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734화 (7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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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번째 사도

    "그래서, 싫어?"

    내 대사가 객관적으로 보면 얼마나 낯부끄러운 대사인지 굳이 상기시켜준 바넷사 때문에 살짝 분위기가 망가질뻔 했지만, 나는 흔들리려는 멘탈을 부여잡고 계속해서 이 낯간지러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낯 두꺼운 거 하나만큼은 나도 어디가서 절대로 꿀리지 않는다고.

    "…싫은 것은, 아닙니다만…."

    "다만?"

    내 의지를 인정해준 건지, 바넷사는 그제야 드디어 솔직한 반응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래. 처음부터 순순히 인정하면 얼마나 좋아.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나와 제대로 눈도 못마주쳐서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려고 하는 게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졌다.

    특히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면서 눈동자만 움직여서 시선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갭으로 다가와서 더욱더.

    하지만 이대로 만족할 생각은 절대 없었다.

    자, 너도 이제 조금 나한테 귀여운 모습을 보여줘야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바넷사의 다음 말을 재촉했다.

    "알몸으로 그러시니 미묘한 기부…흐읏응! 읍…으음…."

    하지만 이어지는 바넷사의 대사는, 또 한 번 분위기를 박살내는 종류의 것이었다.

    너 말이야! 내가 얼마나 열심히 분위기를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아무리 부끄러워도 그렇지! 사람의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짓은 그만두라고!

    이대로 분위기를 깨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일단 키스를 해서 바넷사의 입부터 틀어막았다.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해 눈동자를 옆으로 피하고 있었던만큼, 바넷사는 내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키스당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내 입술이 닿고나서야 겨우 움찔하고 몸을 떤 바네사는, 자신의 입안으로 파고들어오는 내 혀에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우물쭈물하면서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키스가 서툰 거야 알고 있었던 거지만, 그래도 전에는 자기쪽에서 격렬하게 달라붙기라도 했었는데 말이야.

    뭐, 그때는 특히나 감정이 고양됐을 때니까 그렇게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뭐야. 그 사이에 어떻게 하는 건지 까먹은 거야?"

    나는 바넷사의 탱글탱글한 입술에서 입술을 떼고, ‘어쩔 수 없군.’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장난스럽게 바넷사를 놀려봤다.

    "딱히 그런 건 아닙니다만…."

    하지만 바넷사는 내 놀림에 화나는 것보다는, 갑작스런 키스에 놀란 감정이 아직까지도 더 큰 모양이었다.

    여전히 내게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바넷사는 답지 않게 확실치 못한 목소리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다만?"

    그런 바넷사의 다음 말을 반사적으로 재촉하고 나서, 나는 문뜩 기시감이 느껴졌다.

    잠깐만. 이 패턴은 아까도 한 번….

    "……방치가."

    기시감으로 인해 잠깐 집중이 흐트러져버린 까닭에, 더욱더 작아진 목소리로 이어진 바넷사의 다음 말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응?"

    "…방치가, 너무 길었던 건지도 모르지요."

    "……."

    그리고 바넷사가 뭐라고 말했던 건지 다시 한 번 들은 순간, 나는 순간으로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만. 뭐야 얘. 얘 왜 이렇게 귀여워.

    즉, 다시 말해 이런 뜻이잖아?

    ‘대체 언제까지 방치할 셈이었어? 좀 더 빨리 덮쳤어야지. 하도 덮치지를 않아서 기껏 알게 된 키스하는 법까지 전부 다 까먹어버렸잖아.’

    물론 말투는 내 망상이 많이 섞여서 바넷사 답지 않기는 했지만, 뜻 자체는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도 문제 없는 거잖아?

    위험해. 우리 철혈 집사님이 달콤한 키스 한 방에 망가져버렸어.

    왜 그래. 너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무, 무언가, 반응이라도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바넷사 자신도 스스로 어울리지 않는 말을 했다는 자각은 있는 건지, 이제는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붉히고는 어색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툭 내뱉었다.

    "아, 응. 귀여워."

    "…큿! 그러니까, 그런 말. 부끄럽지 않은 겁니까…."

    "괜찮아. 지금은 나보다 네가 더 부끄러울 테니까."

    "크읏…."

    이번에는 내가 완벽하게 받아치자, 바넷사는 반박도 못하고 살짝 분하다는 느낌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도, 내게는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한 어설픈 연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뭐가, 말입니까."

    "아니. 그러니까 갑자기 귀엽…알았어. 알았어. 솔직하게 말한 이유 말이야. 설마 키스 한 방에 넉다운 된 건 아닐테고."

    아무리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도, 바넷사가 보여주는 안광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귀엽다는 말에 반응하여 안광을 더욱 날카롭게 빛내는 바넷사를 진정시키며, 나는 그 갑작스런 심경 변화의 이유를 물어봤다.

    "딱히 무슨 일이랄 것은…."

    "아니. 너 스스로가 생각해봐도 평소의 너라면 절대 그런 말 안 할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러니까 자기가 말해놓고서 이렇게 부끄러워하고 있는 거고 말이야.

    "그저…."

    내 끈질긴 추궁에 바넷사는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음을 직감했는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면서 조그만 목소리로 운을 뗐다.

    "그저, 지금은 집사가 아니니 말해봤을 뿐입니다."

    설마 바넷사가 스스로 이런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이야.

    평소에 걸핏하면 ‘지금은 집사입니다.’라는 말로 내 스킨십을 피해왔던만큼, 지금의 이 대사는 바넷사의 진심과 각오가 깊게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위험해. 입꼬리가 자동으로 히죽히죽하고 올라가고 있는 게 스스로도 통제가 안 될 정도야.

    아마 다른 사람이 보면 상당히 위험한 녀석처럼 보일지도.

    "…혹시 이상한 상상하고 계십니까?"

    그리고 역시나 정면에 있는 바넷사 역시도 내 얼굴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건지, 조금 차가운 눈으로 내게 그런 말을 해왔다.

    아니. 그러니까 왜 그렇게 보는 건데.

    애초에 그런 짓을 하러 온 거니까, 조금은 이상한 상상을 해도 괜찮잖아.

    아니. 안 했지만 말이야.

    "아니. 전혀. 그냥 귀엽다고만 생각했어."

    "…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아니. 귀엽다고 생각한 게 어째서 이상한 건데.

    자기 자신한테 조금 더 자신을 가지자고.

    그야 귀엽다는 말보다는 멋지다거나 예쁘다는 말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생김새라는 건 부정을 안 하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집사가 아니라 내 여자로서 여기에 있는 바넷사씨."

    "…무, 뭡니까."

    평소에 방어막으로 쓰던 자신의 말을 본인 스스로 부정해버린 이상,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아마 그렇게 느끼고 있는 거겠지.

    내가 내 여자로서 여기있다는 걸 강조하자, 바넷사는 살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위치에 걸맞게, 좀 더 노력해봐야되지 않겠어? 아니면 진짜로 키스하는 방법이라도 알려줄까?"

    "…괜찮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응. 그럼 해봐."

    "…지금 당장…말입니까?"

    "그럼 언제 하려고?"

    "…갑니다. 흐읍!"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부딪혀주겠다.

    그런 생각인 건지, 바넷사는 두 손으로 내 두 뺨을 감싸고는 안광을 날카롭게 빛내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몇 차례의 심호흡 끝에 마지막으로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쉰 후, 그대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눌러왔다.

    우선은 어떻게 하는지 볼까.

    나는 일부러 혀나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우선은 바넷사가 어떻게 키스를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스스로 입술만 겹치면 그 이후엔 내가 리드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건지, 바넷사는 잠깐동안 입술을 겹친 채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전혀 움직임이 없자, 바넷사도 곧 내 의도를 눈치 챈 모양이었다.

    "응…."

    살며시 혀를 뻗어서, 우선은 내 입안까지 넣어보려고 하는 바넷사.

    키스가 능숙한 사람이라면 혀끝으로 앞니나 잇몸쪽을 톡톡 건드리거나 간질이며 자연스럽게 입을 열게 만들겠지만, 과연 바넷사에게 그런 기교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저 올곧게, 내 이빨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듯 혀를 내미는 바넷사.

    꽤나 거칠고 서툰 움직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주저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아마 이렇게 하는 게 맞는건지 틀린건지 불안한 거겠지.

    그렇게 주저하는 혀의 움직임이 평소의 쿨한 모습과 너무 다르게 느껴져서, 나는 또 다시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갈뻔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웃었다가는 모처럼 바넷사 쪽에서 먼저 시작한 키스가 중단되어 버릴 테니까 필사적으로 참았지만 말이다.

    "응읏…?!"

    그대신, 나는 내 앞니 사이로 파고들어온 바넷사의 혀를 혀끝으로 톡하고 건드려줬다.

    그러자 바넷사는 화들짝 놀랐는지, 답지 않게 귀여운 소리를 흘리며 혀를 뒤로 쭉 빼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나는 혀를 움직여서, 바넷사의 혀를 다시 내 쪽으로 유도했다.

    "응…으음…으읏…아음…."

    드디어 나도 움직여주기 시작하자 긴장이 풀린 건지, 마주 안은 바넷사의 몸에서 살짝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바넷사의 혀가 점점 더 적극성을 띠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후읏…하앗…하앗…."

    그렇게 기나긴 키스가 끝나고 겨우 혀를 뗐을 때는, 바넷사는 이미 아까 전의 긴장이 상당히 풀려있는 모습이었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평소의 늠름한 무표정이 아니라 어딘가 풀어진 느낌의 무표정이라고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용인족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 이거 너무 쉽게 풀리는 거 아니냐?"

    "…문제 없습니다. 어차피 구원님하고만…으읏?! 왜 지금…."

    내가 눈짓으로 바넷사의 머리 위에 난 뿔을 가리키며 말하자, 바넷사는 긴장이 풀어진 와중에도 목소리만큼은 어떻게든 평정을 가장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대꾸해줬다.

    그마저도 하복부에 느껴진 감촉 때문에 끝까지 해낼 수 없었지만 말이다.

    아니. 그도 그럴 게, 키스를 하려면 자연스럽게 몸이 딱 붙게 되잖아?

    그리고 내 물건은 아까 전부터 계속 성이 난 상태였으니까, 바넷사의 몸과 밀착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바넷사의 하복부를 누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거다.

    그리고 방금 전 바넷사는, 하복부로 내 물건이 꿈틀하고 움직이는 것을 느꼈고 말이다.

    "아니. 왜냐고 해도. 너 방금 그 말 완전히 노리고 한 거였잖아."

    "읏?! 노리지 않았습니다!"

    내 말이 상당히 부끄러웠던 건지, 바넷사는 살짝 목소리를 격양시키며 대꾸했다.

    "그래? 그럼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건가?"

    그 반응을 보고, 나는 순순히 내가 잘못한 거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당연합니다."

    "그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조금 진정시켜줘."

    왜나하면, 순순히 내 잘못으로 인정해야지 더 재미있어질 것 같으니까.

    "…하?"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바넷사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디아나도 가끔 이러는데, 얘도 가끔 이런단 말이야.

    디아나한테 보고 배운 건가.

    나는 디아나한테 하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바넷사의 미간을 눌러서 펴주고는,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무슨 말인지 알잖아? 얘 좀 진정시켜줘."

    "읏?! 어떻게…말입니까."

    내가 이번엔 일부러 물건에 힘을 줘서 바넷사의 하복부를 콕콕 누르자, 바넷사가 움찔하고 반응을 보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방법은 맡길게."

    "……."

    그런 표정 짓지 마라.

    그야 이런 대답이 제일 곤란하다는 건 잘 알지만 말이야.

    곤란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그냥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할뿐이지.

    아, 이것도 성격 나쁜 짓인 건 변함이 없나.

    "…어차피, 한 번 한 정도로는 진정되지 않지 않습니까."

    "아니. 그렇게 칭찬해줄 필요는 없는데. 헤헷. 사실이지만."

    "…칭찬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칭찬이잖아?"

    "……."

    내 뻔뻔한 반응에 바넷사는 그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자신의 고운 손을 내 물건 위에 천천히 겹쳐왔다.

    얘가 내 여자들 중에선 제일 키도 크고 힘도 상당히 세고, 평소 일하는 모습이나 그런 걸 봤을 때 여러모로 손이 거칠 것 같은 이미지가 없잖아 있었지만, 사실 그 손은 굳은살하나 없이 비단같이 부드러웠다.

    아니. 난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아무튼 바넷사는 그 고운 손을 내 물건 위에 살짝 얹고는, 살며시 손가락을 감싸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천천히 손을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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