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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864화 (848/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64화 >

    그러니 남자인 나는 이렇게 좋은 여자들을 곁에 여럿 데리고 있을 수 있고, 또한 여럿 데리고 있으면서도 하룻밤에 한 명씩만 상대할 정도의 여유도 있었다.

    어차피 하룻밤에 한 명만 상대하더라도, 그 한 명이랑 온종일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자인 펠리시아는 다르다.

    일단 자기를 만족시켜줄 만한 좋은 남자를 찾는 것부터가 힘들뿐더러, 찾더라도 그게 한 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보통 남자는 횟수에 제한이 있으니 그 주기적으로 달아오르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괜찮은 남자를 한 무더기씩 쌓아놓고 해야만 한다.

    그게 처음 만났을 때 펠리시아가 그렇게나 방탕했던 이유고, 또한 펠리시아가 처음에 내게 그렇게 매달렸던 이유이기도 했다는 거다.

    펠리시아는 왕가의 피를 잇는 서큐버스 중에서도 유독 심하다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내가 펠리시아처럼 대놓고 섹스를 못 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와 펠리시아가 비슷한 체질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거다.

    나는 성자로 펠리시아는 서큐버스로 직업과 종족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둘 다 여신님의 축복을 받은 몸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그런가. 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나도 나 스스로 생각해도 머릿속에 섹스 생각밖에 없는 놈처럼 행동할 때가 더러 있었어.

    그게 전부 성자의 힘이 가져온 부작용 같은 거구나.

    곁에서 날 봐온 우리 애들도 다들 그런 사정을 짐작하고 내가 조금 무리한 부탁을 해도 대부분 어울려주는 거였고 말이야.

    즉, 앞으로는 눈치 볼 필요 없이 대놓고 본능에 몸을 맡겨도 전부 여신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아, 아니. 이게 아니지. 하핫.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아무튼 중요한 건, 내가 펠리시아랑 비슷한 처지라고 하더라도, 그걸로 딱히 충격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거다.

    어차피 나는 펠리시아처럼 그걸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이해하신 모양이네요. 그러니까 당신, 감정에 몸을 맡기기 전에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주세요. 당신이 정말로 공주님을 사랑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보고 동정심을 혹은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껴서 신경 쓰고 있는 것뿐인지."

    아. 그러고 보니 마틸다는 내게 내 이상할 정도로 강한 성욕의 원인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기 위해서 이런 말을 꺼낸 게 아니었지.

    그런가. 사랑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펠리시아를 신경 쓰고 있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는 건가.

    하지만 나는 내 처지가 펠리시아와 비슷하다는 것도 마틸다가 말해준 다음에야 깨달았는데?

    그런데 어떻게······아니. 그래도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닌가.

    펠리시아와 비슷한 처지라는 걸 깨닫게 된 건 지금이지만, 성자가 되고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왠지 점점 더 성욕이 왕성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 정도는 나도 원래부터 하고 있었던 거니까.

    그리고 정말로 내 감정이 마틸다가 말한 것처럼 단순한 동정심이나 동병상련의 감정이라면, 펠리시아의 마음을 받아주는 건 안 될 말이다.

    물론 그런 감정에서부터 시작하는 사랑도 있다는 걸 부정할 생각은 없다. 지금과 달리 연인으로서 같이 지내다 보면 정도 더 붙을 수 있는 거고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게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잔뜩 있다는 거다.

    그런데도 사랑하지도 않는 펠리시아를 받아줘 봤자, 과연 펠리시아만 소외감을 느낄 게 뻔하다.

    게다가 펠리시아는 그 입장 상 여기서 같이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얼굴 볼 기회부터 다른 애들보다 압도적으로 적을 테고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성에 가서 살 생각도 없었고.

    그러니 내가 펠리시아를 사랑하지 않는 거라면, 그 마음을 받아줘 봤자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되고 끝날 가능성도 있었다.

    차라리 착각이라도 내가 펠리시아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한 채로 무작정 행동에 나서서 그 마음을 받아줬다면 또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한 번 머릿속에 의혹이 생겨버린 이상 그런 가정은 의미가 없지.

    결국, 일단은 펠리시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부터 파악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어떤가요? 정말로 방해가 됐죠?"

    "······엄청나게. 펠리시아가 알면 무지막지하게 원망할 정도로."

    "어머, 그래도 도움을 준 것도 저니까, 둘이 합쳐서 비긴 걸로 하죠."

    얘 봐라. 공주가 원망한다는데 눈썹 하나 깜짝 안 하네.

    뭐, 따지고 보면 추기경이라는 위치도 공주한테 그다지 꿀릴 건 없겠지만.

    이 세계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여신님의 신자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여신님이 최고인 세계니까.

    "그러니까 당신. 절대 서두르지 말고, 제대로 고민해보고, 그 후에도 괜찮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행동으로 옮겨주세요. 아까도 말했듯, 제게는 당신의 행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까요."

    "응. 고마워. 꼭 그럴게."

    "후훗. 네. 잔뜩 고민하······으으응?!"

    우리 추기경님은 또 한 건 끝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한 손으로 침대를 짚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가볍게 허리를 흔들자, 그 팔에 힘이 빠지면서 마틸다의 몸은 풀썩하고 다시 침대에 파묻히게 됐다.

    "어딜 가려고."

    "흐읏······당시인?"

    "네 말대로 잔뜩 고민할 거지만, 적어도 그게 지금은 아니야.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너하고 단둘이 노닥거릴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내가 다른 여자 얘기만 하다가 끝낼 리가 없잖아."

    뭐, 다른 여자 생각을 하다가 마틸다가 눈치를 채 버리고, 앞으로의 조언까지 받은 시점에서 이미 살짝 실패해버린 감이 없잖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아아으읏······."

    하지만 마틸다는 그런 내 말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았던 건지, 달콤한 목소리를 흘리며 그 시선이 점점 더 핑크빛으로 물들어갔다.

    조금 전까지 보여줬던,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내게 앞으로의 행동을 조언하던 추기경님은 대체 어디로 사라지신 건지.

    뭐, 우리 추기경님은 이런 점이 매력이지만.

    "다른 여자 얘기가 나온 만큼 더, 그리고 어제 나 스스로 못 움직였던 몫까지 전부 식사 전까지 해결하고 갈 거니까. 각오해. 보이지? 여기 살짝 드러난 사도 인장. 이게······그렇군. 이 정도까지 보일 때까지 해댈 테니까."

    마틸다의 왼쪽 가슴 아래의 선을 따라 그리듯 새겨진 사도 인장을 엄지 끝으로 부드럽게 훑으며, 나는 씨익 하고 미소를 지어줬다.

    하지만 그런 내게 마틸다가 들려준 대답은, 조금 예상외의 것이었다.

    "으으으응읏······! 하앙······안······보여요오······."

    ······으, 응? 아, 아아! 그, 그래. 안 보이는구나. 가슴이 크니까.

    그런가. 이 위치면 거울로 보는 게 아닌 이상 안 보이는 건가.

    여자들은 가슴이 크면 아래쪽이 안 보인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구나.

    이쪽 방면의 최고봉인 레이아한테 가려져서 그렇지, 마틸다 얘도 상당히 큰 편이니까. 그렇구나.

    "으으응?!"

    그렇게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나니, 안 그래도 빳빳하게 서 있던 내 물건이 폭발할 정도로 팽창하는 게 느껴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자가 이런 말을 하면 뭔가 야하게 느껴진단 말이지.

    "마틸다. 사랑해."

    "아으응······저도······흐읏······사랑해요오······."

    그렇게 해서, 나와 마틸다는 아침부터 이 차전을 시작했다.

    어젯밤과는 달리, 이번에는 내가 주도적으로 허리를 움직여서.

    물론 그렇게 행위가 식사 전까지 끝날 리가 없었고, 우리는 방문을 두드리는 바넷사의 존재도 무시한 채 계속 행위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사도 인장을 쓰다듬으며 말했던 목표치를 한참이나 초과한 다음에야 우리는 겨우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구원님. 마틸다님. 점심 준비가 끝났습니다."

    사실 그마저도, 점심시간이 되어 다시 한번 찾아온 바넷사 덕분에 겨우 중단된 거였다.

    사실 난 더 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마틸다에게도 사정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신전에서 성기사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사정이.

    그제도 나 때문에 쉬었으니, 책임감 강한 마틸다로서는 오늘까지 쉬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그리고 신전에서의 성기사 육성은 던전에 갈 수 없는 마틸다가 자기 나름대로 날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으응?! 하, 하앗······스, 슬슬 씻고 준비하지 않으면······."

    그래서 벌써 점심시간이 됐다는 걸 알자마자, 마틸다는 핑크빛 모드에서 살짝 원래대로 돌아와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목소리 자체는 여전히 달달하기 그지없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마틸다도 신전에 가야 하고, 나도 오늘 성에 다시 찾아가기로 펠리시아와 약속을 한 상태였으니, 적당히 끊을 타이밍이었다.

    나는 허리를 격하게 움직여서 마지막으로 마틸다와 동시에 절정에 달하고는, 어젯밤부터 이어졌던 삽입을 겨우 풀었다.

    "아으응······이렇게나······다 담기 힘들어요오······."

    내 물건이 빠지자 마틸다의 안쪽에서 새하얀 정액이 기다렸다는 듯 꿀럭거리며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틸다는 손을 아래로 뻗어서 그렇게 흘러나온 정액을 다시 자신의 안쪽에 밀어 넣고는, 음부에 힘을 줘서 정액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했다.

    ······뭐, 애초에 성직자들은 그 교리에 따라서 피임 마법조차 거부하는 실정이니, 정액을 전부 자신의 안에 담으려는 것도 이해는 된다.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야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위험해. 또 하고 싶어 졌어.

    안 돼. 다른 생각. 다른 생각을 하자. 이 이상은 하면 안 된다고. 마틸다는 지금부터 성기사 육성을······저렇게 배 안에 내 정액을 넣은 채로 하는 걸까?

    성기사 육성이니 시범이든 뭐든 격렬하게 움직일 일도 당연히 있을 테고, 그러다가 안쪽을 가득 채우고 있던 내 정액이 흘러나와······으아아아! 괜히 더 흥분되잖아! 이게 마틸다가 말했던 여신님의 축복이 가져오는 부작용인가!

    ······그냥 내가 변태인 것뿐이라고?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전부 여신님 탓이야!

    그렇게 여신님이 알면 천벌을 내릴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눈물을 머금고 마틸다에게서 떨어졌다.

    아무튼 그렇게 행위를 마무리하고 다 같이 점심을 먹은 후, 나는 곧장 성에 향하기로 했다.

    아까 아침에 마틸다와 나눴던 대화 때문에 괜히 더 머릿속이 복잡하기는 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펠리시아의 얼굴을 봐야 하는 건지도 모르지.

    자신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눈치채기 위해서는, 그게 제일 아니겠어?

    그렇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복잡한 생각들을 억지로 억누르고, 나는 마차에 탔다.

    물론, 오늘도 마차를 모는 건 바넷사였다.

    "바넷사. 오늘도 네가 같이 가는 거야? 괜찮아?"

    어제도 온종일 저택 일은 하지 못했는데, 오늘까지 날 따라오다니.

    제아무리 슈퍼 집사 바넷사라고 하더라도, 일이 너무 밀려버리는 게 아닐까?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에도 바넷사는 무덤덤하게 그렇게 대답해줬다.

    목소리와 달리 그 눈빛은 살짝 복잡해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혹시 어제 안 자고 일한 건 아니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바넷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얘는 필요하면 거짓말하면서까지 무리할 애니까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안 되겠어. 잠깐 나 좀 봐."

    "읏······!"

    나는 바넷사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그 얼굴을 가까이서 빤히 쳐다봤다.

    그 자세가 당장에라도 키스하려는 자세하고 똑같았기 때문에 보통이라면 바넷사도 지금은 집사라면서 내 손을 뿌리칠만했지만, 지금은 내가 순수하게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아는 건지 바넷사도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다.

    음. 눈도 충혈되지 않았고, 눈 밑에 다크서클 같은 것도 없고. 확실히 멀쩡해 보이기는 하는데.

    진짜 내 말대로 제대로 잔 건가? 그럼 일은 어떻게 처리하고 온 거야?

    아, 잠깐만. 혹시 나랑 지내려고 미리 만들어뒀던 시간을 써버린 건가?

    확실히 그제 낮에 나랑 집사 일이라는 변명을 하면서 했을 때도 그렇게 만든 시간을 쓴 느낌이었지?

    게다가 그때는 디아나의 난입으로 오래 하지도 못했고.

    결국 그래서 여유 있게 만들어뒀던 시간이 남아서, 그걸 어제의 땜빵으로 썼다는 느낌인가.

    그런 거라면, 너무 미안한데.

    "응으읍!?"

    나는 바넷사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은 채로, 미안한 마음을 담아 그대로 그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해줬다.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지금 전 집사······."

    "미안."

    갑작스러운 기습에 바넷사는 반응하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내 키스에 당해버렸다.

    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날 구박하려고 했지만, 내가 그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사과하자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마차에 타기나 하십시오."

    이 벌충은 나중에 꼭 하기로 하자.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86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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