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덴 -->
도리도리도리.
마치 바들바들 떨기라도 하는 것처럼, 디아나는 미세하고 빠르게 고개를 도리질 쳤다.
아니. 그러니까 시킨 적 없다니까.
너 머리 좋잖아. 그 좋은 머리로 생각을 해봐.
그 말을 내가 진심으로 했겠냐?
어젯밤도 들킨 상대가 너한테 충성을 다하는 바넷사였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그런데 내가 다른 애들한테 들킬 리스크를 감수하고 그런 짓을 하겠냐?
내가 아무리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가득 찬 놈이라도 그렇지, 넌 내가 그렇게까지 성욕에 몸을 불사르는 변태로…서, 설마. 보이는 거냐? 그런 거냐, 이것아?!
"우으으…."
생각 끝에 그런 결론에 도달한 나는 무심코 눈을 부라리게 됐고, 그런 내 눈빛을 본 디아나는 더욱 착각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린 모양이었다.
커다란 눈망울을 그렁이면서, 디아나는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 다리 사이로 한 손을 뻗었지만…역시나 아무리 디아나라도 진짜로 만질 결심은 들지 않는 모양인지 내 고간 바로 위에서 손을 멈추고는 그냥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이거, 아무래도 눈빛 대화만으로는 끝이 안 날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직접 말로 오해를 풀도록 할까.
하지만 그냥 속삭이기만 하면 귀가 좋은 사라한테 들킬 테고, 뭐라고 말해야지 다른 애들한테 의심받지 않으면서 디아나의 오해를 풀 수 있을까?
"크흠. 적당히 하지? 지금 여기 둘만 있는 거 아니거든?"
그리고 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앞에서 헛기침과 함께 질투심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물론, 이런 상황에 저런 말을 거침없이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히긋?!"
"합! 무, 무슨 소리야?"
"몰라서 물어? 아까부터 둘이서 아주 둘만의 세계에 빠져서는. 여기 다른 사람도 있거든? 디아나야 그렇다 쳐도 구원은 좀 신경 쓰지?"
아무래도 사라 눈에는, 우리가 지난밤을 너무 즐긴 나머지 아직도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 거 전혀 아니었지만.
"이, 이 몸은 그렇다고 친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리고 그런 사라의 말에 나보다도 한발 먼저 디아나가 반응을 보였다.
아니. 디아나야. 나랑 달리 그냥 넌 다른 사람 눈치 볼 이유가 없다고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잖아.
굳이 그 말에 딴죽을 거는 건, 지금 이 상황이 제 발 저려서 그러는 거니?
내 물건을 바지 위로 손에 꽉 쥐고 있는 이 상황이.
그래. 지금 디아나는 한 손으로 내 물건을 만지고 있었다.
뭐, 사라가 갑자기 말을 거니까, 깜짝 놀라서 뻗었던 손을 아래로 내려버린 것뿐이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애들이 다 있는 앞에서 내 물건을 만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어서, 디아나는 벌써부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모양이었다.
분명 예전에는 밖에서 내 물건을 쓰다듬어도 멀쩡했는데 말이야.
언젠가 내가 내 성기가 열쇠인 줄 알고 가시덤불에 박았을 때, 내 물건을 세워준 건 디아나였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애가 지금은 이런다는 건, 역시 그사이에 디아나의 노출증이 점점 더 개발되어버렸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
아니. 그때는 이렇게 만지는 게 야한 행위라는 생각도 안 했을 때라서,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뿐인가?
실제로 만져주면서 이런 걸 좋아하는 게 신기하다는 투로 말하기도 했었고.
뭐, 어찌 됐든 과거에 비해 여러모로 개발되어버린 디아나는, 나조차도 간단히 떠올릴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내지 못하고 사라의 말에 딴죽을 걸었다.
하지만 우리 용사님은, 대마법사님이 윽박지른다고 해서 기죽을 여자가 아니었다.
"그야…제 입으로 그걸 또 어떻게 말해요."
아니었지만…어째서인지 사라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하기를 꺼렸다.
아니. 사라야. 넌 또 무슨 생각하는데.
저 사라가 섣불리 입에 담지 못할 정도면…아, 그러고 보니 어제 디아나가 흐트러진 모습을 직접 봤다고 했던가.
즉, 사라는 이렇게 생각하는 거다.
그렇게 흐트러진 디아나는 당연히 지난밤이 엄청나게 만족스러웠을 거고, 아직도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도 이상한 게 아니라고.
전혀 아니었지만, 노출증 때문에 이러는 거라는 점에서는 핵심을 짚었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런 거 아닐세!"
그리고 핵심을 찔린 디아나는 더더욱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디아나야. 그렇게 외치고 싶으면 우선 이거부터 놓고 말하는 게 어떨까?
"알았어요. 알았어. 둘이 너무 뜨겁길래 그런 건 줄 알았죠."
그리고 제아무리 사라라도 이런 주제로 디아나와 길게 말싸움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드물게도 자기가 먼저 물러났다.
"후욱! 후욱!"
하지만 말싸움이라고 할 수도 없는 언쟁이 끝나고 나서도, 디아나의 얼굴색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전혀 화가 풀리지 않은 사람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거친 콧김을 내뿜었다.
뭐, 화나서 이러는 게 전혀 아니었지만.
"하지만, 사라씨가 두 분의 모습을 보고 저런 말씀을 하신 것도 이해는 돼요. 물론 두 분이서 서로만 바라보고 계셨던 게 정말 그런 이유는 아니었겠지만…구원씨, 디아나씨. 혹시 또 두 분이서만 저희에게 무언가 숨기고 계시는 건 아니죠? 저, 그런 건 싫으니까요? 전부 얘기해주셔야 해요."
그리고 사라와의 언쟁이 끝나자, 이번에는 레이아가 조심스럽게 운을 떼며 그렇게 말했다.
진짜로 나랑 디아나가 둘이서 바라만 보고 있는 시간이 길기는 길었던 모양이다.
레이아까지 저런 말을 하다니.
"물론이지. 그러고 보니 그 일로 할 말이 있는데."
나는 아까 식당에 오면서 디아나와 나눴던 얘기를 모두에게 해주기 위해서, 그렇게 운을 떼며 은근슬쩍 한 손을 자신의 고간 쪽으로 가져갔다.
물론, 디아나의 손을 떼어놓기 위해서다. 진지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디아나가 이런 상태면 안 되니까 말이야.
"우으으으…후읏…으응…."
하지만 내 손이 자신의 손 위에 덮어지자, 디아나는 또다시 착각을 해버린 모양이었다.
‘대체 이 몸이 이 이상 더 어쩌면 좋단 말인가아아….’
얼굴 전체로 그런 말을 하면서, 디아나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천천히 자신의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허벅지 사이를 마주 비벼대며 숨소리에 달뜬 콧소리가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야! 더 해달라고 그런 거 아니거든?!
이 이상은 진짜로 위험해! 내가 아무리 태연하게 있어도 디아나 얘 반응 때문에 들키겠네!
"아무래도 길드에 가서 조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아으…."
나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모두의 시선을 내 쪽으로 모으고, 동시에 디아나의 손을 떨어뜨려 놨다.
야. 이 노출광 변태야. 왜 한순간 아쉽다는 듯 손을 오므리는 건데?
"길드라면 미리엘이 아우덴이라는 것도 진작 알고 있었을 테고, 뭔가 더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지금 디아나가 주목받는 건 위험하다.
최대한 디아나에게 주목이 가는 걸 막기 위해서, 나는 디아나가 해준 얘기를 마치 내가 생각해낸 얘기인 것처럼 떠들었다.
"그건…."
그리고 그런 내 말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건 레이첼 누님이었다.
뭐, 길드 사람이니까 말이야.
아니. 그것뿐만이 아닌가.
딱히 그러라고 정해진 건 아니지만, 모험가는 보통 자신이 모험가 등록을 한 안내원을 담당으로 정해놓고 그 안내원만 이용하는 습성이 있다.
아니. 굳이 모험가 등록을 한 안내원이 아니더라도, 안내원 한 명만 담당으로 정해놓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서로 안면이 있으면 여러모로 편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앨리시아는 분명 레이첼 누님을 담당으로 정해둔 것 같았다.
그러면 같이 다닐 일이 많은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들은 전원 레이첼 누님을 담당 안내원으로 정해둔 걸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사라가 모험가 등록을 한 건 바로 레이첼 누님이다.
그러면 그때 이미 사라가 아우덴에 용사라는 걸 알았을 텐데도, 레이첼 누님은 겉보기로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계셨다.
아무리 안내원으로서 완벽한 레이첼 누님이라고는 하지만, 그 임기응변에 약한 레이첼 누님이 말이다.
즉, 이런 케이스를 레이첼 누님은 이미 겪은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여러모로, 레이첼 누님은 미리엘이 아우덴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어제도 미리엘이 아우덴이라는 얘기를 꺼냈을 때부터, 묘하게 말이 없으시기는 했지.
"나는…."
"괜찮아. 난 이해하니까. 설마 미리엘이 아우덴이라는 게 여신님의 사명이나 마신이랑 관계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그게 아니더라도, 안내원으로서 길드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건 당연한 거야. 자책할 필요 없어. 괜히 레이첼한테 직접 물어보지 않고 길드로 가겠다는 얘기를 한 거겠어? 길드장이랑 제대로 담판을 짓고 정보를 얻어낼 테니까, 괜히 그런 표정 짓지 마."
미안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레이첼 누님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나는 그렇게 말했다.
크으. 나 지금 조금 멋있지 않았냐?
뭐, 곧바로 엉망이 되겠지만.
"라고 말하면서도 내가 길드장이랑 담판 지을 건 아니지만."
"뭐어?"
"아니. 난 일단 기절하고 있는 걸로 되어있어야 아라크네 애들을 붙잡아두고 있을 수 있잖아."
"그러면서 그렇게 폼 잡고 있었던 거야?"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사라.
하지만 아마도, 사라도 내게 맞춰서 일부러 저렇게 장난스러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거다.
레이첼 누님의 죄책감을 지워주기 위해서.
아무래도 이 일과 제일 깊게 연관되어 있는 사라가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해주는 게, 레이첼 누님에게는 제일 위로가 될 테니까.
"내 여자 앞에서 폼 좀 잡는 게 뭐가 문제야?!"
"하아, 진짜 바보라니까."
사라 쟤도 어제 처음 그런 얘기를 듣고 밤사이에 혼자서 많이 혼란스러웠을 텐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주다니.
그러고 보니 아까는 나도 디아나와의 일에 정신이 팔려서 신경을 못 쓰고 있었지만, 아까 얘기할 때도 멀쩡해 보였지?
밤사이에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는 끝났다는 걸까?
역시 우리 용사님은 멘탈이 튼튼하다고 해야 할지, 하여간 이뻐 죽겠다니까.
"아무튼! 그래서 길드에는 디아나가 갈 거야! 그렇지 디아나?"
"으, 음?! 코홈! 으음! 그렇네! 이 몸이 갈 걸세!"
이쯤 되면 디아나다 조금은 진정이 됐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을 걸자, 디아나는 아직 살짝 뺨을 상기시키고 있기는 해도 멀쩡하게 대답을 해줬다.
"하지만 이럴 때에 디아나씨가 갑자기 길드장을 만나러 가면, 그건 그것대로 눈에 띄는 거 아닌가요?"
"그 문제라면 걱정할 것 없네. 오랜 세월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밖에서 지냈던 이 몸의 실력을 우습게 보지 말게나."
아니. 디아나야. 가출 경험담은 자랑이 아니거든.
"이렇게 실비아양으로 변하면 아무 문제 없네."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자신의 모습을 실비아로 변화시켰다.
폴리모프라는 거, 그런 것도 되는구나. 아니.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는 말은 지금까지 디아나가 자기 자신의 성장 버전으로만 변신한 건, 디아나 나름의 자부심 때문이라는 건가.
성장해도 레이아보다 살짝 사이즈가 작은 걸 신경 쓰면서도 언제나 완벽하게 자기 사이즈로만 변신했었고.
저 모습을 봐서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성장한 모습에 가슴만 살짝 더 키우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뭐, 확실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외모고, 이상할 건 전혀 없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것보다.
"실비아도 고위 귀족에다가 왕실 친위대니까 충분히 눈에 띄거든."
그야 디아나 너만큼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왜 하필 실비아야?
"우으윽…바넷사. 이 몸이 컸을 때 입는 옷을 준비해주게."
아, 그런 거였냐.
야. 아무리 우리 실비아가 가슴이 없어도 그렇지, 너도 은근히 너무하지 않냐?
"그래서 결국 누구로 변하려고? 말해두지만 레이아로 변할 거면 네가 컸을 때 입는 옷을 준비해도 특정 부위의 사이즈가 작을…."
"자네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네에!"
실비아를 위해 내가 대신 복수를 해주자, 디아나가 분하기 그지없다는 목소리로 외쳤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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