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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리 나라도 설마 그랬겠냐. 주변을 둘러봐. 여기가 어딘지."
마치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모습의 실비아를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원래 계획대로 장난쳐 버리면 진짜로 얘가 복상사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라도 진짜로 실비아를 죽게 할 생각은 없다고.
그러면 잠깐 침묵했던 건 뭐냐고? 그야…그래도 이렇게 공들인 장난인데 그냥 없던 일로 해버리는 건 아쉽잖아.
"에? 아…내 방…후아…그, 그럼…."
실비아는 그제야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고는, 여기가 자신의 방이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날 올려다봤다.
그 표정이 마치 죽음을 각오했지만 천운 끝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람의 그것과도 같아서, 나는 무심코 이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응. 두 시간밖에 안 지났어."
뭐, 기껏 준비한 걸 아예 써먹지 않는 건 역시 살짝 아쉬우니까 말이야.
고작 두 시간밖에 안 지났다고 하면, 그래도 복상사는 안 하겠지?
"하으읏?! 두, 두…?"
그리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비아가 몸을 바르르 떨면서 휴식 중에 불의의 기습을 받은 기사님과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응. 두 시간. 아, 그러고 보니 나 잠들었지. 그럼 두 시간보다 조금 더 오래 이러고 있었나?"
"으아아…그, 그엄…두, 두 시, 두 시간 동얀…구언니므으은…."
태연하게 늘어놓는 내 거짓말에, 실비아의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좌우로 진동해댔다.
"아, 응. 엄청했어. 안 느껴져? 너 엄청 젖어있잖아."
뭐, 혼자 야한 꿈 꾸다가 젖은 거지만.
"아, 우아아…흐아읏…."
내가 허리를 가볍게 앞뒤로 움직여서 삽입부에서 찔꺽찔걱하고 젖은 소리가 나는 것까지 들려주자, 실비아는 턱을 덜덜 떨면서 미약한 신음을 흘렸다.
그러면서 몸을 꼬물꼬물 움직이는가 싶더니, 몸을 완전히 돌려서 나와 마주 보고 앉은 자세가 됐다.
중간에 삽입을 푼 것도 아니었고, 그 가녀린 다리 역시도 덜덜 떨고 있었기 때문에 방향을 돌리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실비아는 제대로 대면좌위 자세가 되어 물기 어린 눈으로 날 올려다봤다.
"히응…구, 구언니임…."
"으, 응?"
그 눈동자가 너무도 애달파서, 나는 저도 모르게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그야 그렇잖아? 죽을 정도로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슬픈 표정을 지으니까 말이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죽음을 앞둔 비극의 히로인이라고 생각할만한 표정이었다.
"시, 실비아는…실비아는 먼져어어…."
실비아는 그 이상 말을 잇지는 못하고, 두 팔로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얘, 얘가 갑자기 왜 안 하던 짓을 하지?
실비아야? 너 지금 위험한 상태인 거 아니야? 그런 주제에 스스로 날 끌어안는다고?
"흥으읏하으으응읏?!"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실비아는 내 몸까지 덩달아 떨릴 정도로 몸을 심하게 덜덜 떨면서 그래도 절정에 달해버렸다.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로 잠들어있던 시간 동안 만져진 만큼 전부 절정 하는 거였냐.
그래서였구나. 애달픈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한 것도, 스스로 날 끌어안은 것도.
어차피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거였냐. 이것아.
그러니까 넌 매번 죽음을 각오하는 결단이 너무 빠르다고.
아무튼 그렇게 내 몸을 끌어안고 성대하게 절정에 달해버린 실비아는, 상당히 오랫동안 몸을 덜덜 떨면서 절정의 여운에서 헤어나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팔다리가 아래로 축 늘어지면서 온몸에 힘을 빼고 내게 기대게 된 다음에야, 나는 겨우 실비아에게 말을 걸었다.
"…다 됐냐?"
"아, 아지…깁니댜아…."
아직인거냐.
"그러냐. 최대한 빨리 부탁해."
"느, 느헤에…? 히우으…."
내 말의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실비아는 내 가슴에 박고 있던 얼굴을 간신히 들어서 날 올려다봤다.
그러자마자 내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달은 듯, 다시 한 번 잘게 몸을 떨며 절정에 달해버렸지만.
실비아야. 이제 와서 새삼 얼굴이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그러면 안 되잖아.
너 지금 전신을 내 몸에 밀착시키고, 삽입까지 하고 있는 상태거든? 그런데도 진짜로 내 얼굴이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절정에 달할 기분이 들어?
아니. 물론 그만큼이나 날 좋아해 준다는 거니까 기쁘기는 하지만 말이야.
뭐, 기쁜 건 기쁜 거고, 지금은 장난칠 거지만.
"아니. 나도 슬슬 말이지. 알잖아?"
사실 마냥 장난이기만 한 것도 아닌 게, 나도 깜빡 잠든 사이에 계속 삽입은 하고 있었던 거다.
그동안 실비아의 조임에 계속해서 자극을 받았을 텐데, 거기에 더해서 조금 전에 보여준 실비아의 연속 절정으로 또다시 엄청난 자극이 가해졌으니, 한계까지 몰리게 되는 것도 당연했다.
"지, 지규음 그언 거얼…무, 무리…아우…우으으으…아으으…!"
실비아도 내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닫고는 미약하게나마 도리질을 하면서 무리라고 하려다가, 무슨 생각인지 말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자신이 얼굴을 파묻은 게 내 가슴이라는 걸 깨닫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얘 진짜 뭐하는 거야.
"응흐읏…하우…우으읏…."
하지만 그렇게 여러모로 바쁜 와중에도, 실비아는 내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막 무리라고 한 주제에, 그래도 내가 기분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괜찮아?"
"우으…네헤에에…."
야. 이럴 때 정도는 좀 기사님답게 늠름한 표정으로 괜찮다고 해주면 안 되냐?
왜 죽음에 직면한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건데.
"그럼."
원래는 나도 아까 실비아가 두 시간 치 절정을 한 번에 느낄 때 같이 사정해야 했지만, 그때 싸버리면 진짜로 실비아가 위험해질까 봐 참아왔던 거다.
그렇기 때문에, 실비아가 억지로나마 괜찮다고 말해준 순간 나는 아무런 전조도 없이 바로 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에? 흐엣?"
사정을 도우려고 허리를 움직여줬던 실비아 역시도 내가 이렇게 곧장 사정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지, 타성적으로 허리를 계속 움직이며 멍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으응…하웃…히응…흣!"
그리고는 반 박자 늦게 자신의 안쪽을 때리는 내 정액 감촉을 이해했는지, 엉덩이를 위아래로 바들바들 움직이며 또 한 번 절정에 달해버리고 말았다.
"후우…기분 좋았어."
자는 동안에 꽤나 오래 참아서 그런 건지 평소보다도 긴 사정을 마치고, 나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실비아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별다른 생각은 없었고, 그냥 무리라고 하면서도 날 위해서 노력해준 실비아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서.
다만, 나도 사정의 여운으로 머리가 조금 멍해졌던 건지, 실비아에게 이마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잠깐 신경을 못 쓰고 말았다.
"아."
"흥으으으읏?!"
그리고 그걸 깨달은 순간에는 이미 늦은 다음이어서, 사도 인장에 키스를 받은 실비아는 오늘 최고의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이거, 차라리 입술에 키스해주는 게 나았으려나?
"…살아있냐?"
"느, 느헤에에…."
다행히 실비아는 살아는 있었다.
그래도 이 이상 연속으로 괴롭히는 건 위험할 것 같아서, 우리는 잠깐 흥분을 식힐 시간을 가지고 나서야 다시 행위를 계속할 수 있었다.
아예 멈추지는 않는 거냐고?
하하. 그럴 리가. 정식으로는 처음 실비아 차례가 돌아온 밤이라고. 그동안 못다 한 것까지 듬뿍 즐겨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이 피곤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정도로 실비아와의 밤을 즐겼다.
뭐,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아. 구원. 처음 실비아 차례였다고 너무 무리시킨 거 아니지?"
"으, 응? 아하, 아하하하핫."
다른 여자와의 일에 그다지 간섭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한 마디는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말투로 한숨과 함께 말하는 사라에게, 나는 어색한 미소밖에 돌려줄 게 없었다.
아예 잠도 안 자고 해댄 결과, 결국 어제저녁에 이어서 아침 식사마저 실비아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됐으니까.
말해두지만, 안 죽었어. 자기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것뿐이라고.
"바넷사."
그렇게 우리 애들한테 눈치 아닌 눈치를 받으며 식사를 마치고, 나는 곧바로 바넷사를 불렀다.
"…네."
역시나 어제 일의 앙금이 아직 남아있는지, 살짝 눈에 힘을 주고 날 노려보는 바넷사.
전에 던전에서 나한테 엄청나게 당했을 때처럼 날 피해 다니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오늘 시간 비어?"
"…무슨 일입니까."
하지만 그게 굴하지 않고 내가 꿋꿋하게 그런 질문을 던지자, 바넷사의 눈매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에이. 몰라서 물어? 그야 당연히…."
야. 솔직히 나도 노리고 이러는 거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너무 노려보는 거 아니냐?
그야 평소와 달리 뺨을 살짝 붉히고 노려보는 게 조금 귀여워 보여서 좋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너도 어제 이상한 말장난으로 날 곤란하게 했으니까, 비긴 걸로 하자고.
"성에 갈 거니까 마차 좀 준비해달라는 거지."
시간 있으면 지금부터 어제 못다 했던 걸 마저 하자는 분위기를 풀풀 풍긴 후에, 나는 마지막으로 웃으며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훗. 어때? 조금 설렜지?
"……알겠습니다."
아, 응. 이러면 더 노려보는구나.
이건 이거대로 싫다는 거지? 하여간 얘도 아닌 척하지만 은근히 날 너무 좋아한다니까.
"물론 바넷사 네가 원한다면 지금부터 둘이서…."
"지금은 집사입니다."
"어제도 집사였던 건 마찬가지…."
"크읏. 준비해오겠습니다."
내 말을 끊고는 한 번 힘껏 노려본 다음, 바넷사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식당을 빠져나가 버렸다.
그러니까 바넷사야. 얼굴 붉히면서 노려봐도 효과 없다니까.
넌 평소에 완벽하게 무표정인 만큼 더욱더.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곧장 성으로 향하게 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성에 가기에 게 그다지 좋은 타이밍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니. 좋은 타이밍은커녕 최악에 가까운 타이밍이었다.
던전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니, 보통 하루는 더 우리 애들이랑 알콩달콩하면서 보내는 게 올바른 선택이지.
게다가 성에 갈 때는 항상 데려가는 실비아조차도 뻗어서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고, 나 역시도 어제부터 피곤했던 몸을 이끌고 실비아랑 일을 치르느라 한숨도 못 잔 상태다.
최악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의 타이밍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성에 가기로 했다.
단순히 펠리시아의 성욕을 해소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야 2주나 지났으니 적당히 해소해줘야 할 타이밍인 것도 맞지만, 그보다는 그 녀석의 얼굴을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어졌다.
어제 사라한테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계속 신경 쓰였으니까 말이야. 펠리시아 그것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건지.
물론 얼굴을 본다고 그 복잡한 녀석의 꿍꿍이를 알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대로 의문을 안고 있는 것보다는 직접 얼굴이라도 보고 확인해 보는 게 조금이라도 더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어?
"어머, 자기. 어제 사라를 보내서 또 한참 애태울 줄 알았는데. 빨리 왔네?"
그런 생각으로 펠리시아을 찾아온 나였지만, 침대에 반쯤 드러눕듯이 앉아서는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날 맞이하는 펠리시아를 보고 있자니, 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응. 역시 얼굴을 봐도 이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전혀 모르겠어.
이 녀석, 진짜 평소랑 엄청나게 똑같지 않아? 아니. 그야 사라도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사라 앞에서나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있을 수 있지, 내 앞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이 나올 줄 알았다고.
그런데 이건 상상 이상이잖아. 평소랑 완벽히…아니. 오히려 살짝 기분 좋아 보이기까지 하는데?
적어도 자기를 찬 남자를 대하는 태도는 절대 아니잖아.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서 우리 애들이랑 꽁냥꽁냥이나 하고 있을걸.
아니면 아무나 골라서 한 명 끌어안고 잠이나 자던가. 안 그래도 졸려 죽겠는데.
갑자기 무지막지하게 후회됐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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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찡 // 네. 오타 맞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