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828화 (81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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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눈을 뜨니, 눈앞에 미의 결정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앗! 깨, 깨어나셨습니까아?!"

    천사다…. 그럼 여기는…천국?

    "그런가. 난 드디어 천국에 와버렸는가. 사명을 완수하지도 못했는데 천국으로 불러주시다니. 역시 여신님은 통이 크시…."

    "하아…."

    이쪽 세계의 천국이라면, 역시 여신님이 있는 곳이겠지. 그러니까 우선 여신님부터 찬양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잎을 열었던 나였지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천사 중 한 명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사라야. 장단 좀 맞춰줘라.

    "일어나자마자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걸 보면, 적어도 정신은 멀쩡한 모양이네. …아닌가?"

    "…멀쩡한 거 맞거든, 이것아."

    의심스러운 표정 짓지 마라.

    내가 평소에 하는 짓이 멀쩡한 사람이 할만한 짓이 아니라는 건 인정하겠지만.

    "안 돼요!"

    내가 사라와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어깨와 가슴을 포근하게 압박하며 날 다시 침대로 밀었다.

    물론,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잡은 우리 천사님이었다.

    이제 와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내 가슴을 압박하고 있는 건 당연히 내 몸을 밀면서 자연스럽게 맞닿아버린 우리 천사님의 가슴이었다.

    "구원씨."

    그리고 그렇게 날 다시 침대에 눕힌 천사님은, 두 손으로 내 뺨을 붙잡고는 내 시선이 자신을 향하도록 했다.

    그렇게 지근거리에서 바라보게 된 레이아는, 역시나 눈썹에 힘을 주고 입을 앙다물어서 최대한 나 화났어요!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귀까지 쫑긋하고 서 있는 것이, 레이아가 지금 얼마나 화났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그 너무 어색하고 안 어울리는 표정에 살짝 실소가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뭐,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 일단 사과부터 하자.

    "저 화…."

    "미안. 내가 생각이 짧았어. 그랬으면 안 됐는데. 미안해. 용서해줘."

    레이아는 엄한 목소리로 내게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고 했던 모양이었지만, 내가 먼저 선수를 쳐서 사과하자 곧바로 굳은 표정이 풀려버렸다.

    단단히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내가 이렇게 나오자 탁하고 맥이 풀려버렸는지, 쫑긋 서 있던 귀까지 옆으로 접히듯이 축 처진 레이아.

    "네, 네에…. 알고 계신다면…앞으로 조심하셔야 하니까요? 구원씨가 이렇게 다치시는 모습, 저 더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 상태로, 천사님은 내 사과를 받아주시며 내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셨다.

    역시 우리 천사님이야. 나한테 너무 많이 무르시다니까.

    "응. 미안."

    "아뇨…."

    게다가 내가 한 번 더 사과하자, 이제는 더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고개까지 저어주셨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마디 하려고 하고 있었으면서.

    이런 나한테 엄청나게 무르신 점이 우리 천사님의 수많은 장점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레이아…그렇게 맡겨두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니까 맡겼는데."

    뭐, 천사님의 그런 모습을, 옆에 있는 사라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기는 했지만.

    하지만 그냥 살짝 한숨 섞어서 그렇게 말하고는 그 이상 뭐라고 할 생각은 하지 않는 걸 보니, 사실 사라도 크게 기대는 안 했던 모양이다.

    "하, 하지만…구원씨도 이렇게 반성하고 계시고…."

    "옳소! 옳소!"

    이제는 아예 내 편이 되어서 날 변호해주시는 천사님.

    그런 천사님의 뒤에 숨어서 맞장구를 치자, 사라가 한순간 울컥하는 표정을 지었다.

    야. 너 지금 내가 환자만 아니었으면 한 대 때리려고 했지?

    "그래도 멋대로 나서서 일부터 저지른 건 제대로 꾸짖어야죠. 이 바보는 가만히 넘어가 주면 또 그러니까."

    "아니…."

    "시끄러워. 넌 조용히 해."

    "네."

    사라야. 너무하지 않냐?

    아니. 결국 너도 내가 또 마음대로 다칠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참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광경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 알겠어요."

    레이아도 그런 사라에게 설득됐는지, 다시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애써 굳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얼마나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지, 그 머리 너머로 빳빳하게 선 꼬리 끝마저 보일 정도였다.

    "구원씨."

    "응."

    "아읏…아, 앞으로는 안 그러실 거죠?"

    하지만 그 굳은 표정도, 내가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마주 보자 곧장 풀렸다.

    "응."

    "네에…그러면 됐어요…."

    그리고 내가 최대한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결국 우리 천사님은 완전히 풀어져 버리셨다.

    뒤로 보이는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들리시는 걸 보니, 내가 사랑스러워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시다.

    "레이아!"

    "하, 하지만 사라씨! 이 표정을 보세요!"

    물론, 이번에도 그 모습을 보고 어김없이 사라가 한마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레이아도 사라 말대로 날 더 꾸짖을 생각은 들지 않는 건지, 내 얼굴을 꽉 끌어안으면서 그렇게 외치셨다.

    천사님. 그렇게 끌어안고 계시면 보고 싶어도 안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그보다 수, 숨이…가슴이 눌려서 숨이….

    "그냥 어울리지도 않게 귀여운 척하고 있는 것뿐이잖아요!"

    …아니. 사라야. 그야 물론 나도 그 의견에는 완전히 공감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하지 않냐?

    "귀엽지 않나요?!"

    "너무 사랑스러워서 심장이 아파요…."

    "……하아."

    "아하하…."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달리, 레이아는 사라의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못 하는 모양이었다.

    어쩜 그럴 수 있냐는 목소리로 외치는 레이아와, 그걸 또 받아주면서 핑크빛 시선을 보내오는 마틸다.

    그 모습을 보고, 결국 사라는 다 포기한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사라는 익숙하니까 이 정도지, 이런 광경에 아직 익숙하지 않으실 레이첼 누님은 한 발 떨어져서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아무튼, 급한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몸이 튀어나가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런 짓 하지 마. 그렇게 사명감이 투철한 것도 아니면서 가끔 그렇게 사명감에 불타서 혼자 다 하려고 무리를 한다니까."

    …사라야. 오빠가 가끔가다 드는 생각인데, 대체 네 안에서 내 평가가 어떻게 되어있는 거니?

    아니. 전부 맞는 말이라서 반박은 못 하겠지만.

    "그래 맞아. 누나랑 한 약속, 벌써 잊어버린 건 아니지?"

    그리고 사라가 그렇게 상황을 수습하자, 겨우 파고들 틈을 본 레이첼 누님이 그렇게 한 마디 해오셨다.

    아, 그러고 보니 레이첼 누님은 특히 더 걱정하셨겠구나.

    죽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는 하지만, 괜히 더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아무튼 얘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아직 내가 왜 그런 돌발 행동을 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애들이라면 모르는 게 당연한 거지만, 디아나라면 분명 추측이 가능했을 테니, 내가 기절해있는 사이에 전부 얘기를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물론이지. 미안. 그래도 일단 변명을 하자면…으읍."

    "구원씨. 아직 일어나시면 안 돼요."

    그렇게 생각하고 사정을 설명하려고 했던 나였지만, 갑자기 레이아가 다시 한번 가슴을 내 얼굴에 밀어붙이며 날 눕히려고 했다.

    …아니. 천사님. 저 방금 전에는 일어나려고 안 했는데요? 뭐, 뭐지?

    의아해하면서 천사님을 바라보자, 천사님이 필사적으로 눈동자를 옆으로 돌리시며 눈짓하셨다.

    그리고 천사님이 바라보고 계시는 쪽으로 눈을 돌리자, 거기에는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앨리시아가 있었다.

    과연. 그런 건가.

    아무래도 내 생각대로, 다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앨리시아한테 들키지 않도록 일부러 이렇게 내 입을 막은 거고 말이다.

    하지만 천사님. 굳이 가슴으로 입을 막지 않으셔도…저야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만.

    "여어."

    하지만 설마 앨리시아가 있을 줄이야.

    마틸다나 레이첼 누님까지 계시는 걸로 눈치챘겠지만, 우리는 지금 저택에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 애들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리 애들도 다 그랬지만 어색하게 손을 드는 앨리시아 역시도 펑펑 운 사람처럼 눈가가 새빨개져 있어서, 나는 괜히 더 앨리시아의 얼굴 보기가 미안해졌다.

    쟤는 아예 대놓고 이용해먹은 거니까 말이야.

    "아, 응."

    "아…그 뭐냐. 우선 몸 상태는 어떠냐?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앨리시아의 그 어색한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나는 아직 내가 깨어나서 몸 상태도 제대로 체크를 안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딱히 통증 같은 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우리 애들도 별말 없는 것 보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일단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곳이 있기는 하지.

    "잠깐 실례."

    나는 곧바로 손을 자신의 물건 쪽으로 가져가서, 몇 차례 주물렀다.

    우리 애들뿐만이 아니라 앨리시아까지 보는 앞에서 대놓고 이런 짓을 하는 건 아무리 나라도 살짝 부끄러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음. 손에 느껴지는 감촉은 양호. 감각도 제대로 느껴지고. 발기…도 제대로 되고.

    모양은…휴우. 다행이다. 만에 하나 깎여나가거나 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제대로 평소 그대로의 내 아들이야.

    아니. 물론 조금 깎여나가도 내 아들의 위용은 어마무시하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말이지.

    내 아들이 1mm라도 줄어드는 건 전 세계의 손실이라고.

    아무튼 내 아들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게 확인됐지만, 대신 한 가지 의문점이 새로 생겼다.

    경황이 없어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묘하게 축축하지 않아?

    설마하니 치료해주는 천사님의 손길에 그대로 싸지른 건 아닐 테고.

    애초에 물건 끝이라고 할까, 물건 전체가 축축한 거니까 말이야.

    그리고 뭔가, 손에 닿는 그 젖은 느낌이 상당히 익숙했다.

    "언제까지 만지고 있을 거야 이 변태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결국 보다 못한 사라에게 한마디 듣고 나서야, 나는 겨우 자신의 물건에서 손을 뗐다.

    이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애액 맞지?

    그렇다는 말은 직전까지…아니. 그야 힐링 섹스가 제일 효율이 좋은 치료법이라는 건 나도 동의하지만.

    대체 이 중에서 누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나는 겨우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디아나가 한 마디도 안 하고 있잖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말하기 좋아하는 디아나가.

    "우으으으으…보, 보지 말게에!"

    나는 고개를 돌려서 방 한구석을 쳐다봤다.

    원래는 실비아나 자리 잡고 있을 만한 그 자리에, 오늘은 디아나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있었다.

    아니. 얼굴뿐만이 아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손 양옆에 삐쭉 튀어나온 긴 귀도 그 끝까지 완벽하게 새빨개져 있을 정도로, 디아나는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걱정되기는 했는지 손가락 사이로 날 바라보고 있던 디아나였기 때문에, 내가 눈길을 주자 곧바로 내 시선을 깨닫고는 얼굴을 돌려버렸다.

    아니. 그게 그렇게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 않냐?

    힐링 섹스를 목적으로 한 거니까 말이야. 아무리 나라도 이런 것 가지고 놀릴 생각은 안 한다고.

    "…아무래도 무사한 모양이네. 그럼…그…도와…아니. 날 구하…아니. 그런 짓을…."

    내가 디아나한테 뭔가 말하려고 했던 찰나에,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앨리시아가 다시 내 주의를 자기 쪽으로 돌리며 그렇게 운을 뗐다.

    하지만 대체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답지 않게 우물쭈물하는 앨리시아.

    "에이씨! 아무튼 괜찮은 거 확인했으니까 난 이만 간다! 푹 쉬어라."

    "어, 응. 그…."

    결국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게 자기도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한차례 벅벅 긁고, 앨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그냥 가버리셨네요."

    그리고 아직까지 살짝 내 머리를 끌어안고 있던 레이아가, 앨리시아가 사라진 방문 쪽으로 뭔가 복잡한 시선을 보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게요. 열쇠 때문에 기다리는 줄 알았더니."

    사라도 그렇게 한마디 거들었지만, 그 눈빛에 실은 감정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진짜 의외기는 하네.

    아무리 날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쟤도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잖아.

    내가 깨어난 것까지 봤으면 당연히 거북이의 성기는 챙기려고 할 줄 알았는데.

    혹시 자기를 도와준 답례로 일부러 모르는 척 넘어가 주는 건가?

    아니. 애초에 쟤는 내가 자기들을 아래로 안 보내려고 그런 짓을 했다는 걸 모를 텐데?

    쟤가 그렇게 눈치가 빠른 애도 아니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Sasins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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