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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58화 (64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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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계층 답파

    "그래. 잘 기억하고 있네. 손가락이 뀻해서 아팠던 사라양."

    "크읏…씨이…."

    내가 한쪽 입 꼬리를 씨익 올리면서 말하자, 사라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래도 내가 자기 말투까지 따라하며 ‘뀻’이라고 말한 게 상당히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야. 야. 아무리 내가 좀 놀렸다고 해도 그렇지, 설마 그 주먹으로 때리려는 건 아니지?

    사라가 혹시나 이성을 잃고 덤벼들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던 나였지만,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스스로가 말한 대로, 여기 이 메이드 복을 입어주실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메이드 복을 꺼내서 내밀었다.

    "……."

    하지만 사라는 내 손에 들린 메이드 복을 노려보기만 할뿐, 좀처럼 입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얘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심하게 거부하지?

    한 번도 안 입어본 것도 아니고, 이미 이걸 입고하는 이미지 플레이는 충분히 경험해봤잖아?

    "자."

    "크읏…!"

    "자, 자. 뭐야. 자기가 한 말을…."

    "…알았어! 입으면 되잖아! 입으면!"

    결국 내 재촉에 이기지 못한 사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메이드 복을 거칠게 낚아채고는 화장실 쪽으로 향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사라가 완전히 몸을 돌리기 전에, 나는 월영무사로 올린 민첩을 충분히 활용해서 그 손목을 잡아 세웠다.

    "또 왜."

    "어딜 가려고. 여기서 갈아입어야지."

    "하여간 이 변태는 진짜."

    "어허. 주인님이라고…."

    "아직 메이드 복 안 입었거든!"

    "입으면 주인님으로 대해주겠다는…푸학!"

    내가 능청스럽게 대답하자, 사라는 재빨리 상의를 벗어서는 내 얼굴을 향해 투척했다.

    그렇게까지 입는 걸 저항했던 것 치고는 상당히 시원스런 탈의였다.

    나는 얼굴을 덮은 사라의 상의를 황급히 치워내고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사라의 스트립쇼를 세심히 관찰했다.

    역시 언제 봐도 감탄밖에 안 나오는 몸매라니까.

    여성스러운 곡선과 부드러움을 충분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건강하고 탄력 있는, 근육과 지방의 비율이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은 몸매다.

    게다가 팔다리도 가늘고 길쭉길쭉하게 뻗어있어서. 만약 사라가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 간다면 순식간에 톱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모델 같은 포스를 전신에서 뿜어대는 사라였다.

    특히 지금은 옷을 벗고 있기 때문인지, 마치 유명한 속옷 모델처럼 보이기도 했다.

    씻고 오면서 갈아입은 건지, 사라는 던전에서 오늘 돌아온 사람이 입고 있는 속옷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섹시한 속옷을 걸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검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중간 중간 검붉은 색으로 포인트를 준 그 속옷은, 사라의 어두운 와인빛 머리색과 어우러져서 한층 더 사라의 매력을 끌어내주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어느 샌가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어던지고 속옷차림이 된 사라는, 또 다시 날 향해 곱게 눈을 흘기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응? 뭐가?"

    "왜 가만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거야. 평소에는 쓸데없이 말 많으면서."

    "아니. 쓸데없다니. 말을 해도. 그냥 예뻐서 넋 놓고 본 것뿐이야."

    "…이제 와서 아부해도 소용없거든?"

    "그야 그렇겠지. 그리고 아부할 필요도 없고. 오늘은 내가 주인이고 넌 메이드니까. 자."

    "크읏…난 바보.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해서…."

    내가 다시 한 번 손짓으로 재촉하자, 사라는 분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메이드 복을 몸에 걸치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천 면적이 극도로 작은 옷이었기 때문에, 피부가 드러나는 면적은 속옷하고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저거 원래는 바넷사 옷이었지.

    …잠깐만. 바넷사가 정확히 언제부터 날 좋아했던 거지?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내 여자하고의 즐거운 성생활을 위해서, 은밀히 날 좋아하던 애한테 섹시한 옷을 하나 얻어서 내 여자한테 입혔다는 쓰레기 같은 행동을 했을 가능성도…그만두자. 이 생각은 그만두자. 지금은 때가 좋지 않아.

    이 이상 파고들었다가는 바넷사한테 괜히 미안해져서, 더 이상 사라랑 이런 플레이를 하기 힘들어질 거야.

    모처럼 사라가 저렇게 섹시한 차림을 하고 있는데, 내 쪽에서 흥이 식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좋아. 지금은 사라에게 집중하자.

    사라의 길고 아름다운 다리가 살짝 들어 올려 져서 짧고 타이트한 치마 안쪽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다리까지 마저 치마속으로 집어넣은 후 천천히 치마를 끌어올리자, 타이트한 치마가 사라의 몸에 딱 달라붙으며 그 매력적인 엉덩이 곡선을 한층 강조해주게 됐다.

    그래. 이 광경을 보고 흥이 식다니. 그런 건 남자가 할 짓이 아니지.

    "…다 입었어."

    그렇게 사라는 메이드 복을 다 갖춰 입고, 여전히 뭔가 불만어린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대체 뭘 저렇게 경계하는 거지?

    그리고 시선은 대체 어디를…아. 그런가. 그런 건가.

    사라의 시선이 아래쪽. 정확히는 내 발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다음에야, 나는 사라가 아까부터 이상할 정도로 메이드 복을 입기 싫어했던 이유를 알아냈다.

    사라는 메이드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저걸 입은 후의 상황을 걱정한 거다.

    바로 자기가 메이드 복을 입은 후에 하겠다고 했던, 발을 핥아야 되는 상황을 말이다.

    아니. 아무리 나라도 너한테 그런 것까지 시킬 생각은 없다고.

    내가 무슨 진짜로 메이드를 조교하는 악덕 주인님도 아니고 말이야.

    난 어디까지나 그런 분위기를 맛보면서 즐기기만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만약 내가 지금 당장 그런 본심을 말해주면, 사라도 긴장을 풀고 전과 같이 제대로 메이드 플레이에 어울려 줄 거다.

    하지만 그래서는 재미가 없지. 마침 이용해먹기 좋은 착각이기도 하고.

    나는 사라가 발을 핥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고 있는 이 상황을 철저하게 이용하기로 했다.

    "주인님께 반말이라니. 교육이 덜 된 메이드로군. 내가 네 주인이라는 자각은 있는 건가?"

    "크윽. 이게 진짜…."

    나는 거만하지만 나름 교양 있는 귀족 주인님을 연상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물론 사라는 그런 내 말투에 욱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뭐? 이게 진짜? 너 분명 스스로…."

    "알았어! 죄송합니다! 주인님!"

    하지만 내가 다시 한 번 아픈 곳을 찌르자, 사라는 결국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자기 입으로 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그것도 내가 시켜서 억지로 한 말이다.

    하기 싫으면 그냥 무시하면 그만일 텐데, 이래 봬도 은근히 고지식한 사라는 자기가 내뱉은 말을 지키지 않을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음. 아직 말투가 약간 마음에 안 들지만, 그 정도는 관대한 이 몸이 참고 넘어가주기로 하지. 그럼 이리로 와서 시중을 들도록."

    나는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라를 방 한 구석에 있는 테이블 쪽으로 유도했다.

    "시, 시중이라고 하시면…."

    내가 의자에 다리를 살짝 넓게 벌리고 앉자, 사라는 드디어 올 게 왔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과 발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봤다.

    "그렇군. 우선 와인을 한 잔 따라주겠나?"

    하지만 나는 그런 사라의 생각과는 달리, 태연하게 인벤토리에서 와인 병을 꺼내 사라에게 건네고는 와인 잔을 사라를 향해 내밀었다.

    "네? 앗, 네."

    사라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 부탁에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와인 병을 받아들고는 별 어려움 없이 코르크를 따낸 후 내 잔에 와인을 따랐다.

    당황한 와중에도 제대로 존댓말이 튀어나오는 걸 보면, 역시 사라는 이미지 플레이에 소질이 있다.

    "흐음…향이 좋군."

    나는 그렇게 사라가 따라준 와인 잔에 코를 가져가서 향을 음미하고는, 한 모금 가볍게 들이켰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향이 좋은데.

    물론 내가 와인에 대해서 그리 자세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이거 진짜 싸구려 맞아?

    혹시 이 저택 기준으로 싸구려라든가, 지고의 대마법사 디아나의 기준으론 싸구려라든가, 그런 건 아니겠지?

    아까 그냥 바넷사한테 가격 물어볼 걸 그랬나.

    어쩌지. 이거 바닥에 쏟기 아까워졌는데.

    그런 소시민적인 생각들이 내 머리를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지만, 난 그 생각을 겉으로까지 티를 내지는 않았다. 아마도.

    "음. 역시 향이 좋아. 어떤가? 자네도 한 잔 마시겠나?"

    "네? 아니요. 전…."

    또 다시 내 뜬금없는 제안에 사라는 당황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 몸이 주는 잔을 못 마시겠다고?"

    물론 사라가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강제로 마시게 만들 생각이었지만.

    "크읏. 그, 그럼 한 잔만…."

    "내가 직접 마시게 해주겠네."

    "네. 아뇨. 그런."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어. 안 그래도 술버릇이 나쁜 나한테 술을 먹이려고 하다니.

    사라는 그런 의심을 표정 전체로 풍기면서 내 제안을 거절하려 했지만, 나는 그마저도 무시하고 계속해서 내가 할 말만 했다.

    "그런데 자네. 여전히 얼굴 높이가 높군."

    "크읏."

    "조금 낮춰주겠나?"

    그렇게 말하면서 안 그래도 살짝 벌리고 있던 다리를 더더욱 벌리자, 사라도 내가 뭘 시키고 싶은 건지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네. 실례하겠습니다."

    사라는 공손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내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래도 그 표정에 살짝 안도의 기색이 엿보이는 건, 이렇게 바짝 붙어서 다리 사이에 앉게 한다는 건 적어도 발을 빨게 하려는 속셈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뭐, 맞는 말이지만.

    발을 빨게 만들 생각은 없어. 발은 말이야.

    "그럼 입을 벌리게."

    나는 사라의 턱을 붙잡아서 살짝 위로 들게 만들고, 명령했다.

    천천히 벌어지는 사라의 입술. 그리고 그 틈으로 엿보이는 빨간 혀가 왠지 섹시하게 보였다.

    당장이라도 와인 잔을 던져버리고 키스하고 싶은 기분이 됐지만, 나는 그 충동을 꾹 눌러 참았다.

    한순간의 욕심으로 대사를 그르칠 수는 없는 법이지.

    나는 마음을 다잡고 사라의 벌어진 입에 천천히 와인 잔을 기울였다.

    먼저 살짝 마셔본 바로는 도수가 약한 것 같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사라는 술에 엄청나게 약하니까 말이야.

    너무  취하지 않도록, 그래도 살짝 취기가 돌도록 신중하게 양을 조절해가면서 나는 그 입 안에 와인을 따라줬다.

    "으응…응읏…음…."

    그리고 사라가 제대로 그 와인을 삼킨 걸 확인 한 후에, 나는 잔을 살짝 위로 들어올렸다.

    "어떤가?"

    "하아…네. 맛있어요…."

    그렇게 대답하는 사라의 얼굴이 미미하게 붉어진 것을 보고, 나는 계획이 성공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거 다행이군. 그럼 일어나서 다시 잔에 와인을 따라주겠나?"

    "네…아앗!"

    내 부탁에 사라는 당연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술에 약한 사라는 고작 그 한 모금만으로도 일어나면서 살짝 몸을 비틀거렸고, 자연스럽게 내 몸에 손을 대게 됐다.

    그리고 당연히 내 손에 들려있던 와인 잔도 흔들리게 됐고, 안에 있던 내용물 역시 흘리게 됐다.

    잔에서 흘러나온 와인은 정확히 내 고간으로 떨어져서 바지를 넘어 속옷까지 적시며 축축하고 기분나쁜 감각을 선사해줬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

    내가 일부러 흘렸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정확히 고간에만 와인을 흘릴 리가 없잖아.

    사라가 몸을 휘청거리지 않았다면 일부러 잔을 사라 몸에 부딪혀서라도 흘렸을 거야.

    "아앗! 미, 미안…!"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당황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살짝 취기가 돌아서 그런 건지, 사라는 존댓말까지 잊으며 내게 사과를 했다.

    "말로만 그럴 게 아니라 어서 닦지 못하겠나!"

    나는 그런 사라에게 지금 우리가 메이드 플레이를 하는 중이라는 걸 자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더 주인님 같은 말투로 말하며 호통 쳤다.

    "네, 넷! 당장 수건을…."

    "잠깐."

    욕조 쪽에 놓여진 수건을 가져오려고 했던 사라였지만, 나는 그 팔을 잡아서 멈춰세웠다.

    "아까운 와인을 수건으로 닦아낼 수는 없지 않은가."

    "네, 네? 그게 무슨…."

    "흘린 자네가 직접 마셔야 하지 않겠나?"

    "……."

    내 말에, 사라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떨궈서 와인을 흘린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쳐다보는 사라의 표정은, 평소의 쿨한 사라의 표정으로 돌아와있었다.

    "야. 구원. 너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으아앗! 그 이상 분위기를 깨면 이번엔 와인을 발에 흘릴 것 같은 예감이!"

    "바보! 멈춰! 알았어! 알겠습니다! 빨게요! 빨면 되잖아요!"

    내가 와인 잔을 기울이며 이번엔 남은 와인을 발쪽에 투하하려 하자, 발을 빨 위기에 처한 사라는 황급히 날 뜯어 말리며 다시 순종적인 메이드가 될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은 연차를 썼으니 약속드렸던 연참은 자고 일어나서 낮에 써서 올리겠습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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