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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61화 (745/1,205)
  • <-- 천사님의 분노? -->

    "흑흑. 이제 장가도 못 가는 몸이 되어버렸어."

    다음 날 아침.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소소하게나마 복수하기 위해, 나는 일어나자마자 장난부터 쳐봤다.

    뭐, 사실 복수는 덤이고, 그냥 천사님이 곤란해하시는 얼굴이 보고 싶었던 것뿐이지만.

    우리 천사님은 곤란해하시는 얼굴조차도 매력적이시니까.

    "네? 구원씨, 저랑 결혼 안 해주실 건가요?"

    그리고 천사님은 내 말을 듣고 나서 역시나 곤란한 표정을 지으셨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지금 당장 할까?!"

    크흑. 설마 이런 식으로 받아치실 줄이야. 역시 천사님밖에 없습니다!

    나는 천사님의 천사다움을 새삼 깨달으며 온몸을 떨었다.

    "어머, 후훗. 싫어요."

    그리고 천사님은 그런 날 보고 쿡쿡 웃으면서, 내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셨다.

    ……어? 처, 천사님?

    "아, 아앗! 이런 프러포즈가요! 이런 분위기 없는 프러포즈가 싫다는 의미였어요! 결혼이 싫다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아 주세요! 자, 여, 여기요…! 진정해주세요."

    아마 내가 지금껏 한 적 없는 엄청난 표정을 지었던 거겠지.

    장난기 넘치게 대답했던 레이아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손과 귀와 꼬리를 파닥거리면서 당황하더니, 내 손을 붙잡아 자신의 커다란 가슴에 가져다 대고 주물거리며 황급히 진정시키려 했다.

    …설마 천사님이 본인의 가슴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시다니.

    아니.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이걸로 진정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나에 대한 취급이 은근히 너무하지 않으세요?

    뭐, 진정했지만. 후우. 힐링된다.

    "아응! 읏!"

    "…엄청 놀랐네. 너무 놀라서 내 아들까지 잠깐 죽어버릴 정도였어."

    나는 두 손에 가득 차고도 넘치는 가슴을 마음껏 주물럭거리는 것으로, 잠깐 죽어버렸던 내 아들의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여느 때처럼 내 아들은 레이아의 안에 들어가 있는 중이었다.

    레이아의 안에 있으면서 힘을 잃다니. 이거 엄청난 일이라고.

    "죄, 죄송해요. 도, 도와드릴까요?"

    레이아도 그걸 아는지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하고는, 의도적으로 음부를 꾸욱꾸욱 조여서 내 아들을 무럭무럭 성장시켰다.

    천사님. 너무 야하신 거 아니에요?

    덕분에 제 아들이 완전히 부활했지만요.

    "하지만 그런가. 레이아도 프러포즈는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저도 여자인걸요. 멋진 프러포즈에 대한 동경은 물론 있어요. 으응. 어쩌면 남들 이상으로 강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믿고 있으니까요. 구원씨라면 분명 멋진 프러포즈를 해주실 거라고."

    "…지금 은근히 허들을 높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인데."

    이거 절대 내 기분 탓이 아니지?

    "후훗. 열심히 생각해주세요. 정말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네. 노력하겠습니다."

    응. 역시 기분 탓이 아니야.

    뭐, 아무리 천사님이라도 여자니까. 프러포즈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하지만.

    하지만 그런가. 아무리 우리 사이라도, 프러포즈를 잘못하면 까일 수도 있는 건가.

    왠지 괜히 더 긴장되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당장 프러포즈를 할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건 그렇고, 오늘은 레이아도 엄청 일찍 눈을 떴네."

    아무튼 장난스런 대화를 일단락하고, 나는 대화의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실은 레이아뿐만 아니라 나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사실 지금은 아침보다는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네에. 조금…."

    그리고 내 말에, 레이아가 곤란한 표정으로 애매모호하게 대답을 했다.

    응.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실은 나도 자기 스스로 말해놓고도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아직도 욕조에 있었으니까.

    어젯밤은 결국 끝까지 욕조 안에서 몸을 섞다가, 그대로 잠까지 들어버렸다.

    그사이에 욕조를 채우고 있던 거품은 꺼져서 젖은 몸이 그대로 드러나는 바람에 조금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뭐, 내내 힐링 섹스가 발동 중이었으니까 감기에 걸리거나 할 일은 없겠지만.

    "…우선, 침대에 갈까요?"

    "아, 아니! 그게 말이지! 일단 몸부터 다시 씻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것뿐인가요?"

    거품이 꺼졌다고 해서 몸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건 아니니, 다시 한번 차분히 몸을 씻는 게 좋잖아?

    그런 의미로 한 말이었지만, 레이아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살짝 장난기 있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렇게 되물었다.

    이, 이 반응은 설마….

    "으, 응…?"

    "괜찮아요.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는걸요."

    …그야 그렇겠죠.

    아무래도 내가 의도적으로 밤새 욕조에서만 있었던 것까지, 레이아는 전부 눈치를 채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였다.

    몸을 씻어도 내 몸에 남은 다른 여자의 냄새를 맡으시는 천사님이,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 침대에 있었던 레이첼 누님의 냄새를 맡지 못하실 리가 없지.

    "아니. 그래도 침대는 가지 말자. 모처럼 덮어쓴 레이아의 냄새에 다시 레이첼 누님의 냄새가 섞일지도 모를 일이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레이아의 제안을 거절했다.

    괜찮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물론 어젯밤에 벌을 주는 와중에조차도 화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본인 입으로 질투한다고 얘기도 하셨으면서.

    지금 이렇게 괜찮다고 말해준다고 해서, 그냥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침대에 가는 건 멍청한 짓이다.

    물론 나로선 레이첼 누님의 냄새가 싫은 건 아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건 레이첼 누님이 아니라 레이아다.

    적어도 상대방과 단둘이 있을 때는, 눈앞의 여자에게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나름 하렘 상태를 유지하면서 얻은 교훈이었다.

    "어머, 으응…. 우선 같이 씻을까요?"

    그런 날 보면서 레이아는 싫지 않은 표정으로 뺨을 붉히고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할 말이 남은 것 같은 표정으로 애매모호하게 말을 흐리더니 우선 타협안을 내놨다.

    그래서 레이아와 나는 다시 한번 욕조를 거품으로 채우고, 서로의 몸을 씻겨줬다.

    레이아의 안에 있던 아들의 부활 의식까지 치른 후에 다시 서로의 몸을 매만지려니 저도 모르게 그런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으응…."

    게다가 무슨 일인지, 레이아는 힐끔힐끔 내 표정을 엿보면서 내 물건을 필요 이상으로 정성스레 씻겨주기까지 했다.

    아니. 이건 씻겨준다고 할까…누가 봐도 흥분을 부추기는 거지?

    거의 대딸 수준으로 손이 움직이고 있는데.

    "레이아. 씻기 전에…."

    "아, 안 돼요."

    "네…."

    레이아의 의도를 확실히 인지한 나는 곧바로 레이아에게 들이대려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레이아는 내 말을 듣자마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거절했다.

    뭐, 뭐지? 신종의 고문인가? 벌은 어젯밤에 끝난 거 아니었어?

    결국 나중에는 제대로 나도 움직이면서 섹스를 하기도 했으니까, 벌은 진작에 끝난 줄 알았는데?

    잠깐 그런 생각까지 한 나였지만, 물론 그런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레이아 누님이 곧바로 자극하고 있던 내 물건에서 손을 떼고, 평범하게 씻겨주기 시작했거든.

    아니. 평범하달까…오히려 그 이후부터는 너무 성적인 자극이 없어서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후훗. 깨끗이 씻었네요."

    "…응. 그러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우리는 정말로 서로의 몸을 씻겨주기만 하고 욕조를 나오게 됐다.

    덕분에 내 정신력은 상당히 소모된 상태였다.

    아니. 물론 천사님과 서로 몸을 씻겨주는 건 행복하기 그지없었지만 말이야.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그 행복감을 완전히 만끽할 수 없었다고 할까.

    대체 방금 전 그 일련의 행동들은 어떤 의미였던 거지?

    "응. 멋있으세요."

    레이아도 내 표정이 살짝 미묘한 걸 충분히 느끼고 있을 텐데도, 어째선지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수건으로 정성스레 내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손수 내 옷을 입혀주기까지 한 후, 옷차림을 정돈시켜주며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헤헷. 감사합니다."

    너 방금 전까지 미묘한 기분으로 있지 않았냐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우리 천사님이 아침에 남편 배웅하는 아내처럼 이렇게 행동하며 멋있다고까지 말해줬는데, 대체 어떤 놈이 이런 미소를 안 짓고 버티겠어.

    …어? 잠깐만. 배웅?

    "아직, 식사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네요."

    "응. 그러네."

    "전 괜찮아요. 다녀오세요."

    그리고 내 옷단장을 마친 천사님은, 정말 별거 아니라는 듯 자연스러운 말투로 그런 말을 해왔다.

    "레이아?"

    "빨리 안 가시면 늦지 않을까요? 분명 레이첼씨는 이른 아침부터 일을 가시는 거였죠?"

    역시나.

    레이아는 내가 오늘 유달리 일찍 일어난 이유까지도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 실은 내가 오늘 평소보다도 더 일찍 눈을 뜬 이유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내가 정말로 욕조에서 자는 게 불편해서 일찍 눈을 떴을 리가 없잖아. 이래 봬도 던전에서도 며칠씩 자고 오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날 너무 잘 알고 있는 레이아가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가. 그럼 아까 씻겨주면서 그런 행동을 한 것도 그런 이유였던 건가.

    날 자극해서 또다시 섹스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면, 내가 순순히 레이첼 누님과의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내가 진짜로 다시 섹스하려고 드니까 당황한 거고.

    하여간 우리 천사님은 대체 어디까지 천사님인 거야?

    "아니. 괜찮아."

    하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며 레이아의 감사하기 그지없는 배웅을 거절했다.

    확실히 마음 한구석에 레이첼 누님이 신경 쓰여서 눈이 일찍 떠진 건 맞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레이아의 곁을 떠나서 레이첼 누님에게 가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어제 늦게 와서 레이아와의 밤이 짧아졌는데, 아침의 노닥노닥거리는 것까지 일찍 끝내버리는 건 너무하잖아.

    천사님의 착한 마음씨를 너무 이용해 먹는 행위라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은 레이아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레이첼 누님께는 미안하지만, 이따가 낮에라도 찾아가서 사정 설명을 하자.

    "안 돼요. 다녀오세요. 기절한 걸 그대로 데려오신 거잖아요? 분명 눈을 떴을 때 곁에 구원씨가 없으면 당황할 거예요."

    하지만 그런 내 결의가 무색하게도, 레이아는 살짝 어린애를 타이르는 것 같은 말투까지 사용해가며 그렇게 말을 했다.

    "아니.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에요. 레이첼씨에게 못 할 짓이라고요. 게다가 이건 제 계산도 깔려있는 행동이니까요. 구원씨는 꼭 가주셔야 해요."

    "계산이라니?"

    "그렇지만, 지금 보내주면 구원씨는 제게 더 빚진 기분이 되잖아요? 그리고 질투심이 강한 다른 분들보다 이렇게 너그러운 태도를 보여주면, 점수도 많이 따게 될 거고요."

    그렇게 말하면서, 천사님은 한쪽 입꼬리만을 올리며 어색하게 미소 지으셨다.

    …혹시 사악한 웃음을 지으려고 하신 건가?

    너무 안 어울리고 어색한 게 티가 나서 되레 귀엽기만 한데.

    "아니. 순위 경쟁이 아니니까 점수고 뭐고 없다고 생각하는데."

    게다가 정말로 그런 걸 계산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 굳이 입 밖으로 내서 제게 알려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다 천사 같아서, 나는 눈앞의 천사님이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가 없었다.

    "구원씨가 모를 뿐인걸요. 여자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있다고요."

    내 흐뭇한 표정을 보고 내가 지금 레이아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치챈 듯, 레이아는 어색하게 짓고 있던 사악한 웃음을 지우고는 살짝 토라진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말이야, 그런 논리라면 이렇게 점수를 따도 다른 애들한테 말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거 아니야?

    이런 걸 다른 애들한테 자랑삼아 떠벌릴 성격도 아니면서.

    "애초에 질투하는 모습보다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줘서 점수를 딴다니. 내가 어차피 레이아는 용서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또 어젯밤 같은 일을 벌이면 어쩌려고."

    "네? 그러지 않으실 거잖아요?"

    그리고 이어지는 내 말에, 레이아는 당연한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반박했다.

    그 너무나도 올곧은 믿음에, 나는 그만 정화되어 사라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천사님이 너무 천사님이셔.

    "아무튼 그러니까요. 제가 점수를 따기 위해서, 구원씨는 지금부터 레이첼씨한테 가주셔야 해요."

    천사님. 논리가 엉망진창이에요.

    "싫어."

    "네?! 하, 하지만 그러면 레이첼씨가 너무…."

    물론, 나는 천사님의 부탁 아닌 부탁을 딱 잘라 거절했다.

    설마 이렇게 말했는데도 내가 거절할 줄은 몰랐는지, 레이아는 화들짝 놀라서는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천사님. 레이첼 누님을 생각하는 그 천사 같은 본심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레이아. 같이 노닥거려야 할 시간에 이런 얘기를 해서 정말 미안한데, 사정이 있어서 지금부터 잠깐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아. 그러니까 평소보다 조금 이르지만 나가봐도 될까? 정말 미안해. 이 빚은 나중에 꼭 갚을게."

    그러고 나서 이번엔 내가 레이아에게 제대로 부탁을 했다.

    이왕 빚을 지울 거면, 레이아가 말해서 그러는 것보다 내가 부탁해서 그렇게 되는 게 더 깔끔하잖아?

    정말이라고. 정말 이러려고 거절한 거라고.

    결코 아까 천사님이 결혼을 거절하신 걸 복수하려고 이런 게 아니야.

    "후훗. 네. 사정이 있다니 어쩔 수 없네요. 구원씨, 저한테 빚진 거니까요?"

    레이아도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해준 듯,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얘기해주셨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 드렸던 연참은 3시에 올리겠습니다.

    아직 조금 덜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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