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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98화 (68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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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호가 되기 위한 조건

    "이제 진정했냐?"

    "네, 네히이이…."

    결국 실비아와 멀찍이 떨어져서 심호흡을 시키고 난 다음에야, 실비아는 조금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2미터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말도 제대로 못한다니. 대체 이러는 게 얼마만이야.

    대체 뭐가 실비아를 저렇게까지 만들어버린 거야?

    아니. 뭐, 대충 예상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아마 나와 일을 치르고 방에서 나온 사라의 그 모습을 보기라도 한 거겠지.

    사라의 그 모습을 봤으면 사라가 내가 대체 얼마나 격렬한 섹스를 했는지도 대충 상상이 될 테고.

    그 상상에 실비아가 사라 대신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만 하면, 내성이 최저치로 낮아진 이 실비아가 완성된다는 거다.

    어떻게 상상만으로 사람이 그렇게 되냐고?

    실비아 얘는 몸에 성감대가 하나도 없는데도 정신적 고양만으로 섹스할 때마다 복상사하려고 하는 애라고.

    아마 마음만 먹으면 상상만으로도 절정할 수 있지않을까?

    아니. 나도 실비아 본인이 아니니까 잘은 모르지만.

    아무튼 실비아를 진정시키느라 꽤나 시간을 잡아먹어버렸다.

    바넷사가 이미 마차를 대기시켜놓고도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중일테니, 잽싸게 용건이나 해결하도록 하자.

    "그럼 실비아. 난 지금부터 성에 가려고 하는데. 너도 같이 갈래?"

    "네, 네엣?! 구, 구원님과! 같은 마차에 타고 말입니까아?!"

    "아니. 그야 당연하잖아…."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새삼스럽게.

    아니. 그야 마차에 타면 지금보다 조금 더 거리가 가까워지겠지만.

    "무리무리무리입니다! 그런! 좁은 공간에서, 구원님과 단둘이 있는다니! 절대 무리입니다!"

    야.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전혀 다른 뜻으로 오해할만한 발언이잖아.

    너무 좋아서 그런 거라고 덧붙여라. 좋아서 그런 거라고.

    "하긴. 뭐, 넌 바로 전에도 다녀왔었고. 그럼 오늘은 안 가는 걸로?"

    "네엣! 죄송합…앗."

    내게 고개를 푹 숙이고 사과하려던 실비아는,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이라도 났다는 듯 사과하려던 그 자세 그대로 굳어졌다.

    "응?"

    "으앗, 으아아아아…!"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으면서, 절망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니. 그런 눈으로 쳐다봐도 왜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왜 그래?"

    "하, 할 일…있습니다아…."

    "성에서?"

    "우으읏…!"

    실비아는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자세 그대로,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내게 대답도 제대로 안하고 제스쳐로만 저러는 걸 보면, 상당히 절망한 모양이다.

    "전에 갔을 때 까먹고 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 아뇨. 그런…아앗. 네, 네에! 까먹고 온 일입니다."

    응. 아니구나. 왜 굳이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실비아가 저러는 걸 보면 굳이 내가 알아야할 일은 아닌 모양이겠지만, 그래도 궁금해진 나는 조금 장난을 쳐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야? 목숨을 걸 정도로?"

    "모, 모, 목슈움?!"

    "그럼 성에 가는 내내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나랑 단 둘이, 딱 밀착해서 갈 건데.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히, 히이이잇!"

    나는 일부러 한쪽 입꼬리만 씨익하고 올려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그렇게 말하며 실비아에게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실비아는 그야말로 공포에 질린 비명을 지르며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응. 기사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것도 왕실친위대면 기사 중에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일텐데.

    "그래도 간다고?"

    "네, 네헤엥…."

    실비아는 이제는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야. 울지 마라. 농담이잖아. 안죽여. 안죽인다니까.

    하지만 이런 반응을 보이면서까지 따라가려는 걸 보면, 아무래도 실비아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일인 모양이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어쩔 수 없지. 그럼 갈까? 마차는 이미 준비해놨어."

    "우으…네에…."

    "너 설 수 있어? 부축해줄까?"

    "괘, 괜찮습니다! 전혀! 문제 없습니다아!"

    그리고 방금 전까지 다리에 힘이 풀렸던 주제에, 내가 손을 뻗는 것만으로도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실비아였다.

    너 대체 얼마나 필사적인 거야.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바넷사와 실비아를 데리고 성으로 출발을 했다.

    뭐, 평소 성에 갈 때 언제나 대동하는 멤버 그대로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시어. 언제나 우리를 어여삐 여겨 보살피시고…."

    뭐, 성에 가는 동안 마차 속 분위기는 전혀 평소와 같지 않았지만.

    거의 반쯤 삶을 포기한 눈으로 끊임없이 기도를 외워대는 실비아를 보고, 나는 슬슬 저택에서 내가 없는 동안 있었던 일들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마차 안에서도 나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기 위해, 대각선 자리에 앉아서 최대한 몸을 구석에 밀착시키고 있는 실비아.

    마치 내가 자신을 건들이면 그대로 죽기라도 할 것같은 모습이었다.

    아무리 얘가 감성으로 쾌감을 느끼는 타입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사라의 그 모습만 보고 이렇게까지 반응을 하나?

    설마 사라 그 녀석, 뭔가 이상한 짓이라도 더 한 건 아니겠지?

    사라 걔가 그래 봬도 바보같을 정도로 올곧은 성격이라 거짓말같은 건 또 엄청나게 못하니까 말이야.

    "실비아."

    "어머…흐이잇! 네, 네헷?!"

    아니.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부른 거니까, 그렇게 올것이 왔다는 표정 짓지 마라.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너 지금 그러는 거 사라보고 그러는 거지?"

    "…아, 아으…그, 그러니까아…."

    "데굴데굴 눈동자 굴리면서 시선 피하지 말고. 딱히 숨길 것도 아니잖아?"

    "으으…네에…."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사라한테 제대로 설명을 들은 것도 맞지?"

    "으읏…."

    사라의 설명을 기억해내고 부끄러워진 건지, 실비아가 새빨개진 얼굴로 끄덕끄덕 고개만을 움직였다.

    "그럼 사라가 뭐라고 설명했는지 네 입으로 한 번 말해봐."

    "네, 네헤에엣?!"

    그리고 내가 설명을 부탁한 순간, 실비아가 몸을 바르르 떨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는 아예 몸을 벽방향쪽으로 돌리고 찰싹 붙어서는, 입술을 덜덜 떨면서 뭔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자세히 귀를 기울여보니, 실비아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이랬다.

    "마, 말로만 듣뎐…슈, 슈치 플레이…이런 것부터 시쟉인 겁니까아…어, 엄마아…실비아는…실비아느은…."

    "아니거든 이것아!"

    "하읏!"

    나는 반사적으로 실비아에게 딴죽을 걸 수밖에 없었다.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워가지고.

    "그, 그러엄…."

    "내가 예측을 말하고 확인받으면 넌 또 고개만 끄덕일 테니까 정확한 상황전달이 안되잖아. 그러니까 네가 들은 설명을 말하게 해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 것뿐이야. 그래서, 사라가 뭐라고 설명해줬는데?"

    "그, 그게 그러니까아…아침에 사라님이 구원님께서 하지도 않은 일로 너무 몰아붙이셨고…. "

    "응."

    "안 그래도 평소에 약속도 잘 안지켜서 바보라고 한다음 오빠라고 부르지도 않고…."

    응? 그건 내가 사라한테 짜줬던 변명에 없는 부분이었는데.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 그런 부연설명까지 첨가한 건가. 사라 그녀석 의외로 꽤 하잖아.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최근 사라님의 태도 문제가 겹쳐서…구원님께서 드디어 화를 참지 못하시고 사라님을 방으로 끌고 가셔서…."

    "응응."

    확실히 그냥 아침에 있었던 일로 내가 화났다고 하는 것보다는, 저런식으로 다른 일들까지 합쳐서 복합적인 이유였다고 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사라 녀석. 맡겨두라고 하더니 진짜 완벽하게 해냈잖아.

    게다가 저런 말이 바로 튀어나왔다는 건, 사라도 그런 일들을 신경쓰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나한테 바보라고 하면서 오빠라고 안 부른 거나, 가끔 틱틱대는 태도를 보이는 것들을 전부 말이다.

    내 앞에서는 그런 거 신경쓰는 티는 하나도 안내는 주제에.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걱정 안해도 오빠는 그런 거 전혀 신경 안쓰니까.

    오히려 사라는 그런 점이 매력이지. 귀여워 죽겠다니까.

    뭐, 확실히 조금만 더 자주 오빠라고 불러줬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방으로 끌고가셔서어어…!"

    흡족하게 설명을 들으며 다음을 재촉하는 날 보고, 실비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오들오들 떨었다.

    "그, 그렇게 레이아님과의 행위가 궁금하면…모, 몸으로 알게 해주겠다고 하시고느은…그, 그대로오오…."

    "훗."

    "히이잇! 그, 그러니까아…구원님의 평소 행위는 상당히 자제하고 있는 수준이었고오…지, 지, 진심이 되신 구원님은 엄청나서어어…사, 사라님은…사라님으은…!"

    거기까지 듣고 나서야, 나는 실비아가 왜 저렇게 떠는지 드디어 알 수 있게 됐다.

    과연. 사라녀석. 그런 얘기까지 덧붙여버린 건가.

    내가 진심이 되면 평소보다도 더 엄청나다니.

    아니. 그야 우리 애들 상대로 내 능력을 100% 발휘 안 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애들과 행위 중에 성자 스킬은 자동으로 발동되는 패시브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지를 않으니까.

    그야 이제와서 옛날처럼 성자의 손길이라든가 성자의 성수라든가, 페니스 배쉬라든가 여러 액티브 스킬을 써대면 우리 애들이 버티지를 못하기는 하겠지.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런 설명을 해버리면 실비아가 겁먹어버리잖아.

    평소에도 자기는 나랑 관계를 맺을 때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데, 내가 그 이상으로 진심을 발휘하면 확실히 죽어버린다는 거니까.

    하지만 실비아야. 안심하라고.

    넌 정신적인 쾌감이 훨씬 더 큰 애라서, 내가 스킬을 사용해서 육체적 쾌감을 주면 오히려 평소보다 더 안정을 찾으니까.

    아니. 그것도 적당히 스킬을 써서 그런 거고, 육체적 쾌락에 내성이 다른 애들보다 떨어지는만큼 내가 진심으로 모든 스킬을 다 쓰면서 하면 또 다르려나?

    아무튼 그럴 일은 없을테니까 겁 안먹어도 된다고.

    내가 섹스하다가 누구 잡을 일 있냐.

    아무튼 실비아가 이런 반응을 한 이유를 안 이상, 더 이상 실비아의 입으로 설명을 들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설명을 하면서 또 상상이라도 해버린 건지, 묘하게 허벅지 사이를 비비적거리기 시작하기도 했고.

    나랑 섹스하는 건 무서워하는 주제에 은근히 흥분은 잘 한다니까.

    뭐, 최고 성감대가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만큼, 상상으로도 쉽게 흥분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만. 그만하면 됐어. 아무튼 그렇게 해서 사라도 반성했다. 그런 설명을 들은 거지?"

    "네, 네엣!"

    내가 말을 끊고 얘기를 마무리 짓자, 실비아는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안 해도 너한테는 그렇게까지 안할 테니까 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다고. 사라한테도 잠깐 화나서 그랬던거고."

    "아우…그, 그렀습니까아…."

    "너 왜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짓냐?"

    "아, 아, 아, 아닙니다아아!"

    "내가 한 번 진심으로 해줬으면 좋겠어?"

    "햐, 햐닙니댜하아!"

    살짝 기대를 하기는 한 거구나….

    하여간 맨날 죽는다 죽는다 소란을 피우는 주제에.

    얘도 은근히 그런 거 좋아한다니까.

    뭐, 처음에 나한테 달라붙었던 이유가 섹스의 쾌감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였던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지만.

    "알았다. 알았어. 아무튼 그런 거니까 이제 그만 떨어라. 알았지?"

    "네, 네에…."

    내가 미소를 지어주자, 실비아는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로지 자기자신의 상상력만으로 혼자 호들갑 떨었던 게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런 실비아가 너무 귀여워서, 나는 실비아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어 줬다.

    "히읏! 읏…응…으으으으으…."

    그리고 내 손이 머리 위에 얹혀지자마자 몸을 움찔하고 떨었던 실비아는,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점점 몽롱하게 녹아내리는 표정을 짓더니 결국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야. 잠깐만. 너 설마…."

    "햐, 햐니이…햐입미다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것아.

    나는 하는 수 없이 실비아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하긴. 아무리 설명을 했어도 방금 전까지 그렇게 떨었던 앤데. 내성이 갑자기 원상복귀 되지는 않겠지. 내가 너무 경솔했어.

    "으으으…."

    한동안 몽롱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던 실비아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안고, 두 다리를 접어올려 발로 의자를 딛고 그대로 얼굴을 무릎쪽에 파묻었다.

    "구원님. 실비아님.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지요."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바넷사가 마부석과 연결된 창을 올리고 우리에게 도착을 알려줬다.

    "좋아. 그럼 갈까?"

    "네…읏…아, 아니. 저기. 그게…머, 먼저 가계시면…."

    하지만 마차에서 내리는 나와 달리, 실비아는 자리에 엉덩이를 찰싹 붙인 채 미동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뭐,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그래라."

    나는 인벤토리에서 대충 수건 몇장을 꺼내서 건네줬다.

    그리고는 최대한 배려를 해주기 위해서, 실비아의 의견을 물었다.

    "…속옷도 한 장 줄까?"

    일단 던전 탐험시에 갈아입을 용도로 실비아것도 몇장 있는데.

    "괘, 괜찮습니다아!"

    아무래도 내 배려는 필요 없었던 모양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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