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771화 (755/1,205)
  • <-- 펠리시아의 본심? -->

    "응흣……."

    나는 허리를 몇 번 더 앞뒤로 움직여 물건 안에 남아있는 정액을 완전히 빼낸 후, 엎드려 누워있는 펠리시아의 엉덩이에 물건 끝에 살짝 고여있는 정액까지 마저 닦아냈다.

    아니. 딱히 막 다루려고 이러는 게 아니고, 얘는 정액이 필요한 몸이니까 한 방울이라도 더 주려고 이러는 거야.

    …그러고보니 피부로도 흡수하는 걸 확인한 우리 천사님과는 달리, 얘는 피부로도 흡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건가.

    뭐,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서큐버스인데 설마 구미호가 하는 걸 못하겠어.

    일단 구미호는 전쟁신 소속이고, 서큐버스는 여신님 소속인데.

    아무튼 내가 이러는 사이에도 거의 조건반사 수준으로 엉덩이를 한차례 바르르 떤 것 말고는 반응이 없는 펠리시아를 내려다보며, 아무리 상대가 펠리시아라고 할지라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야. 진짜 괜찮냐?"

    일단 유일하게 반응이 있었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말해봤지만, 물론 이번에도 펠리시아의 반응은 없었다.

    말랑말랑한 게 상당히 기분 좋…아니. 이게 아니지. 이거 어쩌면 좋지.

    아무리 펠리시아가 해달라는 대로 해준 거라고는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고 가버리는 건 착한 내 양심이 허락해주지 않는데.

    펠리시아의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나는 천천히 생각에…헛?! 내, 내 손이 왜 아직도 거기에?!

    젠장. 중독되는 감촉의 이 엉덩이가 나쁜 거야.

    뭐,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진짜로 어쩌지?

    우선 제대로 위를 보고 눕도록 뒤집어 놓을까. 이대로 내버려 두면 숨쉬기도 곤란할 테니까.

    여전히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있는 펠리시아를 보며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곧장 펠리시아의 몸을 뒤집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베개까지 같이 딸려왔다.

    마치 펠리시아의 얼굴에 베개가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뭐, 진짜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펠리시아가 양손으로 베개를 붙잡은 채 놓지 않은 것뿐이지만.

    "…아직 살만한가 보네?"

    위를 보고 똑바로 누워있지만 얼굴은 베개에 가려진, 왠지 낯이 익은 광경을 보며 나는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런 상태면서 아직도 자신의 녹아내린 표정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지는 남아있다니.

    역시 공주님의 프라이드는 강하다는 걸까?

    뭐, 평소에 이 정도는 되니까, 그 사라마저도 얘가 무릎 꿇고 부탁하는 걸 보고 나와의 관계를 허락해 주게 된 거겠지만.

    "…이게 살만한 것처럼 보여?"

    아무튼 펠리시아는 얼굴을 베개로 가린 채, 평소보다 확실히 힘이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죽는 줄 알았어. 설마 실비아가 했던 말이 허풍이 아니었다니."

    …실비아야. 너 대체 평소에 펠리시아랑 어떤 대화를 나누는 거냐.

    설마 펠리시아한테도 나랑 하다 죽을 뻔 했다느니 하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

    "정말, 자기는 여자를 너무 막 다룬다니까."

    "아니. 네가 이렇게 해달라고 했잖아."

    "그래도 조금 더 섬세하게 다뤄줘도 괜찮잖아. 자기 다른 여자들한테도…아니. 지금 건 잊어줘. 대답하지 않아도 돼."

    목소리에 힘이 없는 걸 제외하면 일단 말투는 평상시나 다름없었던 펠리시아였지만, 마지막에 말을 얼버무릴 때만큼은 살짝 우울한 기색이 담긴 것처럼 보였다.

    내가 섹스를 하는 여자라고는 펠리시아를 제외하면 내 여자들밖에 없으니까.

    다른 여자라고 하면 당연히 내 여자들을 말하는 거고, 내가 우리 애들한테까지 이런 난폭한 짓을 할 리가 없다.

    즉, 이렇게까지 막 다루는 건 자신뿐이다.

    그런 생각에 살짝 우울해진 모양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조금 의외네.

    얘가 고작 이런 걸로 조금이라고는 하지만 우울한 기색을 내비치다니.

    내가 생각하는 펠리시아는 섹스는 일단 기분만 좋으면 나머지는 전부 필요 없는 여자고, 연애 감정 같은 것도 평생 가져본 적 없는 여자다. 아니. 연애의 필요성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여자다.

    그러니까 고작 이런 걸로 우울해할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이런 반응은 평범한 사람처럼 연애 감정도 가지고 있고 해야 나올만한 반응이…어?! 자, 잠깐만. 설마 최근 들어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든가?

    아니. 확실히 내가 사랑이 담긴 섹스가 제일 기분 좋다는 주장을 계속 설파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펠리시아가….

    잠깐만. 그러고 보니 나, 극히 최근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던가?

    날 좋아할 거라고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못 했던 애가 알고 보니 날 좋아하고 있었고, 선입관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날 제외한 주변 사람들은 전부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던 경험이.

    …어?! 어?! 아니. 진짜로 잠깐만. 이렇게 생각하니까, 지금까지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펠리시아의 행동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기 시작하는데?

    아니. 진짜로 의외로 말이 된다고.

    "당연히 너한테만 이러지. 난 내 여자는 소중히 대해준다고."

    침착해. 침착하자.

    뭔가 전부 말이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 역시도 내 잘못된 선입관이 불러온 착각일지도 모르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뿐일지도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우선, 떠보자.

    "…그렇게 나온다는 거지."

    모르겠다.

    내 말에 충격받은 것처럼도 들리고, 그냥 단순히 내가 되받아친 것에 장난기가 발동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젠장. 이거 난이도가 너무 높잖아?!

    선입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 앨리시아의 속마음마저 제대로 눈치를 못 챘던 나라고.

    그런데 내가 아는 한 포커페이스로는 그 바넷사조차도 제치고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펠리시아다.

    그런 펠리시아가 작정하고 숨기려고 하고 있는 속마음을 읽어내라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아니. 애초에 진짜 숨기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도 모르는 거니까 더 헷갈려.

    내가 자기를 떠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펠리시아는, 말하는 사이에 조금 표정 관리를 할 수 있게 된 건지 얼굴을 덮고 있던 베개를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는 숨을 조금 골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쾌감의 여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떨리고 있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렇게 침대에 앉아서 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펠리시아는 평소와 같은 요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만, 그 미소는 평소와는 달리 장난기보다는 살짝 진지함이 엿보이는 표정이었다.

    "자기."

    뭐, 뭐지? 설마 내가 자길 떠봤다는 걸 눈치챈 건가?

    안 그래도 정치를 하는 애고, 얘는 그중에서도 특히 엄청난 모양이니까.

    디아나마저 재능이 있다고 칭찬을 했을 정도로.

    그러니까 방금 전에 내가 보였던 태도만 보고도, 내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눈치를 챈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을 눈치채고 이런 표정을 짓는다는 건 설마…야. 잠깐만. 곤란하다고.

    앨리시아를 차고도 그렇게 어색했는데,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계속 몸을 섞어야 하는 널 차버리면 나중에 섹스할 때마다 어색해서 어떻게….

    "으읍?!"

    내가 그렇게 딴생각을 하느라 잠깐 시야가 좁아진 사이에, 펠리시아는 내 가슴에 살며시 손을 얹고 상체를 내게 기대는 자세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펠리시아의 얼굴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내가 눈치챈 순간, 그 입술은 이미 내 입술에 맞닿아있었다.

    게다가 펠리시아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 매혹적인 입술 사이에서 혀가 내밀어져 내 입안으로 들어오려고까지 했다.

    안 그래도 펠리시아가 실은 날 좋아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기습 키스까지 당해버려서 한순간 사고가 정지해버렸던 나였지만, 매끈매끈한 혀의 감촉이 느껴진 순간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뺀 덕분에 간신히 딥키스만큼은 막을 수 있었다.

    "너,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응? 키스잖아? 왜 그래, 자기? 키스 처음 해보는 사람처럼. 뭐야? 혹시 일부러 그러는 거야? 갭에서 나오는 매력을 노린다든가?"

    그리고 여전히 머릿속이 새하얘진 상태로 항의하는 내게, 펠리시아는 평소대로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바, 그럴 리가 없잖아?! 무슨 생각으로 갑자기 키스하는 거냐고 묻고 있는 거야!"

    "어머, 자기도 참. 벌써 잊었어? 자기가 그렇게 애원해놓고는. 약속대로, 만족했으니까 키스해준 거잖아. 아니면 뭐야? 혹시 내가 다른 이유로 키스라도 했을까 봐 걱정했어?"

    이, 이 녀석! 역시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잖아?!

    게다가 알고서 오히려 그걸 장난의 구실로 삼아서 이런 짓을 해?!

    "아니. 그러니까 그거는! 아오! 너 진짜!"

    "아하핫. 이제 소중한 자기 여자들한테 거짓말하게 생겼네?"

    내가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혼자 열을 내고 있자, 펠리시아는 요염하게 자기 입술을 혀로 한 번 핥고는 재미있다는 듯 웃어댔다.

    너 내가 아까 한 그 말 때문에 이런 거였냐?!

    아니. 생각해 보니 떠보겠다는 이유로 내가 좀 심한 말을 한 건 맞지만!

    이게 어쩐지 안 어울리게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싶었더니!

    내 순진무구한 마음을 가지고 놀았어!

    아니. 그 상황에서 진짜로 날 좋아한다고 했으면 그건 그것대로 엄청 곤란했겠지만!

    "그렇게 화내지 마. 나같이 예쁜 여자가 키스해줬으니까 자랑하고 다닐 일 아니야?"

    "자랑하고 다닐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방금 너 스스로 내 여자들한테 거짓말하게 생겼다고 말한 주제에, 이 무슨 뻔뻔한 소리를!

    "어머, 그래? 그래도 공주의 첫 키스 상대라는 건 상당한 자랑거리라고 생각하는데."

    "첫…너 그런 건 좀 소중하게 간직해두라고!"

    "아하핫. 혼나버렸다. 상관없잖아. 닳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간직해둬봤자 쓸 일도 없을 거고."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거라고!"

    "그 정도는 나도 안다니까. 자기도 참 친절하다니까. 그렇게나 걱정해주는 거야?"

    "그래…으, 응? 아니! 난 지금 화내고 있는 거라고!"

    어째서 이런 말을 하고 있게 된 거지?!

    젠장. 안 그래도 상대하기 힘든 녀석인데 머리까지 혼란스러우니까 더 상대하기 힘들어!

    완전히 가지고 놀아지는 느낌이잖아!

    "무서워라. 으응…그럼 아까 자기가 나한테 심한 말을 한 대가라는 걸로. 이걸로 서로 비긴 거다?"

    큭. 젠장. 실제로 내가 먼저 심한 말을 한 건 맞으니까 뭐라고 할 말이 없잖아.

    "정말…."

    내가 뭐라고 반박은 못 하고 인상만 찌푸리고 있자, 펠리시아는 곤란한 듯 눈썹을 가볍게 찌푸리며 애매한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몸을 숙였다.

    "아음…할짝. 할짝."

    그리고는 내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어서, 정액과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내 물건을 혀로 핥아주기 시작했다.

    방금 전 소동으로 완전히 물건이 죽어버려서 그냥은 핥기 힘들 텐데도, 마치 봉사하는 느낌을 강조하듯이 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고개만 움직여가면서 열심히.

    얼굴을 푹 숙이고 있어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 이상으로 정성이 느껴지는 그 동작은 마치 내게 너무 심한 장난을 친 걸 사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쪽. 미안해.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

    그리고 정성스레 빨아서 내 물건을 완전히 깨끗하게 만들어준 후, 고개를 들어 사과하는 펠리시아.

    입꼬리를 올리고 있어서 언뜻 보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살짝 풀이 죽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네가 먼저 이렇게 사과까지 해버리면, 먼저 심한 말을 해놓고 꽁해있는 내가 완전히 나쁜 놈이 되어버리잖아.

    펠리시아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이번엔 나도 당해줄 수밖에 없었다.

    "화 안 났어. 네가 말한 대로 시작은 내가 먼저 했고. 서로 비긴 걸로 쳐야지."

    "아하핫. 실은 내 펠라가 기분 좋아서 화가 풀린 건 아니고? 자긴 너무 솔직하다니까."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마자, 펠리시아는 언제 풀 죽은 표정을 지었냐는 듯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방금 전 펠라로 다시 빳빳하게 서버린 내 물건을 손가락을 튕겨서 손끝으로 톡하고 가볍게 때렸다.

    역시나. 젠장. 하여간 이래서 정치하는 것들은.

    "하아. 아무튼 그럼 오늘은 이제 만족한 거지?"

    "응. 이 이상 하면 정말로 어떻게 될지 살짝 무서워질 정도로. 그만큼 궁금하기도 하지만…."

    "됐네요. 공주 살해의 죄를 짊어지기는 싫거든."

    "아하핫. 그야 그런가. 응. 그럼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네. 잘 가. 미안해. 오늘은 멀리까지 배웅은 못 해주겠어."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 걸 어필하듯, 펠리시아는 침대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는 그렇게 말하며 간신히 손만을 들어서 흔들었다.

    저렇게 몸에 힘이 안 들어가면서 용케 방금 전 키스나 펠라는 제대로 했네.

    아니. 그보다 아쉬운 거냐. 넌 대체 얼마나…아니다. 됐다. 말을 말아야지.

    "그래. 실비아는? 이번엔 둘이 할 말 같은 거 없는 거야?"

    "앗, 그렇네. 응…자기 내일 당장 던전에 가거나 하지는 않을 거지?"

    내 말에, 펠리시아는 살짝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뜬금없이 그런 질문을 던졌다.

    "응? 그야 그런데."

    "그럼 실비아는 내일 돌려보내도 돼? 조금 할 얘기가 있는데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

    "안 잡아먹을 테니까."

    "아직 아무 말 안 했거든."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전에 실비아랑 가위 치기 하던 장면을 보인 걸 얘도 은근히 신경 쓰고 있는 건가?

    그땐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였었는데 말이야.

    "아무튼 그럼 그래라. 실비아한테는 내가 말해줄게. 잘 있어라."

    "응. 나중에 또 봐. 다음에는 지각하지 말고."

    침대에서 살랑살랑 요염하게 손을 흔드는 펠리시아을 뒤로 하고, 나는 벗었던 옷을 챙겨입은 후 방을 나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