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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87화 (77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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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나라는 마나 공급원까지 붙어있는 나는 어제나 그제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몬스터를 사냥해갔다.

    그리고 마나를 다 소모한 내게 마나를 전달해줄 때마다, 디아나의 언동은 눈에 띄게 다급해져 갔다.

    "자, 자네? 슬슬 피곤하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사냥 속도를 너무 올리고 있네. 마나만 신경 쓸 문제가 아닐세. 아무리 자네에게 성자 스킬이 있더라도, 던전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너무 무리해서 피로를 쌓아두는 것은 좋지 않네. 그러니 피로를 풀기 위해서도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벌써 두 번째 마나 충전을 해주기 위해 내게 몸을 찰싹 붙인 채로, 평소보다도 훨씬 빠른 말투로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는 디아나.

    그러니까 디아나야. 너 대체 얼마나 다급한 거야.

    너무 그렇게 티를 내면, 괜히 더 괴롭혀주고 싶잖아.

    "하긴. 좋아. 그럼 피로 회복을 위해 저기 구석에 가서 힐링 섹스라도…."

    "무얼 하고 있는 겐가?! 설마하니 자네 지금 여기서 쉴 생각인가?! 자네에게는 여신님이 내려주신 귀중한 사명이 있지 않은가! 이 몸들은 지금 여기서 멈춰 서고 있을 시간이 없네! 자 일어나게! 마침 저기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가! 자, 가게!"

    하지만 내가 힐링 섹스를 언급하자마자, 디아나는 태도를 180도 바꿔서 황급하게 날 다그쳤다.

    디아나야. 너 언젠가 자기 입으로 여신님의 사명보다 내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었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순순히 디아나가 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뭐, 몬스터가 접근하고 있는데 처리하지 않을 수도 없고 말이다.

    아무튼 중간에 그런 대화를 했기 때문인지, 디아나는 한동안 쉬자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은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디아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시 디아나의 언동에 다급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후우. 디아나. 그럼 다시 부탁해."

    "힛?! 또, 또 말인가?!"

    내가 디아나의 몸을 꽉 끌어안자, 디아나는 이제 살짝 울상까지 지으며 외쳤다.

    뭐, 이렇게 마나 충전을 부탁하는 것도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정도니까.

    지난 이틀 동안은 그래도 다른 마나를 조절해가면서 전투를 했지만, 오늘은 진짜로 끊임없이 싸우면서 사냥을 해댔기 때문에 마나가 바닥나는 것도 빨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나를 쓸데없이 써버린 건 아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아무리 그래도 디아나한테 제대로 혼날 테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런 양심 없는 방식으로 디아나를 괴롭힐 생각은 없었다.

    마나는 제대로 전부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 썼다고. 그것도 쓸데없이 오버해가면서 쓰는 일도 없이 적당히 쓰면서.

    마나 소모가 빠른 건, 순전히 그만큼 사냥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응. 오늘은 사냥이 특히 더 잘 되네."

    "그, 그런가…. 특히 말인가…."

    내 말에 울상을 지으면서, 디아나는 내 몸에 다시 한번 마나를 불어넣었다.

    이 모습을 봐서는, 아마 내 마나를 충전해줄 수 있는 건 이게 마지막이었던 거겠지.

    물론 디아나도 마나를 전부 다 쥐어 짜낸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 마나를 전부 채워줄 만큼은 남아 있지 않을 거다.

    스테이터스 창을 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도 있겠지만…굳이 그렇게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나.

    디아나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마나가 얼마나 남았을지 추측하는 것이 더 재미있기도 했고, 그밖에 다른 이유도 있었으니까.

    "그럼 다시 갈까."

    "자, 자네에…?"

    마나를 회복한 내가 디아나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자, 디아나가 갑자기 두 팔로 내 몸을 꼭 붙들고는 커다란 눈을 더욱 강조하듯 깜빡깜빡거리면서 귀여운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대화를 위해 마스크를 딱 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내 눈에는 그런 디아나의 표정이 너무도 잘 들어왔다.

    응. 디아나야. 귀여워. 귀엽기는 한데, 너 평소에 이런 짓 잘 안하잖아.

    너무 속내가 빤히 보이는 거 아니냐?

    평소에는 오히려 누님 취급해주는 걸 더 좋아하는 주제에.

    뭐, 굴욕을 감내하고 이렇게 평소에 잘 안하던 짓까지 할만큼, 디아나가 절박하다는 얘기겠지만.

    "스, 슬슬…밤이 늦지 않았는가아? 이 몸…디, 디아나는…."

    얼씨구. 얘 봐라?

    물론 나하고 있을 때는 최고 연장자의 위엄 같은 건 거의 내비치지 않는, 오히려 살짝 애같이 구는 면이 있는 디아나다.

    디아나의 귀여운 모습은 나만이 맛볼 수 있는 특권이라고 해도 좋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디아나가 이렇게까지 귀여운 척을 하는 건 처음 아닐까?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실제로 귀여우니까 척은 아니지만.

    "응. 디아나는, 뭐?"

    "디, 디아나는 말일세…?"

    내가 굳이 디아나의 방금 전 말투를 똑같이 따라 하며 되묻자, 디아나는 부끄러워 죽겠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디아나는 아직 귀여운 척을 그만둘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야 말로 결사의 각오라는 건가.

    "슬슬 낭군님과…그러니까…저기…."

    밤이 늦었으니 돌아가자는 말을, 나와 같이 있고 싶다는 식으로 귀엽게 돌려 말하고 싶다.

    하지만 자칫 어휘 선정을 잘못하면 섹스하고 싶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내가 당장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가서 섹스를 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디아나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면서 필사적으로 알맞은 단어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의식해서 귀여운 척을 하는 일이 많이 없다 보니, 적절하게 애교 있는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선 내가 선심 좀 쓰도록 할까.

    "슬슬 돌아갈까?"

    "괜찮은가아?"

    내가 그렇게 말해주자, 디아나는 파아앗하고 얼굴을 환하게 밝히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니까 디아나야. 너 대체 얼마나 절박했던 거야?

    "그럼. 당연하지."

    "역시, 역시 이 몸이 사랑하는 낭군님일세…!"

    그, 그 정도냐? 애초에 널 이런 궁지로 몰아넣은 것도 난데.

    뭐, 그렇게까지 좋아해 주니 다행이다만.

    나는 디아나의 손까지 잡고, 천천히 마을 쪽을 향해 헤엄쳤다.

    그리고 다시 이동을 시작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마을의 모습이 우리의 시야 끄트머리에 보이기 시작했다.

    "…자네?"

    그리고 그 즉시, 내 귀에 디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오늘 처음으로 마스크끼리 맞대는 것이 아니라 공기 방울을 만들어서 대화하는 방식으로.

    "응?"

    돌아보니, 디아나의 이마에는 혈관까지 튀어나와 있었다.

    뭐, 낮게 깔린 목소리나 마주 잡고 있는 손에 들어간 힘으로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이 몸들, 마을 근처에 있었는가?"

    "아, 응. 눈치 못 챘어? 슬슬 밤도 돼가니까 돌아가던 중이었는데."

    디아나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알면서도, 나는 일부러 시치미를 뚝 떼고 그렇게 말했다.

    물론, 디아나의 이마에 튀어나온 힘줄이 더욱 도드라진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럼…그럼 어째서 조금 전에 마나 회복을 부탁한 겐가아아아?!"

    "에이. 디아나도 참. 던전 안에서 방심은 금물이라고. 디아나가 언제나 하는 말이잖아. 아무리 가까워도 그렇지 괜히 마나도 없이 돌아다니다가 중간에 몬스터라도 만나면 어떻게 해."

    "이, 이이익! 이이이익!"

    내가 능청스럽게 말하자, 디아나는 약올라 죽겠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래 봤자 물속에 둥둥 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발로 물장구치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지만.

    "디아나도 참. 아까부터 왜 그러는 거야?"

    "몰라서 묻는가아!? 자네가! 자네가!"

    "아, 혹시 힐링 섹스 말하는 거야? 에이, 그건 당연히 농담이지. 던전에 오기 전에도 미리 말했잖아."

    "무얼 말인가?!"

    "바넷사한테 순서 양보해주는 대신 너랑 원래 하려고 했던 거 안 해주겠다고."

    "……."

    내 말에, 디아나는 잠깐 침묵을 유지하며 생각에 잠겼다.

    원래대로라면 굳이 이렇게 인터벌을 가지지 않아도 이쯤은 곧바로 떠올리는 디아나였지만, 지금은 머리에 피가 몰린 탓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자네는, 이 몸이 바넷사에게 순서를 양보 안 했다면 진짜로 던전에서 그런 짓을 할 생각이었다는 것이지 않은가아아?!"

    "헤헷."

    "웃을! 일이! 아닐세에에!"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손날로 내 머리를 탁탁 때렸다.

    물론 이번에도 물 속이라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 게 너무 웃겼지만, 여기서 빵 터지기까지 하면 진짜로 디아나가 삐져서 말도 안 해줄 것 같았기 때문에 나도 그것만은 필사적으로 참았다.

    "자, 자, 진정해. 아무튼 결국 별일 없었던 거니까,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전혀 좋지 않네! 이 몸이 하루종일 얼마나…!"

    "기대했어?"

    말투는 장난식이었지만, 사실 조금 진심이 담긴 질문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디아나는 최고 연장자답게 마음이 엄청나게 넓다.

    그런데 아까부터, 아니. 오늘 내가 힐링 섹스 얘기를 처음 꺼냈을 때부터 너무 반응이 크단 말이지.

    이렇게 화내는 것도 뭔가 과장되어 보인다고 할까?

    "그, 그, 그럴 리가 있겠는가아아아!"

    내 말에 의미심장함을 느낀 건지, 디아나는 턱을 덜덜 떨면서 외쳤다.

    그저 당황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곡을 찔려서 그런 건지, 방금 전까지 디아나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분노의 기운마저도 사그라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역시나 우리 변태 대마법사님은….

    혹시나 내가 정말로 밖에서 덮쳐버리고, 그걸 다른 모험가들에게 보여지기라도 한다면…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속 한구석에서 살짝 기대를 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해해야 하는 건가?

    "그래. 그래. 물 속이라 들킬 일이 없어서 다행이네."

    "정말로 아닐세!"

    "응. 난 디아나를 믿어."

    "거짓말하지 말게! 전혀 믿고 있지 않지 않은가?!"

    "정말이라니까."

    여전히 어딘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 과장된 반응을 보이는 디아나와 장난스러운 말을 주고받으면서, 나는 곧장 여관으로 향했다.

    "그럼 씻을까?"

    방으로 돌아온 뒤, 나는 재빨리 젖은 옷을 벗어 던지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 디아나의 마법이라면 옷을 흠뻑 적시고 있는 물기 정도는 가볍게 제거할 수 있었지만, 디아나는 좀처럼 마법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디아나가 왜 그러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마법을 부탁하지는 않았다.

    "안 벗어? 그대로 있으면 감기 걸린다?"

    "버, 벗을 걸세!"

    내가 말하고 나서야, 우물쭈물거리고 있던 디아나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로브를 가볍게 바닥으로 벗어던지고, 천천히 옷에 손을 대는 디아나.

    하지만 방수 코팅을 한 로브와 달리 안에 입은 옷은 젖어있었기 때문에, 디아나는 옷을 쥐고 조금 고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디아나의 경우 로브 이외에는 던전에 다닐 때도 비교적 차림새가 자유로우니까 말이야.

    그렇다고해서 가지고 있는 모든 옷을 방수 처리한 것도 아니니, 이런 경우가 종종 생겼다.

    "도와줄까?"

    "괘, 괜찮…으햣!"

    디아나가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는 것도 무시하고, 나는 곧바로 디아나의 옷에 손을 가져다 댔다.

    먼저 상의부터 벗겨버리고 조금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레이스까지 달린 브래지어를 벗겨내자, 내 눈에 디아나의 아담하고 귀여운 가슴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다지 높지 않은 그 언덕의 한복판에는, 역시나 핑크빛의 유두가 볼록하고 솟아올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젖은 상태로 이러고 있으니 조금 으슬으슬하구먼."

    디아나도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한쪽 팔로 은근슬쩍 자신의 가슴을 가리면서 허공에 대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디까지나 추워서 유두가 선 거라고 주장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야 그렇지. 빨리 벗고 씻으러 가자."

    하지만 나는 디아나의 행동에 태클을 거는 일 없이, 곧바로 스커트에 손을 뻗었다.

    벗기는데 조금 고생했던 상의와 달리 스커트를 벗기는 건 간단했고, 남은 건 디아나의 중요 부위를 가리고 있는 속옷뿐이었다.

    그리고 그 속옷 양옆에 손가락을 넣고 천천히 아래로 내리자.

    "으읏…!"

    역시나 그 핑크빛 음부와 속옷 사이에 가느다랗고 투명한 실이 몇 가닥 길게 이어졌다.

    "여, 역시 속옷까지 흠뻑 젖었구먼!"

    아니. 물로 젖었다고 변명하기에는 점도가 상당한 것 같은데 말이야.

    나는 디아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디아나는 시선을 피한 채 나와 눈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고 있었다.

    "야. 변태 대마법사."

    "그, 그러니까 아니라고 하지 않았는가아!"

    하지만 내가 그렇게 부르자마자, 디아나는 고개를 홱 하고 돌려서 날 쳐다보더니 황급히 외쳤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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