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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74화 (65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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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다음날 아침. 나는 전신을 부드럽게 감싸오는 기분좋은 감촉을 맛보면서 상쾌하게 눈을 떴다.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시야를 가득 매우는 은빛 물결.

    그 비단같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나는 슬그머니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들어서 내 위에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을….

    "뜨헉?!"

    "으응!"

    아직 잠이 덜깬 상태였던 나는 내 위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은발의 절세미인 누님을 보고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고 떨면서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누, 누구야 이거?! 어? 누님? 은발인데? 왜 디아나가 아닌…아, 아아! 디아나! 그래. 맞아. 그러고 보니 어젯밤은 이상태 그대로 했었지.

    폴리모프를 쓴 상태로 여기까지 와서 나와 행위를 계속한 디아나는, 극도로 흥분한 탓에 이성을 잃은 나머지 밤새 폴리모프를 풀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쭉 나와 연결되어 있었던 덕분에 마력이 부족해질 일도 없었고, 결국 이대로 잠이 들어버렸다는 얘기다.

    휴우. 진짜로 깜짝 놀랐네.

    아니. 아침에 눈을 떴을 때까지 이 모습으로 있는 경우는 없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나도 아직 잠이 덜깬 상태였으니까.

    이 누님이 디아나라고 깨닫는데까지 걸린 1초도 안 되는 시간동안, 혹시 내가 간밤에 정신이라도 나가서 바람이라도 피워버린 건 아닌 건지 진심으로 고민해버렸잖아.

    덕분에 순식간에 등뒤가 식은땀으로 젖었다.

    그리고 너무 놀라서 몸을 움찔하고 떤 탓에, 디아나의 입에서 달콤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디아나는 그냥 내 위에 있는 게 아니라 삽입을 한 채로 있는 거였으니까.

    내가 놀라서 움찔했을 때, 내 물건이 미묘하게 디아나의 안에서 움직였던 모양이다.

    "으응…응…낭군니임…?"

    그것도 꽤나 기분 좋은 곳을 긁어줬던 건지, 디아나는 그냥 신음소리만 낸 게 아니라 아예 잠에서 깨어나버렸다.

    "아, 미안. 깨버렸어?"

    곤히 자고 있는 걸 깨워서 미안한 감정을 담아서,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제부터 시작될 디아나의 분노를 어떻게 풀어줘야할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나는 디아나에게 사과를 했다.

    "우응? 후흥. 괜찮네에…. 으…음."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디아나는 성숙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느낌으로 웃으며 내 입술에 키스를 해왔다.

    물론 나는 그 키스에 제대로 응해주지 못할만큼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왜 화를 안 내지?

    아, 설마 전에 바넷사에게 들켰을 때처럼,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기억이 날아가버린 건가?

    아니면 어젯밤일의 원인을 따지고 보면 결국 디아나 자신이 그동안 나와의 스킨십을 거절해서 생긴 일이니, 자기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려는 건가?

    어느쪽이 됐든, 이대로 그냥 넘어가 준다면 나로선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으음?"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안도한 내가 겨우 디아나의 키스에 응해주려고 했을 때, 이번에는 디아나가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내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문 상태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살을 찌푸린 디아나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빼서 입술을 떼고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아래쪽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내 가슴위에 자신의 풍만한 가슴이 짓눌려있는 부분을.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가슴을 바라본 상태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 디아나는, 그냥 보기만 하는 걸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아응."

    디아나는 자신의 손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풍만한 가슴을 제법 강하게 움켜쥐고는 가벼운 콧소리를 흘렸다.

    자기가 만지고 느끼는 거냐. 도발하는 건가? 섹시하잖아.

    절세미인이 내 위에 올라타서 자신의 가슴을 애무하며 달콤한 신음소리와 함께 음부를 꾸욱 조인다.

    그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광경에, 나는 어제 이성을 잃고 허리를 흔들던 디아나 상대로 그렇게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성욕이 치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하지만 아무래도 디아나는 날 흥분시킬 목적으로 자신의 가슴을 애무한 게 아닌 모양이었다.

    눈뿐만 아니라 손으로도 자신의 가슴 크기를 확인한 디아나는, 천천히 시선을 올려 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두 눈동자는 패닉상태에 빠진 것처럼 좌우로 빠르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떨리는 건, 디아나의 턱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자, 자, 자, 자네…! 이, 이 몸들은 어제! 핫! 여, 여긴!"

    내게 뭔가를 질문하려고 하던 디아나는, 그제야 뭔가 위화감을 눈치챈 듯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다.

    그리고 다시 내쪽으로 시선을 돌린 디아나의 얼굴은, 귀끝까지 새빨개져서 반쯤 울먹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왜 이 몸들이 이곳에 있는 겐가아?!"

    아차. 역시 제대로 기억을 못했던 것뿐인 건가.

    분노보다는 상황 파악이 안되는 것에서 오는 공포가 더 큰 것인지, 디아나는 아직까지 분노를 폭발시키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확인하겠는데. 어디까지 기억해?"

    "이, 이 몸이 자네와 방을 나서고…레, 레이아양! 레이아양을 만나서…!"

    일단 레이아를 만난 것까지는 기억하지만 그 이후에 있었던 일들이 기억나지 않은 건지, 아니면 레이아 앞에서 몇 번이나 허리를 떨며 절정에 달했던 것이 너무 부끄러워서 더 말을 이을 수 없었던 건지,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침묵해버렸다.

    "야. 혹시나해서 말해두는데, 레이아한테는 안 들켰어."

    "레이아양한테는…?"

    나는 변명하듯 그렇게 말했지만, 디아나는 반쯤 패닉상태가 된 와중에도 내 말투의 맹점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아, 아니. 물론 다른 사람한테도…!"

    "우으으으읏! 어떻게 해줄 겐가아아! 어떻게 할 겐가! 이 몸은! 이 몸은 이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면 되는 겐가아아!"

    내가 변명할 틈도 없이, 부르르 떨면서 잠깐 기를 모았던 디아나는 그대로 두 손을 높이 들었다가 주먹으로 콰앙하고 내 가슴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물론 디아나의 동작이 콰앙! 이라는 효과음이 어울리는 동작이었다는 것뿐으로, 실제로 들린 소리나 충격은 토옥!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솔직히 가슴에 느껴지는 충격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그보다는 주먹을 내리칠 때 출렁하고 크게 흔들린 디아나의 가슴이 더 충격…아,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으으으…호오…호오…. 어쩔겐가아! 어떻게 해줄 겐가아아!"

    디아나는 자신이 때려놓고 상당히 아팠던 건지, 주먹을 호호 불면서 울상을 짓고는 날 노려봤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자신의 주먹이 아프지 않도록 힘조절을 하는 건지, 아까보다 더 약하게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려댔다.

    이 역시도 디아나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는 가슴 공격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건 비밀이다.

    "그러니까 아무한테도 안들켰대도. 정말이라니까. 응? 진정해."

    이대로 있다가는 상황에 안 어울리게 디아나의 가슴만 쳐다보고 있게 될 것 같아서, 나는 상반신을 일으켜서 디아나의 몸을 꽉 끌어안아줬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는가! 만약 누구한테 들켰다면 이 몸은! 이 몸은…!"

    하지만 내 위로가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건지,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물건에서 느껴지던 부드러운 압박감이 더 강해졌다.

    …응? 그러고 보니 물기도 조금 늘어난 것 같은데.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연결부위의 물기를 확인해보자는 생각에 허리를 한번 앞뒤로 왕복시켰다.

    "흐아앙! 이, 이런 때에 무슨 짓을 하는 겐가아! 자네는 이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이 나는 겐가! 이, 이 몸은 화내고 있는 것일세에!"

    그리고 그런 내 행동에, 당연히 디아나는 엄청나게 화를 냈다.

    아니. 너도 지금 엄청 적시고 있잖아. 혹시 남한테 들켰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흥분한 거 아니야?

    물론 그런 말은 절대 입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아, 아니. 미안. 움직이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아무튼 디아나. 정말로 아무한테도 안 들켰어. 그러니까 진정해. 정 의심이 되면 이따가 식당에서 레이아의 반응을 확인해보면 되잖아. 정말로 네가 그런 상태였다는 건 눈치 못 챘었다니까? 내 방에 온 것도, 저택을 한바퀴 돌기도 전에 서로 너무 흥분해서 그냥 도중에 끝내고 가까이 있던 내 방에 들어온 것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한테도 안들켰다는 건 장담할 수 없었다.

    어젯밤에 만난 그 메이드한테는 아마 안들켰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메이드도 결국 바넷사를 부르러 간 거였으니까.

    그 사이에 다른 메이드들과 마주쳐서 데려왔을지도 모르고, 정말로 바넷사를 데려와서 진상을 파헤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일단 디아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둘러댔다.

    메이드한테 들켰든 바넷사한테 들켰든, 나중에 미리 손을 써두지 않으면.

    "이, 이 몸이 그런 것으로 흥분할 리가 없지 않은가아!"

    하지만 아무래도 디아나한테는 누군가한테 들켰다는 것보다, 서로 흥분했다는 내 말이 더 걸렸던 모양이다.

    야. 대마법사씨. 아무리 노출증인 게 찔려도 그렇지. 너무 과민반응이잖아.

    일단은 남한테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걸 더 신경쓰자고.

    "그래. 미안. 사실 내가 너무 흥분해서 억지로 도중에 그만뒀어. 원래는 한바퀴 돌 생각이었는데, 같이 걷고있다가 보니까 네가 너무 예뻐서 도저히 못참겠더라고."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화난 것처럼 ㅅ자를  그리고 있던 디아나의 입이 겨우 흐물흐물 풀어졌다.

    고작 이런 걸로 기분 좋다는 듯 헤실헤실 웃다니. 하여간 쉬운 녀석이라니까.

    뭐, 나한테만 쉬운 거겠지만. 사랑스러운 녀석.

    "그, 그런 말로 이 몸이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일세!"

    물론 디아나가 헤실헤실 웃은 건 아주 잠깐이었다.

    디아나는 곧 다시 일부러 화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불퉁하게 외쳤다.

    "디아나. 사랑해."

    나는 그런 디아나의 몸을 꽉 끌어안고, 그 입에 키스를 해줬다.

    "그러니까 그런 것으로 이 몸이…으읍!"

    "사랑해."

    "얼렁뚱땅 넘기려고…응!"

    "사랑해."

    "이, 이 몸은…."

    "사랑해."

    "……."

    그리고 그런 공방이 몇 번이나 반복된 끝에, 디아나는 결국 침묵하고 말았다.

    그냥 넘어가는 건 자존심이 용납지 않는 건지, 마지막으로 톡하고 내 가슴을 가볍게 때렸지만 말이다.

    "…만약 누군가한테 들켰다면 알아서 하게."

    "응. 고마워."

    나는 마지막으로 디아나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디아나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뭔가?"

    "이제 슬슬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건 어때?"

    "으음? 앗, 그, 그렇구먼."

    내가 그렇게 말한 후에야 디아나는 겨우 깨달았다는 듯, 그제야 폴리모프 마법을 풀었다.

    그리고 디아나가 폴리모프 마법을 풀자마자, 나는 곧장 허리를 흔들었다.

    "하응! 뭣, 흐응! 하, 하려는 겐가아…?"

    그야 디아나 너 방금 전에 누군가한테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하면서 흥분했으니까.

    이대로 아무것도 안하다가 식사하러 가면 괜히 어중간하게 욕구불만 상태이지 않겠어?

    그런 본심을 숨기고, 나는 대신 디아나가 좋아할만한 말을 해줬다.

    "결국 어젯밤에는 이 모습이랑은 못해봤으니까."

    뭐, 거짓말도 아니고 말이다.

    누님 버전의 디아나도 좋지만, 역시나 원래 모습인 디아나도 좋다.

    방금 전 잠을 덜 깼을 때 누님 버전을 보고 놀랐던 것처럼, 이 원래 모습이 더 익숙하기도 하고 말이다.

    "흐응! 그, 그러니까아…! 아응! 그런다고 이 몸이…!"

    그리고 내 대답은 디아나가 바라는 이상적인 대답이었는지, 디아나는 다시 입꼬리를 헤실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쾌감때문인지 아까처럼 다시 표정을 다잡지도 못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우리는 아침부터 혈기왕성하게 다시 한 번 행위를 즐겼다.

    평소처럼 바넷사가 우리를 부르러 올 때까지 말이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만약 어제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누군가한테 들켰다면, 그 확률이 가장 높은 건 바로 바넷사였다.

    그래서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여는 순간까지도 엄청나게 긴장했었지만, 다행히도 바넷사는 평대로 완전한 무표정이었다.

    최근들어 바넷사의 미묘한 표정까지 분간할 수 있게 된 내 눈으로 봐도 완벽할 정도의 무표정이었기 때문에, 나는 겨우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디아나의 애액을 처리 못했었으니까 상당히 높은 확률로 들켰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잘 넘어가버린 모양이다.

    어두운 밤중에 메이드가 청소를 하면서 그냥 눈치 채지 못하고 닦아버린 걸까?

    "…으, 으음. 자네도 잘 잤는가."

    하지만 디아나는 그런 바넷사를 어째선지 똑바로 마주보지 못하고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디아나 역시도 만에 하나 누군가에게 들켰다면 확률이 제일 높은 건 바넷사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뭐 다른 짐작가는 거라도 있는 걸까?

    "네. …디아나님? 뭔가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하지만 바넷사는 그런 디아나의 반응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 아닐세! 아무 문제 없네! 음! 가세!"

    만약 바넷사가 어젯밤의 일을 알고 있으면 이런 태도는 절대 나올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디아나는 눈에 띄게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살짝 과할 정도로 활기차게 말했다.

    "네.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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