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859화 (84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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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도 실비아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뭐야, 자기? 나랑 빨리 하고 싶어서, 인사도 하기 전부터 실비아는 방에 대기시켜 놓은 거야?"

    얘 뭔가 혼자서 엄청 김칫국 들이키고 있지 않아?

    누가 보면 얼마 전에 차고 차인 사이가 아니라, 고백이 성공해서 막 사귀게 된 사이인 줄 알겠네.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진짜 그렇게 섹스가 고팠으면 널 찾아왔겠냐?

    그냥 집에서 우리 애들이랑 노닥거리고 있지.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던전에서 올라오자마자 얘를 만나기 위해 성에 찾아왔다는 것만큼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하고 싶어서 찾아온 건 아니라고.

    애초에 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니라 너겠지.

    실제로 펠리시아는 고혹적인 미소와 함께 저렇게 말하면서, 다리를 반대로 꼬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자신의 허벅지 안쪽을 비벼댔다.

    그야 2주나 참았으니까 엄청나게 쌓였겠지.

    펠리시아 자신도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참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으니까 말이야.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얘가 참을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느낌이었고.

    그러니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멀쩡하게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뭐,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것보다.

    "안 데려왔어."

    "응? 아예 성에 같이 안 왔다는 거야?"

    내가 짧게 대답하며 성큼성큼 다가가자, 펠리시아는 의외라는 듯 살짝 눈썹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나마 솔직한 반응을 보여준 건 그뿐이고, 펠리시아는 다시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날 쳐다봤다.

    "자기, 그렇게나 나…."

    하지만 내가 침대 위로 올라가서 그 얼굴 양옆을 두 손으로 감싸듯이 잡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펠리시아의 만든 것 같은 고혹적인 미소가 드디어 살짝 무너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얼굴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기는 했다. 다만 미소 지은 채로 얼어붙은 느낌이라고 할까?

    "…뭐야, 자기? 키스라도 하고 싶어졌어?"

    뭐, 그래도 역시나 정치력만큼은 누구한테나 인정받고 있는 펠리시아라는 건지, 펠리시아는 언제 얼어 붙었냐는 듯 금방 표정을 다잡았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펠리시아는 아예 한 발 더 나가서는, 아예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입술을 오므리고 앞으로 내었다.

    평소 같았으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한마디 해줬겠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얘랑 키스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이러는 편이 이 가면 속에 숨겨진 본모습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잖아.

    "자기, 아무리 내가 예뻐도 그렇지. 너무 그렇게 바라보면 부끄러운데."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가까이서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고만 있자, 펠리시아는 살짝 시선을 피하면서 이번에는 살포시 얼굴을 붉혔다.

    응. 이렇게 봐도 진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아니. 진짜로 무슨 생각이지?

    얘 혹시 전에 나한테 차인 기억이 없나?

    아니면 너무 빙빙 돌려 말해서, 차였다는 자각이 없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닐 텐데. 그때의 분위기로 보나 했던 말로 보나.

    애초에 얘가 그렇게 둔한 애도 아니고. 오히려 눈치가 엄청나게 빨랐으면 빨랐지.

    "하지만, 어쩌겠어. 예쁜 내가 잘못이지. 어쩔 수 없네. 자기, 이번만이야? 부끄러움에 떨면서도 자기를 위해 꾹 참고 견디는 내 모습을 그 눈에 똑똑히 새기게 해줄게."

    그러면 대체 이 태도는 뭐냔 말이야.

    물론 펠리시아가 지금 보여주는 행동들은 전부 본심이 아니라고 할까, 그냥 대충 상황에 맞게 장난치는 것밖에 안 됐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얘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왠지 모르게 느껴져서,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안 그래도 피곤해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데.

    대체 뭐야? 혹시 나한테 차였어도, 지금처럼 지내면서 가끔 내 얼굴만 볼 수 있으면 행복하다든가? 그런 거야?

    그런 거라면 펠리시아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들도 설명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펠리시아가?

    "하아."

    나는 깊은 한숨과 함께, 펠리시아의 옷에 손을 가져다 댔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포기하고 할 일이나 해야지.

    뭐가 점점 더 생각이 복잡해지자, 안 그래도 정신적으로 피곤하기 그지없는 나는 생각하기를 그만둬버렸다.

    이러고 있는다고 해서 얘의 이 바넷사 이상으로 두꺼운 가면이 벗겨질 것 같지도 않고.

    "아응. 자기도 참. 내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그렇게 흥분됐어? 자기, 그런 취향이었구나. 좋은 거 하나 알았네."

    쉴새없이 재잘대는 펠리시아의 옷을 전부 벗겨서 던져버리고, 나는 나 자신도 옷을 벗어 던졌다.

    "……에?"

    그리고 내가 완전히 옷을 벗어 던진 순간, 한순간이었지만 오늘 처음으로 펠리시아의 가면이 완전히 벗겨졌다.

    내 물건이 전혀 서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응. 아무리 내가 성욕이 왕성하고 성자가 되고 나서 그 성욕이 더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말이지, 결국 인간은 수면욕이 한계 이상에 달하면 이렇게 성욕이고 뭐고 없어진다는 얘기다.

    "자기도 참. 심술궂다니까. 세우면 되는 거지?"

    하지만 펠리시아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또다시 표정을 다잡고는 곱게 눈을 흘기며 그렇게 말해왔다.

    확실히 가끔 내가 일부러 안 세우고 그런 걸 시키기도 하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니야.

    "아니. 됐어."

    나는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가져오는 펠리시아의 이마를 손으로 막아서 멈추고는, 스킬을 사용해서 물건을 세웠다.

    오늘은 진득하게 플레이를 즐기고 할 여력이 없으니까 말이야. 빨리 할 일만 하고 돌아가야지.

    뭔가 펠리시아의 표정이 아까 이상으로 굳어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쓸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차라리 아까 표정을 자세히 살펴볼 때 이랬다면 모를까, 그냥 할 일이나 하자고 정하고 나니까 다 귀찮아졌다.

    "아…그러면…너 젖었냐?"

    "응? 그…흐읏?!"

    내 질문에 펠리시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나는 손을 펠리시아의 다리 사이로 집어넣고는 손끝으로 살짝 쓰다듬었다.

    손가락을 안에 넣은 것도 아니고 그냥 겉쪽의 대음순만 쓰다듬은 것뿐인데, 그것만으로도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펠리시아의 음부는 젖어있었다.

    응. 이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역시나 2주라는 기간은 길었다는 걸까?

    "으응?! 자, 자기. 오늘은 왠지 평소랑…흣…!"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나는 검지와 중지를 포개서 그 음부 안에도 손가락을 집어넣어 봤다. 내 크기가 크기인 만큼, 확실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손가락 두 개를 가볍게 번갈아가면서 휘젓자, 손가락 전체에 남자의 정액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주름들이 얽혀오면서 동시에 끈적끈적한 애액이 휘감기는 것이 느껴졌다.

    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읏?!"

    나는 손가락을 뽑아서 애액을 대충 펠리시아의 몸에 문질러 닦고는, 곧장 그 허리를 잡고 내 쪽으로 당겼다.

    침대에 반쯤 드러눕듯이 앉아있던 펠리시아는, 내가 허리를 당기자 쭉 미끄러지며 완전히 등을 붙이고 침대에 눕게 됐다.

    다만 내가 허리를 내 허리 높이에 맞게 들고 있기 때문에, 등 위쪽만 침대에 닿고 허리 아래부터는 공중에 뜬 상태가 됐지만.

    "자기, 오늘은 상당히 급한…아읏…잠…흐으으응?!"

    아무튼 그렇게 자세를 취하고, 나는 곧장 내 물건을 펠리시아의 음부에 밀어 넣었다.

    펠리시아는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삽입 시의 쾌감까지 참으면서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2주 넘게 애태워진 몸이 그 쾌감을 다 참을 수는 없었는지 아랫입술을 깨물며 높은 콧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런 펠리시아에게 신경 써 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언제나 느꼈던 거고, 조금 전에 손가락을 넣었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역시 서큐버스라는 종족답게 엄청나게 명기란 말이지.

    게다가 내 컨디션이 이렇다 보니, 벌써부터 사정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지만, 남자는 피곤하면 시간이 짧아진다는 게 정말이구나.

    "펠리시아."

    다만 이대로 싸버리면 진짜로 그 쾌감과 함께 그대로 잠들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남아있는 이성을 총동원해서 자신에게 절정 속박을 걸었다.

    그리고는 상체를 숙여서 누워있는 펠리시아의 몸에 완전히 밀착했다.

    아니. 그걸로 모자라서 아예 두 팔로 그 몸을 꽉 끌어안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펠리시아의 귓가에 그 이름을 속삭이듯 불렀다.

    "흐읏?! 으, 으응?"

    야. 아무리 내가 절정 속박 덕분에 쌀 걱정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그렇게 조이지 마라. 아직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니잖아.

    뭐, 아무튼 빨리 용건부터 말해야지.

    "미안한데, 너 혼자 해도 되겠냐?"

    "내가…으흥…움직이라는 거야?"

    "그래."

    내 부탁에, 펠리시아는 뭔가 석연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 말투에서 나 역시도 뭔가 석연찮은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도 아니고. 일일이 재확인할 여유도 없고.

    "그거야 가능하지만…."

    "고마워."

    나는 펠리시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는, 그 몸을 끌어안은 자세 그대로 몸을 180도 돌렸다.

    내가 아래로 가서 눕고, 펠리시아가 내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도록.

    그렇게 기승위 자세가 되고 나서, 나는 곧장 자신에게 걸었던 절정 속박을 풀었다.

    그리고 절정 속박이 풀리기가 무섭게,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짐과 동시에 펠리시아의 안에 사정했다.

    "흐으읏?! 자기, 아무리 내가 좋아도 그렇지. 오늘은 너무 빠른…응? 자, 잠깐! 설마 나 혼자 하라는 게…자기? 자기?!"

    멀리서 뭔가 펠리시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다음 순간, 내 정신은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그러고 나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너무 푹 잔 나머지 막 잠에서 깼을 때 느끼는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잠들고 싶은 욕망 같은 것도 없이,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산뜻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정말 오랜만에 푹 잔 기분이야. 아니. 기분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도 오랜만에 푹 잔 거지만.

    "…일어났나 보네."

    그렇게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자, 옆에서 뭔가 우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왓! 깜짝이야!"

    그, 그러고 보니, 나 펠리시아한테 삽입하고 잠들었지.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거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펠리시아의 모습이 있었다.

    맨날 생글생글 웃으면서 장난이나 치는 녀석이고, 내가 잠들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펠리시아의 모습은 한층 더 우울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괘, 괜찮냐?"

    "…그래 보여?"

    "아니…."

    그 묘한 압박감에, 나는 저도 모르게 움츠러든 목소리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내,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니. 내가 잔 게 문제인가?

    "그…성욕은 제대로 해소 했냐?"

    "자기가 보기에는 어때 보여?"

    …아까부터 질문에 질문으로만 대답하고 있지 않냐?

    "안 한 걸로 보여."

    애초에 펠리시아는 지금 침대 반대편에 내게 떨어진 채로 있었으니까.

    내 아들도 힘을 잃고 축 늘어져 있는데다가, 정액이든 애액이든 타액이든 젖은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래. 맞아."

    그리고 펠리시아도 내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

    섹스는 사랑이 담긴 섹스가 최고라고 떠들면서 자기한테도 그런 섹스의 좋음을 알려주겠다던 놈이 삽입하자마자 혼자 알아서 하라고 하고 자 버린 게 빈정 상했다든가, 섹스는 서로 즐기면서 하는 게 제일이라는 펠리시아에게 있어서 자느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상대와의 섹스는 그저 자위와 다를 바 없는 행위라 흥이 사라졌다든가, 아니면 자기의 달아오른 몸에 일말의 흥미도 보이지 않고 잠들어 버린 내 모습에 굴욕을 느꼈다든가.

    한마디로 말해서, 그대로 자 버린 내가 잘못이라는 거다.

    "야. 음…그게 말이지. 미안. 이게 설명하자면 좀 긴데 말이야."

    아무리 내 여자가 아니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나라고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잘못이 너무나도 명백했기 때문에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일단 미안하다고 말하고 사정을 설명하자.

    내가 얼마나 피곤했는지, 그리고 왜 피곤했는지만 말해주면, 얘도 이해해 줄 거야.

    "자기는…!"

    하지만 내가 변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펠리시아는 분한 표정으로 뭔가를 외치려다가 그대로 말을 멈추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Sasins // 지적 감사합니다. 다만, 처음 지적해주신 커녕은 붙여쓰는 게 맞습니다. 나머지 오타 부분은 수정했습니다.

    힐링 섹스는 기본적으로 신체적인 부분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동안 구원이 힐링 섹스의 효과로 하루 정도 밤을 새워도 멀쩡하게 행동하는 장면이 꽤 있었는데, 몸이 활력이 넘치기 때문에 정신만 붙들고 있으면 문제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원이 아래에서 너무 고생하고 와서 그럴 정신력이 남아 있지 않아서 자고 싶어 하는 겁니다.

    힐링 섹스 덕분에 육체적으로는 전혀 피곤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피곤한 거죠.

    게다가 오랜만에 낮밤의 경계가 무너진 생활까지 하다 왔으니까 더욱 졸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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