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740화 (724/1,205)
  • 740====================

    6번째 사도

    "이걸로 됐지?"

    "흐읏?! 하앗…하앗…하앗…으읏…."

    내가 바넷사의 뿔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 속삭이자, 바넷사는 바르르 몸을 떨고는 떨리는 손끝으로 조심조심 자신의 뿔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만진다고 해서 느껴지는 걸까?

    사도 인장이라는 게 찍은 부위가 민감해지거나하는 특징은 딱히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뭐, 얘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다들 만져주면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하지만.

    역시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걸까?

    "…이래서야…후읏…평소에는 안 보이겠군요…."

    손끝으로 자신의 뿔을 더듬더듬 조심스레 만지면서, 바넷사는 살짝 실망한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것도 괜찮잖아. 뭔가 비밀 연애 같아서 불타오르지 않아?"

    사실 ‘그러면 평소에도 뿔을 꺼내놓고 다니는 건 어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자제하기로 했다.

    사실 뿔이나 꼬리에 인장을 새기려고 했던 것이 단순히 성감대라는 이유뿐만이 아니라 그런 의도도 숨겨져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대놓고 용인족 모습을 유도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저번에 훨씬 더 돌려 말하고도 거부당한 적이 있으니, 너무 몰아붙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거다.

    이걸 기회삼아서 바넷사가 천천히 그럴 마음이 들게 만들면 그게 제일 좋겠지만 말이야.

    "…이미 저희 관계는 전부 알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니. 뭐, 그야 그렇지만 말이야.

    그렇게 냉정하게 태클을 걸면 할 말이 없어지는데.

    "마음에 안 들면 다른데로 옮겨줄까? 위치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

    "…그건, 싫습니다."

    응. 알고 있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말이었어.

    인장의 위치는 내가 제일 처음 정해준 곳이 제일 좋다는 건, 바넷사 역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바넷사의 손끝은 더듬더듬 자신의 뿔을 만지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손이 뿔의 뿌리부분까지 내려감과 동시에, 바넷사의 입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말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말입니다. 폴리모프를 썼을 때, 머리카락 안쪽에 인장이 온전히 남아있을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문양의 가운데 부분은 확실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야. 잠깐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삭발은 절대 안된다!"

    "…안 됩니까?"

    "당연한 소리를! 말해두는데, 네 몸은 이제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전부 내꺼니까! 내 허락없이 건드는 건 용서 못해!"

    "읏…농담입니다."

    내가 황급히 외치자, 바넷사는 침음성을 흘리면서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니까 네 농담은 알기가 힘들다고!

    게다가 농담이라고 말해도 농담으로 생각 안 될 때마저 있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번만큼은 진짜 농담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농담이었던 거 맞지?

    아무튼 바넷사가 그 위험한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저지하는데에는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다른 제안을 했다.

    "그렇게 인장을 보이고 싶으면, 이러는 건 어때? 룰을 만드는 거야."

    "룰…말입니까?"

    "그래. 예를 들어서 집사일 때는 폴리모프를 하고 있고, 내 여자일 때는 이 모습으로 돌아와서 인장이 보이는 모습을 하는 거야. 괜찮은 생각같지 않아?"

    쉽게 말해서 바넷사가 오늘 사복을 입고 온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습을 바꿈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함과 동시에 남들에게 알리는 거다.

    옷을 갈아입는 것과 다르게, 폴리모프는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까 더 편하고.

    게다가 이건 용인족의 모습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또 오늘같은 날이 오더라도, 바넷사가 다른 사람들한테 용인족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내 방에 온 후에 폴리모프를 풀면 그만인 얘기니까.

    그리고 우리 사이가 점점 더 발전해나가면, 어쩌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용인족 모습을 보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는 거고 말이다.

    응. 내가 생각해도 흠잡을데 없이 완벽한 제안이다.

    "…그렇게나, 제 이 모습이 좋…마음에 드시는 겁니까."

    그런 내 제안을 듣고, 바넷사는 복잡한 눈동자로 날 바라봤다.

    내 제안을 바꿔생각해보면, 나와 이런 시간을 보낼 때는 항상 이 모습으로 있으라는 얘기가 되니까 말이야.

    물론, 나는 강하게 그 말을 긍정해줬다.

    "그야 물론 좋아하지."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직접 말하기 부끄러운 건지 중간에 표현을 바꾼 바넷사를 위해, 일부러 좋아한다는 말을 강조해서.

    "…그렇…습니까…."

    "응. 이게 바넷사의 진짜 모습인 거잖아?"

    "…네."

    "나한테 바넷사가 진짜 모습을 보일 때는 언제나 각별한 순간이었으니까 말이야. 처음 이 모습을 보였을 때도 완전 흥분해서 섹시하기 그지없었고, 나한테 진짜 속내를 털어놓을 때도 반말로 사랑을 외치는 모습이 어찌 박력이 넘치는지…."

    하지만 너무 진지하게 가는 건 좋지 않다.

    아니. 물론 용인족 모습에 관한 얘기에서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는 게 좋지 않다는 얘기다.

    진지한 분위기로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게 좋지 않다는 게 절대 아니야.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진지해져가는 분위기를 깨고 일부러 그렇게 장난을 쳤다.

    "으읏…! 하, 하던 건 더 안 하시는 겁니까!"

    물론, 내 그 놀림에 바넷사는 침음성을 흘리면서 부끄러워했다.

    얼마나 부끄러웠던 건지, 곧바로 섹스를 재촉하는 발언을 할 정도로.

    "그렇게 하고 싶어?"

    "크읏…!"

    여기서 긍정할 수 밖에 없는 게 분하다.

    하지만 긍정하지 않으면 내가 계속해서 부끄러운 얘기를 떠들어 댈 거다.

    그런 생각을 눈빛에 담아서 날 노려보며, 바넷사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훗. 그렇게 원하는 거면 말로…우와옷?!"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놀리는 걸 멈출 내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투적인 대사를 날리며 계속해서 바넷사에게 장난을 치려했던 나였지만, 그때 바넷사의 안쪽이 내 물건을 쥐어짜는 것처럼 조여왔다.

    물론, 아픔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기분 좋게 쥐어짜이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넷사가 그 사이에 성행위 기술이 발전해서 기교를 부린 건 아니다.

    말 그대로, 그냥 몸에 힘을 줘서 쥐어짠 거다.

    이 녀석, 맨날 집에 틀어박혀 있는 주제에 신체능력 하나만큼은 엄청나니까 말이야.

    "후읏…으응! 흣! 으읏!"

    하지만 기교가 아니라 힘으로 한 행위라고 할지라도, 기분이 좋은 건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말을 멈추고 잠깐 멈칫한 사이에, 바넷사는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된 이상…후읏…!"

    야. 이렇게 된 이상 뭔데?

    자포자기하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덤벼드는 거 아니지?

    아니. 그야 물론 적극적이 된 건 좋은데 말이야. 슬슬 시간이 촉박하거든? 우리 꽤 오래 들러 붙어있었던 거 알고 있는 거지? 앞으로 기껏해야 한 번 더 하는 게 고작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걸 바넷사에게 직접 말할 수는 없었다.

    아까 전에 디아나의 이름이 나왔을 때마저 질투했었으니까 말이야. 섹스하는 도중에 레이아의 이름까지 꺼내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어.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짧은 시간 내에 승부를 보겠어!

    "후읏…흐읏! 으응! 크흣! 응…!"

    결론부터 말하자면, 응. 무리였다.

    아니. 그게 말이지. 아무리 내가 성자라도, 레벨빨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는 거잖아?

    얘가 나보다 레벨이 높고 말이야. 게다가 용인족이라서 그런 건지 체력도 장난 아니고.

    그래서 전에도 내가 얘 발정난 거 잠재우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었는지.

    물론 그때에 비하면 내 레벨이 많이 올랐지만, 아무리 그래도 짧은 시간내에 바넷사를 완벽하게 녹여버리는 건 불가능했다.

    젠장. 앞으로 한 시간만 더 있었어도. 아니. 중간에 사도 임명을 하고 나서 대화를 나누며 열기를 식히는 시간만 없었어도.

    진짜 위험한데. 이러다가 슬슬 레이아가 내 방에 찾아오는 거 아니야?

    "으응읍! 으읍! 하음…."

    내가 잠깐 딴 생각을 하는 걸 눈치챈 건지, 어느새 내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어있던 바넷사가 내 두 뺨을 잡아 시선을 자신의 얼굴에 고정시키고는 진한 키스를 해왔다.

    "응흐으으읏?!"

    그리고 다시 한 번, 바넷사는 절정을 느끼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후읏…후읏…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쉽지만 슬슬 시간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웬만해선 자연스럽게 행위를 마치고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하필 막판에 바넷사가 자포자기하고 덤벼든 바람에.

    이런 이유로 다른 여자를 언급하는 건 바넷사도 이해해주겠지.

    "…아."

    바넷사는 그제야 얼마나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눈치챈 듯,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는 조용히 탄식을 흘렸다.

    "시간가는 줄 모를정도로 좋았어?"

    "…시간이라면, 문제없습니다."

    내가 놀리듯 질문하자, 바넷사는 퉁명스런 말투로 중얼거렸다.

    확연히 대답을 피하기 위해 말을 돌리고 있었지만, 그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 도저히 흘려넘길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에 나는 바넷사의 말돌리기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레이아님이 오시면, 창문으로 나가서 자리를 피해드릴 겁니다."

    하지만 바넷사의 입에서 튀어나온 소리는,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말이었다.

    "아니아니아니! 안 되잖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괜찮습니다. 저는."

    그야 그러면 너는 괜찮겠지! 너는!

    남겨진 나는 레이아랑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하라고!

    안그래도 낮에도 디아나랑같이 그런 일이 있었는데!

    레이아는 코도 좋아서 내가 방금전까지 너랑 이러고 있었다는 거 대번 눈치 챌거란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문제가 아니야!"

    "구원님은…."

    "창밖으로 나갔다가 누가 우연히 네 알몸을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말해두는데, 이걸 볼 수 있는 건 나뿐이야! 이건 내꺼야!"

    훗. 어떠냐. 네 장난이 알기 힘들다고 해서, 내가 언제까지나 당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장난 맞지?

    "으읏…!"

    내 예상대로, 내 말을 들은 순간 바넷사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짓눌러왔다.

    아니. 야.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싫으면, 아까처럼 자기 얼굴을 가려주지 않을래?

    이상한 방향으로 학습하지 말라고. 자기 얼굴 가릴 때가 완벽했으니까.

    "시간이라면, 정말로 걱정할 것 없습니다."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가린 채로, 바넷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구원님은…으응…!"

    그리고 바넷사가 다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는 느낌에, 나는 두 손으로 바넷사의 허리를 잡았다.

    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진짜로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실비아나 마틸다도 우리 애들이 양보해줘서 각각 하룻밤을 나하고 보냈었잖아.

    혹시 얘도 우리 애들이랑 그렇게 얘기가 된 건가?

    그러고보니 내 방까지 오는 시간이 유난히 길었지.

    그냥 씻고 사복으로 갈아입느라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이에 우리 애들이랑 그런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도 있는 건가.

    뭐, 어느쪽이든 바넷사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거다.

    정말로 걱정은 필요 없겠지.

    그러면 지금부터는 걱정없이 마음껏 즐겨보기로 할까?

    두고보라고. 아까는 시간이 짧아서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쾌락에 절여서 녹여버릴 테니까.

    그런 각오를 담아서, 나는 바넷사의 허리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고는 허리를 있는 힘껏 올려쳤다.

    "흐으으으읏?!"

    그리고 결국, 아침까지 레이아가 방으로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내 예상대로, 아무래도 여자들 사이에 미리 얘기가 되어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면 그렇다고 알려줬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야.

    그러면 나도 중간에 괜한 걱정하는 일없이 바넷사만을 탐닉했을 텐데.

    자신과 밤을 세우자고 말하기 부끄러웠던 건가?

    뭐, 아무튼 결국 바넷사를 녹여버리는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증거로 이렇게…이렇게…어라?

    일어나자마자 눈도 뜨지 않고 간밤에 있었던 바넷사의 야한 모습을 회상하던 나는, 그제야 내 위에 있어야할 기분좋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바넷사!?"

    "…일어나셨습니까."

    다행히도, 아직 바넷사는 방 안에 있었다.

    바넷사도 막 일어난 건지, 아직 알몸인 채로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옷을 주워입으려고 하고 있는 중이었다.

    설마 그렇게 녹아내리고도 나보다 빨리 일어날 줄이야.

    아니. 뭐, 그야 힐링 섹스 때문에 피로감같은 건 없겠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더 상쾌한 아침이겠지만.

    "벌써 가려고?"

    "네. 집사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바넷사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고는, 자신의 머리 위에 뿔이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듯 고개를 살짝 숙여보였다.

    결국 어제 내가 했던 집사일 때와 내 여자일 때를 모습으로 구분하겠다는 제안은 받아들이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치고….

    "좀 더 있다 가지? 모처럼 단 둘이 보내는 밤이었는데."

    "…아니요. 충분합니다."

    정말로 차고 넘치는 행복을 느꼈다는 듯, 바넷사는 드물게도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행복해하는 모습이 좋기는 했지만, 이걸로 완전히 만족해버리면 내가 곤란한데 말이지.

    가끔은 조금 더 탐욕적이 되지 않으면 인생 손해본다고.

    "아, 미안. 헷갈리게했나보네."

    "네? 무얼 말입니까?"

    "방금 전에 그거, 제안처럼 들렸을지도 모르지만 제안이 아니었거든.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흐으읍…?!"

    나는 바넷사가 손에 든 옷가지를 다시 바닥에 내팽개치게 만들고는, 그대로 그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 진한 키스를 마치고 입을 떼자, 바넷사의 모습은 다시 용인족의 모습으로 돌아가있었다.

    "모처럼 같이 밤을 보낸 거니까, 그 다음 날 아침에 하는 일까지 전부 경험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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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르백 // 왼쪽 가슴 아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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