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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80화 (76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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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같이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어서도, 사라의 알콩달콩한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차피 저택에 있을 때나 다 같이 던전에 있을 때와는 달리, 꼭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침대에서 일어날 필요는 없는 거다.

    뭐, 애초에 내 성장을 위해 이러고 있는 것인 만큼 너무 늦장 부릴 수도 없고, 다음 사람과 교대도 해야 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사라는 이 평소보다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나와의 둘만의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응…쪽. 쿡쿡. 아직 잠이 덜 깬 거야?"

    언제나의 아침처럼 내 위에 올라탄 자세의 사라.

    사라는 그대로 위에서 내게 잠깐 키스를 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입술을 떼고 쿡쿡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으응? 왜?"

    "그냥. 평소보다 혀가 느릿느릿 움직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사라는 살짝 혀를 뻗어서 내 입술 사이에 집어넣은 후, 혀끝으로 내 혀를 콕콕 찔렀다.

    그리고는 다시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으며 달달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그래? 어제 너무 힘을 썼나?"

    "변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라의 목소리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사라는 그대로 내 목을 끌어안고는, 뺨을 맞대듯이 얼굴을 내 얼굴 옆쪽 베개에 파묻었다.

    얼굴을 간질이는 사라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안 그래도 잠이 덜 깨서 몽롱한 날 더욱 포근한 기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서 내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하더니, 귓가에 대고 달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오늘 아침은 아무것도 안 하고 이대로 끝내는 거야?"

    물론, 그 말을 듣고 진짜로 아무것도 안 할 내가 아니었다.

    아까부터 나른하게 온몸을 감싸고 있던 졸음기가 싹 사라진 나는, 당장 몸을 일으키고 사라의 허리를 붙잡고….

    "구원님. 사라님. 슬슬 식사 시간입니다."

    "아흣…꺄악?!"

    피스톤 운동을 정확히 한 번 한 순간, 문 쪽에서 노크 소리와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벼운 신음을 흘리려고 했던 사라는 깜짝 놀라서 자기 입을 틀어막았고, 나도 화들짝 놀라서 사라의 몸을 꽉 끌어안고 말았다.

    여, 여기 저택 아니지? 왜 갑자기…아, 아. 응. 그래. 맞아. 그랬지.

    아니.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방심하고 있던 찰나에 기습적으로 저러니까 깜짝 놀라게 되네.

    "바…바넷사인가요?"

    "네."

    사정을 모르는 사라는, 음부를 꾸우우욱 조인 채로 문 쪽을 향해 조금 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물론 바넷사는 곧장 대답했고, 사라는 울상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일단 내려보내고 한 판 할까?"

    "이 바보야! 지금 목소리 다 들리는 거 못 들었어?!"

    "노, 농담! 농담이라니까!"

    나는 그런 사라에게 장난을 던져봤지만, 돌아온 건 가슴에 느껴지는 따끔한 통증뿐이었다.

    뭐, 힐링 섹스로 곧장 치유돼서 불그스름한 흔적조차 남지 않았지만.

    "잠깐만 아래로 내려가서 기다려줘! 금방 준비하고 나갈게!"

    "네."

    무척 아쉽기는 하지만, 이대로 바넷사를 방치할 수도 없고.

    사라와의 알콩달콩한 시간은 이걸로 끝내기로 할까.

    나는 바넷사를 내려보내고, 사라의 안에서 물건을 빼냈다.

    "…오늘은 디아나가 오는 게 아니었어?"

    "사정이 있어서. 바꿔 달라고 했어."

    "우으…."

    사라는 시계를 힐끔 보더니, 아쉬운 목소리를 흘렸다.

    "아쉬워?"

    "…그런 거 아니거든? 바보야."

    하지만 역시나, 내 질문에는 본심을 말하지 않는 게 또 사라다웠다.

    밤새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아침에는 겨우 그렇게 솔직하게 애교부리는 모습까지 나왔었는데.

    또다시 원상복구 되어버렸네.

    "미안. 미안. 그래도 바넷사도 디아나가 보낸 거니까, 디아나가 왔어도 오는 시간은 그다지 차이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알면 굳이 그런 표정 지을 필요가…너 설마 디아나가 왔으면 계속할 생각이었냐?

    …뭐, 하긴 그런가. 디아나가 왔었으면 진짜로 계속했을지도.

    아니. 바넷사 상대로는 그런 짓을 하기 쉽지 않다든가, 디아나는 그런 식으로 괴롭히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다든가,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입장 차이를 말하는 거다.

    디아나는 사라와 대등한 입장이다 보니, 만약 디아나가 찾아왔을 때 무시하고 나와 계속 알콩달콩하게 있어도 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바넷사는 평소에 집사로 있다 보니, 사라가 그렇게 행동해버리면 입장 상 우위라는 점을 이용해 못된 짓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 말이야.

    사라가 평소에 디아나랑 제일 투닥거리는 것도 그런 이유일 테고.

    그런 이유로, 나와 사라는 몸을 씻고 아래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씻는 동안 별다른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남은 시간을 최대한 즐기려는 듯 내 몸을 정성껏 씻겨주는 사라가 무척 귀여웠다.

    뭐,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아닌 척하는 게 사라답기는 했지만.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무튼 그렇게 식당으로 내려가니, 바넷사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우리가 식사할 때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만 봤었는데, 이렇게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은 꽤나 신선했다.

    다만, 어째선지 그 몸에 걸친 옷은 사복이 아니라 집사복이었다.

    "딱딱하네. 너 오늘은 집사로 온 거 아니지 않냐?"

    "……."

    평소에는 이 말에 어떤 식으로든 뭔가 반응을 보이는 바넷사였지만, 오늘은 어째선지 완벽한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 보여줬던, 자기한테 불리하니까 입을 닫아버리는 거라는 식의 행동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하지만 조금 의외네요. 설마 바넷사가 던전에 오다니."

    "네. 저도 의외였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바넷사는 날 힐끔 쳐다봤다.

    그 행동을 보고, 나는 겨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얘 혹시 화났나?

    아니. 그야 어제 그렇게 기대하게 만들고 다음 날로 미뤄버린 건 내 잘못이 맞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넷사가 당장은 안 된다고 했을 정도로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그래도 결국 이렇게 제대로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냈으니, 정상 참작의 여지 정도는 있지 않니?

    식사 마치고 사라가 가면, 너랑 나랑 하루종일 단둘이 있는 거라니까?

    나는 눈빛으로 그렇게 호소해봤지만, 바넷사의 딱딱한 표정은 전혀 풀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눈치 빠른 사라도 바넷사의 태도가 평소보다 더 딱딱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식사 내내 바넷사에게 별다른 말도 걸지 않았다.

    "그럼 구원. 오늘도 힘내. 바넷사랑 단둘이라고 너무 장난치려고만 하지 말고."

    그렇게 조금 딱딱한 분위기로 식사를 마치고, 나와 바넷사는 사냥을 위해. 그리고 사라는 위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라를 배웅하기 위해 다 같이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이동하면서, 사라는 내게 엄중하게 경고를 했다.

    "괜찮아. 내가 그럴 거였으면 어제 너한테도 장난쳤겠지."

    "하긴 그것도 그런가. 이번에는 드물게 진지하게 하려는 모양이고."

    "야. 드물다니. 이래 봬도 의외로 진지하게 할 땐 하는 성격이거든?"

    "자기가 자기 입으로 의외로라고 말하면 어떻게 해, 이 바보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럼 나중에 봐."

    그리고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그대로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가 사라지자마자, 나는 바넷사를 바라보고 말했다.

    "그럼 일단 여관으로 갈까."

    "지금 막 사라님이 하신 말 못 들으셨습니까?"

    물론 바넷사는 살짝 눈썹까지 찌푸리며 반박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의미로 들리니까 말이야.

    "그냥 출발하기 전에 잠깐 할 말이 있는 것뿐이야."

    "…알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 눈썹 사이를 손가락으로 눌러서 주름을 피게 만들며 그런 게 아니라고 설명하자, 바넷사는 잠깐의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럼…우왓?!"

    그렇게 바넷사와 대화를 통해 일단 그 기분부터 풀어주려고 했던 나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느닷없이 벽쿵을 당해버렸다.

    갑자기 뭐지? ‘어맛. 바넷사 누나. 너무 멋있어요. 그만 심쿵해버렸잖아요.’ 라는 말이라도 해야 하나?

    "왜 그러셨습니까?"

    "뭐가?"

    "왜 저 같은 것 때문에 디아나님의 차례를 미루셨습니까?"

    …아아.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바넷사가 아까부터 왜 이렇게 심기가 불편했던 건지 간신히 깨달을 수 있었다.

    어제 기대하게 만들고 하루 미뤄서 그런 게 아니었던 거냐.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바넷사의 행동도 전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항의하는 의미로 집사복을 입고 왔다고. 난 집사로 여기 온 거다. 디아나의 명령이 아니었으면 결코 오지 않았을 거다. 라는 의미로."

    "……."

    내 말이 정답이었는지, 바넷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역시나 그런 건가.

    하지만 그런 거라면, 나도 할 말이 있지.

    "그래서, 넌 이렇게 나랑 단둘이 있는 게 전혀 기쁘지 않다고. 난 디아나에게 양보를 부탁할 정도로 너와 단둘이 있고 싶었는데."

    "읏…! 그런 의미가…!"

    "그런 의미가 아니라면, 좀 더 기뻐하는 반응을 보여도 되는 거 아니야? 하다못해 복잡한 반응이라도 보이던지. 그렇게 마냥 화난 표정만 짓는 건 어떨까 하는데."

    "하지만…."

    "디아나는 디아나고, 나와 단둘이 있어서 좋은 건 좋은 거야. 둘이 하나가 아니라고. 그리고 그 디아나도 결국 이해해줬으니까 양보해준 거 아니겠어? 아니면 내가 디아나가 싫다는데 억지로 양보하게 만들었을까 봐?"

    "……."

    "그냥 죄책감이잖아. 디아나를 밀어내고 자기가 먼저 나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게 됐다는 죄책감."

    "……."

    "…그래서, 넌 지금 내 여자로 여기 있는 거야? 아니면 집사로 여기 있는 거야?"

    "…구원님의 여자로서…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겨우, 바넷사의 입에서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태연하게 몰아쳤던 겉모습과는 달리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다. 실은 이렇게까지 막 몰아칠 필요는 없었으니까 말이야. 다른 대답이라도 튀어나오면 어쩌나 했네.

    애초에 내가 내 여자들한테 막 이러는 성격도 아니고.

    …물론 특정 경우를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밤이라든가. 밤이라든가.

    아무튼 이번에는 아무래도 디아나와 관련된 문제다 보니, 일부러 조금 강하게 말했다.

    너무 디아나에게 얽매이는 건 용인족 트라우마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만큼, 가끔 이렇게 과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것도 필요하지.

    "그래서, 나한테 할 말은 그것뿐?"

    "…무슨 말을 더 하라는 겁니까?"

    내가 웃으며 말하자, 바넷사는 경계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글쎄. 그건 네가 알아서 생각해야지."

    "…단둘이 있게 돼서 기쁩니다."

    "나도야. 사랑해."

    "읏…!"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계속 사라랑 알콩달콩하게 있었던 영향이 아직 남아있는지, 내 입에서는 평소보다도 간단히 사랑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 말에 바넷사가 살짝 몸을 굳히는 사이에, 나는 그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대로 바넷사의 몸을 끌어안고 침대로….

    "안 됩니다."

    "뭐, 뭐가?"

    "지금은 안 됩니다."

    "절대로?"

    "절대로 안 됩니다."

    "쳇."

    역시 안 되나.

    바넷사의 철벽같은 반응에, 나는 하는 수 없이 그 몸을 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바넷사가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니. 그냥 바넷사는 전투 요원이 아니니까. 사냥에 데려가기에는…."

    "구원님이 제 능력을 세세히 알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일단 변명을 해봤지만, 바넷사는 자기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그렇게 대답했다.

    "앗, 그러고 보니 너 지금 내 여자로 있는 거면 변신 풀어야지?"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을 반복하는 건 삼가십시오. 기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만…."

    그런 바넷사를 보고 나는 황급히 말을 돌렸지만, 바넷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다른 말로 받아쳤다.

    쳇. 대답할 수밖에 없는 말로 말을 돌리기는.

    "알고 있어. 나도 이번에는 어제 한 말이 있으니까 이런 거고, 계속 이럴 생각은 없거든? 디아나한테 미움받을 일 있어? 그리고 네가 디아나를 생각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나도 디아나를 생각하고 있다니까?"

    "……."

    "너 지금 아니라는 표정 지었지? 뭐야? 해보자는 거야? 자, 거기 앉아봐. 지금부터 누가 더 디아나를 생각하는지 열띤 토론을…."

    "은근슬쩍 침대에 앉히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얜 또 눈치는 왜 이렇게 빨라?!

    아니. 방금 나한테 그렇게 몰아쳐지고 내 여자라는 말과 함께 부끄러워하는 반응까지 보였으면, 보통은 조금 경계심이 풀려야 정상 아니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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