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810화 (79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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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또 봐~."

    결국 완전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펠리시아는, 내가 방을 나설 때까지도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미세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야 내가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한 거지만, 아무래도 연기 같지가 않단 말이지.

    아니. 펠리시아 쟤가 속마음을 숨기고 아닌 척 연기하는 걸 엄청 잘 한다는 건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말이야.

    그래도 뭔가…으음…. 그냥 내 기분 탓인가?

    뭔가, 뭔가가 석연치 않은데.

    그렇다고 해서 펠리시아가 진짜로 기분 좋을 리도 없고.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이었다는 걸 알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유야 어찌 됐든 내가 자기라고 부르라고 했으니 그걸 곱씹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든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펠리시아의 캐릭터랑 너무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아니. 사랑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고 했던 애가 진심으로 날 좋아하게 된 거니, 이제 와서 펠리시아의 캐릭터를 따지는 것도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뭐, 아무튼 내 착각이겠지.

    그냥 펠리시아가 하는 짓은 무조건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게 습관화돼서 이번에도 그렇게 의심해버린 것뿐인 건지도.

    첫 만남이 첫 만남이었고, 그 이후에도 펠리시아의 장난에 당한 게 많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나는 그렇게 방을 나왔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비아가 나와 교대하듯 펠리시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다만 정말로 인사만 하고 나왔는지, 실비아는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금방 방을 나왔다.

    "오늘은 빨랐네? 혹시 오늘은 용무라는 게, 펠리시아랑 관련 없는 용무였어?"

    "느헷?! 아, 아우으…죄, 죄송합니다아…."

    그리고 내가 천연덕스럽게 물어보자, 실비아는 면목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눈치를 엄청나게 살피더니 결국 고개를 숙여 사과해왔다.

    역시나. 실비아는 역시 펠리시아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고, 뒤에서 은근히 지지해주며 나랑 어떻게 되어가는지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번에도 빨리 나오기는 했지만, 내가 펠리시아의 감정을 눈치챘다는 얘기는 듣고 나온 거겠지.

    그리고 내게 들켰다는 걸 듣고 난 바로 직후에 내가 대놓고 노린 것처럼 이렇게 말했으니, 실비아가 미안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사실 난 노리고 물어본 게 아니라, 진심으로 빨랐다고 생각해서 물어본 거였지만.

    그도 그럴 게, 오늘이 다른 때보다 할 말이 많았으면 많았지 적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

    "아니. 미안. 따지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 딱히 사과할 일도 아니잖아. 실비아는 그저 친구를 위해서 발 벗고 나선 건뿐인데. 그게 나한테 해가 되는 일도 아니었고. 그러니까 괜찮아. 오히려 대견할 정도야. 내 하렘 구축을 위해 이렇게 힘 써주다니. 난 감격했…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내가 이런 말 했다고 다른 애들한테 이르면 안 된다? 농담이니까? 농담인 거 알지?"

    "네에…."

    내가 이렇게 장난스럽게 말해줘도, 실비아는 반응은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았다.

    뒤에서 나 몰래 내 뜻에 반하는 짓을 하다가 들켜서 어찌할 줄 모르는 걸까?

    아, 아니면 친구가 차인 게 마음 아파서 그런 건가?

    어차피 펠리시아와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던 거라면, 대놓고 말하지만 않았을 뿐 거의 차인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까지 들었어도 전혀 이상할 건 없으니까.

    뭐, 그것만큼은 나도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지만.

    "돌아가자."

    나는 괜찮다는 듯 실비아의 머리를 톡톡 두드려주고, 그대로 그 머리에 손을 얹은 채 바넷사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실비아는 딴생각에 빠졌다고 얘기라도 하듯, 내가 머리에 손을 올려놔도 진동을 하지 않았다.

    뭐, 그것도 다른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바넷사와 만날 때까지의 얘기였지만.

    "실비아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우리가 돌아가자마자, 바넷사는 실비아의 안색부터 살폈다.

    야. 일단 네 애인도 같이 왔거든? 다녀왔냐고 인사라도 하면 좀 어떠냐?

    …뭐, 딴 여자를 안고 온 거기는 하지만.

    실비아가 우리 애들한테 유독 귀여움받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바넷사도 실비아를 챙겨주는 거였냐.

    저 철벽 집사를 대체 어떻게 녹인 거야. 나한테도 방법 좀 알려줘.

    아니. 난 딱히 바넷사한테 보살핌 받고 싶은 건 아니지만.

    "…네? 뭐가 말입니까?"

    그리고 실비아는 바넷사의 말에 겨우 하던 생각을 멈췄는지, 멍한 느낌의 무표정으로 바넷사에게 대답했다.

    오오. 나로서는 보기 드문 원래 성격의 실비아다.

    그렇다는 말은 얘 지금 내가 곁에 있다는 것도 까먹은 거야?

    아무리 생각에 빠졌어도 그렇지. 대체 집중력이 얼마나 좋은 거야?

    "머리말입니다."

    "…머리? 으……! 흐, 흐야앗…! 어, 언졔…언졔부텨어…."

    바넷사의 말에 실비아는 고개를 들어서 멍한 눈으로 위를 쳐다봤다.

    물론, 내 손은 실비아의 머리 위에 올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다고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행동은, 머리 위에 올려진 내 손의 존재를 확인하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실비아는 드디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몸을 덜덜덜 떨기 시작했다.

    음. 역시 이래야 우리 실비아지.

    "오오. 드디어 우리 실비아 테라피가 돌아왔다. 바넷사. 땡큐. 역시 우리 집사야."

    "햐우으으으…."

    "…아무래도 괜한 말을 했던 모양이군요."

    내가 덜덜 떠는 실비아의 몸을 껴안고 말하자, 바넷사는 미간에 살짝 주름을 만들며 그렇게 말했다.

    너 좋으라고 한 거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아무튼 나 좋은 일이 됐네요.

    "자, 실비아. 이리 와. 오빠랑 재미있는 거 하자."

    나는 바넷사에게 헤헹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실비아의 손을 잡고 마차로 들어갔다.

    "조금 전까지 하고 오셨으면서 또입니까. 적당히 하십시오. 이 마차는 디아나님의 얼굴과도 같은 마차입니다."

    아니. 아무리 나라도 네가 모는 마차 안에서 그런 짓은 안 할거거든.

    게다가 지금은 더더욱 누구랑 섹스하기 좀 그런 이유가 있단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바넷사를 향해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흐으으음…."

    "…뭡니까."

    "질투?"

    "……."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바넷사의 안면근육이 살짝 떨렸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표정은 너무하지 않냐? 나 네 애인이거든?

    그리고 사나이 구원. 여자가 그런 표정 지은 정도로 물러설 남자도 아니거든.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는 거다.

    "모레가 너무 먼 것 같으면 날을 바꿔도 난 전혀 상관없어. 내일 당장이라든가."

    "……."

    아니. 그러니까 바넷사씨. 그 얘기 괜히 했다는 표정 짓지 말라고요.

    성에 오기 전에 우리가 나눴던 진솔한 대화를 기억해내라고.

    하지만 이 이상 놀리면 진짜로 화낼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실비아를 무릎에 앉히고 가만히 실비아 테라피나 만끽하기로 했다.

    으음. 오늘따라 유독 실비아의 진동이 고간에 스며드는 기분이야.

    뭐, 기분 탓만은 아니지만.

    "햣! 아, 아, 아우아아…."

    그리고 실비아도 엉덩이 아래에서 내 물건이 꿈틀대는 걸 느꼈는지, 떨리는 눈동자로 내 표정을 엿봤다.

    그리고 그 눈동자가 마부석 쪽을 힐끔 보더니, 다시 내 얼굴 쪽으로.

    그러고 보니, 조금 전 바넷사와 내 대화로 오해할 건 바넷사뿐만이 아니구나.

    "걱정 마. 그냥 바넷사 좀 놀리려고 그런 거야. 안 할 거야."

    "우읏! 그, 그여씁니까아…."

    나는 황급히 마나를 돌려 물건 크기를 줄이고 그 귀에 그렇게 속삭여줬다.

    그러자 실비아는 몸을 한 번 바르르 떨더니 뜨거운 한숨을 토해내면서 목숨을 건졌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실비아 테라피를 만끽하면서 저택으로 돌아온 후, 정신을 차린 마틸다의 얼굴을 보러 가거나, 퇴근하고 온 레이첼 누님과 저택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사이에 어느새 시간은 밤이 됐다.

    내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밤이.

    아니. 우리 애들이랑 느긋하게 지냈던 것도 결코 싫은 건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지. 오히려 행복한 한때였어.

    최근 위에 머무르고 있는 기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 만큼, 이런 평범한 한때가 정말 소중하다고 새삼 느끼는 요즘이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밤을 애타게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 펠리시아 그 녀석이 마지막에 한 발을 안 빼줬거든.

    하라는 말이 너무 터무니없어서 안 해줬더니, 진짜로 끝까지 안 해주더라고.

    나도 보복으로 성자의 성수라도 어디 한 군데 바르고 와버릴까 했지만, 그러면 펠리시아가 평소보다도 빨리 폭주할 테고, 결국 뒤처리를 하는 건 내가 될 테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더 악질인 건, 하필 펠리시아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 내가 다른 애들을 덮칠 수도 없었다는 거다.

    사실 돌아오고 나서 밤까지 시간이 있었으니, 실은 누구라도 하나 덮치려면 충분히 덮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펠리시아로 쌓인 욕구를 내 여자로 해소하는 게 되어버리잖아.

    차라리 펠리시아한테 깔끔하게 욕구를 해소하고 왔으면, 그렇게 제 발 저릴 것도 없이 마음 편하게 누구 하나 잡아다가 섹스를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기 때문에, 나는 굳이 펠리시아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섹스를 하게 될 밤까지 기다려 왔다는 얘기다.

    그나마 나 자신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하는 섹스에도 익숙한 나니까 이렇게 밤까지 기다릴 수 있었던 거지.

    뭐, 마차에서 실비아가 내 위에서 진동할 때는 살짝 위험했지만.

    아니. 진짜로 죽겠더라고.

    아마 상대가 실비아가 아니었으면 그 가슴에 손이 갔을 거야.

    아, 말해두지만, 실비아의 없는 가슴을 디스하는 게 아니다?

    난 내 여자의 가슴이라면 평야와 같이 평평한 가슴부터 높은 산처럼 솟아오른 가슴까지 모든 가슴을 사랑하는 남자라고.

    실비아라서 가슴에 손을 안 댔다고 한 건, 다른 이유다.

    걔는 가슴이라도 한 번 만졌다가는 도저히 마차 안에서 수습이 불가능해지는 상태가 되어버릴 테니까.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나는 사라가 얼른 씻고 오기를 기다렸다.

    물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똑똑.

    "응! 열려있어! 들어와! 아니. 내가 갈게!"

    그래서 노크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황급히 문 앞으로 달려갔다.

    만약 문밖에 메이드라든가 다른 사람도 있어서 내 알몸을 보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뭐가 문제야. 보여서 부끄러운 몸도 아닌데.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자, 어서 들어와! 사…레이첼 누님?"

    그리고 문을 활짝 열자, 거기에는 예상 밖의 인물이 서 있었다.

    분명 몸을 씻고 온 사라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그사이에 다른 사람이 방문할 줄이야.

    저녁을 먹고 헤어진 다음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는, 그날 차례인 사람만의 시간이다.

    만약 내게 용무가 있어도,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니면 다음 날까지 기다린다.

    그게 우리 사이에서의 암묵적인 룰이었지만, 아무래도 레이첼 누님은 아직 그런 걸 잘 모를 테니까 말이야.

    며칠 같이 지냈으면 눈치껏 알아챘겠지만, 누님이 저택으로 이사 오고 나서 내가 곧장 던전으로 가버렸으니.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야 했는데.

    "아, 레이첼. 그러니까 이건 말이지. 음. 잠깐만 기다려. 금방 옷 입고…."

    "아, 기다려! 아니야! 괜찮으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며 문을 닫으려고 하자, 레이첼 누님은 닫히려는 문을 황급히 손으로 막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예 바지를 입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듯 내 물건을 손으로 턱하고 잡았다.

    아니. 누님. 거긴 손잡이가 아닌데요. 잡기 편하게 튀어나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기대와 꿈으로 부풀어 있는 중이었단 말이야.

    "꺅! 아, 아니! 그, 그러니까!"

    물론 레이첼 누님도 의도하고 그런 건 아닌 듯, 자신이 한 행동에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버려서는 눈동자가 팽글팽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물건은 놓아주지 않으시는구나.

    "이, 일단 안으로 들어가죠."

    내 알몸이야 지나가면서 누가 보든 크게 신경 안 쓰지만, 레이첼 누님이 내 물건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장면을 누가 보게 만들 수는 없지.

    사라가 올 때까지 시간이 얼마 없을 것 같지만, 일단은 방 안으로 들이자.

    "누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

    "네?! 섹스하러요! 헷?! 아,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 아아…!"

    그리고 내 질문에 패닉 상태의 누님은 그런 직설적인 말을 내뱉었고, 스스로 내뱉은 말에 더더욱 패닉 상태로 빠지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한 손으로 자기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러면서도 나머지 한 손은 계속 내 물건을 놓지 않으시는구나.

    뭐, 패닉 상태니까 어쩔 수 없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Sasins // 종족 특성 상 레이아와 펠리시아가 제일 오래 버팁니다.

    다만 힐링섹스 없는 상태에서 구원이 전력을 다하면 버티는 게 문제가 아니라 복상사로 죽어서 크게 의미가 없어요.

    가끔 구원이 스킬 쓰면서 히로인들을 찍어 누르는 씬이 있는데, 그것도 스킬 위력 조절하면서 봐주면서 하고 있는 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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