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749화 (73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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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초보의 오해

    "죄송합니다."

    "아, 아뇨! 그런! 괜찮아요. 사과하지 않으셔도. 아, 아무튼 얘기를 들어보고 친구하고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봤는데, 혹시 저번에 시간을 못 맞춘 것도, 일부러 얼굴 보기 싫어서 그렇게 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와서…."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네, 넷! 이제는 괜한 걱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구원씨는 그런 게 아니라고 믿어요! 하지만 그때는…앗! 그, 그리고 이건 제 친구 얘기니까요! 친구 얘기!"

    내가 진심을 담아서 말하자, 누님은 괜찮다는 표정으로 대답하다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면서 말을 바꿨다.

    누님. 방금 그걸로 친구 얘기라는 설정도 의미 없어져 버린 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한 나였지만, 젠틀한 남자인 나는 굳이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아, 네. 말 끊어서 죄송합니다. 그래서요?"

    "네, 넷. 그래서 말이죠. 그게, 혹시 친구의 남자 친구가 애정이 식은 게 아닐까 하는 얘기가 되어서요. 실은 제 친구가 그 전부터 살짝 밀고 당기기를 하는 중이기도 했는데, 자기 생각에는 그게 조금 과했던 것 같다는 얘기도 했고요. 그것 말고도 짚이는 일이 이것저것 있기도 해서…."

    누, 누님….

    점점 작아져 가는 누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점점 더 안타까운 기분이 됐다.

    누님. 아무리 연애 초보라고 해도 그렇지, 본인 입으로 직접 저한테 밀당했다는 걸 말해버리면 안 되잖아요!

    아니! 물론 친구 얘기라는 전제로 얘기하시는 거겠지만 말이에요!

    게다가 그것 말고도 짚이는 일이라니, 그거 제가 앨리시아를 찬 걸 말하는 거잖아요!

    외모와 다르게 너무도 숙맥 같은 그 모습에, 나는 살짝 머리를 짚고 싶어질 정도였다.

    안 그래도 숙맥인 누님을 당황까지 시켜버린 내가 잘못인 걸까?

    "아무튼, 결국 결론은 그거네요. 친구랑 그런 얘기를 하고 나니까, 생각해보니 우리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불안해지셨다고요."

    이 이상 누님이 이 얘기를 하게 되면 연애 경험 풍부한 누님의 이미지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황급히 누님의 말을 끊고 그렇게 말했다.

    물론 내 안에서 이미 연애 경험 풍부한 레이첼 누님의 이미지는 진작에 없어졌지만, 그래도 레이첼 누님은 아직 내가 속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적어도 누님이 그렇게 믿고 계시면, 앞으로도 누님이 열심히 노력하시는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성격 나쁘다고? 무슨 소리를! 내 여자의 귀여운 모습을 더 보고 싶은 게 뭐가 나쁘다는 거야!

    "네, 네에…."

    그리고 내 말에, 누님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즉, 누님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런 거다.

    누님은 우리 얘기를 자기 친구한테 상담했다.

    그리고 그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 바로, 내 레이첼 누님에 대한 감정이 식은 건지도 모른다는 거라고.

    …누군지도 모르면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말이야, 혹시 그 상담받은 친구도 연애 경험은 별로 없는 거 아니야?

    "걱정하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네, 네…. 믿어요."

    누님은 어떻게 잘 넘겼다고 생각하는 건지,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돌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줍게나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보고, 내 입에서는 반사적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친구도 큰일이네요. 누구인가요? 혹시 저도 아는 사람이에요?"

    아니. 너무 완벽하게 놀릴 기회가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네, 네엣?! 아, 앗! 네! 그게! 전에 구원씨를 안내원석에 끌어들이고 기다리게 하셨을 때, 이상한 소리 하던 사람 한 명 있었잖아요? 자기 하고는 장난이었냐고 하던."

    "아, 아아. 네. 있었죠."

    "그 친구예요. 정말, 그 친구도 남자 친구가 따로 있으면서 저한테 그런 장난을 종종 친다니까요."

    내 기습에 처음에는 잠깐 당황한 누님이었지만, 누님은 이내 평정을 되찾고는 오히려 잘 됐다는 듯이, 저번에 살짝 오해 살뻔했던 일을 완벽히 묻어버리겠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물론 이 누님이 갑자기 순발력이 좋아지셨을 리도 없으니, 아마 그 사람한테 상담을 한 건 사실이겠지.

    그리고 사실대로 말하고 보니, 저번에 있었던 그 일의 오해를 완벽히 풀 수 있다고 본 걸 테고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누님이 그 모험가와 그런 관계일 거라고 조금도 생각지 않고 있었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과연. 그런 건가. 즉, 그 사람도 남자 친구는 딱히 없다고.

    내 기억이 맞으면, 장난도 잘 치고 성격도 서글서글하니 좋아 보이는 여자였는데 말이야.

    5계층에 다니는 만큼 미모도 출중했고.

    남자한테 상당히 인기 많아 보였는데, 그 여자도 싱글에다가, 그런 조언을 할 정도면 심지어 연애 경험도 별로 없는 건가.

    아니. 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는 하지만.

    게다가 전부 레이첼 누님한테도 해당되는 얘기이기도 하고.

    성격이 좋은 것도, 예쁜 것도, 남자한테 인기 많은 것도, 연애 경험이 없는 것도 전부 다.

    "친해 보이고 좋던데요. 뭐."

    "후훗. 장난이 지나쳐서 가끔 곤란하지만요."

    "……."

    "……."

    그렇게 얘기를 마무리 짓고,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침묵에 빠졌다.

    "아무튼, 저희 오해는 잘 풀려서 다행이네요."

    "그, 그렇네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첼 누님은 고개를 뒤로 돌려 힐끔 침대를 바라보고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허벅지 위에 가지런히 올려둔 손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며 의미 없이 자신의 치맛자락을 매만졌다.

    드디어 여기 온 진짜 목적을 이룰 거라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는 건가.

    꽤나 오래 대화를 나눴지만,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뭐, 계속 누님을 패닉상태에 빠트리는 얘기만 해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건가.

    "레이첼 누님."

    "네…구원씨…."

    나는 허벅지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누님의 두 손 위에 내 손을 얹고는, 누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누님도 고개를 들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봐주면서, 두근거림을 숨기지 못하며 대답을 해줬다.

    "그럼 오해도 풀었겠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까 하는데요."

    "읏…네, 넷. 본론…말이죠…."

    힐끔.

    누님의 뺨이 새빨갛게 물들며, 다시 한번 그 시선이 침대 쪽을 향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누님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하지만 나는 그런 누님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고는, 원래 하려던 강아지 얘기를 하기 위해 운을 뗐다.

    "…헷?"

    물론 누님의 표정이 얼빠진 표정으로 변한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자, 잠깐. 잠깐만요. 구원씨."

    "네? 왜 그러세요?"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한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고, 한 손은 내 입을 막듯이 앞으로 뻗으며 내 말을 멈추는 누님.

    내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멈추자, 누님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혹시, 혹시 말이에요. 혹시 구원씨 지금…누나를 놀리고 있나요?"

    이런. 드디어 들켜버렸나.

    "어떻게 생각하세요?"

    "……."

    내가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자, 누님은 심호흡을 통해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으으으읏!"

    그리고 결국, 내가 아까부터 계속 자기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지금뿐만이 아니라, 섹스는 뒷전으로 하고 갑자기 대화를 통해 오해부터 푼 것부터 해서 계속.

    "누, 누님?"

    몸을 푹 숙여서 자기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고 발을 동동 구르는 누님을 보고, 나도 조금 심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어차피 오해는 풀어야 했고, 강아지 얘기도 언젠가 해야 하니까 살짝 장난도 칠 겸 겸사겸사한 건데 말이야.

    내가 누님의 등에 손을 얹고 몸을 숙여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며 누님을 부르자, 누님이 내 쪽으로 활짝 펼친 손바닥을 뻗어왔다.

    "우왓?!"

    그러자 누님의 손에 닿기도 전에 내 몸이 둥실 하고 떠오르더니, 팔다리를 대자로 뻗은 자세로 침대 위에 사뿐히 눕혀졌다.

    방금 그건…바람의 정령인가?

    "후, 후후훗…."

    그리고 누님이 살짝 수상쩍은 웃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된 이상! 누나가 이런 곳에 들어오면 뭐부터 해야 하는지 철저하게 알려주겠어요!"

    그리고 벌떡 일어나서 날 바라보며 그렇게 외치는 누님의 눈은, 극심한 패닉 상태로 인해 팽글팽글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아니. 만화가 아니니까 진짜로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아무튼 기껏 이런 곳까지 데려오면서 연애 경험 풍부한 척했던 자신이 실은 내 장난에 당하고 있었고, 지금부터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누님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패닉 상태에 빠졌으면서도 저렇게 말하는 걸 봐서는, 일단 경험 풍부한 누님인 척하는 걸 그만둘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저걸 멘탈이 강하다고 해야 할지 약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누님이 귀엽게 힘내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었던 나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이런 곳에 들어오면 해야 할 일이요?"

    때문에 내가 누님의 행동에 당황한 척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누님도 패닉상태니까, 내가 적당히 누님의 행동에 맞춰주고 있다는 건 눈치채지 못하겠지.

    뭐, 나중에 패닉상태에서 빠져나온 다음 냉정하게 돌이켜 본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래요! 알겠어요?! 좋아하는 여자랑 이런 곳에 들어오면 우선!"

    "우선?"

    "우, 우선…!"

    아니. 누님. 그렇게 기세 좋게 외쳐놓고 갑자기 그런 곳에서 부끄러워하지 말라고요.

    안 그래도 패닉 상태라서 평소보다 막 나가고 있는 거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주세요!

    "이, 이렇게 상대방을 자빠트리고! 자, 자빠트리고…!"

    내 응원이 전해진 건지, 누님은 거의 점프하듯이 내 위로 올라타서는 두 손을 각각 내 머리 양옆에 두고는 위에서 아래로 날 내려다봤다.

    하지만 그 눈은 전혀 초점이 맞고 있지 않아서, 내 얼굴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십중팔구 머릿속이 여러 가지 생각들로 가득해서 눈에 아무것도 들어오고 있지 않는 것뿐이겠지만.

    아무튼 여기까지 한 누님은, 더 이상은 말을 잇지 못하고 멈춰 서버렸다.

    뭐, 애초에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거고, 안 그래도 임기응변이 약한 누님이 이 이상 뭔가 할 수 있을 리가 없나.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저지른 거겠지만, 이렇게까지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

    나는 누님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하는 걸 그만두고, 슬슬 도움을 주기로 했다.

    진지한 얘기도 섞였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장난이 심해져서 이렇게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부터의 행위가 나와 레이첼 누님이 처음 정식으로 관계를 맺는 행위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누님과의 처음을 너무 무드 없게 행할 수도 없지.

    "이렇게 말이죠?"

    나는 누님의 몸을 끌어안고 그대로 반 바퀴 뒹굴었다.

    즉 이제 내가 누님을 내려다보는, 아까와는 정반대의 포지션이 됐다.

    "그, 그래요! 이렇…으읍!"

    여전히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누님은 날 가르치듯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나는 그 입술에 내 입술을 덮었다.

    천천히 긴장을 풀어주듯이. 누님의 패닉 상태가 어느 정도 풀리도록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혀와 입술을 천천히 움직이며 서로 끈적하게 얽히는 진한 키스에, 누님의 몸에서 점점 힘이 빠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미안해요. 괜히 이상한 장난을 쳐서."

    "아, 아뇨. 구원씨도 제가 어쩌다가 괜히 이상한 오해를 하게 됐는지 궁금하셨을 테고…."

    긴 키스가 끝난 후 내가 살짝 입술을 떼고 사과하자, 레이첼 누님은 아까보다 훨씬 차분해진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해줬다.

    방금 전에 벌였던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완전히 이성을 되찾은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상당히 여유를 찾은 거라고 봐야겠지.

    "고마워요. 그럼…."

    "아, 자, 잠깐만요!"

    나는 이해해준 누님께 감사하며 본격적으로 행위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누님이 다급한 표정으로 날 멈춰 세웠다.

    "왜 그러세요?"

    "그, 그러니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누님은 잠깐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손을 가슴팍으로 가져가 자신의 손가락에 넥타이를 감았다.

    그리고는 넥타이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꼬면서, 유혹하는 눈으로 날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누, 누나가 아무리 그렇게 매력적이어도, 너무 막 달라붙으면 안 돼요. 차분하게. 알겠죠?"

    빙글빙글 돌아가는 넥타이 너머로 슬쩍슬쩍 자신의 가슴골을 엿보이게 하며 그렇게 말하는 누님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이 누님, 진짜로 연습하셨구나.

    아직 완전히 차분해진 게 아닐 텐데도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니. 대체 연습을 얼마나 많이 하신 거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녁부터 장트러블로 고생하느라 밤까지 쓰질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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