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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833화 (817/1,205)
  • <-- 아우덴 -->

    "…이 몸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디아나가 처음 내뱉은 첫 말이 바로 이거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다.

    예전에 다른 방에서 하다가 바넷사한테 들켰을 때도 너무 흥분한 나머지 기억이 날아갔었으니까, 그때와 비슷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흥분한 이번에도 기억이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기억은 온전한 모양이다.

    디아나야. 제 발 저리기라도 하니? 애초에 말이야.

    "아니. 난…."

    "아아아아아아아!"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디아나는 큰소리를 지르면서 자기 귀를 팡팡 때려댔다.

    아니. 그러니까 네가 무슨 애냐? 나이 먹을 대로 먹은…아, 아무튼 유치하게.

    뭐, 귀엽기는 하지만.

    "하붑!"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게 놔둘 수도 없으니까, 나는 두 손으로 디아나의 손목을 각각 잡고는 그 손이 디아나의 입을 가리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리고는 디아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아까 하려던 말을 마저 했다.

    "아직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뭐가 기억이 안 난다고?"

    "…아, 아무튼 뭐든 기억이 안 나네!"

    능청스러운 내 말에 넘어오지 않고, 디아나는 눈을 꼭 감은 채 필사적으로 외쳤다.

    쳇. 머릿속이 부끄러움으로 가득 차 있을 테니까 어쩌면…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우리 대마법사님은 이런 간단한 말장난에는 넘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정말로? 어제 노출 플레이가 엄청 좋다고 했던 것도?"

    "이, 이 몸이 말인가?! 그, 그럴 리가 없네! 자네가 잘 못 들은 것 아닌가?! 아니면 우리 낭군님이 정말 좋다는 말을 잘 못 알아들은 것 아닌가?!"

    아니. 뭐, 확실히 그런 뜻으로 말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역시 엄청 잘 기억하고 있잖아, 이것아.

    "그래? 아닌 것 같은데. 조금 더 확실히 기억해 봐. 아, 이러면 기억하려나?"

    나는 디아나의 등 위로 덮어져 있는 이불을 확 걷어서 우리 모습이 환히 보이게 하고는, 마나를 운용해서 물의 정령을 불러냈다.

    "자, 봐. 어제도 이렇게 정령이 보는 앞에서 했잖아. 기억 안 나?"

    그리고 물의 정령에게 손을 흔들게 하며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가 곧장 반응을 보여줬다.

    "우으읏…자, 자네에…그런 짓까지 했던 겐가? 이, 이 몸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만…이것도 자네의 노, 노출벽을 만족시키기 위함인가? 성교의 의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하급 정령에게 이런 것을 보여줘도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네만, 하여간 자네도 못 말리는구먼."

    못 말린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디아나의 그 말은 쓸데없이 길고 빨랐다.

    게다가 그 하복부 안쪽 깊은 곳부터 바르르 떨리는 것이, 여전히 삽입되어있는 내 물건을 타고 전해져오기까지 했다.

    그나저나 얘, 지금 나한테 노출벽이라고 한 거야? 지금 누가 누구한테…아니. 뭐, 여러모로 필사적이니까 이해는 해주겠지만.

    …한 번만 더 말하면 아예 내가 노출벽이라고 인정해버리고 어울려달라고 해야지.

    낭군님의 성벽이니 제발 부탁한다고 애원하면 거절도 못할 거면서.

    "여, 역시 그런 모양이구먼. 자네, 적당히 하게. 적당히."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디아나는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자 신이 나서는 그런 말까지 덧붙였다.

    아쉽다. 판정이 애매하기는 하지만, 아직 나한테 노출벽이라도 대놓고 한 번 더 말한 건 아니니까.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라고 해줄까.

    "그런가. 기억 안 나는 건가."

    "…으, 으음!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는가!"

    내가 생각보다도 쉽게 물러나 주는 게 이상했던 건지, 디아나는 잠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건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디아나.

    그런 디아나를 곁눈질하면서, 나는 최대한 시무룩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아쉽다…. 정말 인정한 거였으면 엄청나게 즐거운 나날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식사하면서도 다른 애들 몰래 내 물건을 쓰다듬게 하거나, 내 무릎 위에 앉혀놓으면서 은근슬쩍 치마 아래에서는 삽입을 해버리거나…."

    "아응! 하아…으읏!"

    그리고 내 중얼거림에, 디아나는 상상이라도 한 건지 착실하게 반응을 해줬다.

    그냥 상상만 해도 우리 변태 디아나가 흥분할만한 내용인데, 아까 물의 정령이랑 인사시키는 것으로 예열까지 했었으니까 말이야.

    디아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엉덩이까지 움직이려고 했던 모양이다.

    뭐, 이성의 끈을 붙잡고 어떻게든 자제는 했는지, 살짝 들썩들썩거리는 걸로 끝나기는 했지만.

    "자, 자네! 대체 이 몸에게 무얼 시키려고 했던 겐가?! 자네란 남자는 어찌! 어찌 그런 생각을!"

    야. 솔직히 자기도 흥분했으면서 그렇게 변태 성욕 마인을 보는 것 같은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디아나의 그런 눈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흥분을 유도해보기로 했다.

    "흥분되지 않아?"

    "전! 혀! 흥분되지 않네! 이 몸이 자네 같은 변태인 줄 아는가아?!"

    하지만 디아나는 떨어지라는 듯이 주먹 쥔 손의 손바닥 쪽으로 내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려대면서 그렇게 외쳤다.

    아니. 변태 맞잖아. 이 노출광 대마법사님아.

    뭐, 확실히 나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응. 그건 인정한다. 난 쿨한 남자니까.

    "여기는 이렇게 서 있는데?"

    "햐읏! 이, 이건…자네가 이불을 걷으니 추워져서 그러네!"

    작은 가슴 중간에 딱딱하게 서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디아나의 유두를 손끝으로 빙글빙글 돌리듯이 살살 간질이며 몰아붙여 봐도, 디아나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쳇."

    "혀를 차지 말게! 혀를!"

    하는 수 없지. 어젯밤도 흐름상 그렇게 한 것뿐, 무조건 디아나가 인정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럼 평범하게 할까?"

    "그렇게 하고 또 할 생각인가?!"

    하지만 원래 사람 일이라는 게 다 포기했을 때야말로 비로소 길이 보이는 법이라서, 내가 아무렇지 않게 평범하게 알콩달콩한 모닝 섹스나 하려고 한순간 방심한 디아나가 그런 말을 외쳤다.

    "……디아나야."

    너 기억 못 한다면서.

    그렇게 하고?

    "…이, 이 몸이 기억도 못 할 정도로 했으니 지난 밤의 행위가 격렬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디아나도 자기 말실수를 눈치챘는지, 필사적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그렇게 외쳤다.

    와, 이걸 또 그렇게 빠져나가네. 하여간 머리는 좋아요.

    추궁하려면 더 추궁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실은 아까부터 흥분한 디아나의 안쪽이 너무 괴롭혀와서, 슬슬 더 참고 있기 힘들기도 했고.

    "그래서, 해도 되는 거지? 평범한 섹스."

    "마, 마음대로 하면 되지 않는가…."

    "뭐야. 그러면 나만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잖아. 디아나는 하기 싫어?"

    "아음!"

    노출증 운운이야 그렇다 쳐도, 이런 평범하게 사랑하는 사람 간의 대화까지 부정할 디아나가 아니었다.

    디아나는 대답 대신이라는 듯 내 아랫입술을 입술로 물고는, 스스로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줬다.

    "아, 그리고."

    "우음?"

    나도 디아나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대로 진하게 키스를 주고받은 후, 살짝 입술을 떼고 아까 못다 한 말들을 끝내기로 했다.

    "혹시 디아나가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해도 되니까."

    "뭘 말인가?"

    "내가 아까 말 한 거. 식탁 아래로…아야! 아야!"

    "자네란 남자는! 이럴 때까지! 분위기를! 깨는! 겐가아!"

    결국 폭발한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서, 나는 아침부터 필사적으로 허리를 흔들어야 했다.

    "……."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분명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우리 대마법사님은, 식사를 알리러 온 집사의 눈치를 엄청나게 보고 있었다.

    그나마 바넷사가 아무런 내색도 안 하고 있어서 다행이지.

    뭐, 바넷사는 예전 기억도 그대로 있는만큼,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니까 말이야.

    "디아나님."

    "흐햣?! 뭐, 뭔가아?!"

    아니. 그러니까 디아나야. 너 너무 쫄았다니까. 긴장 풀어. 네 집사는 네 생각보다 훨씬 더 경험이 풍부하거든.

    …아, 이렇게 말하니까 왠지 바넷사가 야해보이잖아. 엉덩…아, 아니. 참자.

    "미리 마차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만, 어떤 마차를 준비시켜 놓는 게 좋겠습니까?"

    "으, 음. 아닐세. 마차는 타고 가지 않을 걸세."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머릿속에서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잡념을 떨쳐내고, 둘의 대화에 주목하기로 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오늘 어디 가?"

    "어제 얘기하지 않았는가. 미리엘양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말일세."

    "아, 그래서 알아보러 가려고? 어디에?"

    "길드일세. 만약 미리엘양이 몰래 던전을 같이 다니는 모험가가 있다면, 그 소재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길드 아니겠는가."

    생각해 보니 그렇네.

    모든 모험가는 던전에 갈 때 미리 안내원한테 파티 보고를 하는 게 철칙이고.

    만에 하나 그런 걸 안 했다고 하더라도, 심층에 가려면 어차피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해야 하니까.

    같은 시간대에 던전에 머물렀던 모험가들을 대조해보면 길드가 모를 수가 없었다.

    문제는 아무리 거대 클랜의 클랜장이라고 하더라도, 길드가 그런 수고를 들이면서 미리엘의 행적을 파헤치고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지만…잠깐만.

    "그러고 보니, 길드는 미리엘이 아우덴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아니. 미리엘뿐만이 아니다. 사라 역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모험가 등록을 할 때, 이름도 길드 카드에 나오잖아?!

    "그럴 걸세. 기본적으로 개인 정보는 철저하게 보호해주고 있으니, 알고 있는 것은 길드에서도 극소수일 거라고 생각은 하네만. 적어도 길드장은 꽤나 주목하고 있었을 걸세."

    과연. 그냥 거대 클랜의 클랜장일 뿐만이 아니라, 용사의 핏줄을 잇고 있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그렇겠지.

    그래서 길드장, 그러니까 레이첼 누님의 어머니께 정보를 얻으러 가는 건가.

    보안이 철저한 만큼 길드에서 아무한테나 정보를 막 주지는 않겠지만, 지고의 대마법사 디아나가 나서는 거다. 그것도 다름 아닌 여신님의 사명을 위해. 그리고 혹시 모를 세계의 위기를 막기 위해.

    아무리 개인 정보 보호에 철저한 길드라고 할지라도, 정보를 넘겨주지 않을 수는 없겠지.

    …그나저나 레이첼 누님의 어머니인가.

    예전에 한 번 보고 얼굴 본 적도 없었지.

    누님도 정식으로 내 여자가 됐고, 역시 제대로 차려입고 가야겠지?

    미리 인사드리러 가지 못하고 이런 일로 찾아뵙게 되는 건 상당히 무안하지만….

    "참고로 말해두자면 자네 역할은 집 보기일세."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옆에서 디아나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뭐?! 어째서?!"

    "당연하지 않은가. 아라크네 클랜이 왜 거북이굴 아래로 가지 못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아. 그렇구나. 난 아직 기절에서 깨어나지 못한 척하고 있어야 한다는 건가.

    뭐, 아무리 그래도 걔들이 내 활동을 감시까지 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아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닌가.

    그러면 마차를 타고 가지 않겠다고 한 것도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라는 건가.

    "자네는 이 몸에게 맡기고 푹 쉬고 있게."

    아무래도 이번만큼은, 디아나의 말에 따라야 할 것 같다.

    이 세계에 와서는 모든 일에 내가 끼어있었던 만큼, 뭔가 이렇게 남한테 전부 맡기는 건 몸이 근질근질하는 기분이었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

    "어머,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보니, 어느샌가 우리는 식당에 도착해 있었다.

    "응. 좋은 아침."

    "으, 음!"

    그리고 나와의 대화에 열중하느라 잠시 부끄러움을 잊고 있었던 디아나는, 모두의 얼굴을 보자 다시 어제의 기억이 되살아나 버린 모양이었다.

    힘내라, 디아나! 그래도 제일 고비였던 바넷사와의 대면은 무사히 넘겼잖아!

    "우, 우으으…."

    나는 그렇게 디아나에게 열성적인 응원의 눈길을 보냈지만, 어째서인지 내 눈길을 받은 디아나는 더욱 얼굴을 붉히며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쭈뼛쭈뼛 내 옆자리에 살짝 엉덩이 끝만 걸치고 앉더니, 눈동자가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그 눈동자는 정확히 내 얼굴과 고간을 오가고 있었다.

    게다가 ‘자, 자네에! 지, 지금 진심인가아아…?!’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까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아. 혹시 아까 얘기했던 그거, 진심으로 받아들였던 거냐?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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