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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92화 (67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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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호가 되기 위한 조건

    뭐, 그렇게 된 이유로 간밤에는 의도했던 구미호 특성파악같은 건 하나도 신경쓰지 않고 그냥 우리 야해진 레이아 누나랑 마음껏 뒹굴어버렸다.

    하지만 뭐, 소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짜투리 시간에 생각을 해보면 되는 문제  아니겠어?

    우선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하는 조건.

    아직 완전히 확신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밤의 플레이를 통해서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신할 수 있는 조건이 ‘레이아의 성욕이 이성을 이겼을 때’로 거의 확실시되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그렇게 된다면 한가지 커다란 문제점이 생기게 되는데….

    저거, 대체 어떻게 써먹으라는 거야?

    레이아가 성욕에 눈이 돌아갔을 때만 구미호로 변신 가능해?

    뭔 눈돌아가서 적아군 구별 못하고 다 때려잡는 버서커도 아니고.

    아니. 차라리 버서커가 그나마 써먹을 여지가 있겠다.

    그냥 던전 탐험중에는 절대 못써먹는다고 못을 박지 그러냐?

    던전 탐험중에 레이아가 성욕에 미치도록 만들 수단도 없을뿐더러, 만약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하지 않을 거다.

    내가 미쳤다고 우리 레이아의 그런 모습을 다른 사람이나 몬스터들 앞에서 보이겠어?

    저 레이아의 모습은 나만의 것이야!

    하지만 그렇다면 레이아가 자기 자신을 지킬 수단은 앞으로도 계속 없을 거라는 얘기로…젠장. 그냥 내 예상이 틀린 거고, 실은 뭔가 다른 조건이 붙어있거나 하지 않으려나?

    여기는 게임 시스템이 사용되는 세계잖아.

    저런 능력은 일반적인 게임은 물론 웬만한 야겜에서도 안나오는, 만약 나온다면 기껏해봐야 배틀 뻑 장르에서나 나올 능력이라고.

    적어도 여기가 그런 세계관은 아니잖아?

    아니. 그야 물론 그런 장르의 게임에서 나올법한 능력을 온몸에 둘둘 두르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도 뭔가 다른 조건이…그래. 여신님도 예전에 구미호를 동료로 한 걸 칭찬했었잖아.

    그 얘기는, 우리 파티에 구미호 능력도 뭔가 도움이 될 거라는 뜻 아니겠어?

    내가 생각한 변신조건으로는 절대 써먹을 수 없을 테니까, 뭔가 다른 조건이 있는게 틀림 없어.

    레이아가 나와 단둘이 있을 때 이외의 상황에서 지난밤처럼 성욕에 눈이 돌아가는 모습을 하는 건 절대 싫다.

    하지만 레이아의 자위 능력을 위해서라도 구미호의 힘은 이용했으면 좋겠다.

    그런 모순된 생각 때문에 나는 머리를 맹렬하게 굴려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의 그 플레이로는 원래 생각했던 조건 이외의 다른 변신 조건이 떠오르지 않았다.

    "으응…아응…나…어느새 침대에…."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내 몸 위에 누워있던 레이아도 잠에서 깨어나버렸다.

    참고로 말해서, 당연한 얘기지만 레이아를 침대로 데려온 건 나다.

    팔찌 작동을 위해서 간밤에는 레이아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문쪽에서 몸을 섞였던 우리였지만,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니까.

    레이아가 정신을 잃은 후, 내가 레이아의 몸을 들고 침대로 돌아와서 같이 누웠다는 얘기다.

    때문에 당연히 내 모습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무튼 아직 완전히 눈을 뜨지 못하고 실눈을 한 채로 부스스 상체를 일으킨 레이아는, 그 누님같은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주먹쥔 손으로 귀엽게 눈을 부비댔다.

    "미안해요…구원씨가 너무 잘하니까, 누나, 조금 정신을 잃었었나아아아아아…!"

    음. 어디부터 태클을 걸어야 좋을지 상당히 곤란한 발언이군.

    아무래도 레이아는 여전히 누나 모드인 모양이다.

    그거야 뭐 이해한다. 간밤에 그런 상태로 정신을 잃었으니, 일어나자마자 나온 말이 저래도 충분히 이해한다. 게다가 말하는 걸로 봐서는, 레이아는 자신이 절정의 쾌감으로 잠깐 정신이 날아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고.

    실은 상당히 푹 잤지만 말이야.

    아무튼 여전히 누나 모드였던 레이아는 가늘게 눈을 뜨고 내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초고음으로 말꼬리를 올리면서 그대로 정지해버리고 말았다.

    뭔가, 미묘하게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대체 뭐지?

    그리고 정지해있는 레이아는 얼굴이 점점 더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레이아의 눈동자에서 보랏빛 안광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응? 잠깐만. 안광?

    그러고 보니 허벅지에도 뭔가 복슬복슬한 감각이 평소보다 많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는 말은….

    "구, 구, 구, 구워, 구원씨!"

    "으, 응?"

    "아, 아니니까요! 지난밤에는, 그러니까, 저, 저 그런 여자가 아니니까요!"

    "그거다앗!"

    "꺄아악!"

    그리고 레이아의 말이 이어진 순간, 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딱하고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바로 그거였어!

    역시나! 그러면 그렇지!

    성욕으로 이성을 잃어야만 발동하는 능력이라니!

    그런 써먹을 수 없을 조건이 붙은 능력이 있을 리가 없잖아!

    "레이아!"

    "네, 네헤엣!"

    드디어 알아낸 구미호 발동 조건에 들뜬 나는 두손으로 레이아의 어깨를 붙잡고 눈을 똑바로 마주봤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간밤의 행위를 기억해내며 부끄러워하고 있던 레이아였지만, 내 기세에 밀린 건지 부끄러워하는 것도 잊고 순순히 대답을 해줬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따라해봐!"

    "네, 네엣?"

    그리고 이어지는 내 알 수 없는 말에, 레이아는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여우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우선….

    "나는 섹스가 너무 좋다!"

    "……흐으윽."

    그리고 내가 그 말을 외친 순간, 레이아의 얼굴이 다시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아는 눈가에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어, 어라?

    "…아니. 잠깐만. 레이아.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난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저, 저는…."

    "들어봐 레이아. 내가 레이아를 색녀라고 생각한다는 얘기가 아니야. 레이아랑 내가 알고지낸지 얼마나 오래됐는데 이제와서 그런 얘기를 하겠어. 그리고 어제 그것도, 레이아가 그렇게 된 건 어린애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어려진 내가 좋아서 그런 거란 것도 잘 알아. 같이 고아원에도 다녔었잖아? 이제와서 그런 오해 안한다고."

    "하, 하지만 그래도 어제 전…."

    오해를 사기 전에 내가 황급히 두둔해주자, 그제야 레이아의 몸에서 조금 떨림이 멎어갔다.

    그래도 여전히 부끄러워 죽겠는 건 변함이 없는 모야이었지만.

    "전에도 말했잖아. 난 레이아의 성벽이 좀 특이해도 전혀 문제 없다고. 내가 좀 어려진 모습 좋아한다고 해서, 그게 어때서? 나도 섹시한 레이아 누나한테 리드 당하는 거 엄청 좋…."

    "하으으읏…!"

    이런! 커버 쳐주려고 한건데 오히려 데미지를 입히고 말았잖아.

    "아, 아니. 아무튼 전혀 문제 될 거 없다는 얘기야. 오히려 레이아가 섹스를 너무 좋아하는 색녀가 되어도 나는…."

    "우으으읏…!"

    "아니.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구미호! 구미호 상태에 관한 얘기야!"

    이 이상 커버해주려고 떠들어봤자 괜히 레이아한테 데미지만 입힐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황급히 주제를 돌리기로 했다.

    "구, 구미호요…?"

    "그래. 아무래도 구미호 상태가 되는 조건을 완전히 알아낸 것 같아."

    아무리 레이아가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는 상태라도, 구미호 얘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다.

    구미호 상태를 완전히 제어하고 싶은 마음은, 다른 누구보다도 레이아가 제일 간절할테니까.

    아무튼 그렇게 레이아의 주목을 끌고, 나는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레이아에게 말해줬다.

    원래는 레이아가 성욕에 눈이 뒤집혀지는 게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전, 레이아가 완전히 정신을 차리기 직전까지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였던 걸 보고 다른 가설이 떠올랐다.

    왜냐하면 레이아의 구미호가 풀린 타이밍이 바로 레이아의 얼굴이 붉어지는 타이밍과 같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아직 잠이 덜깬 상태의 레이아는 지난밤에 이어서 여전히 누나모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섹스에 눈이 돌아간 것 같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내 얼굴을 보고도 계속 섹스를 하려고 들었겠지.

    즉, 구미호 상태의 조건은 섹스에 눈이 돌아가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얼굴이 붉어진 순간 레이아의 안에서 무엇이 바뀐 걸까?

    간단했다. 바로 섹스에 대한 태도였다.

    너무 성욕을 대놓고 표출하는 건 부끄럽다.

    레이아는 섹스에 대해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 세계에서 섹스에 그런 감정을 가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세계의 근본은 섹스. 모든 게 섹스로 시작되서 섹스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계다.

    상식적으로 보면, 섹스에 대한 태도는 펠리시아가…아니. 아무리 그래도 걔는 조금 너무 나갔나.

    그래. 처음 만났을 때 곧장 테스트라면서 날 따먹었던 앨리시아.

    섹스에 대한 인식은 딱 그정도 수준이 이 세계 사람들의 기준으로 평범한 수준일 거다.

    게다가 레이아는 성행위를 권장하는 여신을 모시는 사제.

    원래대로라면 섹스에 그런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

    레이아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말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아니. 자랑인가.

    아무튼 내 여자들은 하나같이 눈치가 엄청나게 빠른, 좋은 여자들이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하면, 다들 나와 얘기를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섹스에 대한 인식이 어떤 수준인지 눈치를 챘을 거라는 얘기다.

    아무래도 내가 가진 섹스에 대한 인식은 여기 사람들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변해가는 법이다.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는 어떻게든 예쁜 여자랑 섹스해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지나가는 여자들 열굴 평가만 해대며 섹스할 기회만 엿봤던 내가, 지금은 이렇게 내 여자들만 보고 사는 성격으로 변한 것처럼 말이다.

    즉, 내가 가진 섹스관에 걸맞게, 우리 애들도 나와 같이 지내면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 세계 사람들의 기준보다 훨씬 더 조신한 여자가 되었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 애들이 이 세계의 상식에 맞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조신하다는 사실은 나도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그게 레이아의 구미호 능력과 연관이 있을 줄이야.

    아무튼 요약하자면, 이런 얘기가 된다.

    아마 원래대로라면, 내게 사도 임명을 받고 구미호 상태일 때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이성을 잃지 않게 된 순간부터 구미호 능력을 쓸 수 있었어야 했을 거다.

    하지만 레이아는 마음가짐이 너무 조신해져서 구미호 능력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가설은 구미호의 능력을 생각해봐도 아귀가 맞아 떨어졌다.

    구미호의 능력은 성자와 마찬가지로 섹스에 관한 능력.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성자보다는 펠리시아같은 서큐버스와 비슷한 능력이지만.

    아무튼 그런 능력이니만큼, 섹스에 조신하고 부끄러움을 가진 여자가 쓸 수 있을 리가 없겠지.

    나처럼 그냥 게임 기술 쓰는 것처럼 능력을 쓰는 것도 아니고, 구미호는 변신까지 해야 능력을 쓸 수 있는 모양이니까.

    뭐, 이것도 전부 내 망상이고, 실은 전혀 다른 이유로 구미호가 못되고 있었던 것뿐일 수도 있는 거지만.

    그렇다고 다른 조건이 생각나는 것도 아니고, 처음 생각했던 조건보다는 이 조건이 훨씬 클리어하기 쉬울 것 같다.

    그러니까 우선은 이 가설이 맞다는 가정하게 검증을 해나가 보자.

    "그러니까 아까 전 말은 이런 이유로 꺼낸 거였어."

    "그, 그랬던 건가요…."

    나 때문에 자신이 조신해졌다는 말에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내 얘기를 들은 레이아는 살포시 뺨을 붉혔다.

    "응. 그러니까 한 번만 말해보자. 나는 섹스가 너무 좋다."

    "얘, 얘기는 이해했지만 그래도 어째서 그런 얘기가…."

    "뭐든 말부터라고 하잖아. 혹시 알아? 말하는 것 만으로도 변신할 수 있게 될지. 눈 딱 감고 한 번만 말해보자."

    "왠지 속는 기분이에요…."

    내가 계속 강력히 주장하자, 레이아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가볍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뭐, 레이아가 부끄러워하면서 섹스 정말 좋아라고 하는 장면이 보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그럴 리가! 레이아. 내가 언제 레이아를 속이는 거 봤어?"

    하지만 나는 한점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레이아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는 건 변함이 없어!

    "…어젯밤. 용기를 쥐어짜서 제 몸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는데, 구원씨는 결국 구미호 상태 해결을 위해 팔찌를 차신 거네요."

    하지만 그런 내게, 레이아는 의외의 카운터 펀치를 날려왔다.

    젠장. 설마 이 얘기를 지금 꺼낼 줄이야.

    "…아니. 레이아 누나."

    "게다가 팔찌를 차면 제가 그렇게 될 거라고, 차기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네요."

    "누나아아…."

    "그, 그런 얼굴하셔도…."

    "안 돼?"

    "으으읏…치사해요…."

    결국 내 초롱초롱한 눈동자 공격에, 레이아는 몸을 뒤로 돌려 내게 등을 지고는 꼬리로 찰싹찰싹 내 배를 때려댔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이면서도, 내 부탁은 거절 못하는 게 우리 천사님이란 말이지.

    특히 이번 부탁은 레이아 자신을 위한 부탁이라는 걸, 레이아 스스로도 잘 알테니까.

    "…저, 섹스가 정말 좋아요."

    내게 등을 돌린 채, 레이아는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레이아의 꼬리가 일순 아홉 개로 늘어났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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