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5====================
예상치 못한 귀환
"기, 기다렸는가아…."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디아나가 마법진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뿐만 아니라 전신이 상기되어있고 눈시울까지 조금 붉어져있고 숨도 살짝 달콤하게 거칠어져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옷매무새나 머리카락등등 정돈 가능한 곳들은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아마 나와는 달리 냄새같은 것도 마법으로 처리를 했겠지.
응. 누가 봐도 방금 혼자서 딸…스스로를 위안하고 나오신 분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기된 얼굴이나 붉어진 눈시울이 내가 말했던 울었다는 변명과 완벽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역시 나야.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완벽한 변명이었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고비를 넘은 건 아니었다.
내가 했던 그 완벽한 변명은, 우리 애들의 시선을 디아나의 얼굴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디아나, 괜찮아요?"
평소에는 디아나와 제일 티격태격하는 사라가, 디아나의 얼굴을 빤히 엿보며 걱정스런 질문을 던졌다.
방금 전까지 스스로를 달래고 온 디아나로서는, 모두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집중되는 것만으로도 안절부절못하는 심정이 됐을 거다.
마법진 안에서는 바깥의 소리를 듣거나 모습을 확인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이불을 뒤집어쓰고 열중했던 디아나에게 그런 걸 신경쓸 여유는 없었을테니까.
아마 디아나는 내가 얘들한테 뭐라고 변명했는지도 모르고 있겠지.
"뭐, 뭐가 말인가?! 이 몸에게 뭔가 문제라도 있는 겐가아?!"
때문에 디아나가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사실 디아나의 연류…눈치라면 눈치껏 잘 맞춰줄 거라고 기대해봤지만, 아무리 디아나라도 방금 전까지 모두의 바로 옆에서 스스로를 달래고 온 사람한테 거기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이 녀석은 그런 성벽도 있으니까.
아무리 스스로 달래고 왔다고는 하지만, 과연 얼마나 진정이 됐을지.
아니. 이렇게 스스로 달래고 온 직후의 얼굴을 모두가 다같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거다.
오히려 또 다시 자극 받을 위험성마저 있었다.
"사라. 거기까지."
때문에 나는 디아나가 맞춰주기를 바라기 보다는, 내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해버리기로 했다.
디아나. 그냥 제발 나한테 맡기고 가만히만 있어줘.
"디아나도 너희한테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이라는 게 있는 거야. 사라 너라도 그럴 거 아니야? 이번에는 너희가 신경써줄 게 아니야."
요약하자면, 디아나로서는 울었다는 사실을 너희한테 보이고 싶지 않을 거니, 모른척 넘어가달라는 뜻이다.
"그건…응. 그렇네. 미안해요. 지금 건 없던 말로 해줘요."
사라도 내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는, 디아나에게 사과를 했다.
"우아, 아, 아앗…뭐, 뭐가 미안하다는 말인가아아! 자네들은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겐가아아!"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어째선지 부들부들 떨던 디아나가 폭발하고 말았다.
야! 왜 갑자기! 다 잘 풀려가고 있었잖아!
…어?! 잠깐만. 얘 설마…!
나는 내가 했던 말을, 그리고 사라가 한 말을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해봤다.
‘디아나도 너희한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는 게 있는 거야. 사라 너라도 그럴 거 아니야?’
나는 우는 모습을 얘기한 거였지만, 방금 전에 그런 짓을 하고 온 디아나 입장에서는 어떻게 들렸을까?
‘디아나도 너희한테 방금 전까지 자위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는 않을 거야. 사라 너도 방금 전까지 자위하고 왔으면 다른 애들한테 말하기는 싫을 거 아냐? 그러니까 그냥 모른 척 넘어가줘.’
이런 식으로 들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걸 쿨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라의 대답까지도.
디아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부끄러움을 넘어서서 뭔가 별세계의 대화처럼 들렸을 거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디아나가 이렇게 폭발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이, 이 몸은 아무렇지도 않네만?! 전혀 문제 없네만?! 이, 이 몸은…이 몸으으은…!"
살짝 울먹이는 느낌으로 외치던 디아나는, 결국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말끝을 흐렸다.
"야, 야. 진정해. 진정."
"히우읏…!"
빨리 디아나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나는 사라와 다른 애들한테 도리질을 하며 잠깐 시선을 돌리도록 눈짓을 보내고, 황급히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하지만 내 손이 자신의 몸에 닿자, 디아나는 바르르하고 몸을 떨었다.
마치 실비아처럼 말이다.
이, 이 녀석 설마 진짜로 자기가 자위했다는 사실을 모두한테 들킨 거라고 생각하고는…아, 안돼. 이 이상은 진짜 위험해.
"자, 다들 안 보고 있으니까 다시 눈물 닦고."
"무…우엣? 으?"
나는 모두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그만 목소리로 디아나에게 그렇게 속삭이고는, 엄지로 디아나의 눈가를 문질러줬다.
물론 눈물은 나지 않았고, 내 속삭이는 목소리조차도 귀가 좋은 사라에게는 들렸겠지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이렇게 말한 거다.
이거라면 아무리 패닉 상태에 빠진 디아나라도 상황을 파악하겠지. 패닉 상태에 빠졌어도 머리 좋은 대마법사님이라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
"으, 으, 으아아아아…!"
디아나는 내 말을 듣고는 잠깐동안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으로 있더니, 이내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너무 고음이라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비명을 목구멍에서 짜냈다.
드디어 디아나도 내가 뭐라고 변명을 했는지, 그리고 우리 대화가 어떤 의미였는지 파악을 한 모양이었다.
우리 대마법사님의 마지막 남은 위엄은 지켜내기 위해서, 나는 그런 디아나의 몸을 끌어안아 얼굴이 다른 애들한테 보이지 않게 만들어줬다.
그런데 디아나야. 실비아도 아니고 이런 걸로 몸을 떠는 건 아니지 않냐?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디아나는 겨우 아까보다는 조금 진정되어서 내 몸에서 떨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어있었고, 우리 애들 쪽으로는 얼굴조차 돌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심지어 자세히 보면 미묘하게 다리를 움직이며 허벅지 사이를 비벼대고 있기까지했다.
이 녀석은 정말로….
"아참. 아까 디아나랑 얘기를 해봤는데, 아무래도 우리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 모습을 본 나는, 한 가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지금까지는 최대한 빨리 5계층으로 내려가는 걸 목표로 했었지만, 아무래도 그보다 먼저 내 실력을 너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좋을 것같아서 말이야."
실비아와 마틸다의 레벨이라면 5계층에서 레벨을 올리는 것이 제일 적당하다.
특히 마틸다에게 적절한 수준이라는 게 중요했다.
마틸다의 패시브 스킬 레벨이 오르면 마틸다 역시도 여신 강림을 배울 수 있게 되니까.
사실 내가 그 꿈을 꾸고나서 더욱 던전 탐험에 집중하겠다고 한 것도, 단순히 실력강화만을 노리고 그런 게 아니라 여신 강림까지 고려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 모든 의문점을 가장 빨리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여신님께 직접 사정을 듣는 거니까.
물론 여신님이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서 간계를 꾸미고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런것까지 일일이 다 따지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우선은 최대한 빨리 던전을 내려가서 실력을 기름과 동시에 마틸다를 여신강림이 사용가능한 수준까지 성장시키려 했지만, 아무래도 내 실력상 그건 안 될 모양이다.
그냥 5계층에 내려가면 민폐만 끼칠 것 같다는 걸, 거북이를 잡으면서 절실히 느꼈다.
"즉, 뭐가 하고 싶다는 거야?"
"우선 조금 더 위에서 놀며 내 실력을 기르는데 집중해야할 것 같아. 너희에게는 그다지 도움 안 되는 기간이 계속될테니 미안하지만."
"그건 상관없어요. 전혀 상관없지만…."
내 말을 듣고, 레이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날 엿봤다.
아니. 레이아뿐만이 아니었다. 사라도, 실비아도, 마틸다도 내게 의심쩍은 시선을 보내왔다.
뭐, 그런 얘기를 한 다음에 내 실력을 기르는데 집중하겠다는 얘기를 하면, 이렇게 되는 것도 당연한가.
아무리 내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얘들한테는 디아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반성 과정을 전부 보여준 게 아니니까 말이야.
"당신말이죠. 만에 하나라도…."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하지만 아무리 너희와 함께 간다고 해도, 결국 내게 제일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거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잖아? 게다가 파티 밸런스를 생각해봐도, 역시 내 실력을 너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지금은 제일 좋을 것 같아."
뭔가 말하려던 마틸다의 말을 막고, 나는 최대한 진실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던전에 온지 얼마 안 돼서 이런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쯤하고 올라가는 게 어때? 지금쯤이면 앨리시아가 우리와의 협력 얘기도 했을테고, 디아나도 이런 상태로는 던전 탐험에 집중하기 힘들테고."
그래. 나는 우선 위로 올라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지금부터 던전에 집중한다고 말하고 내려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이런 말을 하기는 스스로도 민망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제일 효율적일 것 같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은 마지막 말이 핵심이었고.
디아나 이 녀석, 이 상태로는 절대 제대로 실력 발휘 못 할 거야.
"그런 거라면 상관 없지만…."
내 논리적인 설득에, 사라는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국 고개를 끄덕여줬다.
뭐, 만에 하나 내가 혼자 던전에 가버리려고 해도, 감시하다가 같이 따라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좋아. 그럼 조금 이르지만 이번에는 이쯤하고 돌아갈까. 디아나도 그걸로 상관없지?"
"으, 음?! 음! 으음! 이 몸은 전혀 아무런 문제 없네!"
디아나에게도 말을 건네자, 디아나는 누가 봐도 수상쩍은 반응을 보이며 아직까지 멘탈 수습을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너 내가 진짜 변명 잘 해준 거 고맙게 생각해라.
다른 애한테는 운 거 안 들키려고 허세부리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거북이굴에 들어온지 하루만에 다시 발길을 돌리고 위로 돌아가게 됐다.
가는내내 디아나가 우리들과 한마디도 말을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갈수록 걱정이 심해지는 문제는 있었지만 말이다.
나는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울려서 이렇게 된 걸로 되어있기 때문에 가끔식 다른 애들이 던져오는 시선이 비난의 시선처럼 느껴져서 혼자 찔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 제외하고는, 우리는 아무런 문제없이 4계층 마을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디아나가 우리와 말을 안 섞었다고는 하지만, 얼음동굴에서 4계층으로 넘어올 때는 제대로 마법으로 해류도 멈춰줬고 말이다.
아무튼 디아나가 쭉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나서준 실비아에게 마석 정산을 맡기고 곧장 저택으로 발길을 옮겼다.
"돌아오셨습니까. 디아나님, 계시지 않는동안 아라크네 클랜에서 사람이…."
"나중에 해주게."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넷사가 우리를 맞이해주고는 디아나에게 중요한 용건을 전달하려했지만, 디아나는 그 마저도 짧게 끊어버리고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구원. 알고 있지?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달래주고 와. 정말로. 디아나가 저렇게 될 정도라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리고 오는내내 걱정을 감추지 못했던 우리 애들은, 그런 디아나를 보며 내 등을 떠밀어줬다.
야. 사라야. 오해살 소리 하지 마라. 바넷사의 눈이 무서워졌잖아!
"걱정 마."
나는 일단 겉으로는 진지한 척을 하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황급히 움직이는 척을 하며 디아나의 뒤를 쫓아갔다.
사실 그렇게 걱정할 건 아닌데 말이야.
오히려 사라가 달래주고 오라고 했을 때 디아나의 등이 움찔하고 떨렸던 걸 생각해보면 더더욱.
나는 속으로 실없는 미소까지 지어보이면서, 디아나를 뒤를 쫓아 디아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후으읍! 으음! 쪽! 쪽!"
그리고 내가 방에 들어가기 무섭게, 디아나가 덮치듯 내게 매달려서는 내 입술에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응. 결국 이런 거였다.
우리 노출증 대마법사님은, 너희 옆에서 자위를 하고 그걸 또 너희가 모두 알았다고 착각했던 그 상황이 너무 흥분되어서 어쩔 줄 몰랐다는 얘기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