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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하면서, 나는 실비아에게 아라크네 클랜에 다녀온 얘기를 듣고 있었다.
보내기는 어제저녁에 보내놨지만, 우리 바넷사가 하루종일 놔주질 않아서 말이야. 후우. 인기 많은 것도 힘들다니까.
뭐, 허세는 이쯤 할까. 혼자서 하는 허세만큼 허무한 것도 없고.
아무튼 내 앞만 아니면 야무진 실비아답게, 얘기는 잘 마무리하고 온 모양이다.
몬스터의 사냥으로 얻은 수확물들은 전투에 어느 쪽이 기여했는지 따지지 않고 정확히 반반.
그리고 갑작스러운 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내일 당장, 아니. 할 수 있다면 찾아갔던 그때 당장이라도 출발할 의욕을 내비쳤다고 한다.
뭐, 앨리시아를 보낸 시점에서 미리 준비는 하고 있었겠지만, 역시 아라크네 클랜은 던전의 지하로 가는 것에 이상할 정도로 의욕적이란 말이야.
"그래서, 실비아가 보기에는 어땠어? 역시 안달 난 것처럼 보였어?"
"에헤에. 우셔기햐 호야해 허혀어 호여흐이아아아…."
"흐음. 무척이나 고양된 것처럼 보였다라. 역시나."
실비아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면, 틀림없겠지.
아니. 뭐, 굳이 실비아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 확인하지 않더라도, 내 눈으로도 실컷 확인하고 그에 관해 디아나랑 얘기까지 나눴던 만큼 아라크네 클랜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건 기정사실이지만.
"…잘도 알아듣는구먼."
내가 그렇게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정면에 앉아있던 디아나가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뭘 이제 와서 이런 걸 가지고 그러냐.
"훗. 이게 바로 인연의 힘이라는 거지. 그치 실비아?"
"흐에에에…."
무릎 위에 앉아있는 실비아의 머리에 뺨을 비벼대면서 그렇게 말하자, 이미 완전히 녹아내려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실비아가 혀 풀린 목소리로 대답해줬다.
아니.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심부름하고 온 게 기특해서 포상을 내리고 있는 것뿐이야.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방금 그 대답도 우는 소리가 아니라 네라고 대답 한거다.
"바보. 그냥 자주 괴롭혀서 익숙해진 것뿐이잖아."
오해하기 쉬운 모습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 날 음해하는 사람이 가끔 있지만 말이다.
"사라야.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괴롭히는 거 아니거든? 그치 실비아?"
"후에에에엥…."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절대 우는 소리가 아니다.
실비아의 혀가 아무리 풀려도 뭐라고 하는 건지 완벽히 이해하는 내가 하는 말이니까 그냥 믿어.
"그러고 보니 저도 보고할 게 있어요."
"응? 보고할 거?"
아무튼 그런 식으로 실비아 테라피를 만끽하며 보고를 받고 있자니, 마틸다도 할 말이 있다는 듯 그렇게 운을 뗐다.
"네. 별일은 아니지만요. 전에 제가 얘기한 그 얘기 있잖아요. 신전에서 던전에 다닐 성직자들을 육성해보려고 한다는 얘기. 잘 될 것 같아요."
"별일 아니라니 무슨 소리야. 충분히 별일이잖아. 잘됐네."
"네. 다행히 신전 쪽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더군요."
"이곳은 던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시인만큼 신전에서도 모험가분들께 동행할 성직자들은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하는 분들 중에는 던전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도 많으니까요. 지금까지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어떻게든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던전의 깊은 곳까지 제대로 가본 분들께 조언을 구할 기회는 한정되어있어서…."
마틸다는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옆에 있던 레이아가 당치도 않다는 듯 그렇게 부연설명을 해줬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가 아직 파티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 우리도 신전에서 성직자를 구하려고 했었지.
당시의 우리 기준으로는 고레벨의 성직자들도 고용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레벨이 높은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신전에 소속되지 않고 제대로 된 파티를 구하는 방랑 사제들은 제법 레벨이 높은 사람도 있었던 것 같지만, 신전 소속되어서 임시로 파견되는 성직자들 중에서는 고레벨이 보이지 않았다.
앨리시아가 말했던 던전에 갈 수 있는 성직자의 한계까지 갈 것도 없이, 기껏해야 제일 레벨이 높았던 사람이 3계층에 동행할 수 있을 정도였던가?
하긴, 제대로 던전에 다녀보려는 성직자라면, 신전에 소속될 것이 아니라 방랑 사제가 되어서 제대로 된 파티를 찾을 테니까.
아라크네 클랜의 그 성기사 간부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추기경님이 제대로 지도해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될 거에요."
가슴 앞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기쁜 듯이 그렇게 말하는 레이아.
레이아는 신전에서 자라면서 고생하는 성직자 동료들을 많이 봤을 테니, 마틸다가 신전에서 성직자들을 지도해준다는 사실이 누구보다도 기쁜 모양이었다.
사실 마틸다는 더이상 던전에 다니는 게 불가능해져서 그렇게 하기로 한 거고, 기뻐하는 게 계속 던전에 따라다닐 수 있는 성직자인 레이아다보니 이상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그림이기는 했다.
하지만 레이아의 그 미소는 그런 오해의 여지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 보였다.
실제로 의자 뒤에서 꼬리가 신난다는 듯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기도 했고.
게다가 우리 천사님은 말하는 모양새도 너무 예쁘셔서, 보는 사람이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는 분위기를 뿜어내시니까 말이야.
이런 점은 역시 천사님이라고나 할까?
뭐, 애초에 마틸다가 이런 걸로 오해할 성격도 아니기는 하지만.
"제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아, 그리고 일단은 여성분들만 대상으로 교육하게 됐으니까요. 이거라면 당신도 안심이죠?"
"아니. 방심은 금물이야. 신전에 오갈 때도 꼭 누구 하나 동행하도록 해. 바넷사가 됐든, 바넷사가 바쁘면 메이드라도 한 명 데리고 다녀. 나 말고 다른 남자한테는 눈도 주면 안 돼."
뭐, 사실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말이야.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게 되면, 마틸다가 다른 남자한테 핑크빛 시선을 던지게 된다는 거니까.
"우와아."
"으응…네에. 괜찮아요오. 신전에서도 제 사정을 잘 아는 만큼, 따로 사람을 붙여주기로 했으니까요…."
때문에 일부러 질투심을 활활 불태우며 말하는 날 보고, 사라는 옆에서 별꼴이라는 듯 이상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마틸다의 반응은 최고여서, 날 보는 시선이 곧장 핑크빛으로 변해서는 목소리에 촉촉하게 물기까지 서릴 정도였다.
아마 내 무릎 위에 실비아만 앉아있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무튼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사라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나는 황급히 그 손목을 붙잡았다.
"푸흡!"
"그러니까 웃지 말라고 이것아!"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미안. 미안. 오늘은 진짜야. 금방 씻고 갈 테니까."
사라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나는 순순히 그 손목을 놔주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놔줄 생각도 없었다.
"못 가."
"으, 응?"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사라는 드디어 내가 진심이라는 걸 깨달은 듯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못 간다고."
"하지만 일단 씻어야…."
"내 방에서 씻어."
"뭐? 잠깐, 구원?!"
"그럼 얘들아 잘 자."
당황하는 사라의 손목을 잡고, 나는 그대로 같이 식당을 빠져나와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 방 바로 앞까지 끌려 와서야, 사라는 겨우 포기한 듯 내게 항복의 말을 전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구원 방에서 씻을 테니까. 정말…오늘은 마음에 드는 입욕제를 써 볼 생각이었는데."
"너 그런 것도 쓰냐?"
처음 만났을 땐 시골에서 막 올라와 아무것도 모르던 애가 많이 컸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라를 보자, 사라가 살짝 울컥하는 표정으로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내가 누구 좋으라고 그런 걸 쓰는데. 이 바보야."
아무래도 내가 속으로 했던 생각을 읽은 모양이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건데, 얜 진짜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아무튼, 입욕제는 포기해. 아니. 씻는 걸 포기해."
"알았…뭐? 씻는 걸 포기하라고?"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까는 구원 방에서 씻으라면서?"
"그건 애들 앞이니까 한 말이었고."
황당해하는 사라에게 뻔뻔하게 대답한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곧장 사라를 침대 위로 던졌다.
"꺄악! 자, 잠깐만! 진짜로?!"
"응. 정 찝찝하면 이걸로 씻겨줄게."
그렇게 말하며, 나는 바지를 벗어 던지고는 빳빳하게 선 물건을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클리너 페니스를 쓰면 내 물건뿐만 아니라 닿은 부위도 깨끗해지는 거니까, 그걸 쓰고 물건을 사라의 몸에 문지르면 깨끗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솔직히 그냥 되는 대로 내뱉은 말이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은걸?
겉보기에는 차가운 도시 미녀인 사라의 전신을, 내 물건으로 마킹하듯이 문지르며 굴욕을 주는….
"됐네요. 변태씨. 그냥 정령이나 불러줘."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라는 그렇게까지 해서 깨끗하게 씻고 싶은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쳇. 그야 뭐, 하루종일 집에 있었을 테고, 아침에도 샤워 정도는 했을 테니까 정령으로 씻으면 충분하기는 하겠지만.
"그럼 벗어."
억지로 우기면 사라도 나한테 잘못한 게 있는 만큼 하게 해줄 것 같기는 했지만, 그냥 넘어가 주기로 해놓고 이제 와서 그걸로 다시 꼬투리 잡는 건 남자답지 못하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옷을 벗고 전라가 된 사라의 몸을 정령으로 깨끗하게 씻겨줬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난 씻을 필요가 없었다.
식사 전까지 바넷사랑 있었던 만큼, 당연히 제대로 씻고 왔으니까.
"흠…."
그리고 그렇게 사라를 씻긴 후, 나는 침대에 누운 사라를 내려다보며 잠깐 멍하니 있었다.
아니. 그제부터 계속 얘 차례인 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게 이틀이나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이렇게 얘랑 자게 되니까 뭔가 조금 감격이라고 할까.
그야 물론 어제 낮에도 얘랑 실컷 뒹굴기는 했지만, 그거랑 이렇게 정식으로 밤에 차례를 맞이하는 거랑은 완전히 느낌이 달랐다.
"왜 그래?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당장 덮칠 것처럼 굴더니."
"아니. 덮치기는 할 건데. 어떻게 덮쳐야 잘 덮쳤다는 소리를 들을지 생각하느라."
이제 와서 너랑 같이 자는 게 감동이라 그랬다는 얘기를 하기에는 뭔가 쑥스러워서, 나는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고 넘어가려고 했다.
"…설마 쪼잔하게 어제 일로 복수하려는 거 아니지, 오빠? 응? 오빠는 그런 건 쿨하게 넘어가 주는 멋진 남자잖아."
하지만 사라는 그런 내 말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 건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안 하던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야. 이 치사한 것아. 이럴 때만 오빠냐? 쪼잔하다는 건 또 뭐고.
얘가 그냥 넘어가 주려고 해도 그럴 수 없게 만드네?
…혹시 오늘은 당하고 싶은 기분이라 일부러 이러는 건가?
어제 낮에는 잔뜩 알콩달콩하게 하기도 했고.
"당연하지. 복수 같은 건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어.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난 그냥 널 괴롭히는 게 좋아서."
"이 변태!"
"후하핫! 맘껏 떠들어라!"
일단 사라가 괘씸해서라도 반사적으로 그렇게 장난을 치기는 했지만 진짜로 딱히 복수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번엔 진짜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느라 생각에 잠겼다.
"그렇군. 우선은 자위라도 하면서 미리 적셔놓고 있어 봐. 그동안 생각할 테니까."
"자, 자위?!"
사라는 설마 내가 그런 요구를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던 건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하지마 아무리 그렇게 쳐다봐도, 내 요구는 변하지 않는단다. 사라야.
"응. 자, 빨리."
"으으…."
내가 재촉하자, 사라는 얼굴을 붉히며 손을 다리 사이에 가져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완전히 한 방 먹은 표정이군.
내가 평소처럼 쾌락으로 뇌를 절이면서 괴롭힐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자, 빨리."
"아, 알았다니까!"
내가 다시 한번 재촉하자, 사라는 마지못해 한다는 듯 자신의 손을 천천히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으, 으응…응…."
그리고는 천천히 손끝으로 자신의 음부를 더듬으며, 어색한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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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기무치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