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808화 (792/1,205)
  • <-- . -->

    하지만 그것도 뭔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아까 그렇게 살짝 입술이 닿은 것만으로도 표정 관리가 힘들어져서 이렇게 뒤를 돌아보고 있는 애가, 이제는 또 나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이런 짓을 해?

    애초에 그런 말이 듣고 싶은 거라면, 그냥 평소처럼 나한테서 사랑이 담긴 섹스를 배우겠다고 했으면 그만이다.

    그러면 명분도 확실히 서고, 사랑한다는 말도 실컷 들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게 싫으니까 오늘은 이런 식으로 하자고 제안한 건 다름 아닌 펠리시아다.

    그럼 뭐지? 그러면 대체 왜 계속 얘기를 그쪽으로 끌고 가는 거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가?

    나처럼 속마음을 떠보려는 게 아닌 이상, 그럴 이유가 없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진짜 내가 자기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속마음을 떠보려는 것도 아닐 테고.

    퇴폐적인 겉모습이나 섹스에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성격에 속기 십상이지만, 이 녀석은 상당히 머리가 좋고 눈치가 빠른 녀석이다.

    그러니 굳이 날 떠보지 않더라도, 내가 자기한테 마음이 없다는 걸 펠리시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거다.

    그 증거로 아까 내가 좋아하면 어쩔 거냐는 말에 아닌 거 알고 있다는 듯 쓸쓸한 표정까지 지었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애초에 아까 자기 입으로 그랬잖아. 상대방이 날 진짜 좋아하는지 아닌지 정도는 안다고.

    물론 농담조로 한 말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거짓이라는 말은 절대 아닐 거다.

    그 말을 하면서 지었던 전부 다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은 표정만 생각해 봐도…아니. 잠깐만. 전부 다 꿰뚫어 보고 있어? 전부?

    그때는 곧바로 장난이 이어졌기 때문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 버렸지만, 만약 얘가 진짜로 내 속마음을 전부 꿰뚫어 보고 있다면?

    내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라, 그때 내가 좋아하면 어쩔 거냐고 물어봤던 이유까지 전부 꿰뚫어 보고 있다면?

    그러니까 내가 자기를 떠보고 있었다는 걸, 자신의 감정을 내가 눈치챘다는 사실까지 꿰뚫어 보고 있는 거라면?

    너무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왠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런 것 같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얘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디아나가 정치력을 인정할 정도로, 사람 대하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는 펠리시아라면.

    그리고 만약 그런 거라면, 펠리시아가 아까부터 계속 얘기를 그쪽으로 끌고 가는 이유도 명확해진다.

    다시 말해 펠리시아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다.

    "으응…자기, 너무 좋아…사랑해."

    그래. 이렇…으, 으응? 아니. 뭐? 잠깐만. 지금 뭐라고?

    "아핫! 또…으응?! 움찔…움찔. 하앗…자기 실은으읏! 하응…진짜로 좋아하는 거…흣…아니야? 아잉…읏. 앙탈쟁이."

    펠리시아의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깜짝 놀라서 몸을 딱딱하게 굳혔지만, 펠리시아는 자신이 내뱉은 말이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뒤를 돌아보고 있으니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괜히 내 허벅지 안쪽을 손끝으로 간질이면서 저렇게 농담을 던져대는 걸 보니까 말이다.

    물론, 허리 움직임 또한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하려면 한 가지만 하려고.

    왜 기분 좋은 짓이랑 헷갈리는 짓이랑 놀리는 걸 동시에 하는 건데.

    누구나 다 너처럼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난 게 아니라고!

    어? 잠깐만. 그러고 보니…지금 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고 있는 것도, 그냥 쓰다듬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뭔가 글씨를 쓰고 있어? 이건…사, 사랑해?!

    아니! 야! 너 농담으로 그러는 거 아니었어?!

    "으응읏?! 하앗…뭐야, 자기. 혹시…진짜로 좋았어?"

    그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란 내가 이번엔 몸을 들썩이자, 펠리시아는 기분 좋다는 듯 끝내주게 콧소리 한 번을 내고는, 정반대로 살짝 차분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해왔다.

    아니. 차분하다고 할까, 살짝 깬 건 같은 목소리였다.

    ‘어머, 얘 뭐야. 농담에 진심으로 반응하는 것 봐. 우와아…깬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

    "갑자기 사랑한다고 해서 놀란 것뿐이거든?! 너 아까 사랑은 아니라면서?!"

    "응? 어머, 내가 그렇게 말했어? 미안미안. 실수. 실수. 최근 자기하고 매번 사랑 듬뿍 담긴 섹스만 하니까 익숙해져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나 봐. 자기 때문이니까 용서해줘. 응?"

    거짓말하지 마라 이것아! 뭘 내 탓으로 돌리고 있어?! 그럼 내 허벅지에 사랑해라고 쓰고 있었던 건 뭔데?!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고 계속!

    얼굴에 철판을 깔고 내 탓으로 돌리는 펠리시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어졌지만, 물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펠리시아가 왜 이러는지 완전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아까 하던 생각을 마저 정리하자면, 다시 말해서 펠리시아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다.

    ‘내가 자기를 좋아하든 말든, 그걸 왜 알고 싶어 하는 거야? 어차피 자기는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까 알아봤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텐데.’라고.

    그리고 방금 전에 보여준 펠리시아의 행동으로, 이는 더 명확해졌다.

    실수를 가장해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내가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놀리면서, 펠리시아는 이렇게 말한 거다.

    ‘그것 봐. 막상 내가 진짜로 사랑한다고 하면 곤란할 거면서.’라고.

    때문에 나는 펠리시아가 놀리는 것처럼 행동해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겨우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 그렇게 놀라기는. 아하핫. 자기 실은 평소에도 사랑한다는 소리 못 듣고 지내는 거 아니…자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참는 데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어서 말이야.

    펠리시아가 날 놀려대는 걸 멈추지 않자, 나도 소소한 반항을 하기로 했다.

    물론 뭔가 말대답을 하려는 건 아니야. 응.

    내가 두 손으로 펠리시아의 골반 쪽을 단단히 잡자, 펠리시아가 뭔가 불길한 낌새를 느꼈는지 하던 말을 멈추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뒤는 돌아보지 않는 걸 보면, 역시나 나한테 표정을 보여주기는 싫은 모양이었다.

    "으으으응?! 읏…흐으응으읏?!"

    그리고 나는 말 대신 이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해 줬다.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이고, 동시에 펠리시아의 골반을 잡은 손도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어서 펠리시아의 몸을 세차게 움직이는 것으로.

    네가 그렇게 행동하는 의도는 잘 알겠고 더는 속마음을 떠보지도 않을 테니까, 너도 그만하라는 의미를 담아서.

    그리고 그 엄청난 속도의 피스톤 운동에, 펠리시아의 여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장난치느라 조금 정신이 분산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떠드는 와중에도 계속 허리를 흔들면서 몸의 쾌감을 고조시키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아무리 느긋하게 움직였다고 하더라도, 일단 허리를 흔들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내게는 섹스 부스트라는 패시브 스킬이 있으니, 허리를 흔들면 흔들수록 점점 중첩이 쌓여서 펠리시아가 느끼는 쾌감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 상태에서 내가 갑자기 이렇게 격렬히 허리를 흔든 거니, 당연히 펠리시아가 느끼는 쾌감은 어마어마했을 거다.

    펠리시아는 전기충격기에 맞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을 찌릿찌릿하고 떨더니, 그대로 몸을 뒤로 눕히려다가…그쪽이 내가 있는 쪽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막판에 온 힘을 짜내서 몸이 앞쪽으로 쓰러지게 만들었다.

    온 힘을 짜냈는지 어떻게 알았냐고?

    펠리시아의 음부가 있는 힘껏 꾸우욱하고 조여졌거든.

    아무튼 그렇게 앞으로 쓰러져서 내 다리 사이에 엎드린 자세가 된 펠리시아는, 가끔 생각이라도 난 것처럼 간헐적으로 몸을 움찔움찔 떠는 걸 제외하면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제야 나도 잡고 있던 펠리시아의 골반을 놔줬지만, 그렇게 되고 나서도 펠리시아는 아직 의지가 꺾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읏…하아…자, 자기…아무리 말로 안 된다고 해서…으응…이런 식으로 이기려고 하는 건 조금…으으으응?! 잠, 자기! 나 아직! 흐읏?!"

    침대에 얼굴을 박고 축 늘어진 상태에서도 그런 말을 하는 펠리시아에게 질린 나는, 대답 대신 다시 한번 그 골반을 잡았다.

    아직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었던 펠리시아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내가 골반을 다시 잡자마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고 내 쪽을 돌아보면서 날 말리려고 했다.

    그리고 겨우 보게 된 그 얼굴에는 눈물이 뺨을 타고 지나간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어서, 나는 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졌다.

    저 얼굴을 보고 내가 하려던 걸 그만둬 버리면, 나중에 더 어색해질 뿐이다.

    아예 여기서 더 느끼게 만들어 버리면, 저 눈물도 지나친 쾌감에 의한 눈물이라고 얼버무릴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펠리시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허리를 격렬하게 흔들어줬다.

    펠리시아가 앞으로 엎어지면서 위로 올려치기는 조금 힘들어졌기 때문에, 앞쪽으로 뻗고 있던 다리를 접어서 무릎을 세우고는 후배위 자세로 바꿔서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흐응으으읏?!"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펠리시아는 쾌감을 참지 못했다.

    아직 절정의 여운에서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던데다가, 내가 사정을 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섹스 부스트의 중첩도 사라진 게 아니었으니까.

    펠리시아는 아예 분수까지 뿜어버리면서, 두 손으로 침대 이불을 꽉 말아쥐고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미안. 뭐라고? 하던 말 계속해 봐. 오줌싸개 공주님."

    "흐읏!"

    그렇게 절정에 바들바들 떠는 펠리시아의 안쪽에 물건을 끝까지 박아넣고 여운이 최대한 오래 지속되도록 빙글빙글 돌려준 후, 나는 그 예쁜 엉덩이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면서 일부러 막 대하는 느낌으로 그렇게 말해줬다.

    "알았…하아…알았으니까 그만해애…."

    그러자 이런 취급에 익숙하지 못한 펠리시아는 역시나 또 성감이 자극됐는지 엉덩이를 한번 바르르 떨고는, 숨이 끊어질 듯 가느다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마 단순히 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내 행동의 숨겨진 뜻도 이해를 하고 대답한 거겠지.

    그러니까 내 행동에 더 이상 속마음을 떠보는 것 같은 행동을 안 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펠리시아도 이제 더 얘기를 그쪽으로 끌고 가서 날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거다.

    뭐, 사실 이렇게 행동한 시점에서, 떠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날 향한 펠리시아의 마음은 명백해진 거나 다름이 없지만.

    물론 펠리시아도 그걸 잘 알고 있는지, 펠리시아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펠리시아는 극심한 쾌감 때문에 그런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까 내게는 그 목소리가 꼭 우는 목소리처럼 들렸다.

    실제로 아까 눈물 흘리던 얼굴을 봐서 더.

    "하앗…하앗…응…응차! 후우…흐읏! 흣! 자기, 진짜 너무해. 오늘은 내가 해준다고 했는데 또 그렇게 멋대로 움직이고."

    하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걸까?

    펠리시아는 침대에 박고 있던 얼굴을 부비부비 비비더니, 귀여운 기합과 함께 상체를 일으키고는 그대로 엉덩이를 통통 밀어붙여서 내가 다시 침대에 다리를 뻗고 앉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자기도 그대로 내 위에 엉덩이를 내리고 몸을 돌려 내 쪽을 바라보더니, 또다시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아직 절정의 여운도 다 가시지 않아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주제에.

    그리고, 이불에 눈물 자국을 닦았어도 눈이 빨개져 있어서 울었던 거 다 티 난다고.

    "네가 위에 걸터앉기만 하고 딱히 하는 것도 없으니까 그렇잖아. 쓸데없는 말장난이나 하고."

    솔직히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무리 펠리시아한테 별다른 연애감정이 없는 나라도 가슴이 아파지는 기분이었지만, 방금 전에 서로 속으로 그런 교섭을 하고 난 직후다.

    나보다 더 힘들 펠리시아도 이렇게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는데, 내가 먼저 그 노력을 헛되게 만들 수는 없었다.

    때문에 나는 최대한 평소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너무해. 제대로 기분 좋게 하고 있었는데."

    "그런 말을 하려면 날 한 번이라도 싸게 하고 나서 해라. 난 아직 한 번도 안 쌌거든? 너 요즘 테크닉 시든 거 아니야?"

    "…자기. 자기는 지금 해선 안 될 말을 했어."

    그리고 내 도발에, 펠리시아는 드물게 정색을 하고 그렇게 말했다.

    "서큐버스한테 테크닉이 시들었다는 말을 해? 아무리 성자라고 해도 해선 안 될 말이 있어. 두고 봐. 오늘은 여기 남은 마지막 정액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내서 제 발로 걸어 나가지도 못하게 해주겠어. 오늘 밤에 제대로 서지도 않아서 혼나도 난 모르니까."

    펠리시아는 한 손을 자기 엉덩이 뒤쪽으로 돌려서 내 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그런 저주에 가까운 말까지 퍼부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누굴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