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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또 반항하면 절정속박에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단순하게 극심한 쾌락에 무너져내린 건지, 그 이후에는 사라도 별 다른 저항을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조교가 완료된 사람처럼 순종적으로 내 명령을 따라줬고, 때문에 나도 여러모로 즐길 수 있었다.
즐길 수 있었지만…역시 이런 플레이는 끝나고 나서 생기는 부작용이 문제란 말이지.
코앞에서 날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는 사라를 바라보며, 나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얘 대체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던 거지?
아니. 어쩐지 일어났을 때부터 뭔가 좀 이상하더라고.
평소에는 잠에서 깨면 일단 내 몸 위에 포개져있는 우리 애들의 온기를 맛보며 가볍게 끌어안아 주고, 그 몸과 마음이 전부 채워지는 것 같은 행복을 느끼며 기분 좋게 눈을 뜨는 게 내 아침의 일과였다.
그런데 오늘은 어째선지 가슴에 사라가 엎드려있는 감촉이 안 느껴지는 게 아니겠어?
일단 아래쪽에는 연결된 감각이 느껴지고 있으니까 먼저 일어나서 혼자 가버렸거나 한 건 아닌 것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떠보니, 사라가 두 손으로 내 머리 양 옆쪽을 짚고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내 얼굴을 지그으으으시 쳐다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저…사라야?"
"왜? 주인님 오빠."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눈싸움하듯 서로를 바라보기만 수 분.
이 무거운 침묵에 견딜 수 없어진 내가 정적을 깨트리며 말을 걸자, 사라는 그제야 입을 열어줬다.
"이왕 주인님 오빠라고 부를 거면 존댓…아니요. 반말로 하셔도 됩니다. 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어떤 주제도 모르는 녀석이 감히 우리 아름다우신 사라님한테 존댓말을 들으려고. 한 대 때려줄까요? 명령만 해주십쇼. 그냥 콱 잡아다가…."
"피이. 바보. 나 화 안 났어."
내가 손짓 발짓을 하면서 없는 재롱 있는 재롱 다 끌어다가 재롱을 부리자, 그제야 사라는 표정을 풀고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정말로?"
"뭐, 원인을 따져보면 내가 이상한 행동을 해서 곤란하게 만들었던 게 원인이고. 그리고 중간에 뭐든 하겠다고 한 것도 나고.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오…화장실까지 막는 건 조금 그랬지만.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때는 진짜로 화낼거야?"
"그, 그럼! 오빠만 믿어."
"하여간 능청은. 이런 점은 신용이 안되는 오빠라니까. 음…."
내가 겁먹은 표정이 그렇게 웃겼던 건지, 사라는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으며 사랑스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해주고는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짓눌러왔다.
간밤에는 조교 플레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키스를 못했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아니. 어제는 나도 하다보니까 흥이 나서 조금 너무 막나간 감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한 숨 자고나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역시 소변까지 지리게 하는 건 너무했지.
아무리 미리 정령을 소환해서 피해가 없게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런데 말이야."
"응?"
"이렇게 쉽게 용서해줄 거면, 대체 방금 전에는 왜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던거야?"
"그, 그거야…그냥 봐주는 건 나도 열받으니까. 조금 무섭게라도 해주려고! 그래! 무서웠지?"
머리에 떠오른 의문을 별 생각 없이 물어보자, 갑자기 사라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리고는 누가 봐도 방금 전에 막 생각해낸 것 같은 변명을 늘어놨다.
"거짓말. 뭔데? 사실대로 말해봐."
"그, 그럼…잘생겨서?"
"왜 거기서 의문형으로 말하는 건데?! 그런 건 빈말이라도 똑바로 말하라고!"
심지어 말투를 봐선 저것도 진짜 이유가 아니라 그냥 아무 말이나 막 내뱉은 거잖아?!
"째째하기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잖아."
"아무래도 좋지않아! 내 자존심이 걸린 문제…!"
"간밤에는 제대로 키스도 못했으니까, 나 지금부터 바넷사씨가 올 때까지 구원이랑 키스하면서 한 번 더 하고 싶은데. 아니면 하던 얘기 계속할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던 것 같아."
"꺄악!"
그렇게해서, 바넷사가 올 때까지 나와 사라는 한 번 더 서로의 몸을 탐했다.
이번에는 한 순간도 입술을 떼어놓지 않고, 사랑을 가득 담아서 알콩달콩하게.
"어머, 안녕히주무셨어요?"
"자네 왔는가."
그리고 언제나처럼 바넷사가 아침 식사 준비를 알리러 왔고, 우리는 그걸 신호로 준비를 한 후 식당으로 왔다.
식당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다들 먼저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다만, 디아나의 표정이 어딘가 어색했다.
우리 눈치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할까?
아니. 정확히는 우리가 아니라 사라의 안색을 살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코홈. 그래서. 간밤에는 어땠는가?"
그렇게 사라의 얼굴을 엿보던 디아나는 뭔가 어렵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는, 귀엽게 헛기침을 한 번 내뱉더니 그런 질문을 해왔다.
야. 너 지금 그거 헛기침 한 번으로 자연스럽게 질문했을 셈으로 있는 거 아니지?
"…너 아직도 불안해하고 있는 거냐. 그러니까 어제 그건 사라의 장난이었다니까."
어제는 그냥 조교된 사라가 내 입장을 생각해서 그럴듯하게 변명하며 넘어간 것뿐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디아나는 그런 쓸데없는 의심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 뭐, 자기 몸의 안위를 생각하면 신중하게 되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말이야.
"부, 불안해하기는 누가 불안해한다고 그러는 겐가! 이 몸은 어디까지나 사라양이 걱정되어…!"
"괜찮아요. 디아나. 걱정해주지 않으셔도. 간밤에도 주인님 오빠가 잘 대해주셨는걸요."
내 지적에 아닌척 잡아떼는 디아나에게, 사라가 미소 지으며 다시 한 번 날 옹호해줬다.
"그래. 그래. 내가 얼마나…사라야?"
어, 어라? 지금 뭔가 말투가 살짝 이상하지 않았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어머, 죄송…미안. 실수했어."
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사라를 쳐다보자, 사라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표정으로, 오히려 보란 듯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해줬다.
"지금 명백하게 존댓말을 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주인님 오빠는 뭔가! 주인님 오빠는! 조교한 겐가! 사라양은 이제 틀린 겐가!"
물론, 그런 사라를 보고 디아나가 소란을 피우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디아나는 사사사삭하고 순식간에 뒷걸음질을 쳐서 내게 멀어지더니, 사라의 조교된 모습에서 자기 미래를 투영하기라도 한 듯 절망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외쳤다.
"아니! 야! 사라! 장난치지 말고!"
"디아나. 정말로 괜찮아요. 전 지금 정말로 행복한 걸요. 그리고 디아나도 분명…."
내가 다급하게 사라를 뜯어말리자, 사라는 두 손으로 자기 뺨을 감싸쥐고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달콤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 이 몸도 뭔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겐가?! 사, 사라양이…! 그 사라양이…!"
사라가 말 끝마다 하트가 붙을 것 같은 말투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디아나의 공포심은 더더욱 커지는 것 같았다.
"야! 그러니까 왜 그렇게 수상쩍은 미소로 그런 말을 하는 건데?"
이, 이 녀석! 그러고 보니 아까 일어나기 전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으면서 이유를 물으니까 은근슬쩍 말을 돌렸었지!
설마 그때 이렇게 복수할 계획을 짜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주인님 오빠. 디아나는 왜 저러는 걸까요? 주인님 오빠의 조교가 얼마나 기분 좋은데…. 분명 당해보지 않아서 그런 거겠죠? 괜찮아요. 디아나도 한 번 경험하면 분명 알게 될 거에요."
"히익! 귀, 귀축! 이, 이 몸은 이미 충분하네!"
"야! 사라! 그러니까 복수하고 싶으면 괜히 디아나 괴롭히지 말고 나한테 하라니까! 아니! 그냥 복수를 그만 두라니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밖에 낳지 않는다고! 너 나중에 나랑 잘 때 어떻게 감당하려고…."
"자, 자네는 이 이상 사라양을 조교하겠다고 말하는 겐가?!"
"그러니까 조교된 거 아니라니까!"
그렇게 해서, 사라의 소소한 복수는 멋지게 성공했다.
물론, 마지막은 둘이서 같이 디아나의 설교를 듣는 걸로 마무리됐지만.
"하여간 자네들은! 이 몸의 호의를 이용하다니!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구먼!"
겨우 오해가 풀리고 나서, 나와 사라는 나란히 무릎을 꿇은 채 디아나의 설교를 듣게 됐다.
디아나는 허리에 두 손을 척하고 올리고는 잔뜩 뿔이 나서 흥흥! 하고 화를 냈다.
"맞아! 맞아! 사라 넌 좀 반성…."
"자네가 제일 문제일세! 조교 플레이는 뭔가! 조교 플레이는! 어떻게 그런 끔찍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겐가! 아니. 이 몸도 자네들 둘이서 그런 것이 좋아서 즐기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네만, 행여나 다른 사람에게까지 그런 걸 할 생각은 추호도 말게! 절대로! 절대로일세! 알겠는가?!"
아니. 디아나야. 그렇게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몸 전체로 ‘특히 이 몸! 이 몸 말일세! 이 몸!’ 이라고 주장 안해도 잘 알겠으니까.
그리고 확실히 말해두자면, 너 그렇게 반응하는 거 역효과니까.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괴롭히고 싶어진다니까?
뭐, 디아나 자신도 좋아하는 노출 플레이라면 모를까, 조교 플레이는 디아나한테 시도했다가는 진짜로 화낼 것 같으니까 안 할 거지만.
"대답하게!"
"네. 디아나 누나."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흐뭇하게 디아나를 바라보고 있자, 디아나가 손날로 내 머리를 탁탁 두드렸다.
"후우. 정말이지…."
그리고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날 내려다보며, 디아나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고는 사라를 쳐다봤다.
"그러면 사라양. 이쯤하면 됐는가?"
"네, 네?"
"뭘 그렇게 놀라는 겐가. 복수말일세. 이 몸이 왜 일부러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맞춰줬다고 생각하는 겐가. 이 자의 꾸중은 이쯤하면 됐겠는가?"
아니. 디아나야. 그건 너무 무리수잖아.
너 사라가 나한테 조교 플레이의 복수를 하려고 그런 말을 했다고 설명을 듣기 전부터 과민반응 했으면서.
이제와서 조금 진정되니까 그렇게 연기였다는 식으로 넘어가려는 속셈인 거냐?
아니. 뭐, 대마법사님의 체면도 있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네. 충분해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디아나."
사라도 그 점에 관해서는 나와 같은 의견인 건지, 고분고분히 디아나의 말에 맞춰줬다.
뭐, 사라 얘는 방금 전 일로 디아나한테 미안하기도 할테니, 이렇는 게 당연하겠지만.
"음. 그럼 둘 다 일어서게. 오늘은 던전에 가는 날이라고 하는데, 아침부터 늦어버리지 않았는가."
"그러게 빨리 먹자."
겨우 무릎을 펴고 바닥에서 일어날 수 있게된 나는, 얼른 디아나를 안아들고 식탁에 앉았다.
물론, 갑자기 안겨져서 무릎 위에 앉게 된 디아나는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말이다.
"…왜 이 몸을 안는 겐가?"
왜냐니. 귀여우니까 그러지.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아마 말하면 화내겠지?
"무릎에 앉혀놓고 먹으려고."
"…자네. 방금 전에 이 몸에게 꾸중을 들었다는 자각은 있는 겐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꾸중 들은 건 들은 거고, 그게 내가 디아나한테 스킨십을 하면 안되는 이유는 되지 않잖아? 아니면 디아나는 싫어 그만둘까?"
"으음…그건 아니네만."
"그럼 됐잖아."
뭔가 석연치 않다는 표정의 디아나를 끌어안은 채, 나는 겨우 아침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아무튼 그렇게 소란스런 아침을 보내고, 미리 준비를 마친 상태였던 우리는 즉시 던전으로 향했다.
이번 탐험의 목표는 간단하다.
저번에 4계층의 주인도 쓰러뜨렸으니, 이제 드디어 다음 소계층으로 넘어갈 때가 왔다.
얼음굴에서 4.5계층으로 넘어가는 통로를 발견만 해놓고,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4.5계층을 돌아다니면서, 이왕이면 출구를 발견해 5계층까지도 가본다.
그게 우리의 이번 목표였다.
그리고 덤으로 4.5계층에서 직업 레벨의 성장도 노릴 수 있으면 더 좋고 말이다.
몬스터의 공격력이 강한대신 방어력이 극도로 낮아서 경험치를 벌기 좋았던 얼음굴처럼, 4.5계층도 뭔가 그런 식의 장치가 있지 않을까 실은 조금 기대중이기도 했다.
"4.5계층은 어차피 황제펭귄이 있는 방을 통해서 가는 거니까, 4계층을 통해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디아나, 괜찮겠어?"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기 앞서, 우리는 일단 계획부터 짜기로 했다.
먼저 얼음굴로 가기 위해서는 3계층을 통해 가는 것과 4계층을 통해가는 것. 두가지 루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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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애매하게 끊겼네요.
닭구, BLUE물고기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