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837화 (821/1,205)
  • <-- 아우덴 -->

    "실비아씨? 괜찮으신가요? 슬슬 힘들어지신 게…."

    그리고 역시나라고 할까?

    우리가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고 절정의 여운에 빠져있을 바로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한 번 사정할 정도의 시간을 벌고 와줬다는 건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시간 계산이다.

    "하우읏…하앗…응큣…."

    그리고 이름을 불린 실비아로 말하자면, 한동안 거친 숨을 내뱉으며 멍한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에, 에헤헤…."

    그리고는 갑자기 헤실헤실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다만 극심한 쾌락에 안면 근육이 풀려버린 건지, 입꼬리는 전혀 올라가지 않고 눈만 겨우 가늘어지는 수준의 미소였다.

    뭐, 그런 미소만으로도 엄청나게 귀여웠지만.

    다만 실비아 자신은 그런 미소로 만족할 수 없다는 듯, 떨리는 손을 자신의 얼굴 쪽으로 가져가서는 검지로 자기 입꼬리를 억지로 올렸다.

    그리고는 날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헤실헤실 웃어 보이더니, 고개를 돌려 문 쪽을 향했다.

    "후웃…후읏…아, 아지깁니댜! 아직 할 슈 이씁니다아!"

    "네? 시, 실비아씨?!"

    마법구를 작동시켜 이쪽 소리가 문밖에까지 들리도록 한 실비아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말을 내뱉고는 곧바로 다시 마법구를 꺼버렸다.

    물론 실비아가 갑자기 그렇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문밖에서 사라, 레이아, 마틸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실비아는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애써 문 쪽에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다시 날 내려다보면서, ‘저, 저 잘했습니까아?’라고 말하는 것 같은 시선을 보내왔다.

    그 시선을 보고 나서야, 나는 실비아가 갑자기 왜 이런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실비아는 아직도 신경 쓰고 있는 거다.

    아까 내가 조금 더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던 것을 말이다.

    다시 말해서 좋을 때는 좋아하는 티를 내라는 거였으니까 말이야.

    즉, 실비아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다.

    구원님과 이렇게 있는 게 너무 좋아서, 그만 저질러버렸습니다.라고.

    "잘 했어."

    "흥귯…에, 에헤…."

    실비아의 의도를 완벽히 이해한 내가 그 복슬복슬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칭찬해주자, 실비아는 지나친 쾌감에 몸을 떨면서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다시 애써 헤실헤실 웃어 보였다.

    실비아야. 너 진짜 왜 이렇게 귀엽냐.

    "햐으앙?!"

    그 지나친 귀여움에 나는 곧바로 그 엉덩이를 위에서부터 붙잡고 다시 격렬하게 허리를 밀어붙였다.

    그렇게 해서, 결국 나와 실비아는 다른 애들을 문밖에 방치하고 다시 한번 서로의 몸을 탐하게 됐다.

    "제, 제 차례…끝나씁니댜아…."

    결국 실비아가 방문을 연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일단 마지막으로 절정에 달한 후 그 여운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충분히 휴식 시간도 가지고 나간 거지만, 그 짧은 시간에 우리 실비아가 완전히 쿨다운할 수 있었을 리가 없지.

    난 기절한 척하고 있느라 눈은 뜰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실비아가 문에 기대서 다리를 후들후들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고,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그 모습에 말문이 막힌 우리 애들의 모습도.

    결국 다들 한 시간 동안 어디에 가지도 않고 문 앞에서 가만히 우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거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방금은 진짜 내 잘못이 아니야. 전부 너무 귀엽게 군 실비아 잘못이야.

    "그럼, 잠깐 봐도 될까?"

    그리고 이것 또한 역시나라고 해야 할까?

    문 쪽에서는 우리 애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앨리시아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러시죠."

    대화를 들어보니, 아마 앨리시아가 갈 땐 가더라도 내 얼굴 정도는 보고 가고 싶다고 한 거겠지.

    우리 애들도 모처럼 병문안 온 사람을 그냥 내쫓을 수도 없어서, 힐링 섹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도 된다면 보고 가라고 한 걸 테고.

    다만 대답하는 사라의 목소리는 앨리시아를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아라크네 클랜은 내가 깨어나야 거북이굴 아래로 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확인하러 온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솔직히 말해서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앨리시아만큼은 그럴 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아니. 실은 사라도 알고 있을 거다.

    눈치 빠른 사라다. 좋든 싫든 그렇게 자주 만난 앨리시아가 어떤 성격인지도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지.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저렇게까지 경계하는 거지?

    마치 자기라도 저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처럼…아, 그런 건가.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약해져 버릴 것 같다는 건가.

    하여간 겉으로는 그렇게 찬바람 쌩쌩 불게 생겼으면서, 은근히 마음이 여리다니까.

    그래도 걱정할 필요….

    "…훌쩍."

    눈을 감은 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옆에서 갑자기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 자, 잠깐만. 지금 우는 거야?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애들은 울 이유가 전혀 없다.

    애초에 내가 다 나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는 말은 자연스럽게 지금 울고 있는 애는 앨리시아가 된다는 얘기로…진짜냐. 그 선머슴 같은 애가 우는 거냐.

    아니. 너 어제도 저택에 있으면서 내 얼굴 보고 갔잖아.

    그리고 너 그런 캐릭터도 아니었잖아.

    울기는 또 왜 울어. 그러지 마라 진짜. 괜히 미안해지잖아.

    "훌쩍…계…크흠…계속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지?"

    잠깐 훌쩍이던 앨리시아는 내 손을 잡으려고 했는지, 내 손등 쪽에 살짝 손끝이 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뿐. 우리 애들의 시선을 의식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 건지 결국 내 손을 잡지는 못한 앨리시아는 애써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우리 애들에게 질문을 했다.

    "아, 그…."

    "…그래요."

    그리고 그 앨리시아답지 않은 목소리를 듣고, 레이아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대답하려고 했다.

    중간에 사라가 레이아의 말을 끊고, 딱 잘라 그렇게 말해버렸지만.

    사라야. 네 기분, 지금이라면 절실히 알 것 같다.

    진짜로 저렇게라도 안 하면 마음 약해지겠네.

    실제로 우리 천사님은 진작에 마음이 약해져 버린 모양이고.

    "…미안. 나 때문에…."

    아니야아아! 난 그냥 일부러 다치려고 널 이용한 거라니까!

    진짜 양심 찔리게 왜 그러냐?!

    내가 자기를 구하려다가 다쳤다고 생각해서 저러고 있는 거였어?!

    아오. 진짜 일어나버릴 수도 없고.

    아니. 진짜 일어나버릴까? 앨리시아는 잘만 설득하면, 아라크네 클랜에 거짓말을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저 바보가 멋대로 나서서 멋대로 다친 것뿐이니까."

    "…신경 써줘서 고맙다."

    평소에는 눈치도 없고 우리 애들 앞에서도 제멋대로 구는 앨리시아였지만, 오늘은 죄책감 때문에 풀이 죽어서 그런지 유독 얌전했다.

    평소에 억제기 역할을 해주던 디아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제가 당신을 신경 써서 이런 말을 할 것 같아요?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정말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면 그 자리에서 달려들었을걸요."

    사라야. 티 난다. 티 나. 엄청 신경 써주는 거 티 나.

    모처럼 차가운 표정에 차가운 목소리라도, 그래선 의미가 없다고.

    아니. 눈 감고 있으니까 표정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고맙다. 그러면 얼굴도 봤으니 난 이만 갈게. 그…깨어나면 한 번 더 얼굴 보러 와도 될까?"

    "…그러시죠."

    "고맙다. 그럼…훌쩍."

    "아…저, 저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코를 훌쩍이고 방을 빠져나가려 했던 앨리시아였지만, 그 뒤를 레이아의 목소리가 붙잡았다.

    설마 천사님. 너무 마음이 약해지셔서 바른대로 실토해버리시려는 건….

    "…응?"

    "지난번에는 화내서…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천사님, 내가 다쳤을 때 드물게도 앨리시아한테 화내셨었지.

    얘기를 들어보니 이미 한번 사과를 하셨던 모양이지만, 앨리시아의 저 모습을 보니 다시 한번 사과를 하지 않고는 버티기 힘드셨던 모양이다.

    "…아니. 환자 몸을 잡고 흔든 내가 잘못한 게 맞으니까. 신경 쓸 것 없어. 그럼 이만. 훌쩍."

    천사님의 사과를 들은 앨리시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해주고는, 코를 훌쩍이며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다.

    쟨 지나간 일은 그때로 끝내버리는 성격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내가 다친 걸 자기 탓으로 돌리며 저렇게 끌고 있는 모습이 더 낯선 거지만.

    "…쟤 혹시 어제부터 저랬냐."

    방을 빠져나간 앨리시아의 발소리가 발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된 다음에야, 나는 눈을 뜨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니요. 당신이 다쳤을 때부터 쭉 저랬어요."

    내 질문에, 앨리시아가 있는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마틸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해줬다.

    아마 입을 열었다가 앨리시아의 눈앞에서 핑크빛 모드가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거겠지.

    평소에는 은근히 남의 눈 신경 안 쓰고 핑크빛 모드가 되는 마틸다였지만, 과연 저런 앨리시아 앞에서 그러는 건 심하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내가 다쳤을 때부터라니.

    적어도 이틀 이상 저러고 있었다는 거 아니야.

    전에 나한테 고백도 제대로 못 하고 술만 퍼마시고 있을 때도 살짝 느꼈지만, 저 녀석 호탕한 주제에 은근히 멘탈 약한 거 아니야?

    아니. 차인 다음에 평소처럼 날 접해줬던 걸 생각해 보면, 멘탈이 아주 약한 건 아닌…약하지만 무리하고 있었다는 가능성도 있는 건가.

    으아아. 젠장. 생각하지 말걸. 괜히 더 죄책감이 심해졌잖아.

    "아무튼 지금은 디아나가 빨리 돌아와서 정보를 알아냈기를 기대해야지. 그래야 저 사람한테도 멀쩡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실비아씨."

    내가 속으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걸 눈치챘는지, 사라가 그렇게 말하며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느, 느헷?!"

    "부탁해 놓고서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연기에 너무 몰입한 거 아니에요?"

    "아, 아하하…."

    그렇게 말하고서 주위를 둘러보는 실비아.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뒹굴었던 대다가, 상대는 그 잘 느끼는 실비아였다.

    내가 귓가에 사랑한다고 한 마디 속삭이기만 해줘도 절정에 달해버리는 실비아.

    당연히 방 안에는 행위 후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었다.

    공기 중을 떠도는 잔향이라든지, 흠뻑 젖은 시트라든지 여러모로 말이다.

    "아, 아우으…그, 그게에…."

    자신에게 시선이 몰리자, 실비아는 부끄러워 죽겠는지 얼굴을 감싸 쥐고 그대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버렸다.

    하지만 이 상황에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 비단 실비아뿐만이 아니었다.

    사라도 자기가 말해놓고 신경 쓰이기 시작했는지 살짝 얼굴이 붉어져 있었고, 어색하게 웃는 레이아로 말하자면 눈가에 보랏빛 안광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기까지 하고 있었다.

    두, 둘 다 진정해라.

    내가 사라나 레이아한테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저기 혼자 태연하게 있는 마틸다를 본받으라고.

    "당신."

    "응?"

    "그래서, 실비아씨의 힐링 섹스 차례가 끝났으니 이제는 제 차례인가요?"

    "아니거든!? 애초에 힐링 섹스도 변명이지 할 필요 없거든?!"

    뭘 태연한 표정으로 은근슬쩍 벗으려고 하는 건데?!

    아까도 비슷한 짓 하려다가 레이아한테 혼났던 주제에!

    아니. 그보다 너 그거 핑크빛 모드였던 거냐?!

    감정이 극에 달하면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진다든지 하는 그거냐?!

    페이크 넣지 말라고! 헷갈리잖아!

    모처럼 드물게 혼자 추기경님 모드인 줄 알고 칭찬하려고 했더니!

    "구원님."

    "바넷사! 너까지 그러기냐?! 그렇게 섹스가 하고 싶어?! 오냐! 좋아. 그럼 다 같이…."

    그리고 옆에서 바넷사까지 말을 걸어오자, 나는 결국 혼자 자제하고 있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 내가 섹스하기 싫어서 이러는 줄 알아?

    오냐. 다 덤벼. 아예 다 같이 해버리자. 성직자의 금기인지 뭔지 내가 신경 쓸 것 같아?

    기왕 이렇게 된 거 드디어 나도 어디 한번 꿈에 그리던 하렘 플레이를….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하지만 그렇게 히트업한 날, 바넷사는 차가운 목소리와 시선을 쿨다운 시켰다.

    …네. 죄송합니다. 바넷사씨는 언제나 냉정하시네요.

    조금 분위기 좀 타주시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서 무슨 일인데?"

    "디아나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벗어 던지려던 옷을 여미고 묻는 내 말에, 바넷사는 담담히 디아나의 귀가를 알렸다.

    드디어인가. 꽤나 빨랐…아니. 실비아랑 뒹군 시간이 은근히 길었으니까 빠른 건 아닌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늦어서 죄송합니다.

    쉬는 날이라 너무 푹 자버렸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