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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69화 (65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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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성장한 모습으로 변해서, 이상할 정도로 자기가 누님이란 것을 강조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디아나가 뭘 하려는 건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예전에 디아나가 레이아 흉내를 냈었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거다.

    그러고 보니 요즘 디아나가 날 대하는 태도가 이상했던 때는, 전부 내가 디아나를 어린애처럼 다룰 때였다.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안아들고 가거나, 무릎위에 앉히려고 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뭐, 확실히 레이아한테는 거의 하지 않는 행동들이다.

    디아나는 자신을 누님으로 보지 않는 내 행동에 저항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날 이런 모습으로 바꿔버린 것도, 아마 자신의 누님이란 걸 강조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한 거겠지.

    디아나의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디아나의 의도를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슬퍼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예전에 전부 끝난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건에 대해서는 디아나와 제대로 얘기를 나눴었고, 디아나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런데도 디아나가 또 다시 이런다는 건, 내가 그만큼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디아나.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난 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고 말했잖아. 그때 디아나도 내 마음을 이해해줬다고 생각했는데. 그야 내가 가끔 레이아의 가슴을 보면서 헤벌쭉하거나, 네 가슴을 가지고 놀리거나 하기도 했지. 그건 인정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디아나도 장난이란 걸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고 한 거였어. 그야 그게 전부 내 제멋대로인 착각이었고, 너한텐 전혀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였다면…."

    때문에 나는 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디아나를 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폴리모프 때문에 목소리가 살짝 가늘어져서 그다지 티는 안 날지도 모르지만.

    "아, 아닐세! 그런 거 아닐세! 이 몸도 알고 있네! 자네의 사랑을 의심하는 것이 아닐세! 레이아양에게 질투를 하는 것도 아닐세!"

    하지만 다행히도, 디아나는 내 목소리가 정말로 진지하다는 걸 깨달아준 모양이다.

    두손을 세차게 파닥파닥 흔들면서 그런 거 절대 아니라고 내 말을 황급히 부정하는 모습을 보니, 디아나가 내 말에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 진실된 모습에, 나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아니. 내가 우리 애들한테 장난도 많이 치고 하지만 말이야, 그건 전부 신뢰가 전제된 상태에서의 행동들이었다고.

    그간 우리 사이에 신뢰가 없었다고 생각하면 역시 긴장하게 된다고.

    다행히도 그런 건 아닌 모양이지만.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건데."

    "…그, 그게 말일세…."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는 두 손을 무릎위에 올린 상태로 몸을 배배꼬면서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상당히 말하기 곤란한 것처럼. 아니. 말하기 부끄러운 것처럼.

    말하기 부끄럽다라. 잠깐만. 그럼 이 녀석 설마….

    아니. 그런 이유로 디아나가 이런 행동을 했다고, 나도 생각을 안 해본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게, 그저 단순히 누님티를 내고 싶은 거였으면 굳이 같이 밤을 보내는 때가 아니어도 상관없으니까.

    그냥 낮에도 성장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지내면 될 문제다.

    마나 문제는 지금 이 팔찌에 마나를 공급하고 있는 저 장치를 하나 더 만들면 해결될 문제고.

    그런데도 굳이 디아나는 밤까지 기다린 거다.

    게다가 아까 낮에는 밤에 두고보자는 말까지 했었다.

    그러니 사실 처음에는 그런 이유로 디아나가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얘가 내 행동에 이상한 반응을 보인 게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잖아?

    그래서 나도 좀 더 진지한 얘기라고 생각을 해버렸던 거라고.

    던전에 가기 전부터, 아니. 저번에 같이 밤을 보낸 이후부터 쭉 이상한 반응을….

    아…. 같이 밤을 보낸 이후부터….

    응. 그래. 이건 확정이네.

    "그러니까, 전에 한 번 잠자리에서 날 이긴 게 기분 좋아서, 한 번 더 이겨보겠다고 이런 짓을 한 거라고."

    "우으…괘, 괜찮지 않은가! 가끔은 이 몸이…!"

    내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디아나를 바라보며 탄식하듯 말을 내뱉자,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마치 떼를 쓰듯 그렇게 외쳤다.

    "밤에 한 번 이겨보겠다고 그동안 계속 내 스킨십도 거절한 거라고."

    "드, 들켰…대, 대신 이 몸이 쓰다듬어주거나 하지 않았나!"

    떼쓰는 것처럼 말하지 마라 이것아.

    안 그래도 성장한 모습이라 위화감 장난 아니니까.

    "아니. 그래도 난 상처받았어. 디아나가 계속 스킨십을 피해서 대체 무슨 일일지 고민하고 고민했던 이유가, 고작 그런 것 때문이었다니."

    "이, 이 몸은 그런 의도가! 자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내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디아나가 두 손을 앞으로 내민 채 갈곳을 잃고 어쩔 줄 몰라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야 몰랐겠지. 그다지 고민 안 했으니까.

    아니. 물론 디아나가 이상하다고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방금 전에 레이아를 따라하는 거라고 착각하기 전까진 그렇게까지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

    얘랑 내 사이다. 내가 짚이는 바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큰 일이 있는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잖아.

    그러니까 디아나가 조금 이상하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래서 낮에도 레이첼 누님의 과거만 캐물은 후, 굳이 디아나의 이상한 태도까지 캐묻지는 않았던 거고 말이다.

    뭐, 일단 방금 전에 레이아를 질투하는 거라고 착각해서 살짝 우울해졌던 건 사실이니까, 상처 받았다는 말도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라는 걸로.

    "이 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려면, 역시 디아나가 힘을 써주는 수밖에는…."

    "이, 이 몸에게 무얼 시키려는 겐가?! 그, 그런 행위는 어제 사라양과 충분히 즐긴 것 아니었나!"

    오늘내내 보여준 사라의 태도를 보고, 내가 전에 던전에서 말했던 메이드 플레이를 진짜로 했다는 것 정도는 디아나도 눈치 채고 있는 거겠지.

    자신마저 사라처럼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디아나는 그것만은 안된다는 듯이 외쳤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그래서 내 부탁, 들어줄 거지?"

    "뭐, 뭘 시키려는 겐가?"

    "한다고 말하면 말 해줄게."

    "사, 사라양한테도 사전에 내용은 전달해주지 않았었나! 이 몸도 일단 내용을 들어보고…."

    "크흑! 디아나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가…!"

    "알겠네! 하겠네! 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그 모습으로 그런 행동하지 말게!"

    내가 불쌍하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지으며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지려는 척을 하자, 디아나가 결국 될대로 되라는 듯이 그렇게 외쳤다.

    아, 그러고 보니 나 아직 변신한 상태였지.

    확실히 이 모습으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 평소보다 훨씬 더 불쌍해보이기는 하겠네.

    뭐, 효과적으로 먹혔다니 다행이란 걸로.

    "정말! 역시 디아나 누나야! 고마워!"

    "이럴 때만 누나라고 하지 말게!"

    내가 곧장 불쌍한 표정을 그만두고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디아나가 가증스럽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를 토닥하고 때리려다가…그냥 손을 내렸다.

    스탯은 그대로라 별 차이는 없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는 커지고 난 작아진 상태에서 토닥토닥을 하면 그림이 이상해질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우으으으…. 그래서 이 몸에게 뭘 시키려는 겐가."

    토닥토닥마저 할 수 없어진 디아나는, 원망스럽기 그지없는 시선을 내게 보내며 삐진 듯이 중얼거렸다.

    "너무 그렇게 경계할 거 없어. 별로 대단한 건 아니니까. 그냥 그렇게 변한 상태로 이거만 걸치고 나랑 저택 한바퀴 산책하고 오자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인벤토리에서 디아나의 로브 하나를 꺼냈다.

    물론, 디아나가 평소 모습일 때 입던 로브를 말이다.

    "자네는 또 이 몸에게 그런 짓을…그런 것이면 되겠는가?"

    또 이 몸과 노출 플레이를 하려는 겐가.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는 것같은 말투로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말투와는 달리 의외로 쉽게 내 부탁을 받아들일 모양이었다.

    사라처럼 메이드 복을 입히고 발가락을 빨게 하는 엄청난 일을 시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생각보다 의외로 별거 아닌 부탁을 들었다.

    물론 저렇게 변한 상태에서 이 로브를 걸치면 여기저기 노출도가 높아지게 되기는 한다.

    그래도 그 정도라면 내가 사라한테 했던 짓보다는 훨씬 양호하다.

    아니. 로브까지 걸치게 해주는 거니, 굳이 사라랑 비교하지 않아도 평범한 수준의 부탁이다.

    지금 모습. 옷을 갈아입지 않은 상태로 폴리모프를 사용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위험한 수준으로 강조되어 있는 지금의 모습으로 저택 한 바퀴를 돌고 오자고 할 수도 있었던 거니까.

    아마 디아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뭐, 실제로 사라한테 발을 빨게 만든 적은 없지만, 디아나는 그렇게 착각하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가 사라와 한 행위 말고도, 디아나가 착각하는 게 또 하나 있었다.

    "응. 그거면 충분해. 자."

    하지만 나는 굳이 그 착각을 정정하려 하지 않고 디아나에게 로브를 건넸다.

    디아나는 여전히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로브를 받아들고, 그대로 몸위에 걸쳤다.

    그리고 그때서야, 나는 디아나의 착각을 바로잡아 줬다.

    "디아나. 그 위에다가 로브를 걸치면 안 되지. 안쪽 옷은 벗자?"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디아나의 몸이 우뚝하고 멈췄다.

    그리고 날 빤히 내려다보더니,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렇게 나오는구먼. 알겠네."

    응? 어째 반응이 너무 약한데?

    그런 내 의문을 뒤로 하고, 디아나는 터질 듯이 몸을 조이고 있는 드레스를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등 뒤쪽의 매듭을 푸는 순간 드디어 해방되었다는 듯이 터져나오는 디아나의 가슴과 엉덩이는 장관이었다.

    "…그렇게 빤히 보니 부끄럽구먼."

    서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알몸을 봤고, 옷을 입거나 벗는 모습도 수없이 봐왔지만, 디아나는 여전히 내 시선이 꽤나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뭐, 이렇게 나는 가만히 관찰만하고 디아나 혼자 스트립쇼를 하듯이 벗는 일은 잘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디아나는 내게 눈을 돌리라는 말은 하지 않고, 스르륵하고 드레스를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완전히 성숙한 디아나의 완벽한 몸매가 드디어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뭐, 여전히 사이즈가 안 맞는 속옷이 몸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알몸이 드러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은 사이즈의 속옷이 그 가슴과 엉덩이를 파고들 듯 조이고 있어서, 오히려 그 멋진 몸매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디아나는 부끄럽다는 듯이 내 눈을 한 번 바라보고는, 그마저도 천천히 벗어던졌다.

    그리고 드디어 디아나의 나신이 내 눈에 완전히 들어오게됐다.

    ‘이 몸이 성장만 하면!’이라고 자신있게 말할만한, 완벽한 몸매다.

    그리고 디아나는 이제부터 저 몸매를 훤히 드러내는 로브 하나만을 걸치고….

    "그럼 잠시만 기다리게."

    그렇게 생각했지만, 디아나는 곧장 로브를 걸치려하지 않고 뒤를 돌았다.

    나한테 뒷모습을 자랑하려는 건 아닐 테고. 대체 뭐지?

    "응? 왜?"

    "사이즈가 안 맞는 속옷을 걸치고 입을 수는 없으니 말일세. 이 몸에 맞는 속옷은 가져와야하지 않겠나."

    그제야 나는 디아나가 왜 벗으라는 내 말을 별 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였는지 깨달았다.

    얘 속옷은 입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구나.

    "아니. 아니. 디아나. 속옷은 필요 없어."

    "…음?"

    "로브만 입고 산책하자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

    내가 그 착각을 바로잡아주자, 디아나는 날 돌아본 자세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 압도적인 미모와 합쳐져서 마치 여신상을 생각나게 하는 모습이었다.

    수초간의 정적이 흐른 후, 디아나는 겨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아, 아무것도 안 입고 로브를 입으라는 겐가?!"

    "응."

    "그, 그렇게 하면 다 보이게 되지 않나! 가, 가슴도 튀어나오…!"

    "그게 목적이니까."

    "아, 안돼네! 절대 안 돼네! 지금은 아직 밤도 깊지 않지 않나! 아직 돌아다니는 사람이…!"

    "스릴있겠네."

    "무슨 스릴 말인가! 저, 정말로 시킬 생각인가? 진심인 겐가? 이, 이 몸은…. 이 몸은…."

    "디아나. 내 부탁, 들어준다고 했지?"

    "들어준다고 했네만! 들어준다고 했네만!"

    어떻게 그런 짓을 하냐는 듯,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도리도리 저으며 저항했다.

    나는 그런 디아나에게 다가가서, 까치발을 하고 그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어 속삭였다.

    "디아나."

    "뭐, 뭔가…."

    "너 지금 젖어있어."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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