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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16화 (70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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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 구조의 의미

    결국 마지막에 디아나와 내가 장난스럽게 넘어간 덕분에, 우리는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로 대화를 마칠 수 있었다.

    아직 의문은 많았지만 말이다.

    만약 디아나의 말대로 던전의 밑에 갇혀있는게 마신이 아닌 평범한 생물이라면, 어째서 이렇게 거대한 던전까지 만들어서 엄중하게 봉인해놓는 걸까?

    그정도 수준이라면 굳이 봉인하지 않더라도, 굳이 성자를 보내지 않더라도, 충분히 여기 사람들이 처리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뭐, 지금 끙끙거리면서 고민해봤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우선은 실력을 기르고, 그리고 여신 강림의 쿨타임이 지나가면 직접 여신님을 불러서 물어보면 해결 될 문제이다.

    아무튼 얘기를 마친 우리는 텐트에 들어가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며칠만에 물속이 아닌 제대로 이불을 덮고 누워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거다.

    심지어 여기는 완전히 안전한 구역이기 때문에, 불침번을 설 필요조차 없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서 디아나가 알람 마법을 설치하기는 했지만, 던전에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푹 쉴 수 있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나도 푹 숙면을 취할 수 있었어야 했는데….

    "왜 그러는가? 간밤에 잠을 잘 못잤는가?"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내게 디아나가 내 위에서 얼굴을 엿보며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응. 덕분에."

    "…그게 무슨 말인가? 이 몸이 무거웠다는 말인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으햣?!"

    몸 여기저기에 말랑말랑 부드러운 살들이 닿아서 못잤다고요 이 아가씨야.

    그렇게 말하기 위해서 내가 살짝 허리를 들어올리자, 바지를 뚫을 듯이 솟아올라있는 내 물건 끝이 살짝 디아나의 몸에 닿았다.

    디아나는 깜짝 놀랐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착하고 눌렀다.

    "아, 아침이니 이렇게 된 것은 이해하겠네만, 닿게 하지 말게!"

    아니. 아침이라서 선 게…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란 말이지.

    커다란 텐트 하나에서 잠을 청하게 된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옹기종기 모여잤다. 주로 내 몸을 중심으로.

    몸위에 올라탄 디아나뿐만 아니라, 팔다리도 각자 한 명씩 차지하고 잠을 잔 거다.

    양 옆에는 사라와 레이아가 팔베개를 한 채로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실비아와 마틸다는 각각 내 허벅지를 베고.

    역시 이건 익숙해지지가 않는단 말이지.

    요즘은 항상 물속에서 잤으니까, 던전에서 이런 식으로 자는 것도 오랜만이기도 했고.

    특히 다리쪽에 자극이 너무 심했다.

    실비아는 허벅지를 벤 채로 진동을 해대고, 마틸다는 계속 핑크빛 모드가 되어서는 내 허벅지 안쪽에 뺨을 비비지를 않나 야릇한 한숨을 쉬지를 않나.

    게다가 더 최악인 건, 둘 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잠들었다는 거다.

    덕분에 밤새 번민하는 꼴이 됐잖아.

    "…디아나."

    때문에 나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디아나를 불렀다.

    뭐, 디아나가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누르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진지해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어제 마력 엄청 썼었잖아. 간밤에 다 회복됐어?"

    "음? 그야 전부 회복되지는 않았네만…. 걱정말게. 100% 회복이 안됐다뿐이지, 던전을 탐험하는 것은 문제 없을 수준일세."

    디아나는 5계층이나 그 이상도 경험한 적이 있으니, 그런 경험을 기준으로 자신의 마력이 충분한지 부족한지 판가름하는 거겠지.

    신뢰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걸로는 안 돼. 이제부터 4.5계층에 처음 가는 거니까. 완벽한 상태로 가지 않으면 안되지."

    "그야 그럴지도 모르겠네만…. 그럼 이 몸의 마력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더 쉬다 가겠는가? 마나 회복에만 집중하면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걸세."

    물론, 여기는 안전지대이니 그런 선택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나쁘지 않을뿐이지,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아니. 더 간편한 방법이 있어. 지금부터 나랑 살짝 나가서 작은 텐트 하나 더 설치한다음 거기서 힐링섹…."

    "결국 그것인가!"

    디아나는 내 얼굴을 누르고 있던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찰싹찰싹 쳐댔다.

    뭐, 디아나도 내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 반쯤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계속 손바닥으로 내 얼굴 누르고 있었던 거겠지만.

    "으응…. 왜 그래요, 디아나? 또 구원이 일어나자마자 성희롱이라도 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그런 소란을 피운 덕분에, 다른 애들도 차례차례 눈을 떴다.

    아니. 사라야. 너 일어나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너무하지 않냐?

    …뭐, 사실이라서 반박할 수는 없지만.

    "구원씨…죄송해요. 앞으로는 떨어져서 자는 편이 좋을까요?"

    하지만 내게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천사님이 계셨다.

    천사님. 진짜 사랑합니다.

    "아니. 그건 더 싫어. 떨어져서 잘 바에는 그냥 조금 성욕에 번민하는 게 나아."

    "어머…."

    나는 완벽하게 멋진 표정으로, 그다지 멋지지 않은 말을 해줬다.

    하지만 천사님은 그걸로도 좋았는지, 팔베개를 한 채로 내 얼굴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어주셨다.

    다시 한 번 말하지. 천사님. 진짜 사랑합니다.

    "흥분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구나…."

    물론, 사라는 반대쪽에서 그런 우리를 보며 황당해하고 있었지만.

    "당연하지. 이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는다는 건 너희에게 실례야."

    "…그거,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도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은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누워서 하고 있는 우리를, 마틸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허벅지에 걸터앉은 채로.

    아니. 그러니까 마틸다씨. 저 흥분해서 밤잠 설쳤다는 얘기 들으셨죠?

    고간을 그렇게 허벅지에 대고 있으면, 제 고간에 상당히 좋지 않은데요.

    그렇게 장난을 하고 싶었지만, 마틸다의 표정이 상당히 진지해보였기 때문에 나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당신."

    "왜 그래?"

    "…정 못참겠으면 제가…. 괜찮아요. 텐트를 하나 치고 그 안에서 하면 모습이 보이는 건…."

    "너 아직도 핑크빛 모드였냐?!"

    쓸데없이 진지한 표정이나 하고 있어서 헷갈렸잖아!

    아니. 그야 추기경님이 성직자의 금기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가려고 하는 거니까 그야 진지한 표정도 되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어떠세요?"

    "뭘 그래서 어때서야?! 야! 진짜로! 너 허벅지 안쪽에 손가락 비비지 마라! 성직자의 금기 잊었어?!"

    "괜찮아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전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하아아…당시인…."

    "아니. 안 괜찮거든?! 물건에만 닿지 않으면 된다는 문제가 아니거든?! 거기에 숨 불어넣지 마! 실비아! 와서 얘 좀 말려!"

    "네, 네엣!"

    "꺄악! 실비아씨?!"

    결국 핑크빛 모드 마틸다는 일어나자마자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실비아에게 제압됐다.

    마틸다 저 녀석, 성기사인데다가 레벨까지 높아서 제압하는 것도 은근히 힘들단 말이지.

    "후우. 아침부터 큰일날뻔했네."

    그렇게 아침부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다음에, 우리는 겨우 텐트에서 나와 식사를 하고 4.5계층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자네가 농담을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

    "별로 농담은 아니었…아, 아무튼! 지금부터 4.5계층이야! 다들 마음 단단히 먹어! 특히 마틸다! 알겠지!?"

    "아, 알고 있어요…."

    내가 콕찝어 주의를 주자, 마틸다는 부끄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래도 일단 절대 그러지 않아야할 때에는 자제할 수 있는 모양이니, 그것만큼은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마틸다 쟤, 진짜 저주 때문에 저러는 걸까?

    요즘들어 점점 더 의심하게 된단 말이지.

    "그럼 레이아."

    "네."

    아무튼 나는 레이아에게 부탁하여 4.5계층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열게한 후, 천천히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통로를 내려감에 따라서, 통로를 이루고 있는 얼음벽들이 점차 이끼낀 돌벽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의외로 기네요. 곧장 물 속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마틸다의 말대로, 통로는 상당히 길었다.

    내려온 거리를 보나 맵에 표시된 위치로 보나 이미 4.5계층에 도착해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도, 통로는 끝날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져있었다.

    그리고 환경 역시도 그랬다.

    다른 소계층과 마찬가지로 이번 계층도 4계층과 비슷한 환경일테니, 분명 물속으로 들어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러게. 이대로 그냥 평범한 동굴이면 좋을 텐데."

    새로운 장소에 향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해있던 우리는, 아무것도 없이 언제까지나 통로가 이어지자 점차 피로가 쌓여가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몬스터가 나타나서 싸움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뭐가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채 계속 긴장하며 걷는 건 상당히 정신건강에 좋지 않았다.

    "응? 뭐야 이거? 막다른 길?"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렇게 한참을 걸어간 통로의 끝은 막다른 길이었다.

    중간에 갈라지는 길조차 없이, 쭈욱 일자통로였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상한데? 내 시야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맵은, 이 앞으로도 계속 길이 이어져있다고 표시되고 있었다.

    맵이라는 게 딱 내가 있는 자리만 밝혀지는 게 아니라, 주변에 일정 범위는 자동으로 밝혀지니까 말이야.

    그렇다는 말은 여기에 뭔가 기믹이 있다는 건데….

    자세히 보니, 벽에는 중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혹시 이 안에 또 뭔가 성기를 넣어야하는 건가? 하지만 오는 도중에 몬스터같은 건 없었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벽에 난 커다란 구멍을 살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디아나와 실비아가 동시에 경고를 발했다.

    "흠…음?! 조심하게! 적일세!"

    "읏! 구원님! 위험합니다!"

    "우왓?!"

    내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뒤로 빼는 것과 동시에, 방금 전까지 내 머리가 있던 장소에 따악! 하고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이거?"

    예상 외의 사태에 살짝 당황하면서도, 나는 황급히 뒤로 빠져서 전투태세를 갖췄다.

    아무리 우리 파티가 압도적인 스탯으로 몬스터들을 찍어 누르면서 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내려온 숙련된 파티다.

    고작 이정도 사건으로 전투태세도 갖추지 못할 정도로 당황하거나하지는 않는다고.

    "거북이…네요."

    벽에 뚫려있던 커다란 구멍에서 튀어나온 건, 바로 거북이의 머리였다.

    즉. 내가 통로를 막고 있는 벽이라고 생각했던 건 바로 거북이의 등껍질이었다는 얘기다.

    방금 전 회심의 기습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놈은 별로 상관없다는 듯 여유가 넘치는 몸놀림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가 벽으로 착각했을만큼의 덩치다.

    안그래도 통로에 꽉 끼어있던 놈이 네다리를 꺼내서 몸을 일으키자, 놈의 등껍질과 통로의 벽이 부딪히며 통로 전체가 무겁게 울렸다.

    그리고 그렇게 완전히 정체를 드러낸 놈은, 딱히 이쪽을 습격할 생각도 없다는 듯 가만히 통로를 막고 우리를 바라봤다.

    아니. 습격할 생각이 없다기보다는…통로에 몸이 껴서 못 움직이는 거 아냐?

    "…이게 대체 뭐하자는 거지?"

    "글쎄? 그래도 확실한 건, 여길 지나가려면 저 거북이를 잡아야되는가봐. 가까이 가지 않으면 덤비지도 못하는 것 같고, 오히려 잘 된 거 아냐?"

    황당해하는 내게, 사라는 별 거 아니라는 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활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가볍게 화살을 날렸지만….

    팅.

    방금 전에 날 공격할 때도 그랬지만, 거북이 녀석은 의외로 몸놀림이 빨랐다.

    녀석은 사라가 노렸던 얼굴을 재빨리 껍질 속으로 집어넣고는, 가볍게 껍질로 사라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리고는, 녀석은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얼굴을 빼내고는 우리를 바라봤다.

    "뭐야 저거?! 뭐하자는 거야?!"

    물론, 그 약올리는 것 같은 태도에 우리 용사님은 화가 나셨지다.

    사라야. 너 지금 그 말, 방금 전에 네가 쿨하게 대답했던 내 말이랑 똑같은 거 아냐?

    "내가 그런다고 못 잡을 것 같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번엔 아예 머리를 집어넣어도 상관없도록 거북이의 얼굴이 나와있는 껍질의 틈에 화살을 날렸다.

    쿠구구궁. 팅.

    하지만 그러자 이번에는 녀석이 살짝 몸을 옆으로 틀어서 옆쪽 껍질로 사라의 화살을 막아냈다.

    통로에 몸이 꽉 끼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장애도 없다는 듯 가볍게 몸을 틀어서 말이다.

    저 녀석, 움직일 수 없었던 게 아니었단 말이야?

    아니. 몸이 끼어있는 건 사실인지, 방금 전에 몸을 움직였을 때 통로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울려댔지만.

    아무튼 그렇게 다시 한 번 사라의 공격을 받아내고, 거북이는 또 다시 몸을 정면으로 돌린 후 우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방금 전에 그렇게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놈은 그 자리에서 움직여 우리를 습격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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