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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48화 (73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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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초보의 오해

    "으응…그러니까 이걸…어마? 아, 이걸 이렇게 하면!"

    몸을 살짝 숙여서 마법 장치 위에 뜬 패널 같은 것에 얼굴을 들이밀고는, 조그맣게 중얼거리면서 이것저것 만져보는 레이첼 누님.

    처음 보는 기계라고는 하지만, 누님은 길드에서 안내원을 하는 사람이다.

    마석 정산을 할 때도 그렇고 여러모로 이런저런 도구를 다룰 일이 많은 직업이다 보니, 처음 보는 기계라도 조금만 만져보면 금방 어떤 용도로 쓰는 건지 파악할 수 있겠지.

    망설였던 건 처음뿐으로, 레이첼 누님은 금방 패널을 조작해 방 하나를 예약하는 것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뭐, 실은 꽤나 오래 걸렸고, 내가 다른데에 정신 팔려서 짧게 느껴진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디에 정신이 팔렸냐고?

    아니. 그게 말이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님은 지금 패널을 엿보기 위해 몸을 숙이고 있는 자세라서 말이지.

    그 말이 즉 무슨 뜻이냐면, 내 쪽으로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자세라는 뜻이다.

    아까 너무 서두른 탓인지 안내원복조차 갈아입지 않은 레이첼 누님.

    그 타이트한 스커트 덕분에 저렇게 살짝만 몸을 숙여도 살짝 눌린 속옷 라인이 보일 정도로 엉덩이가 강조되고 있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다.

    오늘의 누님은 섹시한 밴드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몸을 숙인 덕분에 살짝 올라간 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밴드의 끝부분과 그 위로 보이는 새하얀 절대 영역이 너무 눈부셨다.

    넥타이 밑에 가려진 가슴팍의 단추를 잠그지 않는 것도 그렇고, 이 누님은 자신의 안내원복 모습이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지 매일 거울을 보면서 연구라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누님의 안내원복은 매력적이었다.

    그야말로 안내원복을 입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고 해야할까.

    딱히 제복 페티시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던 나조차 이런 생각이 들 정도라니.

    아니. 예전에 던전에서 봤던 노출도 높은 그야말로 엘프 같은 의상이나, 평범한 사복차림도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건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 누님의 엉덩이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중이었다.

    "구원씨. 방 잡았어요."

    하지만 누님은 금방 방을 잡아버렸고, 살짝 숙였던 몸을 일으킨 후 그대로 몸을 돌려서 날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 일련의 동작으로 인해 누님의 넥타이가 살짝 펄럭였고, 그 찰나의 순간에 여전히 단추를 잠그지 않아서 벌어진 옷 사이로 누님의 가슴골이 엿보였던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정말. 어딜 보시는 건가요?"

    그리고 레이첼 누님도 내 눈이 어디를 향했는지 알아채신 모양이었다.

    한 손으로는 넥타이를 한 손으로는 스커트 끝자락을 어루만져서 단정히 옷매무시를 하며, 누님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내게 매력적으로 눈을 흘겼다.

    아무래도 내 눈이 그런 곳을 향하는 상황은 이미 충분히 연습이 된 모양이다.

    어쩌면 조금 전처럼 안내원 복을 입은 다음에 엉덩이를 내미는 것도, 진짜로 연습하고 오신 거 아닐까?

    "아, 아뇨. 아무것도."

    "후훗."

    내가 대충 얼버무리자, 누님은 내 그런 모습이 귀엽다는 웃으며 듯이 내 코끝을 손가락 끝으로 톡하고 한번 두드려주고는 다시 내 팔목을 붙잡은 후 몸을 돌렸다.

    "그럼 가요. 저기에 타면 되니까요."

    그리고 익숙해 보이는 태도로, 로비 한가운데에 빛나고 있는 기둥을 가리켰다.

    누님이 아까 중얼거린 것만 생각해봐도 이런 장소에 익숙하지 않은 건 명백했지만, 나는 구태여 그런 지적은 하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애써 경험 풍부한 누님인 척하는 레이첼 누님도 사랑스러우니까 말이야.

    레이첼 누님이 향한 곳에는, 눈에 익은 그 빛의 기둥은 바로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었다.

    계단 같은 게 전혀 안 보였으니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이걸로 각 방에 이동하는 건가.

    아무리 고급 모텔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사치스러운 장치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여기는 던전과 모험가들의 도시.

    마석이라면 썩어 넘칠 만큼 있으니 이런 시설도 가능한 거겠지.

    그리고 같은 건물의 방을 이동하는 정도라면, 아무리 텔레포트 마법이라고 하더라도 막대한 마나를 잡아먹지는 않을 테고.

    아무튼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서, 우리는 겨우 모텔의 방에 도착했다.

    "여기라면…둘이서 차분히 얘기를 나눌 수 있겠네요."

    아래의 시설이 좋았던 만큼 상당히 잘 꾸며져 있는 방안을 둘러보고, 레이첼 누님은 애써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살짝 미소가 어색한 걸 보니, 이것만큼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도 떨림을 완전히 제어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야 그렇겠지. 실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레이첼 누님이랑 마지막으로 피부를 맞댄 게 대체 언제였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때는 날 살리려고 한 거라, 제대로 서로의 몸을 탐한 것도 아니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그 전에도 다친 레이첼 누님을 힐링 섹스로 살리기 위해 몸을 맞댔던 거니, 실질적으로 우리가 제대로 서로의 몸을 탐한 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즉, 진짜로 순수한 의미에서 살을 맞대는 건 이게 처음이라는 얘기다.

    응. 그렇게 생각하니까 괜히 더 떨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실래요?"

    "일단 앉죠."

    눈을 치켜뜨고 쑥스럽게 물어보는 레이첼 누님에게, 나는 반사적으로 침대를 가리키고 나서 아차 싶었다.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방금 그거, 누가 먼저 씻을 거냐고 물어본 건가?

    "네, 넷? 그, 그러네요…."

    그리고 내 예상대로, 누님은 당황하면서도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 쪽으로 다가가 그 끄트머리에 살짝 앉았다.

    젠장. 괜히 이상한 걸 의식하는 바람에 긴장해버렸잖아.

    스스로 한 말을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일단 누님의 옆에 엉덩이를 내리고 앉았다.

    그렇게 둘이서 침대 끄트머리에 나란히 앉은 상태로,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후웃…구원씨? 누, 누나가…."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깬 건 레이첼 누님이었다.

    일단 경험 풍부한 것으로 되어있는 자신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누가 봐도 누님이 긴장하고 있는 건 명백했다.

    어느 정도 긴장하고 있었냐면, 날 바라보는 그 아름다운 눈의 동공까지 떨리는 게 보일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누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게 긴장하셨잖아요.

    "겨우 단둘이 됐네요."

    그렇게 누님이 지나치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오히려 살짝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좋아. 우리 연애 초보 누님을 위해서라도, 연애 경험이 풍부한 내가 리드하지 않으면.

    뭐, 내 경우는 우리 애들이랑 엮이게 되고 관계가 깊어진 경위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특이 케이스였기 때문에 그다지 도움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레이첼 누님과의 관계가 남녀 관계로 따지면 제일 평범한 케이스란 말이지.

    물론 누님과도 던전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기는 했지만, 뭔가 거창한 이유 없이 서로 끌리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데이트를 통해 점점 더 관계를 발전시키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말이야.

    "넷?! 그, 그러네요. 후훗. 두근두근…하나요?"

    아무튼 자신이 나서서 뭔가 말하려 했던 누님은, 갑작스러운 내 말에 화들짝 놀라더니 다시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 가슴팍에 살짝 손을 얹고는 그렇게 여유로운 척을 했다.

    하지만 역시 이런 행동은 익숙하지 않은 건지, 내 가슴팍에 얹은 손이 상당히 어색한 모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이 움찔움찔 떨리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어색하게 손가락을 세워서 그 끝으로 내 가슴팍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장담할 수 있는데, 지금 내 가슴이 갑옷으로 가려져 있지 않았으면 난 아마 심쿵사했을 거야.

    그 정도로 어색하게 경험 많은 척하는 누님의 모습은 귀여웠다.

    아니. 나도 웬만하면 그 노력을 봐서라도 아름답고 고혹적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이 모습을 보면 귀엽다는 말밖에 안 나와.

    "네. 엄청요. 겨우 둘이서 차분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으니까요."

    "후, 후훗…그, 그러네요…."

    내가 일부러 누님의 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쭈욱 훑어보며 말하자, 누님은 지나친 긴장감에 패닉 상태에 빠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분명 말투는 여유로운데, 목소리에서는 살짝 물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 시작할까요?"

    "읏…! 흥. 구, 구원씨도 참. 그런 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누님. 지금 읏흥이라고 웃은 걸로 치고 넘어가려고 하는 거예요?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누님의 피눈물 나는 노력을 봐서라도 굳이 태클 걸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뭐, 그다지 의미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도 그럴 것이….

    "아, 그러네요. 죄송합니다."

    "후훗. 아뇨. 그, 그럼…."

    "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서 먼저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헷?"

    패닉상태에 빠지면서도 어찌어찌 여유로운 척을 유지하고 있던 누님이었지만, 결국 내 질문에 완전히 얼이 빠져서는 멍한 표정을 짓게 되어버렸으니까.

    "……저기, 구원씨? 지금 대체 뭘…?"

    그리고 잠깐의 정적 끝에, 누님은 눈초리를 파르르 떨면서 내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물론, 내가 할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네? 둘이서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는 거잖아요?"

    "…대화. 네. 대화네요."

    내가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하자, 누님의 눈초리가 다시 한번 파르르 떨렸다.

    대화하면서 누님의 긴장감도 좀 풀고, 덤으로 내가 곧바로 침대에 앉자고 한 이유도 끼워 맞출 생각으로 꺼낸 말이었는데, 내 이런 행동은 누님에게 생각보다 더 큰 심적 데미지를 안겨준 모양이었다.

    "응? 아니었어요?"

    "아, 아뇨! 대화죠! 네! 그래서 무슨 얘기였죠?"

    하지만 인제 와서 일부러 그런 척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누님의 반응이 조금 재미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누님 역시도, 일단은 내 말에 맞춰서 대화부터 하기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 네. 결국 누님은 왜 제가 누님을 버릴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으읏…?!"

    내 질문을 듣자마자 곧바로 후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말이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신음하는 레이첼 누님.

    "누님?"

    왜 하필 그 얘기를! 그냥 그대로 넘어가 주면 안 되는 거였나요?!

    내게 그런 눈빛을 필사적으로 내게 보내는 누님이었지만, 나는 이번에도 역시 일부러 모르는 척을 했다.

    아니. 이번에는 놀리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냥 넘어가면 안 될 얘기라서 말이야.

    누님이 어쩌다가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는지 알아야, 다음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방지할 수 있지 않겠어?

    "그, 그게! 그러니까! 저기! 그거에요! 그거!"

    하지만 내게 하기 상당히 곤란한 얘기인 건지, 누님은 필사적으로 의미 없는 말들을 외쳐대며 시간을 끌었다.

    누님. 그러면서 머리 엄청 굴리고 있는 거 다 티 나요.

    뭐, 이 누님은 패닉 상태에 빠지면 대응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게 되니, 어차피 제대로 된 변명은 못 하겠지만.

    "그거?"

    "그, 그러니까…! 실은 누나가 친구한테 연애 상담을 해주고 있는데요!"

    그리고 결국 누님은, 그런 무리수를 던지고 말았다.

    누님. 만약 누구하고 연애 얘기를 주고받는다면, 누님은 상담해주는 쪽보다는 상담받는 쪽 아닌가요?

    "네."

    벌써부터 거짓말인 게 확실해져 버렸지만, 나는 일단 누님이 뭐라고 하는지 잠자코 경청하기로 했다.

    "실은 이유가 있어서 그 친구가 남자친구하고 매일같이 붙어 다닐 수 없거든요!"

    네. 우리 얘기네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일단 시치미를 뗐다.

    "장거리 연애인가요?"

    "네, 넷!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도 원래는 정기적으로 그 남자친구가 제 친구를 만나러 왔었는데, 최근들어서 남자친구가 살짝 소홀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다지 뭐에요?!"

    네. 완전히 우리 얘기네요.

    "어떤 식으로요?"

    "그, 그게…만나러 와도 우연히 시간이 맞지 않아서 잠깐 밖에 얼굴을 못 보게 되고, 아예 만나기로 한 날에 만나러 오지 않는 일도 있고…."

    …네. 그야 그렇겠죠. 저희 얘기니까요.

    아니. 그보다 누님. 그렇게 말을 해버리면 완전히 자폭 아니에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일단 순순히 사과부터 하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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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에덴 // 666화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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