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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840화 (824/1,205)
  • <-- 아우덴 -->

    레이아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한사코 날 놓아주려고 하지 않아서, 결국에는 일단 쓰레온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면 레이아를 설득할 수 있었겠지만, 어차피 저택을 나설 때는 어려진 모습으로 나서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야 의미가 없지.

    쓰레온에게는 가까운 시일 내에 내가 직접 찾아가겠다고 말하고 돌려보낸 후, 나는 어떻게 하면 레이아를 설득할 수 있을지 생각에 잠겼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누나한테 말해보세요."

    "아니. 응."

    그리고 레이아는 그렇게 생각에 잠긴 나를 아예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혀놓고는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꼬옥 끌어안은 채로, 귀여워 죽겠다는 것처럼 정수리에 자신의 뺨을 부드럽게 비벼대며 질문을 던졌다.

    물론, 비벼지는 건 뺨뿐만이 아니었다.

    뒷머리에 폭신폭신하게 닿고 있는 그 거대한 가슴도, 레이아가 고개를 움직여 뺨을 비빌 때마다 부드럽게 율동 하며 내 후두부를 마사지해주고 있었다.

    천국이 있다면 바로 여기겠지.

    그리고 내가 이러고 있는 것으로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어려진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모습으로 설득해야지 레이아가 보내줄 테니까 말이야.

    때문에 아예 계속 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팔지의 배터리가 되는 마석이 담긴 기계까지 꺼내서 방 한구석에 놓아뒀다.

    참고로 말하자면, 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이후로 나 혼자서도 팔찌를 풀 수 있도록 디아나에게 개조를 맡겼을 때, 디아나는 겸사겸사 라면서 잠깐동안이라면 팔찌에 내장된 마력만으로도 변신을 유지할 수 있게 개조해줬다.

    아까도 그래서 잠깐이지만 배터리 없이도 변신하고 있을 수 있었던 거였고, 이번에 집을 나설 때도 그 기능을 이용해서 아라크네의 눈을 속일 생각이었다.

    뭐, 그전에 우선 레이아부터 설득해야겠지만.

    "누나한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인가요?"

    …천사님. 그런 쓸쓸한 표정 짓지 마세요.

    천사님을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는 거라서 천사님한테 말 안 하는 것뿐이라고요.

    "누나, 나 던전에 가고 싶은데."

    일단은 지금의 외모를 최대한 살려서, 레이아에게 어리광부리며 설득하는 방법으로 가볼까.

    "잘도 저렇게 귀여운 척을 하네요."

    "어머, 귀엽지 않나요?"

    "…겉보기에 귀여워 보인다는 건 인정하지만요. 그래도 내용물이 그 구원이라고 생각하면…."

    야. 거기. 외야. 속닥이는 소리 다 들린다.

    나도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 딱히 즐기는 거 아니거든?

    그러니까 사라야. 그렇게 별꼴이라는 표정 짓지 마라. 넌 생긴 건 차가워 보여서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면 은근히 데미지가 크다고.

    애초에 내용물이 그 구원이라고 생각하면 뭐? 그러면 뭐 어떤데?

    그 구원이 바로 네가 좋아하는 그 구원이거든? 너 나 좋아하는 거 맞지?

    아니. 그런 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고 있는 거지만.

    사라는 그저, 귀여운 척하는 나보다는 듬직하고 멋진 내가 좋은 것뿐이다.

    평소에는 아닌 척해도, 괜히 우리 파티의 막내를 담당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내 말 맞지? 그런 거지? 그런 거라고 믿어도 되지?

    뭐, 그나마 사라와 대화하고 있는 마틸다는 핑크빛 모드도 되지 않고 멀쩡하다는 것을 위안 삼자.

    귀엽다고 하면서 날 보는 마틸다의 표정은, 말 그대로 그냥 귀여운 아이를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마틸다가 귀엽다고 했을 때 핑크빛 모드가 되어버리면 어쩔까 걱정했지만, 아무래도 마틸다한테 그런 취향은 없는 모양이었다.

    뭐, 이 상태에서 마틸다까지 핑크빛 모드가 되면 감당이 안 되니까,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안 돼요. 물론 던전이 궁금한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던전은 위험한 곳이랍니다. 아직 우리 구원씨한테는 일러요."

    레이아는 내가 입을 여는 모습만 봐도 귀여워서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흐물거리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날 타일렀다.

    …아니. 레이아. 나한테는 아직 이르다니. 내가 지금까지 던전을 얼마나 많이 다녔는데.

    그리고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이 모습이 된다고 딱히 정신 연령도 어려지는 건 아니거든?

    물론, 정신연령뿐만이 아니라 능력치도 그대로고 말이야.

    위험할 거 하나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뭐, 이 모습으로 그런 말을 해봤자 역효과만 날 것 같으니까 말은 안 할 거지만.

    "보지만 말고 좀 도와줘."

    "싫네."

    바로 수가 막힌 나는 구경꾼들한테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디아나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싫다니…. 너 혹시 괜히 다가왔다가 가슴에 안길까 봐 그러냐?

    걱정하지 않아도 내가 완벽하게 마크하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아마.

    "도와달라고 말씀하셔도…."

    "이건 구원이 해결하는 수밖에 없잖아."

    마틸다나 사라 역시도, 딱히 도와줄 생각은 없어보이고.

    뭐, 애초에 레이아가 제일 극적으로 반응하는 것뿐이고, 다들 나만 쓰레온이랑 같이 5.5계층에 가는 작전은 그다지 탐탁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으니 격하게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와주고 싶은 건 아니라는 느낌일까?

    이대로 레이아가 날 저지하고 있고, 그 사이에 뭔가 다른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우으으…!"

    일단 실비아한테도 시선을 줘봤지만, 구석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실비아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경련하듯이 고개를 가로 저였다.

    그래. 기대도 안 했다. 쟨 아직도 낮에 앨리시아가 왔을 때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니까 말이야.

    언제나 그렇지만, 지금은 특히 더 내게 접근하기 힘든 모양이다.

    "바넷사."

    그렇다면 남은 건, 단 한 명밖에 없었다.

    "……."

    하지만 우리 집사님은 역시나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셨다.

    다만, 그 무표정이 내게는 왠지 평소와 달리 억지로 무표정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바넷사아."

    "……."

    내가 아까보다 더 어리광부리는 목소리로 바넷사를 불러보자, 바넷사의 한쪽 눈썹이 움찔하고 떨렸다.

    으응? 혹시 진짜로 조금 효과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사라처럼 그냥 내가 귀여운척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뿐인지도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바넷사가 제대로 반응을 보이면 지금 이 상황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줄지도 모른다.

    "바넷사아아으으읍!"

    그렇게 생각하고 계속해서 바넷사를 공략하려 했던 나였지만, 그런 내 시도는 중간에 물리적으로 막히고 말았다.

    레이아가 아예 내 고개를 돌려서 얼굴 쪽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히게 하고 꽉 끌어안은 거다.

    "구원씨…아까부터 바넷사씨만 찾으시고. 여기에 레이아 누나도 있어요. 뭔가 할 말이 있으시면, 저언부 누나가 들어 드릴게요."

    계속 바넷사한테 어리광부리는 말투를 썼던 게 상당히 질투가 났는지, 이제는 아예 꼬리까지 내 허리에 감아서 자신에게 꽉 밀착시키는 레이아.

    "으브븝! 응으읍!"

    천사님. 이래선 말을 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요.

    위험해. 이렇게 가슴에 파묻혀있으니까, 슬슬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지기 시작했어.

    딱히 향수 같은 것도 뿌리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뭔가 좋은 냄새까지 나고.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저희는 가서 밥이나 먹죠."

    "음. 좋은 생각일세."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야! 니들 진짜 도와줄 생각 하나도 없구나?!

    그러면 뭔가 대안이라도 생각해달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따라가는 수밖에 없잖아!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물론 그런 내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응으으읍!"

    "아응! 구, 구원씨이…후훗. 그렇게 움직이시면 간지러워요…."

    처, 천사님. 그런 간질간질거리는 목소리로 제 귀에 속삭이지 말아 주세요….

    뇌가 녹아버릴 것 같잖아요.

    여러모로 의욕이 사라져갈 뿐이었지만, 그래도 나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성자의 사명이라든가 세계의 위기라든가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이대로 가면 계속 아라크네 클랜에 거짓말을 하고 있어야 하니까 말이야.

    아침에 앨리시아의 그런 반응을 보고 나니, 양심이 조금 많이 찔려야 말이지.

    "응차…후우. 레이아!"

    "꺄아악! 흐읏…네에…! 누나 여기 있어요!"

    마음을 다잡고 레이아의 가슴을 밀어낸 후 목소리에 힘을 줘서 그 이름을 부르자, 레이아는 새된 비명까지 지르며 꼬리까지 바르르 떨었다.

    천사님. 다른 애들도 그렇지만 천사님은 특히나 그렇게 떠시면 그 커다란 흉부가…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난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 목소리를 내리깐 게 아닌데!

    아니. 뭐, 일단은 괜찮지만 말이야.

    "아직 저녁 먹기 전이기는 하지만, 하고 싶어 졌어. 벗어. …안 돼?"

    결국 고심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레이아를 설득하려면 이 모습으로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레이아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역시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보여주는 게 최고겠지.

    때문에 나는 다른 애들이 방을 완전히 나간 걸 확인한 후에, 그런 말을 하며 오늘 밤을 시작하기로 했다.

    벌써부터 그러기에는 아직 시간이 이르기는 했지만, 어차피 오늘 밤은 레이아의 차례이기도 하니까, 잘 됐지.

    …그런 것보다, 기껏 세게 나가놓고 마지막에 ‘…안 돼?’는 뭐냐고?

    어, 어쩔 수 없잖아. 여기서 레이아가 거절해버리면 시작조차 못 해보고 끝나는 거니까.

    우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시작을 하는 게 중요했단 말이야.

    "으으으읏! 네엣!"

    그리고 내 완벽한 계획은 효과적으로 먹혀들어서, 레이아는 내 몸을 꽉 끌어안고 한차례 바르르 떨더니 환한 미소와 함께,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사님한테 안긴 채로 침대까지 가다니. 엄청나게 묘한 기분이었다.

    아니. 결코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말이야.

    오히려 이렇게 안겨들린 채로 있다 보니 자연히 그 가슴에 더욱 밀착하게 되어서, 게다가 이렇게 밀착해있는데도 내 몸에 닿아있지 않은 나머지 부분들이 걸을 때마다 출렁출렁 흔들리는 게 느껴져서 상당히 황홀했다.

    "후훗. 그럼 우리 구원씨는 뭐가 하고 싶으실까요? 누나가 뭘 해드릴까요?"

    아무튼 그렇게 날 안아 들고 곧장 침대에 가서 그 위에 날 눕힌 레이아는, 날 위에서 덮치는 자세로 내려다 보며 그런 말을 해왔다.

    원래부터 평소 성격이랑 안 어울리게 자기가 리드하는 걸 좋아하는 천사님이기는 했지만, 지금 보여주고 있는 이 표정은 유독 더 적극적이었다.

    안 그래도 수인족이라서 그러신지, 이런 표정과 자세가 의외로 엄청 어울리신단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고 난 다음에야, 나는 문득 그 눈동자는 벌써부터 보랏빛 안광을 발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처, 천사님. 오늘은 조금 빠르시네요.

    그야 물론 천사님이 이 모습을 좋아하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그러고 보니 낮에 실비아와 한 판 하고 나서 방에 들어오셨을 때도 냄새 때문인지 살짝 안광이 흘러나오고 계셨지.

    티를 안 내서 그렇지 천사님도 의외로 참고 있으셨던 건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천사님의 차례가 평소보다 훨씬 늦어지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그냥 천사님이 좋아하시게 어리광이나 부리면서 천사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내 듬직함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다.

    "아니. 오늘은 레이아가 뭘 해주는 것보다는, 내가 레이아한테 해주고 싶은데."

    "어, 어머. 구, 구원씨이…."

    아니. 천사님. 그러니까 왜 그렇게 대견한 눈으로 절 보시는 건데요.

    평소에도 굳이 따지자면 제가 천사님한테 뭔가 해주는 경우가 더 많았잖아요.

    "그, 그럼…그럼 오늘은, 누나는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건가요?"

    레이아는 내 옆에 살포시 눕고는 내 몸을 사뿐히 들어 올려서 자신의 몸 위에 올려놓더니, 두근두근하는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응."

    "아읏…!옷은 어떻게 할까요? 누나가 벗을까요?"

    그리고 천사님은 기다리기 힘들다는 듯, 자신의 상의 단추를 톡톡 가볍게 풀었다.

    그것만으로도 천사님의 커다란 가슴은 느슨해진 옷을 그대로 밀어 올리며 좌우로 벌어지게 만들어 그 위용을 뽐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니. 내가 벗길 거야."

    또 다시 그냥 천사님께 모든 걸 맡길 뻔 하게 된 나였지만, 나는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단추를 더 풀려고 하시는 천사님의 손을 잡아 멈췄다.

    "하으읏! 그, 그런가요. 혼자서 괜찮으신가요? 혹시 모르는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누나한테 물어보세요? 괜찮으니까요.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니까요. 누나가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알려 드릴…으으응읍!"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또 다시 감격하신 천사님은, 부드러운 목소리에 달콤한 한숨을 섞어서 그런 말을 해주셨다.

    천사님. 너무 유혹하지 말아 주세요. 계속 그러시니까 진짜 그런 플레이가 하고 싶어지잖아요.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은 천사님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서, 나는 스스로의 입술을 이용해 그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천사님의 귀가 위로 쫑긋 서서는 바르르 떨리고, 꼬리가 침대를 탁탁 치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꼬리를 흔들고 싶은데 이렇게 누운 자세로는 꼬리를 마음대로 흔들 수 없으니, 저렇게 꼬리로 침대를 치는 것처럼 되어버리는 모양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완글아 // 죄송합니다. 저도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저도 편수를 일일이 전부 기억하고 잇는 게 아니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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