 내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펠리시아는 눈물을 참으려는 건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는 물기 어린 가녀린 목소리로 불안과 기대를 담아서 이렇게 말했다.

    "나 진짜로 착각해버릴지도 몰라? 이번에는 정말······."

    그 이번에는 이라는 말 한마디가, 또 내 마음 한구석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혼자 착각해서 좋아하고 실망하고를 대체 얼마나 많이 반복했으면 저런 말까지 하게 되는 거야.

    "그래라."

    "아, 흐윽······으흑······읏······!"

    그 말까지도 내가 긍정해주자, 결국 펠리시아는 눈물이 터져 나오는 것을 더는 막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이런 때에 어울리는 감상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예쁜 애는 이렇게 남의 눈 신경 안 쓰고 펑펑 우는 모습조차도 예쁘구나.

    뭐 두 손으로 끊임없이 눈을 비비며 눈물을 훔치고 있기 때문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둑이 터진 듯 펑펑 눈물을 흘리는 펠리시아의 머리를 끌어안아서 내 가슴에 이마를 기대게 하고는 그 뒷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 주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기세를 타고 말해버린 감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건 아까처럼 감정에만 몸을 맡긴 게 아니다.

    제대로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린 다음 이런 말을 한 거다.

    생각해 봐. 마틸다는 내 감정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잘 생각하고 행동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내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을 했다.

    내 감정이 정말로 동정심이나 연민, 동질감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면, 그 감정에 몸을 맡겼을 때 내가 과연 얘한테 키스를 했을까?

    아니.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자신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분석하려고 생각했던 것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잘 생각해보면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 세상에 그런 식으로 사는 놈이 어디에 있어. 마음에 품은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면, 그게 내 진심인 거지.

    그러니까 언제부터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나는 분명 이 야한 거나 밝히고 가끔 짜증이 날 정도로 장난기 넘치는 공주님을 사랑하게 된 게 틀림없다.

    지금이라면 분명 사도 임명도 가능할 거라고 확신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아. 아, 아아! 그래! 그러면 되잖아?! 사도 임명을 써서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해보면 되는 거였잖아?! 이 바보 멍청이가!

    아니. 그야 물론 둘이 서로 사랑한다고 해서 사도 임명이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얘도 뭔가 복잡한 선행 조건 같은 게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상대는 그 펠리시아다. 체질 때문에, 천성 때문에, 그리고 직위 때문에 사랑 같은 건 애초부터 포기하고 관심도 없이, 오로지 쾌락만을 탐하던 그 펠리시아.

    이런 애한테 사도 임명이 가능하게 할 선행 조건이 있다면, 누가 봐도 하나밖에 없잖아?

    바로 남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하는 것 말이다.

    그러니까 내 예상이 맞다면, 선행 조건은 한참 전에 이미 완수한 상황이었다.

    진짜로 나란 놈은······이러니까 맨날 사라가 바보라고 부르지. 아니. 그 호칭을 정식으로 인정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아무튼 이렇게 됐으니, 내가 할 행동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 타이밍에 이런 말 하기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건 빨리 확인해버리고 후련해지는 게 좋으니까!

    나만 좋자고 하는 게 아니라 펠리시아도 좋으라고 이러는 거라고!

    "펠리시아. 진짜 미안한데."

    "흐읏?!"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던 펠리시아에게 그렇게 말을 걸자, 펠리시아가 몸을 움찔하고 떨면서 생각보다 훨씬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는 또 왜······아, 아니! 잠깐! 그런 뜻으로 미안하다는 게 아니라!

    "다시 한번 하면 안 되냐? 너 울음 그칠 때까지 넣고만 있을 테니까."

    "······푸흡. 아핫······흐윽······하앗······자기 진짜······흐읏······실은 나보다 더 밝히는 거 아니야······?"

    더 오해를 사기 전에 내가 황급히 그렇게 말하자, 펠리시아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한동안 날 멍하니 올려보다가, 결국 빵 터치면서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럼 안 돼냐?!"

    "아니······좋아."

    넣어도 좋다는 건지 아니면 밝히는 내가 좋다는 건지 모를 애매모호한 대답과 함께, 펠리시아는 다시 몸을 뒤로 눕히고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예전에 레이아에게도 사도 임명을 한 번 실패했을 때처럼, 비슷하게 정기를 필요로 하는 펠리시아 역시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안에 있는 정액들이 흡수돼서 사도 임명이 발동 안 될지도 모른다.

    서큐버스가 정기를 흡수하는 시스템이 구미호와 마찬가지로 정액이 스며들 듯 사라지며 흡수하는 건지 어떤 건지는 잘 모르지만 말이야.

    아무튼 비슷한 거라면, 얘가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운지도 꽤나 지났으니 이미 늦었을지도.

    뭐, 그러면 얘가 울음 그친 다음에 느긋하게 다시 한번 하고 확인하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아직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펠리시아의 뺨에 입술을 맞추며 다시 그 음부에 물건을 삽입했다.

    그리고 사도 임명을 발동해 보니,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다.

    내 눈앞에 사도 인장의 크기와 위치를 설정하는 화면이 떠오른 거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67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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