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732화 (7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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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맹 결성

    "흠. 결정이구먼. 그리고 또 한가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이 몸들이 알려주는 정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일세. 혹여 클랜 밖으로 새어나가는 일은 결코 없도록 해주게. 여신님의 사명을 완수하는데 어떤 방해가 될지 모를 일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공명심에 눈이 먼 자들을 괜한 위기에 빠트리는 결과만 낳을 터이니 말일세."

    "네. 명심하겠습니다."

    "음. 그리고…자네는 분명 마법도 다루고 있었지. 그렇다면 마나를 걸어 줄 수 있겠는가? 믿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네만, 아무래도 여신님의 사명과 관계된 일이니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싶어서 말일세."

    "네.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디아나의 조건에도, 미리엘은 별달리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바로 마나의 맹세를 했다.

    마법검사라고는 하지만, 마법사만큼이나 마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텐데도 말이다.

    특히 저렇게 순수하게 강해지고 싶은 게 목적이라면 더욱더.

    "물론, 자네만 일방적으로 마나를 걸라는 것이 아닐세. 이 몸도 마나를…."

    "아뇨. 지고의 대마법사님께 그런 무례를 저지를 생각은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믿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디아나도 곧장 마나의 맹세를 하려고 했지만, 미리엘은 고개를 저어 그 행동을 말렸다.

    마나의 맹세는 자신의 마나 전부를 거는 행위.

    그야 전 마법사들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지고의 대마법사님께 그런 행위를 강요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무리 미리엘이 마법 전사라는 어중간한 위치라고는 해도, 일단은 마법사의 길에 발을 담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처럼 대놓고 소란을 피우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미리엘 역시도 다른 마법사들처럼 디아나를 우상화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리엘이 과하게 우리를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니. 그냥 한 번 생각이 그쪽으로 굳어져버리니,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다 그렇게 보이는 것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가. 그럼 앞으로의 얘기를 하도록 하세."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저쪽해서 베푸는 호의를 거절할 이유는 없다.

    그렇게 판단한 건지, 디아나는 마나의 맹세를 하지 않고 곧장 다음 얘기로 넘어갔다.

    "6계층너머로 갈 수 있다고 했네만, 이 몸들도 정확한 길을 아는 것은 아닐세. 자네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이 몸들은 아직 5계층에조차 발을 디디지 못하고 있으니 말일세. 다만, 길을 찾을 방법을 알고 있는 것뿐일세."

    "네. 충분합니다."

    그렇게 운을 뗀 후, 디아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를 있는그대로 얘기해줬다.

    소계층이 서로 이어져있으며, 그 열쇠는 숨겨진 수컷 몬스터의 성기라는 점. 그리고 그렇게 소계층을 내려가다보면 6계층 너머로도 갈 수 있을 거라는 얘기까지 말이다.

    "음. 4.5계층까지는 이미 이 몸들이 확인을 한 상태일세. 그러니 당면의 목표는 5.5계층의 입구. 그러니까 4.5계층의 수컷을 찾는 일이 되겠구먼. 이 몸들은 사정이 있어 한동안 4.5계층에 갈 수 없는 상황이네만…."

    "성기만 제공해주신다면 저희가 미리 탐험을 하여 지도 작성과 수컷의 위치 파악을 해놓겠습니다."

    디아나가 일부러 살짝 말을 흐리자, 미리엘은 한시라도 빨리 시작을 하고 싶다는 듯 몸이 달아오른 표정으로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 디아나도 이걸 의도하고 말을 흐린 거겠지.

    애초에 우리가 아라크네 클랜에 협력을 제안한 이유가 이러기 위해서였으니까.

    "음. 그런가. 그렇다면 곧장 열쇠를 건네주기로 하겠네. 자네, 이 자들에게 수컷 펭귄의…자네.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수컷을 상대할 때 성기는 얻었었는가?"

    "아니."

    여기서 펭귄의 성기를 건네주면 아라크네 클랜과의 교섭은 일단 일단락을 맺게 되는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지금 펭귄의 성기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지난번에 그 녀석은 내가 성자 스킬을 쓸 틈도 없이 죽여버렸는걸.

    어차피 우리는 나중에 갈 때 다시 얻으면 되니까 원래 우리가 쓰던 거라도 줄 수 있다면 좋을테지만, 이미 그건 레이아의 스태프에 합성된지 오래고.

    "……."

    그리고 지난번에 수컷에게서 성기를 얻지 못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라는, 제 발이 저리는 건지 먼산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무도 네 탓 안하니까 티나게 딴청피우지 마라.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시 가서 하나 얻어줄 수밖에 없겠네."

    "그런가. 우리로서는 최대한 빨리 새로운 지역을 탐색하고 싶은데…어떻게 부탁할 수 없을까? 던전에서 돌아온 직후라는 건 알고 있지만, 꼭 부탁하고 싶군."

    아, 존댓말은 디아나한테만 하기냐.

    아니. 뭐, 전에 같이 5계층에 갔을 때도 나한테는 이런 느낌이었지만.

    게다가 우리가 던전에서 막 돌아온 것도 알고 있다니.

    아니. 뭐, 앨리시아랑 던전에서 만난 날을 고려해보면, 우리가 던전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됐다고 추측하는 건 당연한 건가.

    "좋아. 지금부터는 협력 관계니까. 그쯤이야. 뭣하면 당장이라도 가서 하나 가져올 수 있어."

    아무리 얘한테 상당히 위험한 의혹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일단 표면상으로는 협력 관계가 성립된 거다.

    나는 의심하는 마음을 겉으로 전혀 티내지 않고, 가볍게 대꾸해줬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염치없는 부탁을 할 생각은 없어. 그렇군. 출발은 내일로 하는 것이 어때? 우리쪽에서도 현장에서 성기를 받고 곧장 탐험을 개시할 수 있도록, 동행할 사람을 선별하여 보내도록 하지."

    하지만 아무리 6계층 너머에 갈 생각밖에 머리에 없는 미리엘이라도, 이제 막 던전에서 돌아온 우리에게 곧장 다시 던전에 가자고 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뭐, 당장가나 내일 가나 별반 다를 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잘 부탁한다."

    그렇게 말하며 희미한 미소와 함께 악수를 청하는 미리엘의 모습은, 아무리봐도 위험한 생각을 품고 있는 녀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뭐라고 할까. 올곧은, 그야말로 무협지에서 정파소속 주인공이나 하고 있을 것 같은 천생 무인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아니. 마신의 정체가 무신인 거니까, 천생 무인이라 더 위험한 건가.

    아무튼 그 이후로도 잠깐 더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의 협력관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서로 조율하고 나서, 우리는 아라크네 클랜을 뒤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일 곧장 다시 던전이라니…구원씨.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 어차피 지난번에 너무 금방 돌아오는 바람에 몸이 덜 풀린 느낌이기도 했고. 다시 한 번 왕복하고 오면 딱 평소 던전에 있던 기간정도 되지 않겠어?"

    그 사이에 수컷 펭귄이 부활해있지 않으면 거기서 며칠 더 버텨야 할수도 있지만, 어차피 다른 몬스터가 습격할 일도 없는 수컷 방에서 며칠 지내는 것쯤이야.

    "아, 물론 너희가 힘든 거라면 다시 얘기해서 조정을…."

    "아뇨. 저희야말로 지난번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괜찮지만요."

    "레이아 말이 맞아. 지난번에 혼자 죽을상 지을 정도로 고생했으니까, 괜히 무리하는 거 아냐?"

    "괜찮다니까. 하루만 제대로 쉴 시간이 있으면, 나한테 마나고갈이나 체력고갈같은 건 의미 없는 얘기니까. 알잖아?"

    걱정하는 사라를 안심시키기 위해, 나는 그 허리에 팔을 감고는 옆구리에 꽉 끌어안았다.

    음. 좋네. 좋아. 평소랑 달리 치마 차림이라 이렇게 안는 것도 왠지 신선한 기분이야.

    "하여간 이 변태는 무슨 얘기를 해도 그런 쪽으로 연관짓는다니까."

    내가 힐링 섹스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챈 사라는 잔뜩 눈을 흘기며 내게 핀잔을 줬지만, 그래도 자신의 허리에 감긴 내 팔을 풀려고 하지는 않았다.

    무슨 얘기든 그쪽으로 연관짓는 건 성자로서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

    "그보다 디아나. 너도 눈치챘지? 저거 살짝 위험하지 않아?"

    "흠. 그렇구먼.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네만…."

    "주의할 필요는 있겠네요."

    그리고 드디어 나는 아까부터 미리엘에게 품어왔던 의문을 입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말에, 디아나뿐만 아니라 마틸다까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마틸다 역시 미리엘의 말에서 위험한 낌새를 감지한 모양이었다.

    하긴, 이런쪽으로는 누구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위치니까.

    "일단 앨리시아도 미리엘이 6계층 너머에 집착하는 이유를 뭔가 더 알고 있는 눈치였으니까, 너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말이야. 앨리시아가 알고 있다는 건 아마 간부 전원이 알고 있을 거라는 거고. 아무리 그래도 간부 전원이 그런 얘기에 한통속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드니까."

    확실히 아라크네 클랜 간부들의 면면을 생각해보면 강함에 집착할 것 같은 인물이 많은 건 사실이었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루티아 누님도 있고. 음유시인 누님도 있었고.

    "거기에 성기사도 있었으니까요. 아무리 교단에서 떨어져서 독자 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라고 하더라도, 여신님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다고 생각할 수 없기는 하지만요…."

    마틸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좀처럼 표정이 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위험하다는 걸 눈치 챘으면서도 디아나는 왜 그런 조건을 걸어준 거야? 그것도 마나 계약까지 하려고 하면서. 강한 적과 싸울 때 동행시키겠다니. 만에 하나 그 강한 적이 마신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해버리면 더 위험해지는 거 아니야?"

    "음?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는가? 자네라면 금방 눈치챌 것이라고만 생각했네만."

    그리고 이어지는 내 의문에, 디아나는 의외로 별 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장난이었다는 것일세. 이 몸이 뭐라고 했는지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게나."

    응? 그게 무슨 소리지?

    ‘이 몸들이 예상하고 있는 강력한 적을 상대해야 할 때 자네들이 동행하는 걸 허락하도록 하지’

    분명 디아나는 그렇게 말했었다. 이게 말장난이었다고 한다면…아, 그런 건가.

    "눈치챈 모양이구먼. 이 몸들이 예상하고 있는 강력한 적이 어느 수준의 적인지 확실히 말하지 않지 않았는가. 설령 마신이 튀어나온다고 하더라도 이 몸들이 생각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하면 그만일세. 게다가 이 몸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그 적과 상대할 것을 알고 있어야 동행도 시켜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조우하고 전투가 벌어지면 어쩔 수 없이 동행을 못시켰다는 말로 끝나는 것일세. 아마 미리엘양도 들으면서 그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겠지만, 설마 지고의 대마법사인 이 몸이 그런 말장난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겠지."

    "…그거 자기 입으로 당당하게 할 말이냐. 아니. 그보다, 마나의 계약이란 게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거야?"

    "물론 아닐세. 이 몸이 말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런 일이 닥쳤을 때 미리엘양에게 할 변명일세. 마나의 계약은 제대로 발동할 걸세."

    "아니. 그럼 엄청난 문제잖아!"

    "다른 마법사들한테는 그럴지도 모르네만, 이 몸에게는 아닐세."

    "…무슨 소리야?"

    "이 몸은 전생하면 그만이니 말일세. 레벨이 1로 돌아가버리는 문제가 있기는 하네만, 자네가 있으면 레벨은 어느정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회복하는 과정이 험난할 것 같으니 이 몸으로서도 그다지 하고 싶지는 않네만."

    디아나는 자기가 레벨1로 돌아가서 지금의 내게 안기는 상상이라도 한 건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과연. 그래서 대비책이 다 있으면서도 미리엘이 마나의 계약은 안해도 된다고 하니까 냉큼 받아들인 건가.

    "…완전 사기잖아."

    그리고 나는 다른 의미에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

    얘 진짜 가끔 보면 머리가 사악하게 돌아가는 거 같단 말이야.

    얘가 진짜 착해서 다행이지. 만약 성격이 더러웠으면 지금쯤 지고의 대마법사가 아니라 최흉의 마녀쯤으로 불리면서 걸어다니는 재앙 취급 받지않았을까.

    "세계를 지키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걸세."

    뭔 세계씩이나…아니. 확실히 그말대로지만.

    뭐, 아무튼 이 얘기는 이쯤하기로 할까. 일단은 다 원만하게 해결된 모양이고.

    미리엘의 동향에 주목해야하는 것도 한참 나중 얘기고.

    "뭐, 아무튼 내일부터 던전에 다시 가야되니까, 이왕 차려입고 나온 김에 같이 데이트 겸 쇼핑이나 할까?"

    "네!"

    나는 더 이상 미래에 있을 일로 골머리를 썩히는 것보다는, 일단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껏 꾸며서 미모를 뽐내고 있는 절세 미녀 다섯이 붙어있는 상황. 만끽하지 않을 수없지.

    물론 우리 애들도 내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여줬다.

    그래서 오랜만에 우리 애들과 다같이 거리를 다니며 데이트를 만끽한 나였지만, 그렇게 하루가 행복하기만 한 일로 끝난 건 아니었다.

    아니. 어찌보면 오늘 최대의 고비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남아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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