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790화 (774/1,205)
  • <-- 강화 기간 -->

    "음? 일어났는가."

    간질거리면서 기분 좋은 감각에 눈을 뜨니, 디아나가 내 가슴을 혀로 할짝할짝 핥으며 내게 인사를 해왔다.

    과연 나한테 당한 경험이 많은 디아나답게, 바넷사처럼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까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질질 끄는 태도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이것보다 더한 짓도 많이 했었고, 스킬 좀 써서 우위를 잡고 섹스를 한 건 나름 평범한 플레이에 속하는 거니까.

    노출 플레이를 하다가 사고라도 치거나 했으면 모를까, 이제 와서 이런 것으로까지 일일이 전부 삐질 디아나가 아니지.

    그럴 성격이었으면 디아나는 지금쯤 나랑 한마디도 안 하고 있었을 거다.

    …응. 내가 말한 거지만 진짜 디아나를 자주 괴롭히기는 했어.

    우리 대마법사님의 넓은 마음씨에 감사하자.

    그리고 나도 앞으로는 조금 자중…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약속을 못 하겠네. 전부 디아나가 너무 귀여운 게 문제야.

    아무튼 이런 사소한 태도 하나하나가 우리 관계의 끈끈함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나는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디아나의 행동에 의문이 생겼다.

    "…응. 좋은 아침. 그래서, 너 뭐하냐?"

    아니. 뭘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지만 말이야.

    디아나의 타액으로 젖은 부분에 그 숨결이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몸이 움찔움찔 떨릴 정도로 기분 좋았으니까.

    내가 궁금한 건,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갑자기 왜 또 이러냐는 거다.

    혹시 어젯밤에 못다 한 걸 이어서 할 생각인 건가?

    "연구일세. 쓸 기회가 있을 때 많이 써보고 데이터를 얻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디아나는 딱히 어젯밤의 계속을 하기 위해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뭐, 평범하게 생각하면 그렇지. 어제 그렇게 당하고도 거기서 더 할 생각을 할 리가 없나.

    "아, 응…. 미안."

    디아나의 그 말이 마치 최근 들어 나랑 섹스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걸 지적하는 것 같아서, 나는 제대로 된 대답을 돌려줄 수 없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말게. 딱히 탓하는 것은 아닐세. 다 이 몸도 동의한 일 아닌가."

    하지만 우리 마음씨 넓은 디아나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 오히려 날 격려해줬다.

    하여간 착해빠졌다니까. 진짜로 구박 좀 해도 되는 입장이면서.

    "아니. 그래도. 뭔가 미안. 진짜로 사랑하니까. 앞으로 누구랑 순서 바꿔 달라는 얘기도 절대 안 할 테니까."

    "이 몸도 그렇게 매번 들어줄 생각은 없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내 사랑한다는 말이 기분 좋았는지, 얼굴을 살포시 붉히며 입꼬리를 올려 미소지었다.

    그리고서 이런 얘기는 여기서 끝이라는 듯, 디아나는 내게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럼 디아나의 뜻을 존중해서, 다른 얘기를 하도록 할까.

    "그래서, 성자의 성수는 또 언제부터 쓸 수 있게 됐어? 아니. 애초에 연구를 진짜로 하고 있기는 했구나."

    확실히 디아나가 나한테 처음 접근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는 했지만, 나랑 이런 관계가 되고 나서는 마법의 연구이니 뭐니 하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있었다.

    "자네는 이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마도의 길을 걷는 몸으로서, 그 새로운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 않은가."

    응. 그러고 보니 그런 중2병 같은 대사도 했었지.

    "그래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성자의 성수를 분석해냈다는 얘기야?"

    "음. 그마저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말일세."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이 생각해도 꽤나 큰 성과라고 생각하는 건지, 디아나는 없는 가슴을 자랑스럽게 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꽤 완벽해 보였는데."

    "전혀 아닐세. 보게."

    그렇게 말하고는, 디아나는 손가락을 튕겨서 내 유두를 가볍게 건드렸다.

    "응? 이게 왜?"

    "이 몸이 조금 전까지 그렇게 마법을 썼는데, 벌써 효과가 사라지지 않았는가."

    아, 그러고 보니.

    원래 내 스킬은 한 번 맞으면 나한테 절정에 달하지 않는 이상 계속 그 효과가 유지된다.

    하지만 디아나가 쓴 성자의 성수는 어느샌가 그 효력이 다해있었다.

    어쩐지. 어젯밤도 계속해서 내 가슴을 핥더라니.

    원래는 한 번 핥은 곳은 더 핥을 필요가 없는데 말이야.

    "흠. 역시 그 특성은 스킬이 가진 특성이 아니라 자네의 마력 그 자체에 담긴 특성일지도 모르겠구먼."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그 비슷한 말을 했었지."

    확실하진 않지만, 뭔가 기억 한 구석에 비슷한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

    "음. 하지만 스킬 자체도 결국 이렇게 어설프게나마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연구를 거듭하면 그 특성도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일세."

    "응. 힘내. 내가 도와줄 게 있으면 꼭 말하고."

    "…왠지 무척이나 의욕적이구먼."

    내가 힘차게 말하자, 디아나는 미심쩍다는 듯 게슴츠레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왜 그렇게 보는 거지? 그냥 응원한 것뿐인데.

    "우리 사랑하는 디아나가 열심히 한다는데 낭군님 되는 입장으로서 당연히 응원해야지."

    "본심은 뭔가?"

    "너무해. 순수한 내 응원을…디아나가 내 스킬을 완벽히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득 보는 건 결국 나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 건 아니야."

    디아나의 게슴츠레한 눈초리에 결국 내가 사실을 말하자, 디아나는 포옥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몸을 딱히 자네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서 스킬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말일세."

    "어? 아냐?"

    "당연하지 않은가! 이 몸은 마도의…응으읏?!"

    디아나는 내게 일갈하며 자신의 야망을 외치려고 했지만, 내가 허리를 살짝 움직이자 곧바로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하던 말을 멈췄다.

    "전에는 마도보다 내가 더 소중하다고 했으면서. 사랑이 식었어."

    "식지 않았네! 하지만 그것과…응…이것은…으읏?! 사람이 말하는 도중에 허리를 움직이지 말게!"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내 이마를 가볍게 손날로 때렸지만, 물론 그런다고 멈출 내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완벽한 명분도 있고 말이다.

    "싫어. 시작한 건 디아나잖아. 아침부터 나한테 성자의 성수를 써대고."

    "효, 효력은 이미…하읏!"

    "효력이 사라졌어도, 흥분시켜놓은 것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으읏…어제 그렇게 하고도…아직 부족한 겐가."

    내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었는지, 디아나는 내게 가볍게 눈을 흘기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디아나하고라면 평생이라도 할 수 있어."

    "자네 말은 농담으로 안 들리…흐으읏?! 하앗…응…마음대로 하게."

    하여간. 내심 좋으면서 아닌 척하기는.

    아무튼 디아나도 할 생각이 든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나는 디아나의 허리를 붙잡고 제대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레이아가 올 때까지 뒤엉켜서 서로의 몸을 탐했다. 이번에는 스킬 같은 건 일절 쓰지 않고.

    "지금부터 단둘이 전투…네요."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디아나를 보내준 후, 나와 레이아는 사냥을 위해 마을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을을 뒤덮고 있는 거대한 공기 방울 밖까지 한 걸음만을 남겨둔 곳에서, 레이아가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긴장돼?"

    "조금은요."

    우리 파티에서 유일하게 스스로의 몸을 보호할 수단이 없는 레이아니, 긴장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사흘 동안의 전투로, 나는 레이아가 위험에 처할 일이 절대 없을 거라고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사라나 바넷사, 디아나한테 단 한 번도 몬스터가 접근하는 일 없이 사냥을 마무리 지었으니까.

    "괜찮아. 날 믿어."

    "네. 괜찮아요. 믿어요."

    레이아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듯, 두 주먹을 가슴 앞에 귀엽게 모으고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뭐, 팔 사이에 모인 부분은 귀엽다는 말 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그렇게 해서, 나와 레이아는 드디어 마을 밖으로 나갔다.

    분명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레이아의 안전을 위해 오늘은 성역 선포도 적극적으로 쓰면서 사냥을 해볼까?

    위력에 비해 마나 소모가 극심한 스킬이라 잘 쓰지는 않는 스킬이었지만, 사실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스킬도 없었다.

    정말로 위급한 상황이 되면, 성역 선포의 범위를 늘려서 레이아도 범위 안에 들어오게 만들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그러면 레이아에게 향하던 몬스터의 어그로도 전부 끌 수 있을 테니, 레이아가 위험해질 일은 절대 없다.

    물론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일단 성역 선포는 마나 소모가 너무 커서 사냥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

    하지만 어제 디아나 덕분에 사냥을 엄청나게 했으니까, 오늘은 조금 천천히 해도 딱히 문제없겠지.

    그리고 위기 시에 성역 선포의 범위 안에 레이아까지 들어오게 만들면 당연히 레이아도 스킬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문제도 있지만, 레이아가 위험에 처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게다가 지금의 레이아라면, 잠깐 성역 선포의 영향을 받더라도 곧바로 구미호가 되지는 않을 거다.

    아니. 만에 하나 구미호가 되더라도, 옛날처럼 이성을 잃지는 않을 테니까 전혀 문제없다.

    그렇게 오늘의 전투 방침을 정한 나는, 곧장 처음 조우한 몬스터의 무리부터 성역 선포를 적극적으로 사용해보기로 했다.

    제일 처음 만난 적은 피라냐 떼.

    성자의 손길 같은 걸로 한 마리 한 마리 때리면서 놓치지 않는 건 살짝 귀찮은 적이니, 성역 선포를 사용하기에 딱 적당한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레이아."

    "네."

    레이아와 조금 떨어져서, 우선은 레이아에게 닿지 않을 정도의 범위로 성역 선포를 발동.

    우리를 발견하고 이쪽으로 다가오던 피라냐 떼는 자연스럽게 성역의 안으로 들어왔고, 그와 동시에 피라냐들이 미친 듯이 내게 달려들었다.

    4계층 몬스터들은 보통 다른 성자 스킬 한 방이면 해결이 되는데 말이야.

    역시 성역 선포는 안 되는 건가.

    하긴. 성역에 들어오자마자 몬스터가 복상사로 죽어버릴 위력이면 그만한 사기 스킬이 없기는 하지.

    아무리 여신님의 사자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로 밸런스 붕괴급 스킬을 주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어그로 끌기라는 역할을 마친 성역 선포를 중지하고, 대신 성자의 전력을 몸에 둘렀다.

    그리고 동시에 은신도 사용했다.

    단순히 성자 스킬로만 잡으면 월영무사의 레벨이 오르지 않으니, 더욱 편한 레벨 업을 위해 마련한 방법이었다.

    성자는 전투로 레벨이 오르지 않으니, 전투를 할 때 다른 직업의 스킬도 쓰면 그 직업으로 전투 경험치가 모두 간다는 구조적 결함.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몬스터를 잡는데 일조하는 공격 스킬만 써야 된다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제 마력 소모를 위해 별별 짓을 다 하다가, 우연히 은신 상태에서 성자 스킬만 잡아도 월영무사의 레벨이 오른다는 사실을 발견한 거다.

    아마 은신 상태로 몬스터를 잡으면 암습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른다.

    아무튼 좋은 발견을 했으니, 이용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어?

    물론 내 은신 스킬의 레벨이 높지 않아서, 여기 계층의 몬스터들이 눈앞에 있는 내가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느끼거나 할 정도로 엄청난 효과는 없었다.

    게다가 성역 선포로 어그로를 잔뜩 끈 후에 쓴 거니, 더더욱 효과는 낮았다.

    하지만 그걸로 된 거다. 나는 다가오는 피라냐들을 바라보며 슬쩍 미소지었다.

    그리고 피라냐들이 내 몸에 그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댄 순간, 그대로 몸을 펄떡이며 그대로 물 위에 둥둥 떠 오르기 시작했다.

    응.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잘 알겠어. 너 방금 밸런스 붕괴급 스킬 어쩌구 하지 않았냐고 말하고 싶은 거지?

    어쩌겠어? 따질 거면 나한테 먼치킨 같은 직업을 주신 여신님한테 가서 따지라고.

    하아. 오늘도 월영무사 레벨업은 힘들다. 힘들어.

    "레이아. 봤지? 걱정할 거…."

    들리지는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하며 나는 레이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거기에는, 구미호 상태가 된 레이아가 있었다.

    어? 자, 잠깐만. 나 혹시 아까 성역 선포 범위 조절 실패했던가?!

    "레, 레이아? 혹시 성역 선포 안에 들어왔었어?!"

    "네? 아, 아니에요! 제가 스스로 섹스 정말 좋다고!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황급히 레이아에게 다가가서 물어보자, 레이아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그렇게 외쳤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버로우타는거다 // 디아나한테 져준적 있지 않았나요? 분명히 쓴 기억은 있는데 말이죠.

    갑자기 저도 썼었는지 아니면 쓰다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냥 지웠는지 살짝 헷갈리기는 하는데, 아마 져준적 있을 겁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