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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57화 (74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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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초보의 오해

    "죄송합니다!"

    레이아가 내뱉은 말을 뇌가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내 입에서는 이미 사과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상하다. 난 분명 지금 욕조 안에서 따뜻한 물과 비누 거품에 잠겨있는데, 왜 온몸에 닭살이 돋고 있는 걸까?

    "앗……."

    그리고 그런 내 반응을 보면서, 레이아도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아무래도 레이아 역시도 무심코 입밖에 내뱉은 것뿐, 뭔가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무심코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게 더 무섭지만.

    "후후훗. 괘, 괜찮아요. 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걸요?"

    하지만 역시나 천사님은 천사님이라, 레이아는 내 입술에서 바넷사의 향을 맡고도 오히려 날 안심시켜 주려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해줬다.

    "뭐? 그, 그게 무슨…?"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요. 괜히 제가 한 말 때문에 너무 바쁘게 움직이신 건 아니죠? 라고. 바넷사씨와 그럴 시간이 있었다는 건, 전혀 바쁘지 않으셨다는…."

    "히이이익!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그리고 아마 날 달래주려는 의도로 한 것일 레이아의 말은, 내게 더더욱 커다란 공포심을 심어줬다.

    무서워! 저렇게 생각하면서 화를 안 내고 있는 게 오히려 더 무서워!

    겉으로만 화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뿐, 실은 엄청나게 화나서 돌려 말하면서 압박하는 거 아니야?!

    아니. 그야 물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사님이니까 그냥 본심일 수도 있지만…그래도…!

    "으응…정마알…."

    그런 내 반응에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내가 들어와 있는 욕조에 천천히 들어왔다.

    한 발. 그리고 나머지 한 발.

    두 발을 차례차례 거품 속에 담그고, 레이아는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렇게 내 어깨를 짚어서 위에서부터 날 덮치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한 레이아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잠깐동안 날 내려다보더니, 이내 팔을 스르르 내 목에 감으며 내 머리를 자신의 가슴 쪽에 끌어안아 줬다.

    "진정해요. 구원씨. 괜찮아요. 괜찮으니까요. 전 화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내게 밀착시키듯 기대고는, 내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천사 같은 목소리로 날 달래주는 레이아.

    방금 전에 레이아가 가슴이 엄청나게 강조되는 자세를 취했음에도 그 가슴에 시선을 못 줄 정도로 공포에 빠져있었던 나였지만, 천사님의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는 그런 나조차도 간단하게 진정시키는 마력이 있었다.

    그야말로 엔젤 보이스.

    …뭐, 애초에 내가 공포에 빠진 것도 천사님 목소리 때문이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레이아에게 안겨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지며 뺨으로는 레이아의 부드러운 가슴 감촉을 맛보자, 나는 미친 듯이 뛰던 심장박동이 점점 차분해지는 걸 스스로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화 안 났어?"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허용 범위를 한참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는데.

    대체 우리 천사님은 얼마나 마음이 넓은 거야?

    "그럼요. 정말이에요. 질투는 나지만요. 그것도 무척, 무척이나."

    그리고 내가 살짝 안심한 틈을 타서, 또다시 우리 천사님께서 소름 끼치는 말을 내뱉으셨다.

    아니. 목소리 자체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엔젤 보이스였지만 말이야.

    그냥 내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 손에도 미묘하게 힘이 들어가신 것 같은….

    "죄소…으읍!"

    나는 다시 한번 사과를 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레이아가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으로 밀어붙여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니까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질투 같은 건 언제나 하는걸요?"

    "뭐? 하지만…."

    내가 그 커다란 가슴에 파묻힌 얼굴을 간신히 들고 반문하려 하자, 레이아는 쑥스럽다는 듯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도 평범한 사람인걸요. 질투는 언제나 해요. 제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여성분들과 공유하는 사이인걸요. 사라씨와 친구처럼 친하게 말을 주고받으실 때도, 디아나씨와 장난을 치실 때도, 항상 실비아씨를 끌어안고 있으려고 하실 때도, 마틸다 추기경님이 달라붙으실 때도, 저택에 있을 때나 밖에 일이 있을 때 언제나 바넷사씨가 붙어 있는 것도 전부 질투해요. 물론 이번에는 특별히 더 질투하게 됐지만요. 하지만…."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고나서 잠깐 말을 멈추고는, 날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구원씨는 제 요구를 들어주려 열심히 노력했고, 저희는 지금 이렇게 단둘이서 끌어안고 있는걸요. 모처럼의 둘만의 시간을 화내면서 보내버리고 싶지 않아요. 전 구원씨와 단둘이 보낸 시간은 전부 행복한 기억들로만 간직하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레이아는 내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아까 사라한테 맞았던 곳이었고 여전히 치료도 안 된 상태였지만, 레이아의 키스는 입술에 힐링 마법이라도 건 건지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처, 천사님…어쩜 이렇게…어쩜 이렇게 천사 같을 수가.

    레이아의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오직 그런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천사님과의 밤을 눈앞에 두고 내가 대체 무슨 짓을…앞으로 천사님에게 더! 더 잘해주지 않으면!

    "하지만 레이아. 질투하고 화가 날 땐 그런 감정을 표출해도 된다고? 나도 물론 레이아와 있는 시간은 행복한 기억들로만 장식하고 싶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마음에 담아두기만 하면 독이 된다고 하고. 그게…그런 식으로 서로 감정을 숨기다가 사이가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어본 적 있고."

    아까도 생각했지만, 레이아는 너무 마냥 천사 같아.

    조금 전에도 레이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천사였는데, 나 혼자 이러고도 화내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무섭다면서 떨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건…그리고 저희 사이가 소원해질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구원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하지만 레이아는 가끔 부정적인 감정도 표출해달라는 내 말을 듣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 표정이 무슨 말이냐면, 우리 천사님은 뼛속까지 천사라는 얘기다.

    "아니. 나도 물론 레이아에 대한 이 감정이 식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지만…."

    "으응…구원씨가 정 그러시다면…. 그럼 벌을 줄게요."

    레이아는 살짝 곤란한 표정으로 뭔가 생각하더니,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벌?"

    "네. 저희가 관계를…세, 섹스…섹스를 하기 전에, 제가 구원씨한테 벌을 줄 거예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레이아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부끄러워할 거면 굳이 고쳐 말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혹시 구미호 변신을 위한 그 말 때문에 일부러 익숙해지려고 말한 건가?

    하여간 우리 천사님도 너무 성실하다니까.

    "벌이라니, 어떤?"

    "제가 만족할 때까지 그 몸을 씻겨드릴 테니까, 구원씨는 그동안 가만히 있어야 하는 벌이에요.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으읍?!"

    레이아는 손으로 욕조의 거품을 살짝 퍼 올리더니, 그대로 내 입속에 자신의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마치 내 입안을 희롱하는 것처럼, 검지와 중지를 이리저리 움직여 내 혀를 가지고 놀았다.

    뭔가, 손가락하고 키스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여자들한테 한적은 상당히 많은 행위였지만, 내가 당하는 건 의외로 처음이었다.

    이런 기분이구나.

    "이렇게 혀를 구석구석…."

    게다가 레이아는 완벽하게 강약을 조절하며 손톱으로 내 혀를 살살 긁기까지 하면서, 키스로는 맛볼 수 없는 감각까지 내게 제공해줬다.

    그렇게 얼굴을 붉히고 열중하는 표정으로 내 혀를 가지고 노는 레이아.

    레이아의 취향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건지는 몰라도 어딘지 모르게 황홀하게까지 보이는 표정의 레이아였지만, 그래도 역시 천사님은 천사님이었다.

    "아앗! 호, 혹시 이 거품, 쓴가요?"

    내 혀를 가지고 놀던 레이아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문득 생각났다는 듯 그런 질문을 하며 미안한 표정으로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뭐, 그러면서도 손가락은 내 입에서 빼지 않으셨지만.

    "으음…!"

    혀를 레이아의 손가락에 잡혀 말을 못 하는 나는, 열심히 고개만 좌우로 흔들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나게 썼다. 애초에 거품 목욕제라는 게 먹으라고 만든 게 아니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건 벌이니까. 그 정도는 감내하기로 했다.

    쓰다고 하면 우리 착하디착하신 천사님은 또 바로 그만둬 버릴 테고.

    "다행이다."

    내 반응에 레이아는 빙긋하고 미소지어 보이더니, 내 몸에 밀착시킨 자신의 몸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목까지 감싸고 있던 그 가슴이 내 가슴팍에 짓눌릴 때까지 천천히 내려가더니, 다시 아까 같은 자세가 될 때까지 위로.

    마치 자신의 몸 전체가 스펀지가 된 것처럼, 내 몸에 자신의 몸을 맞대고 천천히 비벼주는 레이아.

    그 정신 나갈 것 같은 황홀한 감각에,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레이아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런 내 손을, 레이아의 꼬리 곧장 찰싹하고 쳐냈다.

    "으응…안 돼요. 말했죠? 제가 만족할 때까지, 구원씨는 가만히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제야, 나는 왜 이게 벌이 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상체는 물론, 다리까지 내 다리에 밀착시켜서 부드럽게 비벼주는 레이아.

    하지만 그 상태로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와중에도, 레이아는 다리를 적당한 넓이로 벌려서 결코 내 물건에 자신의 몸이 닿지 않도록 했다.

    물건을 최대한 빳빳하게 세워서 각도를 좁혀봐도, 그 음부와 엉덩이가 아슬아슬하게 내 물건에 닿지 않을 정도까지만 내려간 후 다시 몸을 위로 올려버리는 레이아.

    "드으음뿍. 이 냄새를 제 냄새로 덮어씌울 테니까요."

    그리고 마치 키스를 할 것처럼 얼굴을 내 얼굴에 바짝 가까이 가져온 후, 레이아는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 숨결이 내 입술을 간질이는 게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지만, 레이아는 내게 키스를 하지는 않았다.

    뭐, 애초에 자기 손가락이 내 입에 들어가 있으니, 이 상태로 키스를 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하지만 레이아는 그 대신 자신의 뺨을 내 뺨에 비벼댔다.

    마치 동물이 자신의 영역을 마킹하는 것처럼.

    아까도 그렇고 한참 전부터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말이야.

    레이아는 가끔 하는 행동이 얀…아니. 우리 천사님에 한해서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지만.

    방금 전에도 그렇게 자비롭게 날 용서해주셨는데,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지금 이것도 그거지. 수인족이니까 본능적으로 이런 식의 행동을 좋아하는 거겠지. 응.

    하지만 그건 그렇고, 오늘 내 행동을 돌이켜 생각해봐도 레이아 입장에서는 참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겨우 이 정도 벌로 넘어가 주신다니.

    그것도 내가 감정을 표출하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이것조차도 하지 않았을 거 아냐?

    역시 레이아는 천사, 아니. 천사가 레이아야.

    이 세계의 천사들이 전부 레이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나는 믿겠어.

    아니. 여신님의 진짜 모습이 레이아랑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나는 믿겠어.

    게임 오프닝 영상으로 여신님 모습 본 적 있지 않냐고?

    그게 언제적 얘긴데. 이젠 기억도 안 나. 우리 천사님 같이 생겼던가?

    "구원씨? 왜 그러세요? 힘드세요? 너무 힘드시면…그게…하, 한 손 정도는 엉덩이를…."

    내가 잠깐 천사님의 천사다움에 빠져서 멍하니 있자, 레이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크윽. 역시 천사님이야!

    "……으읍. 응. 아, 아뇨."

    엄청나게 갈등이 되기는 했지만, 나는 지은 죄의 벌을 받자고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레이아가 내 입에서 손가락을 꺼내더니,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딪쳐왔다.

    그리고 혀로 내 혀를 몇 번 핥더니, 금방 입술을 떼어내고는 날 빤히 바라봤다.

    "으응…음…구원씨."

    "응?"

    "역시 쓰잖아요. 거짓말을 하시다니 너무해요."

    "응? 아, 아니. 벌을 받는 거니까…."

    "그래도 거짓말은 너무해요."

    "아, 응. 미안."

    "아무리 착한 거짓말이라도, 앞으로는 절대 하시면 안 되니까요? 저한테는 전부 진실만 말해주세요."

    "네. 천사님."

    "정마알…그렇게 장난식으로 대답하시고."

    장난이 아니라 그만 본심이 흘러나온 것뿐이었지만, 레이아는 내 대답을 장난이라고 느꼈는지 곱게 눈을 흘겼다.

    그리고는 다시 내 입술에 자신을 입술을 맞부딪히고, 혀로 할짝할짝 내 입안을 핥기 시작했다.

    자신이 맛보게 한 쓴 거품의 맛을 자신도 전부 맛보겠다는 것처럼.

    입안과 전신에 느껴지는 황홀한 감각에, 나는 뇌가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갑자기 날이 너무 추워졌네요.

    독자님들도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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