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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24화 (70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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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귀환

아무리 성벽을 자극 받은 걸로 눈이 돌아가는 중증 변태라고 하더라도, 때와 장소를 분별하지 못할 리는 없다.

물론 디아나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다지 믿음직스럽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노출증에 발동이 걸릴 때마다 이성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그건 전부 위에서 있었던 일이다.

설령 누군가에게 들키더라도, 어느정도 변명이 가능한 곳이었다는 거다.

아니. 물론 여기서도 마나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변명하면 변명이야 되겠지만…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기는 던전! 위험하기로만 따지면 위와는 비교가 안 된다.

그야 거북이들은 기본적으로 제자리에 박혀있기만했고, 밤새 습격같은 것도 없었으니 안전하다면 안전한 곳일지도 모르겠지만…아, 아무튼!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곳이라는 거다.

그런 곳에서, 하물며 우리 대마법사님이, 아무리 성벽을 자극받았다고 하더라도 이성을 완전히 잃을 리가 없다.

그냥 단순히 내가 그렇게 믿고싶은 것일뿐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디아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 아아, 아, 알고 있네! 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다행히도, 내 노력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모양이었다.

디아나는 몸을 잘게 떨면서 뜨거운 눈빛을 쏘아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서 버티고는 그렇게 허세를 부렸다.

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그 뜨거운 시선이 내 눈과 입술, 고간을 차례차례 훑으며 왕복하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야. 대마법사님. 거기서 왜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데?

고민할 것도 없잖아. 참아내라고! 파이팅!

나한테도 책임이 있는만큼, 나는 필사적으로 디아나를 응원했다.

아니. 그도 그럴 게, 계속 힐링 섹스 얘기를 꺼내면서 장난을 쳐댄 게 문제였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얘가 이렇게 된 건 반쯤은 내 책임도 있으니까 말이야.

확실히 디아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노출에 소질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걸 지적하고 노출 플레이를 계속하면서 디아나의 성벽을 개발한 데에는 내 책임도 없다고 볼 수 없었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솔직히 내 책임이 대부분이지.

아마 내가 건드리지만 않았다면, 디아나가 노출 플레이로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으으으으으읏!"

그래서 나는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디아나를 응원했고, 디아나는 결국 고민 끝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몸을 웅크리고 말았다.

자, 잠깐만! 야! 그건 대체 무슨 의미야?!

내 위에 걸터앉아있던 애가 몸을 웅크린 거다.

당연히 디아나의 위치는 내 다리 사이가 됐고, 그 머리의 위치는 내 고간쪽이 됐다.

제, 젠장! 결국 노출증에는 이기지 못했던 건가!

조,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실비아가 최대한 오래 버텨주기를 바라면서, 최대한 빨리 이 녀석을 진정시키고….

"응읏! 흐읏! 하응! 으읏…나, 나…!"

아마 지금부터 내 바지 앞섶이 풀어헤쳐지고 기분 좋은 미끈한 물체가 내 물건에 감싸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각오를 다진 나였지만, 의외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이불 속에서 디아나의 애타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위험해.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리만 듣고 조금 흥분해버렸다.

게다가 안에서 디아나가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있는 건지 이불이 들썩들썩 거리는 게 보였다.

"나…으읏…나가게에에!"

내가 빳빳하게 물건을 세운 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자, 이불 속에서 야릇한 콧소리와 함께 디아나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응? 아, 응! 응. 그래야지."

하, 하긴! 내가 먼저 나가서 변명을 하고 있는 게 더 의심을 덜 사겠지!

나는 마나를 돌려서 물건 크기를 줄이고, 물의 정령을 불러 바지 앞쪽을 적시고 있는 물기를 빨아낸 후 마법진 밖으로 나갔다.

"그, 그러니까 안쪽에는 지금…그게…조금 들어가서는 안 될 일이…!"

그리고 거기에는, 여전히 실비아가 마법진을 등진 채 두 팔을 벌리고 선 채 우리 애들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내가 없을 때는 웬만해서는 무표정 무감정한 모습으로 일관한다는 실비아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의 그런 모습을 보고도 냉정하게 있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당황한 실비아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나는 그 어깨에 손을 올려줬다.

"히익!"

아, 응. 그래. 얘가 이걸로 진정할 리가 없었지.

내가 몸을 건드린 데다가, 얘는 내가 방금 전까지 디아나랑 섹스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응. 그 생각을 못하다니. 나도 아직 조금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실비아가 필사적으로 말리던데, 대체 안에서 뭐하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런 날 보면서, 사라가 대표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별 거…는 맞네. 너희들도 대충은 알잖아. 나랑 디아나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굳이 날 말번으로 세우고, 자기들끼리 논의를 해서 최고 연장자인 디아나가 대표로 내 상태를 파악하게 한 거다.

때문에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다들 역시나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실비아는 뭔가 어색한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한테도 자세한 사정은 얘기해줄 거지?"

"그래."

우선은 디아나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어제 이상했었다는 걸 모두에게 들킨 이상, 이 얘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까.

오히려 잘 된 건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바보가!"

그리고 내가 디아나에게도 털어놨던 얘기를 다 털어놓자, 당연하게도 제일 먼저 사라의 고함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대체 무슨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 거예요!"

게다가 마틸다 역시도, 꽤나 격양된 표정으로 날 질타해왔다.

역시 이런 때는 핑크빛 분위기 하나도 없이, 엄한 추기경님의 모습이구나.

요즘은 나랑 다니면서 둥글어져서 잘 보기 힘들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오만해보이기까지 했던 모습이 떠오를 정도였다.

아니. 둥굴어졌다고 하기에는 애초에 그 모습이 저주 때문에 꾸며낸 모습이고, 부드러운 성격이 원래 성격이었다는 모양이지만. 아무튼.

"저, 저도 구원님과 떨어지는 건 죽어도 싫습니닷!"

그리고 방금 전까지 어색한 태도를 보였던 실비아마저도 내 팔에 매달려서 그렇게 외칠 정도였다.

평소에는 내가 안기만해도 죽는다느니 뭐니 호들갑을 떨면서 무서워하던 애가 이런 말을 하는 건 꽤나 임팩트가 컸다.

게다가 실비아 얘는 방금 전 나와 디아나의 모습을 보고, 우리 대화가 원만하게 끝났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도 이런 반응인 거니까.

하지만 뭐, 당연한 반응인가. 이미 디아나와 얘기하며 결론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솔직히 사과를 하기로 했다.

"미안. 난 그저 너희가…."

짝!

그리고 내가 고개를 숙이려 한 순간, 내 뺨에 새하얀 손바닥이 날아와 부딪혔다.

물론 아프지는 전혀 않았다. 꽤나 전력으로 때린 모양이었지만, 물리적인 타격은 전혀 없었다.

다만, 내 심장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지, 지금…지금 천사님이 나한테 싸대기를 날린 거야?

좋아. 죽자. 당장. 지금 당장 죽자. 접싯물에 코박고 죽자.

"앞으로는 절대, 만에 하나라도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내 멘탈이 깨지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매서운 눈을 한 채 레이아는 내게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지켜보단 사라나 실비아, 마틸다도 깜짝 놀라서 숨을 집어삼킬 정도였다.

특히 사라는 내 싸대기를 날리려고 했다가 선수를 뺏긴 건지, 손바닥을 들어올린 자세 그대로 굳어져있었다.

"…응. 약속할게."

"정말이죠?"

평소라면 내가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절대 의심을 하지 않는 레이아가, 이번에는 재차 확인까지 할 정도였다.

"정말이야. 디아나랑 얘기를 나누고, 나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절실히 느꼈어. 앞으로는 절대 혼자서 그런 이상한 결심같은 거 하지 않을게."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내가 진지하게 대답하자, 레이아는 겨우 굳은 표정을 풀고는 그렇게 말하며 방금 전에 자신이 때렸던 내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줬다.

"아니. 내가 괜히 이상한 생각을 해서 그런 거니까."

"그래도요. 많이 아프셨죠?"

내 뺨을 어루만지는 레이아의 손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정말로 상처같은 건 전혀 없었지만, 레이아는 자신의 내게 손찌검을 했다는 사실이 못내 미안한 듯 최대한 치료를 해주고싶은 모양이었다.

"…몸 하나는 튼튼하니까 별로 안 아팠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레이아의 뒤에서 사라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살짝 불퉁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기 역할을 레이아에게 뺏긴데다가 우리가 알콩달콩하는 모습까지 보이니까, 사라의 입장에서는 조금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당신이라는 사람은 항상 그렇게…그런 성격이니까 여신님이 당신을 성자로 임명한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마틸다는 내가 그렇게 순순히 사과를 했어도 아직 설교가 부족하다는 듯, 하지만 추기경으로서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 그렇게 말하며 이마를 짚었다.

"아니. 딱히 모두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으로 나 혼자 가려던 게 아니니까. 그냥 사랑하는 너희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게 싫다는 내 이기심 때문에 사명을 완수할 확률을 줄이고 나 혼자 가려고 한 거니까, 오히려 성자로서는 꽝이었던 거 아냐?"

"자, 자랑이…아니에요!"

그런 마틸다를 바라보며 내가 태연하게 대답하자, 마틸다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함을 질렀다.

쟤 지금 살짝 핑크빛 모드가 될 뻔 한 거지?

"그래서, 결국 디아나는 왜 안나오는 거야?"

그리고 그때, 드디어 사라가 그 질문을 내게 하고 말았다.

"읏!"

"응. 그건 말이지."

그 질문을 듣자마자, 내 팔에 매달려있던 실비아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그리고 내가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자, 실비아는 설마 진짜로 말할 속셈이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게. 내가 조금 바보같은 말을 많이 했잖아? 지금은 이렇게 바보같은 행동이었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디아나랑 대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쭉 그랬던 건 아니라서 말이야. 말다툼도 했고, 그러다보니 조금…정돈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야할까…."

"뭐? 설마 진짜로…."

스스로 생각해도 완벽한 변명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선지 사라는 내 말을 듣고 곧장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정확히는 내 고간쪽으로.

게다가 저 녀석, 시선이 점점 더…아니. 야! 너까지 그러지 말라고!

"잠깐! 아니야!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울었다는 얘기라고!"

"나, 나도 알아! 누가 뭐래?!"

내가 황급히 소리를 지르자, 사라는 화들짝 놀라서는 아닌 척을 했다.

이 녀석, 분명 내가 섹스로 달래줬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잠깐만.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실비아가 마법진 안쪽을 엿본 것부터 수상하잖아.

성격대로라면 사라 얘가 제일 먼저 마법진 안쪽에 얼굴을 들이밀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실비아가 마법진 안을 엿봤다는 건, 모두의 합의 하에 실비아가 대표로 나섰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는 말은 설마…레이아나 마틸다도 나랑 디아나가 안에서 섹스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었다는 말인가?

사라는 보면 성벽 때문에 흥분할 테니까 못 본 거고, 레이아나 마틸다는 성직자로서 그런 광경은 보지 못 할 테니까.

그러고 보니 실비아가 필사적으로 마법진 앞을 막을 때도, 다들 얼굴을 붉히면서 제대로 접근을 못하고 있었잖아.

잠깐. 그러고 보니 레이아의 몸이 아까부터 묘하게 가까운 것 같은…서, 설마 냄새맡고 있어?

아, 아냐. 당황하지 말자. 진짜로 하지는 않았으니까.

몸에서 조금은 애액의 잔향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그정도로 섹스를 했다고 생각 하지는 않을 거다.

아니. 오히려 그런 짓을 한 게 아니라는 내 주장에 힘을 실을 수도 있었다.

난 그저 최대한 태연하게 있기만 하면 돼.

옆에서 "에…우, 우시는 거였나…?"하고 혼자서 자기가 잘못 본 거였는지 고민하며 혼란에 빠져있던 실비아가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이정도는 아직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야.

이제 디아나가 나와서 내 말에 장단만 맞춰주면 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일부러 이런 상황을 의도하고 쓴게 아니었는데 씬 쓰기 너무 적절한 상황이 나와서 썼다가

지웠다가 하면서 고민을 조금 오래했네요.

그래도 역시 그 자리에서 하는 건 너무 억지가 심한 것 같아서 이번에는 그냥 넘기는 걸로 했습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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