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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72화 (756/1,205)
  • <-- 펠리시아의 본심? -->

    "그럼 전 내일 돌아가겠습니다."

    실비아에게 펠리시아의 말을 전하니, 실비아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펠리시아한테 덮쳐지지 않게 조심하고."

    "아웃…! 그,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아!"

    알고 있어. 전에는 펠리시아도 체질 때문에 성욕을 참을 수 없게 되어서 그랬던 거고, 애초에 내가 여기 온 이유도 펠리시아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냥 헤어지기 전에 네 귀여운 표정이나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것뿐이야.

    "우읏…."

    내가 실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자, 실비아도 내가 왜 갑자기 그런 장난을 쳤는지 깨달은 듯 몸을 떨면서도 가만히 날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입술을 앙다물고 뭔가 결심한 표정을 짓더니,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내 몸을 꽉 끌어안아 왔다.

    "흐야우으으…."

    아니. 실비아야. 고작 하루도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떨어져 있게 된다는 이유로 이렇게 네 온기를 기억하게 해줄 생각을 한 건 엄청나게 기쁜데 말이야, 네가 먼저 녹아내리면 어떻게 하냐.

    게다가 오래 버틸 수도 없었는지, 실비아는 몇 초 지나지도 않아서 곧장 포옹을 풀고는 뒷걸음질로 뒤쪽의 벽까지 샤샤샥 물러나 버렸다.

    "응? 벌써 끝이야?!"

    "우…봐, 봐주십시오오!"

    그러니까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실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실비아와 헤어졌다.

    "오늘은 어쩐지 평소보다 조금 빨랐군요."

    그리고 마차를 타고 돌아가는 도중, 드물게도 마부석에 앉은 바넷사가 먼저 내게 말을 걸어왔다.

    평소라면 방해된다면서 말 걸어도 무시하는 주제에.

    마차 안에 내 말 상대를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만큼, 바넷사 나름대로 신경을 써주는 걸까?

    그런 것치고는 꺼낸 주제가 살짝 미묘하기는 했지만.

    "응…뭐 그렇지."

    성자 스킬까지 써버린 바람에 펠리시아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절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자연히 평소보다 빨리 끝날 수밖에.

    사실 펠리시아의 성욕을 주체할 수 없게 되는 이유는 서큐버스의 체질 때문이고 그걸 완화하기 위해서는 내 정액이 필요한 거니, 펠리시아가 얼마나 느꼈는지보다는 내가 얼마나 쌌는지가 더 중요하기는 하지만.

    결국 절정에 달해서 더욱 상태가 좋아진 음부에 계속 넣고 흔들어댄 덕분에 나도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많이 쌀 수 있었던 거니, 그 말이 그 말이라는 거다.

    그건 그렇고 펠리시아인가…….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시선은 곧장 앞을 향하고 있으면서 용케 내 미묘한 반응을 눈치챘네.

    아까 전에는 정신없을 때를 찔려서 펠리시아의 화술에 말려 들어가 버린 바람에 결국 그렇게 나오기는 했지만, 다시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역시 조금 수상하기는 했다. 여러모로 말이다.

    특히 날 당황하게 한 펠리시아의 키스.

    펠리시아는 자기한테 키스는 별 의미 없는 거고, 그냥 단순히 내 막말에 보복하기 위해서 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게 정말일까?

    정말로 의미가 없는 거였다면, 지금까지 키스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아?

    아니.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쳐. 그러면 굳이 나한테 자기가 첫 키스라고 밝힌 이유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짜로 내 말에 보복하기 위해서 그런 거였다면, 먼저 펠라부터 해주고 키스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아?

    우리 애들한테 숨겨야 할 비밀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나 자신의 정액 맛까지 맛보게 되어서 훨씬 더 기분 나빴을 텐데.

    그 머리 잘 돌아가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펠리시아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굳이 내게 그렇게 부드러운 키스를 해준 건, 첫 키스의 추억을 최악의 형태로 남기고 싶지 않다는 펠리시아의 바람이 담긴 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런 첫 키스의 상대를 나로 정했다는 건 역시….

    물론 그 이후에 이어진 펠리시아의 행동을 생각해보면 그냥 내 착각일 수도 있는 거지만.

    아니. 하지만 펠리시아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날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일부러 그런 거라면?

    아니. 하지만 그 자기 잘난 맛에 사는 펠리시아가 진짜로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리가….

    게다가 진짜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걔 성격에 자기 걸로 만들려고 무슨 수라도 쓰지 않았을까?

    아니. 하지만 진짜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게 처음인 데다가, 그게 나처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상대라면 제아무리 펠리시아라도….

    젠장.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결론이 나지 않는다.

    아예 대놓고 너 나 좋아하냐고 물어보고 싶은 기분마저 들었지만, 아마 대놓고 물어봐도 아까의 반응을 봐서는 아마 그런 거 아니라고 대답하겠지.

    펠리시아가 날 진짜로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도 임명이라도 한 번 시도해볼 걸 그랬나.

    아니. 사도 임명이 날 좋아한다고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펠리시아도 뭔가 조건이 있겠지.

    …뭐, 펠리시아 조건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려주는 것일 것 같기는 하지만.

    아니. 만약 그렇다고 하고, 게다가 펠리시아가 진짜로 날 좋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도 임명은 안 될 거다.

    바로 내 감정 때문에.

    그야 물론 외모만 놓고 보면 나조차도 우리 애들이랑 동급이라고 인정할 정도로 예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펠리시아에게 연애 감정이 있을까? 하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었다.

    그러기엔 첫 만남이 너무 심각하게 안 좋았지.

    내가 우리 애들한테 펠리시아하고는 절대 그럴 일 없다고 하는 것도, 단순히 펠리시아가 날 좋아할 일이 없다는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고.

    그러면 어차피 펠리시아의 감정은 알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그야 그렇지. 펠리시아가 자신의 감정을 밝히면 찰 거고, 안 밝히면 이대로 현상 유지일 테니까.

    나로선 펠리시아의 감정을 알 필요가 전혀 없기는 하지.

    아니. 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호기심이라고 할까…사람 마음이 말처럼 그렇게 딱 잘라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젠장. 괜히 머릿속만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아까 실비아랑 대화하면서 떠볼 걸 그랬나.

    펠리시아와는 다르게 실비아는 내 앞에서 완전히 무방비해지니까 떠보기도 쉽고, 진짜로 펠리시아가 날 좋아한다면 아마 실비아도 알고 있을 거고.

    단순히 둘이 절친한 사이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여러모로 말이 맞아 떨어지잖아.

    전에 펠리시아의 상태를 보러 실비아가 먼저 들어갔을 때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방금 전에도, 펠리시아의 말을 전하니까 실비아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지.

    마치 펠리시아가 자신에게 용무가 있을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아니. 나 아까부터 펠리시아가 날 진짜로 좋아하는 게 기정사실인 것마냥 생각하고 있지 않아?

    그야 실비아는 왕실친위대에 원래는 펠리시아 전담 호위 역이니까 당연히 용무가 있을 수 있겠지.

    아직 모르는 거라고.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내 괜한 착각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응? 아니. 딱히."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해진 나였지만, 물론 그런 사정을 바넷사에게 얘기할 생각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

    펠리시아가 정말로 날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으로선 나한테 고백 같은 걸 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이고, 나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지금 바넷사한테 확실하지도 않은 추측성 발언을 떠들어대봤자 괜히 얘기만 더 복잡해질 뿐이다.

    "뭔가 생각에 잠기신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아, 응. 바넷사가 이렇게 말을 걸어주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 하지만 이렇게 말을 걸어준다는 건, 지금은 내 여자라고 생각해도 되는…."

    "집사입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딱 잘라 말하는 거 아니냐?

    "적어도 말은 좀 끝맺게 해줘라."

    "……."

    나는 좀 더 너스레를 떨어봤지만, 바넷사는 그 이상 대답이 없었다.

    "바넷사씨?"

    "……."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단순한 집사인 모양이다.

    "알았어. 장난쳐서 죄송합니다. 제발 말 좀 해주세요. 그렇게 조용히 있으면 가는 동안 나 혼자 심심해서 죽어버린다고."

    "엄살도 적당히 하십시오."

    "엄살이라니. 너 내가 한시라도 조용히 있는 거 봤어?"

    "……."

    "훗."

    "자랑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결국 가는 동안 계속해서 내 말 상대를 해준 바넷사였다.

    우리 바넷사도 은근히 성격이 둥글어졌다니까. 이것도 사도 임명의 효과려나?

    "응? 레이첼 누님은?"

    펠리시아와의 관계가 평소보다 빨리 끝났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성에 출발한 시간이 평소보다 늦었었기 때문에 저택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방에서 재빨리 샤워를 마치고 식당으로 들어서자, 거기에는 이미 다들 모여있었다. 단, 레이첼 누님만 제외하고.

    "네? 당신, 같이 있었던 게 아닌가요?"

    그리고 내 질문에 마틸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해줬다.

    역시나. 역시 레이첼 누님과 내가 같이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 거였어.

    잠깐만. 그럼 레이첼 누님은 대체 왜…?

    "아니. 혼자있고 싶다고 그러던데."

    "음? 갑자기 말인가?"

    "응. 너희랑 얘기 끝나고 돌아오자마자."

    다 같이 얘기할 때도 역시나 뭔가 이상한 낌새는 보이지 않았던 건지, 다들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 한 명. 사라만 빼고.

    "…그럼 그거 아니야?"

    "응? 그거라니?"

    "레이첼씨, 임기응변 같은 거에 약한 것 같으니까. 혼자서 열심히 첫날밤을 대비해서…."

    "잠깐만 기다려."

    사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황급히 손을 들어서 일단 그 말을 막았다.

    아니. 사라의 논리가 이상하다는 건 아니다.

    애초에 레이첼 누님이 혼자 몰래 연습을 하고 있다는 걸 나한테 알려준 것도 사라다.

    그러니 레이첼 누님이 임기응변에 약하다는 사실을 눈치 빠른 사라가 알고 있어도 이상할 건 전혀 없다.

    그리고 어제도 열심히 연습한 티가 나는 플레이로 날 즐겁게 해주신 레이첼 누님이니, 첫날밤을 대비해서 미리 준비할 생각을 하시는 것도 전혀 이상한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난 지금 그걸 지적하려고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첫날밤이라니?"

    "바보. 그럼 우리가 저녁까지만 단둘이 있으라고 했겠어? 모처럼 이사까지 온 거니까, 당연히 하룻밤은 양보했지."

    내 물음에, 사라는 살짝 입술을 삐죽이면서 그렇게 대답해줬다.

    즉, 다시 말해서, 레이첼 누님이 나와의 첫날밤을 열심히 준비하는 사이에, 나는 펠리시아랑 섹스하고 온 거라고?

    아니. 어쩐지 성에 가자고 했을 때 바넷사랑 실비아의 태도가 묘하더라니!

    너희 오늘 밤에 내가 레이첼 누님이랑 같이 잘 거라는 거 알고 그런 거였냐?! 좀 말해달라고!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바넷사를 쳐다봤지만, 정작 그 바넷사는 ‘그러니까 제가 확인했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확실히 그랬지만! 게다가 레이첼 누님의 언급까지 콕 짚어서 하면서!

    그래도 좀 더 확실히 사정 설명을 해주면서 말렸어도 괜찮았잖아!

    아니. 그야 넌 레이첼 누님이 오늘 밤을 대비해서 준비하기 위해 혼자 있는 거라는 사정까지는 몰랐겠지만 말이야!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레이아가 내게 다가와서는 가슴팍에 가볍게 코를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는 딱 한 마디만 내뱉으셨다.

    "…어머."

    라고.

    역시 천사님. 이 상황을 한 마디로 완벽하게 요약해 주셨네요.

    네. 맞아요. 저 쓰레기 됐어요.

    "미안해요. 조금 늦었나요?"

    그리고 그런 완벽한 타이밍에, 오늘 밤의 주인공께서 등장하셨다.

    "누님. 보고 싶었어요!"

    "넷?! 꺄악! 구, 구원아?!"

    크헉! 누님이 내 돌발행동에도 존댓말을 안 하셨어! 대체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신 거야?!

    "아, 미안. 반가워서."

    "하읏…후훗. 몇 시간이나 못 봤다고 그러는 거니?"

    누님은 내 말에 살짝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셨지만, 이내 표정을 다잡고 누님의 여유를 보이며 내 코끝을 손끝으로 톡하고 두드려줬다.

    그 너무나도 누님다운 태도에, 디아나가 자신의 위치에 위협을 느꼈는지 움찔하고 몸을 떨었을 정도였다.

    아니. 디아나야. 차라리 레이아면 또 모를까 넌 위협 느낄 필요가 전혀…크흠! 크흠!

    다른 때 같았으면 아예 입 밖으로 내뱉에서 디아나를 놀려봤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실비아씨가 안 보이네요?"

    곧바로 레이첼 누님이 2차 공습을 날리셨기 때문이다.

    "네?! 아, 실비아요?! 실비아는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성에 갔어요!"

    "어머, 누구랑 갔을까?"

    "사라야?!"

    평소에 장난치던 거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오늘은 좀 봐줘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정수왕김정수 // 부상 정도나 치유 마법의 수준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너무 심각한 부상은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자세한 설명은 다른 분이 댓글로 해주셨네요.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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