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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84화 (66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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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호가 되기 위한 조건

    식사를 마치고, 나와 레이아는 같이 방으로 돌아온 후 둘이서 같이 몸을 씻었다.

    "레이아."

    서로의 몸에 살짝살짝 장난을 치면서 깨끗하게 씻겨주고 침대로 돌아온 나는 분위기를 잡기위해 레이아의 이름을 속삭이며 그 황금빛 머리카락을 손으로 살짝 들어올려 키스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레이아가 내 품에서 살짝 떨어져서는 주저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저기, 구원씨. 저, 잠깐 할 말이 있어요."

    이런 말을 하는 건 굉장히 부끄럽다는 듯 살짝 붉어진 얼굴.

    내 눈을 마주보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듯 아래로 내리깐 눈동자.

    반쯤 감긴 눈꺼풀과 파르르 떨리는 손눈썹.

    좀처럼 말을 꺼내기 힘들다는 듯 몇 번이고 열렸다가 닫히는 것을 반복하는 입술.

    사실 방금 전까지도, 레이아가 긴장한 것 같다는 느낌은 왠지모르게 받고 있었다.

    레이아는 최대한 평범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지.

    난 언제 어느때라도 레이아의 모습을 똑똑히 바라보고 있으니까.

    말해두지만, 결코 가슴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아무튼 그렇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레이아가 저런 태도까지 보이자, 나는 지금부터 레이아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어렵지 않게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그야 그렇겠지.

    안그래도 어린애들을 좋아하고, 특히 내가 어려진 모습에는 정신을 못차렸던 레이아다.

    그런 레이아가 어제밤에 어려진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나와 딱 마주쳐버린 거니까.

    사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쭉 참다가 이제야 그런 언급을 하는게 신기한 수준이었다.

    혹시 내가 이상한 오해를 할까봐 걱정이라도 한 걸까?

    걱정 마. 레이아. 나는 그런 오해같은 거 전혀 안하니까.

    레이아는 평소부터 어린애들을 성적인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 상대가 나니까 그런 호기심도 생기는 것뿐인거지?

    네가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어떤 표정으로, 어떤 태도로 돌봐줬었는지 잘 아는 내가 그런 오해를 할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아무런 걱정말고 네 진심을 내게 부딪혀보라고!

    이미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끝나있었던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레이아가 그 말을 꺼내길 기다려줬다.

    …뭐, 레이아가 마음 단단히 먹고 부탁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필요한 이 팔찌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저, 구원씨. 오늘은…."

    내가 그런생각을 하는동안, 레이아는 겨우 내게 얘기를 할 결심이 선 모양이었다.

    두주먹을 꽉쥐어서 가슴 양옆으로 들어올려 안 그래도 절로 눈이 가는 가슴골을 더더욱 강조하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는, 두 눈을 꽉 감은 채로 결연하게 입을 열었다.

    "응."

    "오늘은, 제 몸을 구원씨가 하고싶은대로, 마음대로 다뤄주세요!"

    "물론 레이아가 원한다면…응? 아니. 잠깐만. 뭐라고?"

    당연히 팔찌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하며 곧장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지만, 이어진 레이아의 발언은 내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도 너무나도 정상적인 부탁에, 나는 오히려 당황하게 되어버렸다.

    아니. 저 부탁도 아주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내가 예상했던 발언보다는 훨씬 상식적이니까.

    "저, 정마알…구원씨도 차암…. 너무 짓궂으세요…. 그, 그러니까 오늘은 제 몸을 구원씨가 하고싶은대로 다뤄주세요…."

    제대로 들어놓고도 내가 레이아에게 한 번더 부끄러운 발언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못들은 척을 하고 있다.

    크게 결심하고 외친 레이아에게 되묻는 날 보고, 아무래도 레이아는 그런 착각을 해버린 모양이었다.

    뭐, 평소에도 짓궂은 장난은 많이 하는 편이니까 이런 오해를 사는 것도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니. 그래도 다른 애들한테 하는 것과 비교하면 레이아한테는 거의 장난을 안치고 있는 거나 다름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래도 다른 애들한테 심심하면 장난치는 걸 옆에서 지켜본 레이아에게는, 내 이미지가 그렇게 박혀있는 것도 어쩔 수 없나.

    다른 애들과 비교하면 장난을 덜 쳤다는 거지, 레이아한테도 아주 장난을 안 친 것도 아니고 말이다.

    특히나 이렇게 같이 밤을 보내는 시간에는 더욱더.

    아무튼 내 태도를 완전히 오해한 레이아는, 아까보다 더더욱 얼굴을 붉히면서 가볍게 손을 내 가슴에 얹듯이 한 번 톡 두드리고는 그대로 손을 내 가슴에 얹은 채 꼬리로 내 다리를 간질였다.

    이렇게 간질이는게, 레이아로선 꼬리로 때리고 있을 셈이라고 생각한단 말이지.

    아니. 이건 이것대로 데미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물리적 데미지는 없지만, 심장에 극심한 데미지를 주는 공격이다.

    그렇게 내 심장에 착실히 데미지를 쌓아가면서, 레이아는 방금 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일단 레이아의 천사스러움에 감탄부터 하기로 했다.

    음. 역시 천사님이야. 헤헷. 레이아의 몸, 부드럽다.

    "…구원씨?"

    내가 레이아에게 그냥 헤벌쭉하고 있자, 레이아가 살짝 떨리는 시선을 내게 보냈다.

    이런. 대답을 안해서 괜히 불안하게 만들어버린 건가.

    "응? 아, 아니. 그게 그러니까. 응. 그야 물론 나야 환영인데. 갑자기 어째서?"

    솔직히 말해서 레이아가 갑자기 저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내 의문에, 레이아는 또 한 번 살포시 뺨을 붉히며 눈을 내리깔고 대답했다.

    "그게…최근에는 계속 제…그러니까…제게 어울려주셨으니까요. 오늘은 구원씨가 원하시는 걸 해드리고 싶어서…."

    그리고 그 대답은, 역시나 천사님다운 천사같은 발언이었다.

    과연. 그래서 갑자기 그런 얘기가 나온 건가.

    "나는 딱히 상관없었는데. 그리고 어울려줬다니. 그런 식으로 생각할 필요 없어. 나도 엄청 좋았으니까. 스스로 주도하는 레이아도 무척이나 매력적이…."

    "저, 정마알! 그래도요! 오늘은 구원씨가 리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레이아를 부담감을 덜어줄 셈으로 말했지만, 레이아로서는 그런 내 말이 상당히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레이아는 두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 황급히 외쳤다.

    그리고는 내 눈을 올려다보면서,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싫으신가요?"

    "아뇨. 엄청 좋습니다."

    저렇게 나오는 건 반칙이잖아.

    레이아가 저런식으로 부탁을하면 거절할 수 있는 남자는 아무도 없다고.

    아니. 뭐, 애초에 거절할 생각같은 것도 없었지만 말이야.

    오히려 내쪽에서 엎드려 절하면서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기 그지없는 부탁이었다.

    "그럼. 이 몸을 내 마음대로 하면 된다는 거지?"

    "…네."

    내 질문에, 레이아는 침대에 몸을 뉘이고 두 손을 교차시켜 각각 자신의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

    두 손을 전부 가슴을 가리는데 쓰고, 하반신을 한쪽 무릎을 살짝 접은 후 다리를 오므리는 것으로 가리는 그 자세.

    레이아로서는 몸을 가리기 위해서 그런 자세를 취한 것이겠지만, 보는 입장인 나로서는 그 자세가 몸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방금 전에 몸을 씻어서 묘하게 상기된 피부는, 안그래도 섹시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레이아를 더욱더 색기있게 보이는 효과까지 낳았다.

    과연 구미호라고할까. 이런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사소한 행동하나하나가 남심을 자극한다.

    아니. 뭐, 이건 구미호랑 별로 관계없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럼 우선."

    레이아의 몸을 내려다보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일단 기쁜마음으로 승낙은 했지만, 지금부터 무얼 해야할지 고민이 됐기 때문이다.

    아니. 하고 싶은 게 없는 건 아니다.

    아무리 레이아의 부탁이 갑작스러웠다고는 하지만, 내 성욕을 얕보면 곤란하지.

    레이아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다. 당연히 하고 싶은 플레이는 순식간에 수없이 많이 떠올랐다.

    내가 생각에 잠긴 것 역시, 오히려 하고 싶은 플레이가 너무 많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어떤 플레이를 해야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저렇게까지 부탁을 받은 거니, 역시 지금까지 레이아와 했던 행위들과는 뭔가 차별화된 행위를 하는 게 좋겠지?

    물론 나로서는 평소에 레이아와 하던 플레이도 좋지만, 그래선 저런 부탁을 들은 후에 하는 행위라는 특별함이 없어지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레이아와 잘 안해본 플레이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보니, 머릿속에 떠올랐던 수많은 플레이 후보들 중 대부분을 쳐낼 수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꽤나 제멋대로 하고싶은 건 다 해왔으니까 말이야.

    그야 최근 몇 번은 레이아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 이전까지는 계속 내가 레이아의 몸으로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면서 즐겨왔었다.

    때로는 특훈이라는 변명까지 해대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차례 선별과정을 거치고 살아남은 후보군들은, 전부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레이아랑 잘 안해본 행위라고 하면, 역시 이것밖에 없지.

    살아남은 플레이들의 공통점은, 전부 내가 레이아를 괴롭히는 식의 플레이라는 점이었다.

    다른 애들한테는 꽤나 자주해왔던 플레이지만, 레이아한테만큼은 거의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러고보니 언젠가 레이아도 그것 때문에 살짝 다른 애들이 부럽다는 식의 말을 한적이 있었지.

    마치 디아나가 내게서 주도권을 잡는 레이아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레이아도 내게 괴롭혀지는 다른 애들이 부러웠던 거다.

    물론 레이아의 성격상 디아나처럼 대놓고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지는 않았고, 나도 레이아의 그런 발언을 들었을 당시에는 결코 차별이 아니라는 식으로 다독여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걸 안하고 넘어갈 수는 없지.

    자, 그럼 지금부터 레이아 괴롭히기 플레이를 해보도록 할까!

    전에 레이아도 그런식의 발언을 한적이 있는만큼, 자기 몸을 맘대로 다뤄달라는 레이아의 부탁을 충족하면서도 레이아가 전부터 은근슬쩍 원하던 플레이까지 해줄 수 있는, 내가 생각해도 완벽하기 그지없는 선택이었다.

    응? 그때했던 레이아의 발언은 밤일에 한정해서 한 말이 아니라, 그냥 평소에 대하는 태도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냐고?

    하핫. 그렇게 세세한 것까지 신경쓰지 말라고.

    물론, 레이아를 괴롭히는 플레이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고민이 끝난 건 아니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레이아를 괴롭힌다는 건 어디까지나 요건을 충족하는 내가 생각해둔 플레이 후보군들의 공통점에 불과했다.

    가장 중요한, 어떻게 레이아를 괴롭힐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직 남아있었다.

    디아나한테 한 것처럼 노출 플레이를 해볼까?

    아니. 디아나같이 그런 쪽의 성벽이 있는 거라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라면 노출 플레이는 흥분보다는 스트레스만 느끼게하는 플레이가 되어버린다.

    언제나 말하지만, 내가 틈만나면 디아나한테 그런 플레이를 하려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디아나 본인이 좋아해서 그런 거니까 말이야.

    뭐, 정작 디아나는 자신은 노출증 같은 게 아니라고 끝까지 우겨대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노출플레이는 곧장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그럼 가벼운 SM플레이?

    아니야. 잠자리에서 여성을 괴롭히는 플레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플레이기는 하지만, 나는 곧장 머리를 흔들어서 그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삭제했다.

    아무리 플레이에 맛을 첨가하기 위해 가볍게 하는 거라고 해도, 아무리 힐링섹스의 효과로 곧장 치유가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천사님한테 손을 올린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렇다면 아예 정공법으로 괴롭혀볼까?

    정공법이 대체 뭐냐고? 그야 밤일에서 정공법으로 괴롭힌다는 건, 하나밖에 없잖아.

    쉴 틈도 없이 끊임없이, 아무리 애원해도 멈추지 않고, 실신할 때까지 계속해서 허리를 흔드는 거다.

    …평소에도 자주 하는 짓 아니냐고?

    그야 뭐…아니 그래도 말처럼 그렇게 자주하는 건…이런 젠장.

    이거 생각보다 훨씬 고민되잖아.

    모처럼 레이아가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해달라는 대담한 부탁을 해왔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어떤 플레이를 해야할지 고민하게 될줄이야.

    아니. 아니야. 할 플레이가 없는 게 아니라고.

    난 성자야. 거룩할 성이 아니라 성품 성자를 써서 성자라고.

    여신님께 성자의 칭호를 수여받은 내가, 무한의 성욕을 가지고 있는 내가, 고작 할 플레이가 없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게 될 리가 없어.

    그야 물론 낮에 마틸다랑 실컷하면서 한차례 성욕을 폭발시켰다고는 하지만…잠깐만. 마틸다?

    마틸다의 이름을 머릿속에 떠올린 순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낮에 있었던 마틸다와의 행위를 떠올린 순간, 나는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괴롭힌다고 해서, 꼭 내가 주도권을 꽉 쥐고 강하게 나갈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오히려 이런 게 더 나다운 건지도 몰라.

    레이아가 부러워했던, 내 여자에게 장난스럽고 짓궂은 나 말이다.

    드디어 오늘 레이아와 어떤 플레이를 할지 결정한 나는, 곧장 레이아의 살짝 접혀져있는 무릎위에 손을 올리고 그 다리를 천천히 옆으로 벌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지에 추가로 적었던 대로, 11월 1일에 딱 맞춰서 연재를 재개합니다.

    사실 쉬는동안 예전처럼 하루에 2연참씩 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을 회복시켜두고 싶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군요.

    고작 한달하고 며칠로는 체력을 그렇게까지 늘리기는 힘든 모양입니다.

    아쉽게도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 이상 쉬면 없는 필력도 더 퇴화할 것 같아서 그냥

    연재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몸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한달이나 넘게 연재를 쉬어서 죄송하고, 또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몸상태에도 신경을 쓰면서 완결까지 성실하게 연재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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